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148화 (148/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48)

50. 무너진 수도 (3)

중앙군을 붕괴시킨 주범이자, 레오폴드에게 치명상을 입힌 장본인.

데스 로드.

그가 직접 황궁기사단장과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둘의 싸움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전투가 벌어졌다.

중앙에서 마스터급 존재들의 결투로 양쪽 성벽으로 죽음의 군대가 몰려들었다.

“막아라!”

지휘관의 외침과 함께 시작되는 포격.

그리고 수많은 병사들이 마탄을 발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차 관문이자 수도를 지키는 굳건한 방벽을 향해 끝도 없이 죽음의 부대가 돌진해 왔다.

그런 그들의 공격을 수도방위군은 사력을 다해 막아 냈다.

포탄과 마탄 세례를 뚫고 기어이 도달한 죽음의 군대가 성벽을 기어오르기 시작하자 그들은 성수를 바른 창으로 올라오지 못하게끔 밀어냈다.

수도 위에 떠오른 수백의 비공선들이 포격을 날리고, 비룡 기사들은 하늘에 떠오른 콥스윙과 좀비 드레이크를 막아 냈다.

압도적인 죽음의 군세에도 불구하고 한 치도 물러나지 않는 수도방위군.

명색이 제국을 지키는 수도답게 여기저기에 달려 있는 요새포와 온갖 신무기들이 성벽으로 접근하는 죽음의 존재들을 대량으로 몰살시켰다.

하지만 그들이 사라진 빈자리를 해골 병사들이 채우면서 계속해서 밀고 들어왔다.

어느새 수도 앞은 검은 대지로 변해 죽음의 필드가 만들어졌다.

“해가 떠오를 때까지 버텨야 한다!”

“막아라! 폐하께서 우리의 뒤에 계신다.”

황제에 대한 충심으로 가득 찬 황궁 기사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쳤다.

수많은 제국민들이 황실을 비판하고, 그들의 비리와 혐오스러운 범죄, 실험 등을 비난할 때도 오로지 충심으로 그들을 지키는 것만 생각하는 자들.

어린 시절부터 세뇌당하듯 키워진 황궁 기사들부터 중앙 귀족의 엘리트들이 모인 집단까지, 모든 이들이 황실을 지켜야 한다는 일념하에 죽음의 부대를 베어 냈다.

-황실의 충견들인가?

1차 관문을 박살 낸 장본인인 데스 나이트 이반 로드리오가 검은색 거검을 들고 나타났다.

그의 곁에는 어느새 나타난 다크 나이트들이 도열하며 황궁 기사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데스 나이트…….”

황궁 기사 중 하나가 그의 정체를 알아보고선 침음성을 삼켰다.

제국 기사들 중 정예만을 모은 황궁 기사들이지만 데스 나이트를 보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순수 실력만으로 1차 관문장이 된 6단계 무인이 5분도 버티지 못하고 죽었다는 소식은 이미 기사들에게 유명한 이야기였다.

“겁먹지 마라! 폐하의 은혜에 목숨으로 보답해야 한다.”

“예!”

황궁기사단의 부단장이자 6단계 무인인 그가 데스 나이트를 향해 검을 뽑아 들었다.

강렬한 마력이 휘감아 회오리치는 그의 검을 보면서 데스 나이트 역시 데스 블레이드를 만들었다.

-길을 뚫어라.

데스 나이트의 명령에 다크 나이트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데스 나이트 역시 본격적으로 나섰다.

황궁 부기사단장과 몇 명의 황궁 기사들을 동시에 상대하면서 길을 뚫기 위해 데스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그렇게 황궁에서 파견한 주력 기사들이 데스 나이트와 다크 나이트들에게 묶여 있는 동안 데스 로드의 친위대도 움직였다.

전원 죽음의 인장을 받은 상위 뱀파이어들로 구성된 친위대.

죽음의 부대를 막느라 정신없는 병사들을 지나쳐 성안으로 잠입한 그들을 기다린 건 황제의 친위대였다.

데스 로드의 친위대를 막기 위해 황제가 직접 자신의 친위대까지 보낸 것이다.

