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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143화 (143/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43)

49. 중앙 지역의 혼란 (2)

아이언의 무례한 언사에 뤼순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붉으락푸르락하는 얼굴로 테이블을 쾅 쳤다.

“무례하군! 자네 지금……!”

뤼순이 아이언에게 뭐라 하려는 찰나에 아이언의 마력이 방 안 가득히 차오르기 시작했다.

사단장까지 오른 짬밥이 있기에 5단계 언저리에 오른 뤼순이지만 아이언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압도적인 마력으로 찍어 누른 아이언이 분노가 가득 담긴 눈으로 뤼순을 바라보았다.

“큭! 자네…….”

“소장님.”

아이언은 싸늘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면서 아이언을 두려운 눈으로 마주 보았다.

그런 그를 보면서 아이언은 기세를 줄이고는 말했다.

“보니까 병사들을 버리고 장교와 기사들만 챙겨서 어디 짱박혀 있던 것 같은데…….”

“그…… 그건 어쩔 수…… 없었네. 엘리트들이라도 보존해야 향후…….”

압박이 조금 느슨해지자 변명을 늘어놓는 뤼순.

하지만 그런 뤼순을 벌레 보듯 바라본 아이언은 나직이 말했다.

“그러니까, 병사들을 희생시키고 도망친 주제에 무슨 지휘관을 하겠다고 다시 기어 들어왔냐고.”

“…….”

아이언의 말에 뤼순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도망친 후에 남쪽에 모인 중앙군에 합류했으면 미래를 위해서라는 개소리가 조금은 먹히겠지만…… 그것도 아니잖아? 숨어서 목숨만 부지하다가 여기로 기어 들어와 놓고 무슨 배짱으로 병력을 달라는 거지?”

“자네 말이 조금 심하군. 그래도 내가 소장인데…….”

“군법으로 따지면 바로 참수형이야. 여기서 목을 베지 않는 것만으로 감사하게 여겨.”

이젠 대놓고 반말하며 아이언이 다시금 기세를 끌어 올렸다.

“내일까지 휘하 장교들을 이끌고 여길 나가든지, 아니면 입 닫고 있으라고 해. 그러지 않으면…….”

아이언은 뤼순의 멱살을 잡아끌었다.

“전부 군법으로 참수시킬 거야.”

그렇게 말하면서 멱살을 놓아준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쁘실 텐데 이만 일어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언이 다시 웃으면서 말하자 뤼순은 부들거리면서 분노를 참아 냈다.

“자네, 상급자를 이리 대하고 무사할 것 같은가?”

“상급자라…….”

뤼순의 말에 아리엘의 표정이 구겨졌다.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말귀를 못 알아 처먹는 뤼순 소장을 보니 직접 패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제 검술 경지가 6단계입니다.”

아이언의 말에 뤼순은 침묵했다.

“신수, 신성력, 이런 거 다 제외하고 그냥 순수 검술만 6단계입니다. 거기다가 군 경력도 좀 되네요? 지휘관으로서 증명도 했고요.”

일반적으로 북동부의 사단장급들은 최소 5단계 이상이었는데, 6단계에 들어설 경우 공이 부족해도 먼저 사단장에 오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런데 아이언은 심지어 전쟁 경험마저 많았다.

지휘관으로서 능력 역시 증명되었다.

“공훈 역시 좀 쌓아 뒀습니다.”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목걸이를 꺼냈다.

네 개의 보석이 박혀 있는 철십자는 그가 북동부에서 어떠한 활약을 했는지를 고스란히 나타내 주었다.

사실상 제국 전체에 인정을 받아야 하는 은독수리 훈장을 제외하곤 북동부에서 받을 수 있는 모든 훈장을 받은 셈이었다.

보통 한곳에 머무르는 장교가 해당 지역의 모든 훈장을 받을 경우 사령부에 이름을 남길 정도로 존경을 받는다.

아이언은 스무 살에 이미 그것을 전부 이룬 셈인 것이다.

“제가 원하기만 하면 사단장까진 그냥 올라갑니다.”

“…….”

“당장 중앙에 한자리 달라고 하면 바로 군단장 자리도 내줄 겁니다. 근데 왜 별 하나에 만족한 줄 압니까?”

아이언의 물음에 뤼순이 입을 다물고 가만히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썩어 빠진 중앙군 따위가 아니라 북동부군에 남기 위해 별 하나로 만족한 겁니다.”

“…….”

“그러니까 입 닫고 그냥 시키는 대로 하세요.”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축객령을 내리자 그는 분한 표정으로 집무실을 나갔다.

분했는지 문도 닫지 않고 나가 버리는 뤼순을 본 아리엘이 한숨을 쉬면서 조용히 문을 닫았다.

