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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146화 (146/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46)

50. 무너진 수도

성역과 함께 등장한 아이언.

그리고 중앙을 휘저은 아이언의 부대가 나타났다.

비룡 부대에서 뛰어내리는 강습부대와 돌진하는 기사단.

그리고 포격과 함께 등장하는 레인저.

그들로 인해서 죽음의 군단의 후방이 혼란에 빠졌다.

그러자 그때를 틈타 지상 병력이 진형을 갖춰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이제 시간은 너희 편이 아니지?”

아이언이 빙그레 웃으면서 검을 빙빙 돌렸다.

그런 그의 얄미운 모습에 붉은 요녀가 안색을 굳혔다.

죽음의 군대 한정으로 마스터보다 까다롭다는 존재.

북부의 성자.

그가 이곳으로 왔다는 사실에 붉은 요녀의 얼굴이 점차 펴졌다.

-좋네.

“뭐가 좋다는 거지?”

-성자가 여기에 있다는 건 수도 쪽에는 변수가 사라졌다는 뜻이니까. 예상보다 일찍 와서 놀랐긴 하지만 안심했어.

혹시라도 남부로 향하는 척하고 중앙으로 방향을 돌릴까 걱정했지만 아이언이 이곳에 모습을 드러낸 이상 수도에는 변수가 없는 셈이다.

그렇다는 건 자신이 여기서 죽는다 하더라도 목표는 완수할 수 있게 된다는 걸 의미한다.

-그래도 아쉽긴 하네. 저 늙은이를 한계까지 몰아 놨는데 말이야.

중앙군의 붕괴로 사단장급 이상이 대거 죽어 나가면서 6단계급 이상의 무인이 거의 전무한 상황.

그런 상황에서 홀로 버텨 가며 중앙군을 이끌고 있던 레오폴드다.

아무리 마스터라고 하더라도 다수의 뱀파이어들과 상위 언데드들을 연이어 상대하면 몸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었다.

일부러 레오폴드만 노리며 무리하게끔 종용해 여기까지 끌고 왔고 마침내 결실을 맺을 순간이었건만, 재수 없게 그 순간에 아이언이 나타난 것이다.

“아쉬워?”

-응. 정말 아쉬워.

아이언의 물음에 솔직하게 대답한 붉은 요녀가 혀를 날름거렸다.

-그래서 너희 부대라도 반 토막 내야겠어.

“할 수 있다면.”

아이언의 대답과 동시에 붉은 요녀의 팔이 휘저어지고, 근방에 있던 모든 뱀파이어들이 일제히 아이언을 향해 움직였다.

그러자 그 순간 폭사하는 신성력.

“언데드는 신성력에 쥐약이지?”

아이언은 빙그레 웃으면서 사방에서 달려드는 뱀파이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뱀파이어도 마찬가지고. 그나마 믿을 건 강화된 육체뿐인가?”

아이언의 말에 붉은 요녀가 입술을 짓씹었다.

그의 말처럼 극상성이라 본래 힘의 반도 쓰지 못하고 있었다.

몰아붙였던 레오폴드는 뒤로 가 밀려가는 중앙군의 중심을 잡고 있었다.

게다가 하늘을 활공하는 신수들.

아이언의 진짜 힘은 저 신수들이라는 걸 증명하듯, 실시간으로 죽음의 군단이 붕괴되고 있었다.

불길을 토해 내는 피닉스도, 두 눈에서 빛을 뿜어내는 거대한 부엉이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신성한 기운을 뿜어내는 작은 새였다.

환하게 빛나는 뱁새에 의해 자신의 군단이 계속해서 힘을 잃어 가고 있었다.

-역시 네가 우리의 가장 큰 적이야.

붉은 요녀의 말에 아이언은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키메라와 같은 육체를 가진 뱀파이어들의 파상 공세에도 굳건히 버티는 강철 마력 덕분에 조금도 흔들림 없이 그녀를 향해 전진하는 아이언.

그런 그를 질린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붉은 요녀는 조용한 음성으로 제안했다.

-우릴 놔주면 안 될까? 그럼 너희 군대에 어떤 피해도 주지 않을 걸 맹세할게. 수도에서 제대로 붙어 보자.

“굳이?”

-이대로라면 너와 저 늙은이의 군대도 큰 피해를 입을걸.

“상관없어.”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면서 다리에 힘을 주었다.

튕겨 나가듯 붉은 요녀를 향해 날아간 아이언은 그대로 검을 내리그었다.

-윽! 너도 손해 볼 거 없잖아! 중앙군을 저렇게 놔둘 거야?

그녀가 그렇게 말하면서 중앙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러 병사들이 죽음의 부대에 당했고, 죽을 위기에 처해 있었다.

몇몇은 뱀파이어화되어 같은 편을 공격하려고까지 했다.

-얌전히 물러나 줄게. 저들 다 죽일 거야?