대표적으로 드러난 로열 가드부터 그림자들까지 모조리 움직여서 그들을 막기 위해 앞을 막아서자, 곧 수도 안에서도 굉음이 울리면서 전투가 시작되었다.

“사…… 살려 줘!”

“저…… 적이 안으로 들어왔다!”

제국민들이 패닉에 빠지면서 안으로 들어온 적을 피해 달려갔다.

“군대는 뭐 하는 거야!”

“기…… 기사들은 뭐 해! 앞을 막아!”

귀족들 역시 개인 기사들을 시켜서 앞을 막게끔 했다.

데스 로드의 친위대가 생성한 언데드들이 수도를 패닉에 빠지게끔 했다.

설마 했는데, 정말로 수도에 언데드가 나타난 것이다.

고작 일부일 뿐이다.

군대가 볼 땐 별 가치도 없는 언데드 수백 마리에 불과했지만, 제국민들과 귀족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치안대가 와서 성수가 묻는 무기로 금방 제압했지만 패닉에 빠진 귀족들과 제국민들은 고함을 질러 대며 혼란을 가중시켰다.

개판으로 변해 가는 수도와 그것을 진정시키기 위한 치안대.

한마음으로 언데드에 대항하기도 빠듯할 때, 혼란을 가중시키는 일부 귀족들을 보면서 이를 가는 치안대장이지만 막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바로 이럴 때, 갑자기 거대한 폭발음이 들려왔다.

콰아아앙!

“어디냐!”

치안대장이 반사적으로 치안대원을 보면서 묻자 그가 덜덜 떨면서 손가락으로 한곳을 가리켰다.

벌벌 떠는 친위대원이 가리킨 곳은 자신도 익히 아는 곳이다.

수도의 중심부에 위치한 제국에서 가장 안전한 곳.

“황궁! 이런 미친…….”

황궁 정문 앞에 만들어진 거대한 분수대에서 폭발음이 일어난 것을 보면서 그는 황급히 치안대를 이끌고 움직였다.

“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들어온 것이지?”

치안대장이 부들거리면서 황급히 황궁으로 달려갔다.

성문은 뚫리지 않았고, 그 아래에 대기하고 있는 병사와 기사도 건재했다.

그리고 성도 곳곳에 치안대가 배치되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황궁의 정문에서 폭발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끄아악!”

황궁만을 바라보며 정신없이 달려갈 때, 갑자기 자신을 뒤따르던 치안대원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지기 시작했다.

“컥!”

“대…… 대장님…….”

자신을 부르며 쓰러져 나가는 치안대원들을 보면서 치안대장은 검을 뽑아 들었다.

“어떤 놈이냐!”

-나? 푸른 마녀.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에 치안대장은 마력을 불어 넣었다.

그러자 목소리의 주인은 의외라는 듯 말했다.

-쓰레기 주제에 마력은 다룰 줄 아네?

푸른 머리칼이 인상적인 여인이 모습을 드러내자 단숨에 검을 휘두르는 치안대장.

하지만 그녀는 환영처럼 연기를 흩뿌리며 사라졌다.

“어딜 잔재주를!”

뒤에서 나타난 그녀를 예상했다는 듯 몸을 회전시키며 검을 휘두르자 뼈의 방패가 나타나 그 공격을 막아 냈다.

-비리로 치안대장이 되었다더니 나름 실력이 있긴 한가 봐?

그녀가 그렇게 말하면서 뼈로 이루어진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수십 개의 뼈의 창이 생겨나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캉! 카가가강!

-그래 봤자 벌레 수준이지만.

“푸…… 푸른 마녀…….”

푸른 마녀의 파상적인 공격을 간신히 막아 낸 치안대장이 이를 악물면서 그녀를 향해 검을 휘둘렀지만 너무나도 가볍게 막히고 말았다.

무인인 그가 마법사에게 근접전에서 밀려나자 치욕스러운 기분이 들었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 냈다.

인정할 수 없다는 듯 부들거리면서 자세를 잡는 치안대장을 보며 푸른 마녀가 코웃음 쳤다.

