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144화 (144/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44)

49. 중앙 지역의 혼란 (3)

사태가 이렇게 커져 버린 것은 사실 중앙이 자초했기 때문이다.

뤼순과 중앙의 장난질로 아이언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만 갔고, 많은 이들이 아이언이 군단급 병력을 지휘하는 게 맞는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군법학자부터 제국민까지 원론을 중시할 것인지, 위기 상황이니 예외로 둬야 할지 판단했다.

군단장급을 보내서 아이언의 부대를 임시로 지휘시켜야 한다는 주장과, 아이언이 활약해 온 것을 감안해 그가 직접 지휘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그런 상황에서 비공선을 타고 아이언이 있는 곳까지 직접 찾아온 기자들.

제국에서 가장 유명인이 되어 버린 아이언의 인터뷰를 따기 위해 기자들이 직접 움직인 것이다.

신문사들끼리 돈을 모아서 위험을 감수하고 소렌령까지 찾아온 기자들을, 아이언은 극진히 대접했다.

독선적이고 예의 없다는 내부 고발자의 말과는 다르게 자신들을 챙겨 주는 그의 모습에, 기자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들도 눈이 있고 머리가 있으니 오면서 병력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전부 보았다.

훈련하는 병사들의 모습은 정말 처절했다.

온몸에 흙이 묻어 더러웠고, 여기저기 잔상처들도 많았다.

하지만 훈련할 때를 제외하면?

1. 식사는 풍족하게 챙겨 준다.

2. 휴식 시간도 충분히 챙겨 준다.

3. 근무시간 외에 터치가 없다.

병사들이 가장 원하는 세 가지를 확실히 보장해서 그런 것일까?

훈련이 빡세서 힘들다는 것을 제외하면 크게 불만은 없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몰래 인터뷰를 해도 훈련이 힘들다는 것을 제외하곤 아이언을 욕하는 모습은 없었다.

오히려 그 덕분에 살았다는 것과, 이렇게 안전한 곳에 있을 수 있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고마워했다.

그런 상황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으니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쯤은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소문은 가짜였습니다. 중앙이 의도적으로 아이언 준장을 깎아내리는 것 같습니다.]

기자들이 바쁘게 신문사로 이러한 사실을 적은 보고서를 보냈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한 아이언은 빙그레 웃으면서 기자들에게 폭탄을 던져 줬다.

힘들게 여기까지 찾아온 그들에게 선물을 준 것이다.

그것이 바로 <중앙의 비밀 연구소와 불법적인 실험에 관한 증거>였다.

“이…… 이것이 사실입니까?”

“증거는 충분히 갖고 있고, 이미 중앙에 보고는 올려 뒀습니다. 하지만 답이 없군요.”

아이언의 말에 기자들의 눈이 빛났다.

중앙의 비리.

그리고 그걸 덮기 위해 의도적으로 아이언을 모함하는 관료들.

스토리는 완성되었으니 이제 기사를 작성하는 것만 남았다.

소렌령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은 기자들이 재빨리 수도로 돌아갔다.

그리고 현재.

“황제는 해명하라!”

“해명하라!”

“해명하라!”

“영웅을 모함하는 관료들은 전부 사퇴하라!”

“사퇴하라!”

“사퇴하라!”

제국민들이 모여서 시위하고 있었지만, 중앙은 답이 없었다.

그저 침묵하고 시간이 지나면 제국민들의 분노가 가라앉던 때완 완전히 다르다.

중앙군의 붕괴.

그리고 피난 온 중앙에 살던 제국민들.

거기다가 실종자들의 가족들까지.

모든 이들이 분노에 황제가 직접 이 사태에 대해 해명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전 북동부 때와는 차원이 다른 움직임.

그때는 분노했지만 그래도 다른 지역의 일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당장 삶의 터전을 잃은 자들은 물론이고 실종자들의 가족, 과도한 세금, 죽음의 군대에 위협받는 삶, 이 모든 것이 곪아 터진 것처럼 분노로 표출된 것이다.

“난리 났군.”

아이언이 빙그레 웃으면서 수도의 시위 현장을 담은 신문을 보았다.

흑백으로 시위 현장을 담은 장면이 신문 첫 장에 대문짝만 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이제 중앙과는 완전히 갈라서게 되셨습니다.”

아리엘이 씁쓸한 표정으로 말하자 아이언은 피식 웃었다.

“왜, 아쉬워?”