“공허와 계약한 놈들이랑은 거래 안 해.”

-고지식하긴!

붉은 요녀가 혀를 차면서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아이언이 그걸 놓칠 리 없었다.

한번 문 건 끝까지 놓치지 않는 아이언은 기어코 따라붙어 붉은 요녀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녀가 손톱을 길게 변형시켜 검을 막아 냈지만 연신 밀려났다.

오러 블레이드조차 버텨 냈던 자신의 손톱이 막대한 신성력에 조금씩 깎여 나가자 붉은 요녀는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상성이 너무 좋지 않았다.

레오폴드를 죽이기 위해 수개월 동안 공을 들여 왔다.

피해를 감수하고 그가 입은 내상이 회복되지 못하도록 계속해서 몰아붙였다.

그러고 나서야 겨우 오늘 잡을 각을 보았는데, 아이언은 더 힘들 것 같았다.

막대한 신성력과 6단계의 검술은 자신들 한정으로 마스터만큼 까다로웠는데, 거기다 신수의 힘까지 더해지자 감당이 안 되었다.

특히 신수들의 힘은 마스터에 필적할 만큼 강력했다.

자신이 들었던 것 이상으로 막강한 존재감을 보여 주는 신수를 보니 몰리나가 어째서 조심하라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붉은 요녀는 점차 힘이 빠져 갔고, 휘하 병력은 성력에 노출되는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점차 죽어 나갔다.

이대로라면 아이언의 부대에 피해를 입히지도 못하고 전멸할 것이다.

-모두 자폭해! 조금이라도 피해를 줘야 한다!

붉은 요녀의 명령에 그녀의 부하들이 일제히 기운을 끌어 올렸다.

하지만 이미 많이 겪어 본 패턴에 아이언이 멍청하게 당해 줄 리 없었다.

뱁새에 의해 증폭된 신성력이 그들을 향해 집중적으로 뿌려지면서 그들의 힘을 찍어 눌렀다.

“얌전히 죽어라.”

아이언이 귀찮다는 듯, 한껏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러자 그녀가 입술을 깨물었다.

서부에서 중앙으로 진군할 때 들었던 보고보다 더 강력했다.

특히 신성력은 그때보다 갑절은 강한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영감한테 힘만 빼앗기지 않았어도…….

마스터를 죽일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전력을 다했기 때문일까?

아이언을 상대로 영 힘을 쓰지 못했다.

이 상태로 무난하게 죽는 것은 치욕스러웠다.

목숨은 아깝지 않았다.

황족들의 목숨을 직접 끊지 못해도, 대의를 위해서 중앙군만이라도 반파시키고 산화할 생각이었던 그녀다.

그러나 이렇게 아무것도 못하고 죽을 순 없었다.

카각!

가진 모든 힘을 폭주시키려 해도, 그것을 눈치챈 아이언이 신성력을 집중시켜 찍어 눌러서인지 쉽지 않았다.

이 상태로 시간이 더 지나면 저들에게 포로가 될 것이다.

그럴 바에야 자결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녀의 자존심이 그 선택을 자꾸만 미루고 있었다.

바로 그때, 성역을 감싸는 결계 일부가 뚫리면서 거대한 핏빛 창이 아이언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것을 부엉이의 광선이 막아 냈지만 완전히 파괴하지 못하고 결국 아이언에게 도달했다.

카가가각!

“이건…….”

이미 한번 느껴 봤던 익숙한 기운.

그리고 이 정도 힘을 쓸 수 있는 피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자는 아이언이 알기로 딱 하나뿐이었다.

“그때 만났던 녀석인가?"

어느새 붉은 요녀를 뒤로 빼내고 자신을 감싸는 핏빛 결계.

하지만 이번엔 결계가 완성되지 않았다.

아이언의 장점은 한번 당한 건 웬만해선 다시 당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몬스터와 싸울 때도 철저하게 약점을 파악해서 공략하는 것이 아이언이었다.

그렇다 보니 두 번째로 마주한 핏빛 결계 역시 막대한 신성력으로 뚫어 버렸다.

그러자 그 사이를 두 개의 달이 날아들면서 아이언의 앞을 막아섰다.

“그때와는 다를 거야.”

-역시…… 곤란해.

다시 만난 몰리나를 향해 아이언이 웃으면서 말했다.

부족한 병력으로 싸웠을 때와는 달리 지금은 마스터까지 포함된 전력이다.

부상을 입어 힘의 반도 못 쓴다지만, 마스터는 마스터다.

게다가 중앙군과 자신의 부대가 성역이라는 이점을 살려 압도하고 있는 상황.

-더 강해진 거 같은데?

몰리나가 곤란한 표정으로 말했지만 아이언은 대답 대신 검을 휘둘렀다.

어느새 팍팍 튀는 뇌전이 강철 마력을 타고 주변으로 퍼져 나가면서 붉은 안개를 태워 갔다.