“괜찮겠습니까?”

“뭐가?”

“가만있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아리엘이 걱정스레 말하자 아이언이 피식 웃었다.

“오히려 그랬으면 좋겠네.”

아이언이 말하는 순간 눈에 살기가 스쳐 지나갔다.

그것을 본 순간 뤼순을 죽일 생각까지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 아리엘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그녀 입장에서도 그게 편할 것 같았다.

“그래도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는데 죽이는 건 문제가 될 겁니다.”

“알아. 저 양반도 중앙군 출신이니 정치는 좀 할 줄 알겠지.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계속 내 신경을 건드릴 거야.”

아이언은 건물 밖으로 나가는 뤼순을 창문으로 바라보았다.

“선을 넘지는 않겠지. 다만…… 내가 참을 수 있는 한계선을 넘어갔는데도 정치질을 한다면…… 목이 붙어 있긴 힘들겠지?”

“그때가 언제입니까?”

“중앙이 삽질하는 날.”

아리엘의 물음에 아이언은 상큼한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얼마 후, 아리엘이 예상했던 일이 일어났다.

큰 모욕을 받은 뤼순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참수한다고 협박받았지만 진짜로 자신을 죽일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기에 벌인 일.

경험 많은 인물답게 철저하게 선을 지키면서 움직였다.

도시 내에서 여론이 움직이지 않자, 다른 지역의 여론을 움직여 수도에까지 이 사실이 들어가게끔 만들었다.

당연히 중앙에서 가장 핫한 인물인 아이언과 관련된 소식을 신문사가 놓칠 리 없었다.

[영웅 아이언. 그는 독선적인 인물?]

아침 헤드라인에 이런 문구가 올라올 정도였다.

아이언에 관련된 소식이라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상관에게 대드는 아이언이라든지, 모욕적인 언사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용한다는 소문들을 기재하며 아이언을 신랄하게 깠다.

모 지휘관이라고 했지만 그게 뤼순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수도에 그를 끌어 준 연줄이라도 있는지, 중앙에서도 아이언을 탓하는 자들이 늘어났다.

아이언의 권한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 그들은 그가 중앙군을 지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여론을 만들었다.

당연히 소렌에도 그 소식이 들어왔다.

“흠…… 준장이 군단급 병력을 지휘하는 건 문제가 있긴 해?”

“확실히 그렇긴 하지. 그래도 해 준 게 있는데…….”

“음…… 잘 모르겠다. 뭐, 윗분들이 알아서 하겠지.”

“그래. 우린 우리 할 일이나 하자고.”

시민들 사이에서의 여론은 반반.

원칙적으로 여단장급은 군단급 병력 운용이 제한되는 게 사실이니, 원론적으로 파고들면 아이언이 불리했다.

그렇다 보니 시민들도 확실히 아이언 편을 들기엔 애매했다.

당연히 중앙군 장교들은 은근슬쩍 아이언의 군 장악에 불만을 드러냈다.

정치질, 혹은 라인으로 올라온 자들이 제 욕심을 주체 못 한 것이다.

물론 머리 좀 돌아가는 자들은 아이언을 굳건히 따르고 있었다.

당장에 아이언과 특수기동단이 빠지면 이곳에 죽음의 군단이 쳐들어올지도 모른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군단급 병력이라 해도 아이언이 빠지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기사단, 마법 병단, 공중 병력, 포병 전력 모두 떨어지는, 말 그대로 인원만 많은 종잇장 같은 군단.

그렇기에 아이언과 특수기동단의 소중함을 알아야 하는데, 당장에 중앙의 라인을 탈 수 있다는 기대감에 잘못된 선택을 하는 자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이걸 보고 속 터지는 건 특수기동단이었다.

그중에서도 분노를 주체 못 하는 한 사람이 곧바로 아이언을 찾아갔다.

“여단장님!”

흥분한 카드로가 문을 벌컥 열었다.

“바쁜데, 왜?”

“저것들 두고 보실 겁니까? 그냥 쫓아내시죠!”

“신경 쓰이냐?”

집무실로 들어온 카드로의 말에 아이언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예, 신경 쓰입니다. 우리가 왜 저딴 것들 때문에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합니까? 이럴 바에 여기를 버리고 서부로 가는 게 백배 낫습니다.”

카드로의 말에 아이언이 사인하던 것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나도 알아.”

“그런데 왜…….”

“때를 기다리는 거야.”

아이언의 말에 카드로가 고개를 갸웃했다.

“때를 기다리는 게 무슨 뜻인지……?”

“말 그대로야. 내가 고작 뤼순 저 영감 따위 때문에 이렇게 참고 있는 것 같아?”

아이언의 물음에 카드로가 고개를 저었다.