“앞으로 여단장님의 앞길을 계속 방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리엘의 말처럼 그들은 이번 일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사단장이야 공을 세우면 어떻게든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북동부와 북부뿐만 아니라 동부 사령관과 서부 사령관 역시 자신에게 호의적이기에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군단장부터는 말이 달라진다.

제국 전체에 군단장이라고 해 봐야 스무 명이 조금 넘는 수준.

그렇다 보니 필히 중앙과의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 그들이 호락호락 아이언의 진급을 허락할 리가 없었다.

이번 공으로 사단장은 확실시되고 군단장을 바라봐야 할 텐데, 중앙과 척진 아이언의 앞길은 어둡기만 했다.

“방해라……. 이젠 의미가 없어.”

아이언에게 중앙의 방해 따윈 이제 별 의미가 없었다.

중앙이 어떤 행동을 하든 아이언에게 티끌만큼의 감흥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북동부로 돌아가시려는 겁니까?”

아리엘의 말에 아이언이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대로 북동부로 돌아가는 것.

그것은 더 이상 공을 세우지 않고 안전한 곳에서 천천히 군 생활을 하겠다는 의미였다.

사실 아이언은 이미 초고속 진급을 한 상황이라 그래도 상관은 없었다.

“그것도 나쁘진 않겠지. 하지만 아냐.”

“그럼……?”

“더 이상 중앙을 신경 쓰지 않겠다는 의미야. 좀 더 확실하게 말하자면…….”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일어나 아리엘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제국을 버린다.”

“……!”

아이언의 말에 아리엘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지금 수도는 혼란스럽지? 하지만 난 계속 그들의 비리의 증거를 던져 주면서 혼란을 가중시킬 거야. 그럼 죽음의 군단으로부터 수도를 지키는 수도방위군은 어떨까?”

아이언의 물음에 아리엘은 침묵했다.

아무리 정예들만 모았다고 하더라도, 수도가 시끄럽다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기는 떨어지고, 혼란해하는 자들이 나올 것이다.

그리고 이 기회를, 죽음의 군단은 결코 놓치지 않을 것이다.

“난 수도가 위기 상황에 빠져도 돕지 않을 거다.”

“자칫…… 반역으로 오인받을 수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중앙군을 도우러 가면 어떨까?”

아이언이 빙그레 웃으면서 말하자 그녀는 인상을 찌푸렸다.

“어차피 중앙군이 수도방위군을 도우러 올 텐데요.”

“죽음의 군대가 바보도 아니고, 그걸 내버려 둘까?”

“음…….”

“필시 그들을 저지할 병력을 냅두고 전 병력을 수도에 때려 박겠지.”

수도만 점령하면 어떤 희생이 있더라도 죽음의 군대가 승리하는 것이 된다.

어차피 병력이야 수도에 사는 수많은 자들을 부활시키면 되는 일이고, 주요 지휘관만 살아남는다면 죽음의 군단은 몇 개라도 만들 수 있다.

설령 전멸한다고 하더라도, 황제만 죽일 수 있다면 그들은 성공했다고 믿을 것이다.

그들의 주목적은 어떤 희생이 있더라도 제국과 황족에게 복수하는 것일 테니 말이다.

“우리가 중앙 지역에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실상은 반쪽짜리 군단에 불과해. 이 병력으로 수도를 돕는다? 의미 있는 전력일까?”

아이언의 물음에 아리엘은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성역을 포함해 아이언의 신수들이 가세한다 하더라도 애매했다.

사실상 아이언을 제외하면 정예 병력으로 구성된 사단급 병력에게도 애먹는 것이 지금의 소렌에 모인 군대였다.

“그런데 중앙군을 돕는다면 어떨까?”

“중앙군의 발이 풀리게 될 겁니다.”

“그렇지. 수도가 끝끝내 버텨 내면서 후에 나에게 징계를 내리려 한다면 난 유의미한 성과를 위해 중앙군을 도우러 갔다고 하면 돼.”

아이언의 말에 아리엘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휘관으로서의 판단.

그것은 이런 위기 상황 속에서는 철저하게 재량에 따른다.

아무리 중앙이라도 전쟁 중에 지휘관의 재량권을 억제할 수는 없었다.

그러기 위해선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그 명분이라는 것이 말에 따라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이라 논쟁의 여지가 있었다.

“수도방위군이 굳건하게 버텨 줄 거라 믿으며 중앙군과 함께 도우려 했다는 말을 하면 그럴듯하지?”

