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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149화 (149/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49)

50. 무너진 수도 (4)

한때 황족이었던 무언가가 괴상한 몸을 한 채 무릎 꿇을 것을 종용했다.

그런 괴생명체에게 붉은 요녀의 손톱이 휘둘렸다.

하지만 그녀의 손톱은 물컹한 느낌의 피부에 닿자 튕겨 나와 버렸다.

-으! 재수 없어!

요상한 느낌의 피부를 느낀 붉은 요녀가 소름 끼친다는 표정으로 온 힘을 다해 손톱을 휘둘렀다.

“끄아아악! 아파! 아프다고! 이 미천한 것아!”

황족이었던 괴물이 아프다며 거대한 몸뚱어리를 이용해 황궁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웬만한 마력검으로는 베는 것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물컹한 피부에, 거대한 몸집, 그리고 난리를 피우면서 뿌려지는 독가스와 독액까지.

혐오스러운 모든 것들이 들어 있는 괴물이었지만, 붉은 요녀를 감당하기는 힘들었다.

그녀와 함께 하는 아귀들이 살점을 뜯어먹으며 악착같이 달려들었다.

지옥에서 불러온 아귀들이기에 먹잇감이 사라지기 전까진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독액에 녹아내리고, 독가스에 죽어 나가도 수백 수천의 아귀들이 뒤이어서 황족이었던 괴물의 몸을 뜯어먹었다.

발광하는 황족을 뒤로하고 황제를 찾기 위해 직접 움직이는 붉은 요녀 앞에 또다시 괴물이 나타났다.

황궁 일부를 무너뜨리고 지하를 뚫고 나타난 그 괴물은 다른 뱀파이어와 언데드를 상대했다.

-괴물들 천지구나.

여기저기서 건물을 무너뜨리면서 올라오는 괴물들.

그런데 그들은 하나같이 온몸에서 화염을 내뿜고 있었다.

몇몇 괴물들은 눈에서 빛까지 뿜어냈다.

문제는 그들 전부가 황족이라는 것이다.

-구정물보다 못한 것들.

붉은 요녀가 코를 막으면서 악취를 풍기는 황족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끝이 아니라는 듯, 황궁 지하에서 수많은 실험체들이 튀어나왔다.

거대한 거미 몸체에 사람의 머리만 달린 것부터 몬스터의 몸이 붙어 있는 것까지 전부 괴상한 형태였지만, 연금술로 한데 엮어서 마법의 힘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존재들.

마법사의 실험체인 키메라와 연금술의 호문클루스를 섞어 놓은 그들의 역작이었다.

본래라면 진즉 죽었어야 하지만 마법의 힘으로 심장을 뛰게 만들고, 연금술로 절대 이어질 수 없는 몸을 엮어 만든 탓에 그들의 몸은 괴력을 보이며, 움직일 때마다 마법이 발현되었다.

-키에에엑!

-벌레들아! 어서 움직여라!

채찍질하듯 꼬리 같은 걸로 괴물들을 다그치는 괴물 황족들.

그런 그들의 명령에 따라 죽음의 군대와 싸우는 괴물을 보면서 붉은 요녀의 표정이 굳어졌다.

붉은 요녀는 자신이 실험체였을 때를 회상하며 이를 악물었다.

악마보다도 더한 것들이 자신의 몸에 온갖 실험을 자행했던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이가 갈렸다.

찾아낼 수만 있다면 직접 찾아내 지옥으로 빠뜨려 넣고 싶을 만큼 증오스러웠다.

하지만 그녀는 분노를 가라앉히고 냉철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황궁의 구역질 나는 실체가 이제 막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증명하듯 수도로 죽음의 군대가 속속 들어오자 황궁처럼 땅을 뚫고 괴물들이 등장했다.

그리고 그들은 괴물이 된 황족들의 명령을 들으며 닥치는 대로 생명체들을 죽여 나갔다.

죽음의 군대를 죽이는 것에 방해가 된다면 제국민들도 한꺼번에 죽일 만큼 잔인하고 흉포한 성정을 드러내며 수도의 전황을 바꿔 놓기 시작했다.

수도로 진입하는 죽음의 군대와 지하에서 나타난 흉측한 실험체들.

그들을 피해 도망 다니는 제국민들.

사력을 다해 죽음의 군대를 막는 군인들.

“동요하지 마라! 우린 우리의 할 일만 하면 된다! 모두 적을 막아라!”

몇몇 병사들이 수도에서 나타난 괴물들을 보고 동요하는 것이 보였다.

죽음의 군대를 막는 것을 보면 같은 편이 틀림없는데, 생긴 것도 그렇고 제국민들까지 한꺼번에 죽이는 모습을 보면 ‘저것이 과연 같은 편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실험체.

그것이 저것의 정체임을 병사들도 눈치챘으나 장교들과 기사들이 악을 쓰면서 전장에 집중하게끔 했다.

그들 역시 혼란스러웠으나 지금은 전투에 집중할 때였다.