“뤼순은 미끼야. 큼지막한 물고기를 잡으려면 기다려야지. 아직 완전히 물지 않았잖아. 완전히 낚싯바늘에 걸려들 때까지 기다려야 해.”

“중앙……입니까?”

아이언은 빙그레 웃었다.

“중앙을 건드리는 건…… 괜찮은 겁니까?”

카드로의 물음에 아이언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중앙에게 한 방 먹이기 위한 준비는 오래전부터 해 왔다.

당장 갖고 있는 건 연구소에 관한 자료들뿐이지만, 그 외에도 북동부로 향하는 지원 물품 비리부터 북부 대전쟁 당시 일부러 지원을 배제한 것까지 여러 가지를 준비했다.

일단 연구소 자료로 카운터를 치고, 중앙의 비리들을 엮어서 반격할 틈도 없이 몰아칠 생각이었다.

‘마지막으로 북동부로 돌아갈 것처럼 언론 플레이 해 주면 끝이지.’

거기까지 생각한 아이언이 사악하게 웃자 그의 웃음을 본 카드로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어…… 음…… 잘 준비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알아들었으면 부하들을 잘 다독여.”

“……예.”

카드로가 얌전히 물러나자 다들 왜 그냥 왔냐고 물었지만, 아이언의 미소를 봤다는 말에 다들 얌전히 돌아갔다.

아주 가끔 보이는 사악한 미소.

그 미소를 보고 나면 다음 날 정말 죽을 것 같은 훈련이 기다리고 있을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머리 굴리는 거 하나는 특출한 아이언이기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면서 뤼순이 언제쯤 선을 넘을지 고대하며 자신의 임무에 충실했다.

그런 그들의 바람은 오래 지나지 않아 이뤄졌다.

쾅!

“뤼순 사단장.”

뤼순이 머물고 있는 집에 직접 쳐들어간 아이언은 그의 앞에 서서 싸늘한 음성으로 말했다.

“이 무슨 무례인가!”

“지금부터 당신을 군법에 저촉된 행위를 한 범죄자로 연행할 거다.”

“뭐…… 뭐?”

아이언의 말에 뤼순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평야 전투에서 패전의 사실을 은폐했으며, 죽음의 부대와의 일전에 부하들을 놔두고 도주해 지휘관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최악의 판단을 했다.”

“그 건은 중앙 군법회의소에서 별문제 없다고…….”

뤼순은 사전에 중앙에 작업해 놨는지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냈다.

하지만 아이언은 상관없다는 듯 말을 이어 나갔다.

“또한 직분을 상실한 상황에서 옛 부하들을 이용해 군의 기밀 내용을 빼내고 불법으로 외부에 알린 점.”

“그것 또한 중앙에 보고를…….”

“보고는 내가 해야 하는 거고.”

싸늘하게 말한 아이언이 앉아 있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할 거면 수도사령부에만 알릴 것이지 왜 신문사에 기밀을 유출해?”

“그…… 그걸 어떻게…….”

“내가 어떻게 알았을까?”

아이언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뤼순을 바라보았다.

“알려 줘?”

“…….”

침묵하는 그에게 아이언은 장난스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부하들 고문 좀 했어. 좀만 만져 주니 줄줄 불더라고?”

아이언의 말에 뤼순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게 선은 넘지 말았어야지. 내가 전에 만났을 때 얘기했잖아.”

아이언은 그 말을 끝으로 등을 돌렸다.

그러자 기사들이 뤼순의 양팔을 잡고 끌어 올렸다.

뤼순은 명색이 사단장에 올랐던 자답게 저항하려 했으나 아이언은 싸늘하게 검을 뽑아 들었다.

“저항하면 그 자리에서 참수다.”

“이…… 이러고도 중앙에서 가만히 있을 것 같나!”

뤼순이 분노한 표정으로 말하자 아이언은 피식 웃었다.

“가만있을걸. 지금 그쪽은 당신 따위를 신경 쓸 여력이 없어.”

아이언은 히죽거리면서 정신없을 중앙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렸다.

그런 그의 예상처럼 중앙은 현재 정신이 없었다.

“무고한 제국민을 희생시킨 게 사실입니까?”

“아이언 카터가 찾은 증거가 정말입니까?”

“비밀 연구소가 있는 것이 정말 사실입니까? 답을 해 주십시오!”

수많은 기자들이 중앙정부청사 앞에 모여들어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출근하는 관료들을 붙잡고 물었지만 모두들 고개만 숙이면서 안으로 들어가기 바빴다.

잘못 입을 놀렸다가는 다음 날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을 테니 그 누구도 입을 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침묵은 해답이 되지 못했다.

그들이 침묵하면 할수록 수도는 더더욱 혼란이 가중되어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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