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147화 (147/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47)

50. 무너진 수도 (2)

실로 오랜만에 보는 천둥새가 등장과 동시에 뇌전의 폭풍을 몰고 왔다.

하늘에서 꽂히는 수백 개의 뇌전들.

그 사이로 거대한 푸른 새가 등장했다.

“천둥아…….”

아이언이 오랜만에 천둥새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천둥이도 반갑다는 듯 울어 대면서 피닉스와 두 개의 달과 함께 상공을 노닐었다.

그사이 몰리나가 소환한 거대한 무언가가 완전한 형체를 이루고 죽음의 기운을 퍼뜨렸다.

-NRRRRRRR~!

알 수 없는 음성이 터져 나오면서 대지에서 뭔가가 툭툭 튀어나왔다.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언데드들.

뼈의 군대가 대지를 뚫고 나오면서 인간들을 대적한 죽음의 군대를 만들었다.

“목숨을…… 걸어야겠군.”

어느새 다가온 레오폴드 사령관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온전한 몸 상태라면 또 모를까, 지금 레오폴드의 상태는 심각한 내상을 입은 상황이었고, 중앙군의 상태는 기사단조차 완편은커녕, 반쪽짜리도 못되는 상황.

“지옥이군요.”

아이언이 씁쓸한 표정으로 절규하면서 공격해 오는 해골 군대를 바라보았다.

그의 성력에 실시간의 뼈가 녹아들어 감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을 막으러 달려오는 해골 병사들.

달그락! 달그락!

-끼아아아악!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는 해골들이 일제히 끔찍한 비명소리를 내질렀다.

그들의 소리를 들은 병사들의 표정은 그 즉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들이 생전에 당한 고통이 죽음의 목소리를 통해 생생하게 전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아이언 역시 마찬가지였다.

“개소리.”

그들이 어떤 희생을 당했고, 생전에 어떤 불합리한 일을 당했는지 느껴졌지만 아이언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죽음의 소리에서 느껴지는 그들의 절규는 처절했다.

아마 죽어서도 잊지 못할 만큼 분하고 억울한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지금 사람들에게 복수할 만큼의 명분은 되지 못한다.

지금도 끔찍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황족들을 향한 분노라면 이해는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죄 없는 사람들까지 끌어들인 지금 이 시점에서 이들의 명분은 힘을 잃었다.

이러한 방법이 아니라면 복수할 수 없는 환경일지라도 그러했다.

세계를 멸망시켜야만 이 악순환을 끝낼 수 있다는 그들의 대의 따윈 아이언에겐 개소리에 불과했다.

“현혹되지 마라. 저들은 그저 ‘적’일 뿐이다!”

아이언의 고함 소리에 근처에 있던 모든 병사들이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생전에 저들이 겪은 고통? 억울하겠지.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억울하다고 이런 식으로 행동하진 않는다. 저들로 인해 억울하게 죽은 자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도망쳐야 했던 자들은? 저들에게 피해를 입은 자들은 어떻게 책임질 거지?”

아이언의 물음에 병사들이 멍하니 절규하는 해골 병사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잊지 마라. 저들은 ‘적’이다. 조금 불쌍하다고 해서 적이 아니게 되는 건 아니다. 우리가 지금 저들에게 해 주어야 할 일은 ‘안식을 주는 것’뿐이다.”

아이언의 말에 무기를 쥔 병사들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혼란스러운 군대에게 명확한 목표를 심어 주자 노련한 지휘관인 레오폴드 역시 가세했다.

“모든 것은 ‘제국’을 위하여!”

“제국을 위하여!”

레오폴드의 외침에 모든 기사들과 병사들이 똑같이 외치면서 사기를 끌어 올렸다.

혼란스러웠던 눈빛이 다시금 진중하게 돌아온 병사들은 눈앞에 있는 적을 안식의 길로 인도하기 위해 무기를 휘둘렀다.

그러자 거대한 뼈의 기사가 아이언과 레오폴드를 노려보았다.

비어 있는 그의 눈에 검붉은 빛이 맺히면서 분노의 외침을 사방에 퍼뜨렸다.

-간악한 인간들이여……! 그대들의 죄를 죽음으로 갚아라!

해골 기사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죄를 짓는 인간들의 모습이 허공에 투영되었다.