집중력이 무너지면 그 즉시 전열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러서지 마라!”

황궁기사들이 피를 토해 내며 외쳤고, 병사들은 죽기 싫어서라도 막겠다는 일념으로 성벽을 사수했다.

하지만 이런 이들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이끄는 기사들과 장교들은 하나둘 죽어 나갔다.

“커억! 아…… 아니…… 된다.”

가장 먼저 황궁 부기사단장이 데스 나이트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마지막까지 발악해 보았지만 데스 나이트와 다크 나이트는 마지막 황궁기사까지 죽이고는 곧바로 황궁으로 향했다.

그들 역시 황궁과 수도에서 나타나기 시작하는 괴물들의 모습에서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당신의 부하들은 전멸했군요.

데스 로드가 황궁기사단장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쿨럭!”

그는 피를 토하는 황궁기사단장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죽음이 코앞까지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그의 모습은 충신의 표본이었다.

하지만 그건 겉으로 보았을 때뿐이었다.

“어…… 어찌…… 내가 질 수 있단…….”

-중앙군 사령관조차 나의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조차 그러할진대 거짓된 마스터인 당신이 나를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까?

“그걸 어떻……게……?”

피를 토하면서 놀란 표정으로 올려다보는 황궁기사단장.

그러자 그런 그를 벌레 보듯 바라보는 데스 로드.

-현 황궁기사단이 특수한 약물을 통해 강력해진 존재들이란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신 역시 한때 벽에 막혔으나 약물을 이용해 마스터에 이른 자라는 것 역시도…….

마나를 강제 주입받고 강화된 육체로 인위적으로 강대한 마나를 품게 해 만들어진 거짓된 마스터.

그가 바로 현 황궁기사단장이었다.

“내가 끝이 아니다. 폐하껜…….”

-알고 있습니다. 제가 황실의 실험체 중 하나였다는 걸 잊으셨나 보군요.

데스 로드는 그렇게 말하면서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힘들어 보이는데 이만 끝내죠.

사람 좋은 미소와 함께 그렇게 말한 데스 로드는 그의 목을 날려 버렸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마스터인 황궁기사단장마저 목숨을 잃자 수도방위군의 사기는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도저히 막을 수 없을 것 같은 상황 속에서 데스 로드는 자신의 친위대를 이끌고 황궁으로 직접 향했다.

죽음의 군대를 이끄는 상위 존재 다섯이 그들의 정예 병력 모두를 이끌고 황궁으로 향하는 순간, 멀리서 뭔가가 맹렬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온몸이 하얗게 빛나는 여인이 선두에 서서 맨손으로 모든 걸 부수면서 돌진했다.

“이세계 연합이다!”

멀리서 한 장교가 이세계 연합의 깃발을 보고서 소리쳤다.

최근 용사가 나타났다고 소문난 이세계 중앙연합.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용사인 로브노프가 연합군을 이끌고 맹렬히 죽음의 군대 뒤를 치기 시작했다.

“선택받은 자들도 왔다!”

선택받은 자들 중에 나타난 유일한 용사, 제르딘 폴킨도 환한 빛을 뿌리면서 맹렬하게 죽음의 군대를 죽여 가고 있었다.

두 군대의 합류에, 절망이 번져 가던 수도에 희망이 깃들기 시작했다.

비록 성자처럼 압도적인 힘을 발휘하진 못하지만 신에게 선택받은 자들답게 부정한 것들에게 압도적인 힘을 발휘했다.

그것을 증명하듯 작은 문양에선 끊임없이 신성력이 뿜어져 나왔다.

성자처럼 큰 성흔이 아닌 작은 점처럼 보이는 문양에 불과했지만 선두에서 죽음의 존재들을 쓸어버리며 올 정도로 막강한 힘을 발휘하게 해 주었다.

이들의 활약에, 성벽에 선 병사들이 사력을 다해 버틸 용기를 얻으며 까딱하면 밀릴 것 같았던 전황이 백중세로 변모했다.

그렇게 성 밖의 상황이 묘하게 흘러갈 때, 수도 안쪽의 상황은 점차 지옥으로 변해 갔다.

안으로 침입한 죽음의 군대는 괴물들과 전투를 벌였고, 그들 사이에 낀 생존자들은 건물 곳곳에 숨어들면서 제발 이 지옥 같은 시간이 빨리 끝나기만을 소망했다.

하지만 진짜 지옥은 황궁이었다.

“나는 황족이다!”

“감히 나를! 나를!”

인간의 형상을 포기한 황족들이 저마다 자신이 황족임을 강조하면서 고통에 울부짖었다.

그들이 그럴수록 실험체들은 더욱 날뛰었고, 죽음의 존재들은 그들을 더욱 상처 입혔다.

괴물들의 난동에 죽어 나가는 시종들과 시녀들, 그리고 이 끔찍한 풍경 속에서도 죽음의 군대의 앞을 가로막는 황궁기사와 근위병들.

하지만 그들조차 정상이 아니었다.

