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41)
48. 흩어진 중앙군을 규합하라 (4)
아이언의 부대가 중앙 지역 서북 면에 자리를 잡고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소문이 났다.
“하얀 부대가 있는 곳으로 가면 살 수 있다.”
“하얀 부대가 올 때까지 버티면 된다.”
북부의 영웅이 이끄는 특수기동단.
이들의 힘이 죽음의 부대와 극상성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중앙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둘 아이언이 있는 곳으로 모여들었다.
그래 봐야 고작 중앙 지역의 서북 면에 숨어 있는 자들 사이에 퍼진 소문에 불과했다.
그래도 서부와 북부까지 도망친 자들이 하나둘 찾아오는 것 보면 아이언이 슬슬 유명세를 타고 있는 게 분명했다.
어떤 이는 아이언이 중앙의 다른 생존 지역처럼 거대 세력화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자들도 있긴 했지만 그걸 믿는 자들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생존 지역은 현재 거대한 세력권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중앙 지역은 크게 3개로 나뉘어 있었다.
첫 번째, 수도방위군을 통해 수도와 인근 영지에 구축된 중앙 지역 최후 방어선.
이곳은 중앙 지역 대부분을 버리고 만든 중앙의 최후 저지선이다.
제국 최고의 엘리트들만 모아 놓은 이 군대는 오합지졸이라는 중앙군의 이미지와는 달리 상당한 전력을 자랑했다.
북동부와 비견될 만큼의 정예들만 모아 놓았는지, 죽음의 부대조차 이곳만은 뚫기를 꺼리고 있었다.
두 번째, 서남부의 붕괴된 중앙군을 규합해서 만든 레오폴드의 중앙군.
이곳은 마스터인 레오폴드와 그의 휘하 기사들 때문인지 오합지졸의 중앙군인데도 꽤 버텨 주고 있었다.
최근엔 전투 경험으로 인해 조금은 노련해진 중앙군이 죽음의 부대와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춰 주었다.
세 번째, 동부와 연결된 길목에 위치한 이세계인들의 길드 연합.
이곳은 이세계인들이 모여 만든 길드들이 반쯤 망가진 도시를 차지해서 만든 세력이다.
중앙군이 붕괴되면서 반쯤 자치령으로 돌아가는 이곳은 동부와 연결된 길목이라 그런지 수많은 이세계인들과 선택받은 자들, 상인들이 모여들면서 거대한 세력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이제는 중앙에서도 섣불리 건들 수 없을 만큼 커졌기에 중앙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이곳에서 가기를 가장 희망했다.
본래는 이 3개의 세력이 중앙 지역의 생존권이었다.
이곳에서 멀어진 곳에 위치한 사람들은 죽음의 부대를 피해 숨어들거나, 다른 지역으로 목숨 걸고 이동하고는 했다.
그런데 이러한 곳이 한 군데 더 생긴 것이다.
규모는 제일 작았지만, 세를 불려 가는 게 심상치 않았다.
처음엔 몇 개 마을 규모에서 병력을 끌어모은 세력에 불과했다.
그래서 그런지 죽음의 부대들 역시 아이언의 특수기동단보단 다른 곳에 더 신경을 썼었다.
당장에 중앙군이 반격의 기치를 들어 올리면서 기세를 끌어 올리고 있었고, 이세계인들 역시 죽음의 존재들의 검은 코어를 활용할 방법을 찾아내면서 미친 듯이 노려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방심한 사이에 아이언은 야금야금 세력을 넓혀 갔다.
[북동부 특수기동단. 중앙 지역의 리네스 남작 영지 탈환]
[아이언 카터 준장! 영지 4개 지역 탈환 성공!]
[중앙 지역 북서부! 아이언 카터 준장을 중심으로 서서히 정상화?]
이때만 하더라도 신문의 페이지 한 면에 소식을 전하는 게 전부였다.
당장 레오폴드가 이끄는 중앙군이 대전쟁 전조를 보이며 긴장감을 조성하는 중이었고, 남부의 상황이 다급했기에 그쪽 위주로 소식을 전하기에도 바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뒤 신문사가 일제히 아이언의 소식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마을 규모를 점령하던 걸 넘어 남작령, 자작령을 집어삼키더니 이제는 백작령의 대도시급을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명실상부 중앙 지역 북서부 지역의 패자였던 소렌령.
이곳은 죽음의 부대가 엘리트들을 상당수 남겨 둘 만큼 중요한 지역이었다.
그렇다 보니 아이언의 특수기동단이 이곳을 노린다는 것은 곧 지금까지와 달리 핵심 지역을 탈환하는 것을 뜻했다.
이 소문에 제국 수도를 비롯한 전 지역이 관심을 기울였다.
[죽음의 군단에 밀린 소렌. 아이언의 부대가 탈환 가능할까?]
이번만큼은 모든 신문사가 대대적으로 아이언의 소식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일간지에나 나오던 아이언의 소식이 신문 일면에 딱 박히면서 모두가 소렌령의 소식을 기다렸다.
그렇게 모두의 관심 속에서 움직이는 특수기동단과 아이언의 휘하로 들어간 중앙군.
여기저기 박박 긁어모아서일까?
아이언의 부대는 사단급의 규모를 넘어서고 있었다.