“그렇긴 합니다만…… 만약 정말로 수도가 붕괴된다면…… 큰일 아닙니까?”

“연구소에서 그렇게 실험했으면 뭐라도 튀어나와 막겠지. 이런 위기 상황에서 사용하려고 그런 개 같은 짓을 벌인 거 아니겠어?”

아이언이 싸늘한 표정으로 말하자 아리엘은 입을 다물었다.

‘만약 진짜 뚫린다면 오히려 더 좋지.’

아이언은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세계의 비밀.

그것을 품고 있는 황족.

수도가 뚫려 죽음의 군대가 황궁에 도달한다면 그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 전에 갓게임이 퀘스트를 던져 줄지도 모른다.

‘정말 황족이 중요한 존재라면 퀘스트라도 주고 막으라고 할 테지.’

아이언은 그때까지 굳이 수도에 도움을 줄 생각이 없었다.

이세계인들 역시 그것을 노리고 수도에서 나와 따로 모여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영악한 그들은 제국민들이 얼마나 죽든 이곳 세계가 어찌 되든 상관이 없었다.

자신들의 본래 세계만 무사하다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한때는 그렇게 생각했지.’

아이언은 그렇게 생각하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제 그는 현실이 되어 버린 이곳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움직이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 결정은 잘못된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중앙의 잘못된 행동들을 필요악이라 치부하며 용인할 수는 없었다.

그런 아이언의 결심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꺼지지 않게 장작을 계속해서 던져 주면서 중앙의 비리들을 폭로했다.

[ 구소. 과연 이번만의 문제일까?]

[아이언 카터 준장이 또 공개하다!]

[그곳에 벌써 수십 년 이상 이런 연구가 진행되었다는 게 드러났다! 중앙은 과연 얼마나 썩은 것인가!]

[위태로운 황권, 썩어 버린 중앙 관료들. 최악의 위기 상황 속에서 과연 이들을 믿을 수 있을까?]

시위를 벌이는 제국민들의 힘에 신문사들이 일제히 올라타 중앙을 압박했다.

이대로라면 중앙 정치가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

바로 그때, 황궁은 최악의 선택을 했다.

“오늘부로 계엄령을 발동한다. 죽음의 군대가 코앞에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혼란을 묵과할 수 없는 바, 앞으로 모든 시위는 금한다. 또한 수도의 시민들 중 남성들은 병사로 차출될 것이며, 필요에 따라 일부 시민들의 재산이 압수될 수 있다. 이 모든 건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황제 폐하의 지엄하신 명령이다.”

계엄령.

제국의 위기 상황에서 발동될 수 있는 황제의 고유한 권한.

마침내 그것이 발동된 것이다.

그동안 제국은 위기가 아니라며 끝까지 미루고 미뤄 두었던 계엄령을 최악의 상황에서 꺼내 든 것이다.

그러자 수도의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또한 수도뿐만 아니라 제국 전역이 혼란에 빠졌다.

북부를 제외한 모든 곳이 어려운 상황에서 계엄령을 발동했기에 타 지역의 군은 좋든 싫든 중앙 지역으로 지원군을 보내야 할 판이었다.

황제가 그것을 원했고, 계엄령이 발동된 이상 지금의 황제가 가진 권한은 절대적이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마지막 카드를 썼네?”

아이언이 이때만을 기다렸다는 듯, 빙그레 웃으면서 군을 움직일 준비를 했다.

중앙 지역의 서남부에 위치한 중앙군, 그리고 이세계인들 역시 군을 움직일 준비를 했다.

그리고 계엄령 발동을 기다렸다는 듯, 죽음의 군대 역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이언과 이세계인들을 견제하던 모든 죽음의 부대들이 일제히 수도를 향한 것이다.

서부와 남부를 치던 죽음의 부대들도, 중앙 지역 곳곳에 흩어져 있던 죽음의 부대들도 모조리 수도로 모여들면서 중앙 지역 최후의 전투를 위해 모든 이들이 움직였다.

수도방위군과 죽음의 군대가 서로를 마주 보면서 어떠한 전투도 없이 대규모 전쟁을 위해 숨죽이며 기다렸다.

죽음의 군대는 자신들이 유리한 최고의 시간대에 공격하기 위해 기다렸고, 수도방위군은 다른 지역의 군대가 도우러 올 때까지 버텨 볼 심산으로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 긴장 어린 나날들이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벌컥!

“시작됐습니다!”

아이언이 집무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아리엘이 다급하게 말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아이언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우리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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