노예를 만들고, 실험을 하고, 어린아이를 학대하는 쓰레기들.

과연 이것들이 같은 인간들인가 싶을 정도의 죄인들이 계속해서 보였다.

하지만 지치고 부상 입은 마스터는 그에 굴하지 않고 용맹하게 검을 휘두르며 전진했다.

그리고 그 뒤를, 신성력을 끝없이 내뿜는 성자가 따랐다.

“현혹되지 마라!”

“환상에 속지 마라! 오직 나만 믿고 따라와라!”

선두에 선 레오폴드가 길을 열고 아이언이 뒤따르며 병사들을 독려했다.

승리의 선언.

소렌을 지킬 때 했던 아이언의 맹세가 다시금 이곳에서도 터져 나왔다.

그를 믿고 따르는 군대는 그 어떤 현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무기를 휘둘렀다.

그런 이들의 모습에 중앙군의 병력도 마음을 다잡고 전진을 시작했다.

그러자 다시금 현혹하려는 해골 기사.

하지만 이번엔 그를 따르는 신수들이 거대한 해골 기사의 현혹 공격을 방해했다.

“우와아아아!”

-달그락! 달그락!

마치 종말이라도 온 것같이 절대적인 죽음 앞에서 마지막까지 싸우는 인류의 모습이 그려졌다.

양측의 군대가 치열하게 싸우는 거대한 전쟁.

끝없이 몰려오는 해골 군대를 상대로 위태위태하면서 끝끝내 버텨 내는 모습은 실로 장관이었다.

하지만 희망이라는 단어가 존재하는 것처럼 인간은 수없이 몰려드는 언데드들의 공격 속에서도 결국 버텨 내면서 점차 밀고 들어갔다.

성역 앞에서 힘을 잃고 쓰러지는 언데드들과, 상처 입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간 병사들.

그들 간의 치열한 전투 속에서 죽음의 군대가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

그들의 영역인 검은 대지는 성역 안에서 점차 정화되어 가고, 작은 새가 증폭시킨 신성한 빛에 거대한 해골 기사의 몸도 조금씩 녹아내렸다.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와 달리 점차 약해져만 가는 해골 기사.

그리고 그런 해골 기사를 처절하게 붙잡는 상처 입은 마스터와, 아직은 성장이 필요한 영웅.

“물러서지 마라! 너희들의 뒤에 제국이 있다!”

“날 믿어라! 이 전쟁은 반드시 승리한다!”

두 지휘관의 외침에 병사들은 지치고 쓰러질 것 같아도 끝끝내 무기를 놓지 않았다.

그들의 용맹에 보답하듯, 거대한 해골 기사의 신형이 조금씩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굳건하던 그가 무너지면서 죽음의 대지 역시 더 빠르게 성역에 의해 정화되어 갔다.

-아아아아…….

해골 기사가 점차 정화되어 가는 대지를 보면서 절규했다.

자신들을 이 꼴로 만든 제국인들에게 복수하려고 모인 수많은 원령들이 성역에 의해 소멸되어 가면서 통곡했다.

이렇게 끝날 수는 없다며 병사들을 현혹하려 했지만 이미 승리가 눈앞으로 다가온 이상 병사들이 당할 리가 없었다.

결국 빛의 신성력에 의해 완전히 녹아내리는 해골 기사.

“끝났군.”

레오폴드가 지친 표정으로 완전히 사라져 버린 해골 기사가 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그가 사라지자 중앙군을 포위하던 엄청난 숫자의 언데드들 역시 다시금 땅속으로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수많은 원념들이 절규하던 소리와 억울함을 담은 통곡, 분노에 찬 고함 소리가 마치 꿈이었다는 완전히 사라지자 병사들은 그제야 환호성을 내질렀다.

꼼짝없이 죽을 줄 알았던 상황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용맹한 레오폴드!”

“승리의 아이언!”

자신들을 살려 준 두 지휘관의 이름을 연호하면서 이 전투를 승리로 이끌게 해 준 두 사람의 희생에 경의를 표했다.

승리의 함성과 함께 모든 이들이 잠시간의 기쁨을 즐기고 있을 때, 레오폴드는 무거운 표정으로 아이언을 돌아보았다.