동시에 몰리나가 만든 피의 영역 역시 실시간으로 정화시켜 버렸다.

신수들의 힘을 이용해 뱀파이어의 모든 힘을 무력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신성력이 모자라다면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면 그만이었다.

피닉스 역시 압도적인 정화의 힘을 갖고 있었다.

-우리 일족의 상대로는 정말 최악이네.

피를 태우고 정화시키는 아이언의 힘은 자신들을 죽이기 위해 파견된 사신과도 같았다.

죽음의 신을 모시고 있는 자신들이 죽음을 무서워할 날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지금 눈앞에서 그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 수고로움은 예상한 바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우릴 잡기는 힘들 거야. 아직 할 일이 남았거든. 아쉽게도 지금 죽어 줄 순 없겠어.

“개소리.”

몰리나의 말에 아이언이 모든 힘을 끌어 올렸다.

저 정도 되는 존재를 상대로 힘을 아껴 가며 싸울 수는 없었다.

처음부터 전력으로 끝장낼 생각으로 힘을 끌어 올리자, 두 개의 달 역시 그의 의지를 읽은 것인지 본격적으로 상대를 압박했다.

거대한 몸으로 뒤를 가로막고 두 눈에서 단번에 소멸시킬 강대한 빛줄기를 뿜어냈다.

하지만 그 모든 힘이 일순간 소멸되었다.

대신 그의 몸 주변에 강력한 검은 힘이 뿜어졌다.

신성력과 반대되는 죽음의 힘.

그것이 서서히 몸집을 키워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하늘은 너희들이 가져라, 우린 지하를 가질 테니.

“갑자기 무슨……?”

몰리나의 말이 시작됨과 동시에 곧이어 그를 따라온 모든 뱀파이어들이 피를 뚝뚝 흘리면서 이상한 언어로 무언가를 읊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붉은 요녀의 휘하 병력 역시 그들처럼 피를 흘리면서 중얼거렸다. 그러자 병력이 전부 대지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뒤로 빠져 있던 붉은 요녀가 재빨리 몰리나에게 다가왔다.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건지 알기나 해?

-그들이 동의한 일이다.

-너…….

붉은 요녀가 그를 매섭게 노려보자 몰리나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황제를 상대하기 위해선 네가 필요하다. 이런 곳에서 널 죽일 순 없다.

-아무리 그래도 동료를 지옥에 팔아넘겨! 이러면 우리가 그들과 다를 바 없잖아!

붉은 요녀의 절규 어린 외침에 몰리나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안식을 거부한 건 동료들이야. 지옥에서 보자는군.

몰리나의 말에 붉은 요녀가 고개를 떨궜다.

그녀 역시 이제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았다.

여기서 자신의 고집에 의해 실패한다면 지옥에 가서도 희생된 동료들의 얼굴을 보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 모든 일이 끝나면 내가 직접 지옥에 가서 사죄하겠어.

붉은 요녀의 말에 몰리나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모든 것은 대의를 위해서다.

자신들이 계획한 모든 일이 끝나면 스스로 지옥으로 걸어 들어가 사죄할 것이다.

그런 그들의 의지를 느꼈는지 죽음의 군대 전부가 검은 피를 흘리면서 하나둘 검은 대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걸 막기 위해 아이언이 몰리나를 향해 달려들었지만 수천수만의 뼈들이 솟아오르면서 앞을 막아섰다.

-만약 이곳에서 살아남는다면 중앙으로 와라. 우리가 파헤친 진실을 직접 보아라. 그리고 판단해라.

몰리나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아이언을 보면서 나직이 말했다.

-이 환난이 우리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닌, 황족 그들로 인해 시작되었음을 네 눈으로 직접 확인해.

이번엔 붉은 요녀가 그렇게 말하고선 검은 기운과 함께 인영이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나!”

아이언이 그 말과 함께 모든 신성력을 개방했다.

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압도적인 신성력이 하늘을 뒤덮고 모든 부정한 것을 소멸시켜 나갔다.

하지만 그 압도적인 신성력조차 죽음의 대지를 정화시키지는 못했다.

몰리나가 말했던 것처럼 지상은 신성력이, 지하는 죽음의 힘이 장악하며 경계를 만들어 낸 것이다.

검은 안개가 자욱해지면서 결국 붉은 요녀와 몰리나는 자취를 감춰 버렸고, 그 대신 거대한 뼈로 이루어진 무언가가 죽음의 대지에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엄청난 숫자의 죽음의 군대를 먹고 나타난 거대한 뼈의 기사.

나타난 것만으로 압도적인 힘을 뿜어내는 존재감에 아이언이 이를 악물 때, 그의 심장이 고동치기 시작했다.

-끼룩!

오랜만에 들려오는 음성.

그 음성이 아이언의 머릿속에 파고듦과 동시에 하늘에 거대한 뇌전의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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