-수준이 참……. 너 치안대장 맞니?

“크윽! 네 이년! 버리지 주제에 감히……!”

자신을 무시하는 푸른 마녀를 보면서 그가 전력을 끌어냈다.

보다 선명해진 마력검이 마녀의 뼈 지팡이를 깎아내려 가면서 단번에 그녀에게 찔러 들어갔다.

하지만 그런 그의 회심의 일격을 보면서 하품을 하는 푸른 마녀.

푹!

그와 동시에 어느새 나타난 뼈의 창이 그의 어깨를 꿰뚫었다.

“크읍!”

끔찍한 고통에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부들부들 떠는 치안대장.

-버러지는 너 같은 걸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차라리 네 부하가 너보다 더 강한 것 같은데?

멀리서 뱀파이어 몇을 상대로 분투하고 있는 상급 치안관에게 한번 눈길을 준 푸른 마녀는 직접 뼈의 창을 거칠게 뽑아냈다.

“끄아아악!”

어깨를 부여잡으면서 무릎을 꿇은 치안대장을, 푸른 마녀는 한숨을 쉬며 치안대장을 내려다보았다.

수도의 한 구역을 책임지는 치안대장의 수준이 너무 저열했다.

차라리 그의 부하들이 훨씬 더 강하고 용맹했다.

그것을 느낀 푸른 마녀가 혀를 날름거리면서 다음 먹잇감을 찾았다.

제일 강해 보이는 치안대장을 골랐건만 쓰레기보다 못한 놈이었다.

“살…… 살려 주게.”

-아까의 용기는 어디 가고 이제 와서?

“제…… 제발…….”

눈물을 흘리면서 살려 달라 애원하는 치안대장의 모습에 그녀는 못 볼 것 봤다는 듯 마법으로 단번에 그의 머리를 날려 버렸다.

-다음은 누가 좋을까…….

그녀가 그렇게 말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느새 수도는 혼란에 빠져 있었다.

습격한 뱀파이어들과 싸우는 치안대원들.

그리고 다급히 황궁 쪽으로 도망치는 귀족들과 기사들을 잡기 위해 움직이는 뱀파이어들이 보였다.

뱀파이어들은 그런 그들을 죽여 나가면서 단숨에 황궁을 공격해 들어갔다.

-복수의 시간이다. 모두 나와 축제의 시간을 즐기자고?

그녀의 말에 대지에 어둠이 퍼져 나가면서 검은 로브를 걸치고 뼈 지팡이를 든 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원 푸른 안광을 내뿜는 그들은 서리가 낄 정도의 냉기를 뿜어내면서 황궁을 향해 마법을 발현했다.

“리…… 리치들이다!”

“근위병들은 뭣들 하느냐!”

황궁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폭격하는 리치들의 마법.

그런 그들을 막기 위해 황궁 근위병들과 황궁 안에 남은 기사들이 모조리 나왔다.

앞을 막아서는 황궁 기사들과 근위병들.

하지만 그들만으로 리치 부대를 막기엔 버거웠다.

오직 복수만을 위해 안식조차 거부한 자들이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뱀파이어들과 죽음에서 일어난 리치들이 황궁을 향해 무차별적인 공세를 이어 나가자 황궁의 정문이 종잇장처럼 터져 나갔다.

다급히 황궁 마법사들이 나와 대응해 보았지만 푸른 마녀가 일으킨 엄청난 수의 언데드들은 막기도 버거웠다.

“성…… 성역 발동되었습니다!”

수도 전체에 발동되는 성역.

아이언처럼 혼자가 아닌 수백의 신관들이 만들어 낸 성역이었다.

게다가 마탑의 마법사 대다수가 달라붙어 만든 정화의 마법진.

중첩되는 두 개의 힘에 푸른 마녀를 비롯한 언데드와 뱀파이어의 힘이 대폭 깎여 나가기 시작했다.