혈관은 튀어나올 것처럼 불거져 있었고, 눈은 빨갛게 변했으며, 입에서는 마약이라도 한 것처럼 황궁을 지켜야 한다는 말만 반복해서 흘러나왔다.

몇몇 시종들은 목숨을 잃자마자 몸에서 괴물이 튀어나오며 흉측한 모습으로 변했다.

황궁에 있는 인간들 중에 정상인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끔찍한 곳이 되었음에도 죽음의 군대를 이끄는 자들은 표정 변화 없이 묵묵히 황제가 있을 만한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미 황궁 대부분을 이 잡듯 뒤진 그들이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대전이었다.

상위 귀족들과 대신들이 모여 회의하는 곳답게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건물.

그 앞에 붉은 요녀, 푸른 마녀, 죽음의 군단장이 모이자 뒤이어 데스 나이트와 데스 로드까지 나타났다.

-오셨습니까.

-늦어서 미안해요.

그들이 이름 지은 종족.

데파이어의 상원 의원 네 명이 데스 로드의 등장에 고개를 숙였다.

-여기입니까?

-예.

데스 로드의 물음에 죽음의 군단장 몰리나가 대답했다.

-후…… 마무리를 지으러 갑시다.

그의 말에 모든 상원 의원들이 고개를 숙였다.

대전으로 들어서는 그들 앞을 가로막는 괴물들이 있었지만, 수많은 아귀들과 해골들이 대신 상대하며 그들을 안으로 들여보냈다.

그 뒤를 따르는 수백의 뱀파이어와 리치, 다크 나이트들.

그들 전원이 죽음의 군대 최상위 존재였고, 황실과 부패한 귀족들에게 희생당한 자들이었다.

데스 로드가 모두를 대표해 거대한 문을 열고 가장 먼저 들어가자 오만한 표정으로 턱을 괸 채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늙은 황제가 보였다.

“이제야 왔나?”

황제가 입꼬리를 올리면서 말하자 데스 로드를 비롯한 죽음의 존재들의 표정이 일시에 굳어졌다.

제국 최고의 위치에 있는 자답게 표정, 자세, 분위기 등 모든 것에서 오만함이 보였다.

자신이 최고라는 지독한 오만.

그 오만함이 깃든 목소리로 황제가 말했다.

“다행히 여기까지 도달했군. 고작 벌레 따위에 밟혀 죽었다면 실망할 뻔했어.”

황제의 말이 끝나는 순간 주변에서 하나둘 사람들이 나왔다.

괴물처럼 변한 황족과 같은 머리칼의 인간들.

“그거 아나, 황족들이 왜 그렇게 황제가 되고 싶어 하는지?”

황제의 물음에 데스 로드가 침묵했다.

“바로 온전히 죽기 위해서라네.”

황제가 그렇게 말하면서 입술을 비죽이며 웃었다.

“우습지 않은가, 인간으로서 온전히 죽기 위해서 황제가 된다니.”

황제의 물음에 데스 로드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한때 황족이었던 이들이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엘프처럼 귀가 뾰족한 자도, 인어족처럼 지느러미가 있는 자도, 수인족처럼 꼬리가 달린 자들도 있었다.

날개가 달린 자들도 있었다.

어떤 이는 뿔이 달려 있거나 피부가 비늘로 덮여 있기도 했다.

저마다 다른 신체적 특성을 가진 황족들.

그런 이들을 보며 황제가 자조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상태로 온갖 실험을 당하는 건 자네들뿐만이 아니네. 자네들이 그렇게 증오하는 황족 역시 같은 처지이지.”

황제가 그렇게 말하면서 데스 로드를 바라보았다.

“오로지 이 제국을 위해서 황족들은 모든 걸 희생하네. 저런 꼴이 되어서까지 제국을 지키려는 것이지.”

황제의 말에 실험을 당한 황족들은 침묵했다.

“불쌍하지 않나? 자네들과 같은 처지인데…….”

황제의 물음에 데스 로드는 대답 대신 자신의 힘을 끌어 올렸다.

그러자 다른 죽음의 존재들 역시 힘을 발현했다.

-우린 그저 복수를 행할 뿐. 당신의 개소리를 들어 줄 여유가 없습니다.

데스 로드가 그렇게 말하면서 곧바로 황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지금도 실시간으로 전해 오는 죽음의 군대의 정보들.

성 밖에선 이세계인들과 선택받은 자들의 연합군이 몰려들고 있고, 얼마 뒤엔 하늘에서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올 것이다.

그들이 도착하기 전에 이 일을 끝내야 했다.

그리고 보여 주어야 했다.

이들의 추악함과 모든 진실을.

콰아앙!

-당신을 죽이고 제국이 사라져야 할 이유를 모든 이들에게 알리겠습니다.

데스 로드의 주먹이 황제의 코앞에서 멈춰졌다.

그의 앞을 가로막은 황족들에 의해 주먹이 멈추자 황제가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해 보거라, 그럴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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