“수도가 얼마나 버티겠나?”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황실 역시 비장의 한 수 정도는 있을 걸로 판단됩니다.”

“……그렇겠지.”

아이언의 말에 레오폴드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황실이 비장의 한 수 정도는 만들어 놨을 거라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중앙군을 이리 만든 것일 테니까.

오로지 수도방위군만을 정예로 구성하며 중앙군을 뿌리부터 썩게 만든 장본인들.

그런 이들이 수도를 지금까지 버리지 않았다는 것은 죽음의 군대를 막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리라.

“후…… 어찌 되었든 수도는 무너지면 아니 되네.”

레오폴드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해골 기사가 보여 준 환영들.

그것에는 황족들이 자행한 실험에 대한 것도 있었다.

또한 수도 귀족들이 불쌍한 자들을 노예를 부리고, 어린아이들을 검투사로 키우고, 성폭행하고, 잔인하게 죽이는 것들까지 모조리 보여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국이 유지되려면 수도는 살아남아야 했다.

오직 제국에 대한 충심으로 썩어 버린 중앙군을 이끌던 레오폴드였다.

그렇기에 아이언 역시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습니다.

“군이 재정비되는 대로 움직이세.”

“알겠습니다.”

레오폴드의 말에 아이언이 쓴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다음 행선지는 수도가 될 수밖에 없었다.

세계의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서도 필히 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비록 그것이 복수하고 싶은 황족을 구하게 되는 일이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약간은 불편한 마음으로 수도행을 결정지을 때, 아이언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해 주는 알림음이 들려왔다.

[황궁을 지켜라!]

보상 : 알 수 없음.

실패 시 : 알 수 없음.

※이 퀘스트는 중앙 지역의 메인 퀘스트입니다.

마침내 뜬 퀘스트.

그것을 본 아이언이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세계의 비밀’.

보상도 실패 시 페널티도 모두 알 수 없음으로 나오지만 그만큼 황궁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퀘스트로 확신할 수도 있었다.

황제와 황족들이 이 세계의 비밀과 아주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아이언이 퀘스트를 확인하며 세계의 비밀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갈 때, 이세계인들 역시 미적거리는 것을 멈추고 재빠르게 수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나타난 중앙 지역의 메인 퀘스트에 모두가 광분했다.

북부에 가지 못했던 이세계인들은 이번만큼은 보상을 얻겠다면서 미친 듯이 수도로 향했다.

그리고 각 군 역시 이세계인들과 선택받은 자들에게서 사정을 듣고선 좀 더 빠르게 수도로 움직였다.

그런 그들을 방해하기 위해 공허의 존재들과 몬스터들은 더 흉포하게 날뛰었다.

모두가 수도의 전투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대륙과 제국의 중심인 수도에 집중할 때, 마침내 죽음의 부대가 전 병력을 수도로 돌격했다.

-마침내 때가 되었군.

검은 머리의 남자는 멍하니 붉은 달을 바라보았다.

푸른 달이 완전하게 붉게 물들어 둥글게 떠오른 모습은 뭔가 불길해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검은 머리의 남자는 이때만을 기다렸다는 듯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제국이 멸망하는 날로는 제격이지 않소?

“네 이놈!”

검은 머리의 남자가 웃으면서 말하자 황금 갑주를 입은 남자는 분노하면서 검을 겨누었다.

“미개한 존재가 감히 제국의 멸망을 논하느냐!”

-아…… 당신은 그런 존재였지. 황제에게 충성하는 첫 번째 충견.

황실이 어떤 죄를 지어도 개의치 않고 오로지 황제만을 섬기는 황궁기사단의 단장.

제국의 마스터 중 일인인 그를 상대로 여유로운 표정을 짓는 검은 머리의 사내가 머리칼을 쓸어 올리면서 붉은 두 눈을 반짝였다.

그 모습에 황궁기사단장은 분개하며 외쳤다.

“내 오늘! 미개한 것들의 수장인 너의 목을 쳐 제국의 안위를 바로잡을 것이다.”

-부디 그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군대가 모두 사라지기 전에 제 목을 치시지요.

데스 로드이자 실험실에서 살아 나온 첫 번째 실험체.

그가 눈을 번뜩이면서 황실의 충견을 물어뜯기 위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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