안으로 들어온 모든 죽음의 존재들이 영향을 받기 시작했음에도 푸른 마녀의 입가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마법사와 신관들이 다 어디 갔나 싶었더니만…… 이거 하려고 여기에 모인 거였어?

푸른 마녀가 그렇게 말하면서 죽음의 기운을 더욱 끌어 올렸다.

그러자 점차 부서져 나가던 언데드 군사들이 검은 기운을 내뿜기 시작했다.

-이게 숨겨 둔 한 수인가? 별거 없네.

푸른 마녀가 그렇게 말하면서 손을 휘젓자 언데드들이 황궁을 향해 무작정 돌진을 시작했다.

그들이 마지막 한 수를 내보이길 기다렸다는 듯 돌진 명령을 내리자, 리치들과 뱀파이어들 역시 피의 마법과 죽음의 마법을 사용하며 부서진 정문을 틀어막고 있는 기사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막아라! 약화된 언데드는 별거 없다!”

황궁 기사는 근위병들을 독려하면서 부서진 문을 틀어막고자 악을 썼다.

성역과 정화 마법에 의해 약화된 언데드와 뱀파이어를 상대로 문이 뚫리지만 않는다면 어떻게든 시간을 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기사의 희망은 곧 박살 났다.

-너무 늦었잖아.

-후…… 겨우 살아 돌아왔는데 너무한 거 아니니?

붉은 머리칼의 여인이 한 남자의 품에 안겨서 검은 구멍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푸른 마녀가 피식 웃었다.

-늙은 장군 하나 잡겠다고 욕심 부리더니…… 죽을 뻔 했구나?

-성자만 아니었어도 잡았어.

붉은 머리칼의 여인이 뾰로통한 표정으로 말하더니 남자의 품에서 벗어나 대지에 발을 디뎠다. 그 순간 그녀의 발밑에서 화염이 터져 나오며 지옥에 있어야 할 아귀들이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남자의 몸에서 퍼져 나간 피의 입자들이 이미 죽은 시체들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들 전원이 뱀파이어가 되었으나, 이성이 없는 동물과도 같은 모습일 뿐이었다.

마치 이성이 없는 언데드처럼 본능만 남은 뱀파이어들.

순식간에 엄청난 숫자로 불어난 군대에 근위병들이 절망에 찬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굳건하게 지키던 황궁의 문이 뚫리고, 죽음의 부대가 황궁 안으로 들어갔다.

수백 년 만에 완전히 뚫린 황궁.

그것도 같은 인간이 아닌 죽음의 존재에게 뚫려 버린 황궁은 곧 불타오르며 비명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우리 폐하께선 어디에 숨어 있으시려나?

푸른 마녀의 말에 붉은 요녀도 혀를 날름거리면서 요염하게 말했다.

-황제 페하, 소녀가 여기 있습니다. 어서 모습을 드러내시어요.

요염하게 말하는 붉은 마녀와 장난꾸러기 같은 푸른 마녀의 애타는 부름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황제.

그른 그를 찾기 위해 그들은 애꿎은 시녀와 시종을 잡아 고문했다.

“끄아아아악!”

“모…… 모릅니다!”

“정말 모릅니다!”

덜덜 떨면서 모른다고만 말하는 시녀와 시종을 단번에 죽여 버린 붉은 요녀가 황제가 있을 만한 곳으로 향하려 할 때였다.

비명 소리와 함께 어디론가 도망치는 시종들.

자신들이 앞에 있음에도 더 위험한 존재가 나타났다는 것처럼 덜덜 떨면서 앞으로만 들려갔다.

그러자 붉은 요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앞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녀 앞에 굉음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괴물.

“크하하하! 벌레들이여, 무릎을 꿇어라!”

인간이었던 걸로 추정되었던 무언가가 붉은 요녀에게 무릎 꿇을 것을 강요했다.

온몸은 괴상한 피부로 뒤덮이고, 여기저기 불룩하게 튀어나와 징그럽게 생긴 살덩이들.

그것을 품고 있는 인간이었던 것이 붉은 요녀를 향해 말했다.

“위대한 황족 앞에 무릎을 꿇어라, 이 미천한 것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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