지상은 중앙군, 공중은 특수기동단으로 구성된 아이언의 병력이 소렌 백작령을 탈환하기 위해 새벽부터 움직였다.
-크에에엑!
대도시에 남겨진 죽음의 부대답게 처음 보는 종류의 괴생명체가 등장했다.
온갖 시체들을 합쳐서 만든 콥스 윙이 하늘을 날아올라 비룡 부대의 앞을 막아섰다.
하지만 선두에 선 아이언이 두 개의 달을 타고 하늘 높은 곳에서 신성력을 내뿜었다.
머리에 얹은 뱁새의 노래와 함께 만들어진 강화된 성역.
그리고 동시에 비공선의 포격와 포병 부대의 신성 포탄으로 밖으로 몰려나오는 죽음의 부대를 쓸어버렸다.
“도시로 진입해라!”
“비룡 부대는 엄호해!”
그렇게 지상군 죽음의 부대 주력을 끌어내는 동안 공중 강습부대가 도시 안으로 진입하고, 비공선이 착륙할 지점을 확보했다.
그 뒤로 특수기동단의 주력부대가 하나둘 도시에 모습을 드러내며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
이제는 도시 대부분을 커버하는 성역의 힘과 신수들, 그리고 노련한 특수기동단의 공격으로 죽음의 부대가 하나둘 죽어 나갔다.
-이틀만 버텨라! 죽음의 군단이 올 것이다!
-죽더라도 최대한 물고 늘어져라! 죽음의 군단이 우리의 복수를 해 줄 것이다!
죽음의 존재들 중에서도 엘리트층에 있는 놈들답게 아이언의 부대를 마지막까지 물고 늘어지려 했다.
분명 대도시에 남은 죽음의 부대는 여단급은 물론 사다급 병력도 쓸어버린 적 있는, 경험 많은 자들이 많았다.
그런데 아이언의 부대를 상대로는 속수무책으로 죽어 나갔다.
콥스 윙과 변종 좀비들까지 동원했지만 그때마다 아이언의 신성력이 뿜어지면서 그들의 힘을 갉아먹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뱀파이어들은 아이언의 신성력에 저항하면서 본래의 힘을 내뿜었다.
죽음의 기운으로 신성력을 밀어내면서 기어코 자신들의 영역을 만들어 냈다.
아리엘과 기사단이 그들을 상대했지만 그들 중에 5단계 이상의 강자가 있어서인지 뚫지 못하고 백중세를 유지했다.
“물러나라.”
아이언이 아리엘을 향해 뒤로 물러나라는 명령을 내리자 기사들 전원의 표정이 굳어졌다.
자신들을 믿지 못했기에 그런 명령을 내린 것이기 때문이다.
아리엘 역시 굳은 표정으로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쓸데없는 희생자 늘리지 마. 앞으로 나랑 같이 해야 할 일이 많은 놈들이 이딴 놈들에게 발목 잡히면 골치 아파.”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면서 홀로 뱀파이어들을 향해 검을 겨눴다.
-성자…….
“와라. 예우를 갖춰 혼자 상대해 주마.”
뱀파이어들을 보면서 그렇게 말하자 그들이 전력을 끌어 올렸다.
저들은 전부 연구소의 실험체들이었다.
이상하게 꺾인 팔다리 모양과 괴이한 모양의 신체 구조를 갖고 있었기에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우리가 끝이 아닐 것이다. 죽음의 군단이 그대를 찾아올 것이니…….
그 말을 끝으로 모든 뱀파이어들이 일제히 아이언을 향해 공격해 들어왔다.
하지만 아이언은 6단계에 이른 검술과 신성력이라는 압도적인 무기로 죽음의 기운과 혈기를 버텨 내면서 하나둘 목을 베어 죽여 나갔다.
서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목이 베이고 심장이 뚫리면서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자들.
마지막까지 남은 건 아이언에게 경고한 뱀파이어뿐이었다.
-희…… 희생자……들에……게 장례……를 치러…… 줬다고…… 들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다.”
-고……맙……다.
그 말과 함께 가루가 되어 사라진 뱀파이어를 보면서 아이언은 착잡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적보다 아군이 미울 때가 바로 이런 장면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감정은 금방 추슬러야 했다.
뱀파이어의 경고처럼 죽음의 군단이 찾아온다면 이번처럼 쉬운 전투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진짜 전투가 다가온다. 대도시를 정비하고 사람들을 빨리 옮겨라. 승리를 만끽하는 건 죽음의 군단을 상대하고 난 뒤에 한다.”
“예!”
아이언의 명령에 기사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재빨리 움직였다.
예상보다 훨씬 강력한 아이언의 힘에 죽음의 군단이 움직였다.
수도방위군을 견제하는 죽음의 군단 주력 중 하나가 대도시를 탈환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다.
죽음의 군단이 오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모여드는 생존자들과 중앙군.
그리고 부서진 건물 잔해들을 이용해 낡은 성벽과 성문을 보수하고, 도시 일부를 요새화하면서 전쟁에 대비했다.
그렇게 죽음의 군단과의 대전투를 대비해 모든 이들이 바삐 움직였다.
중앙군은 물론이고, 특수기동단조차 대부분 대전투에 대한 경험이 적었기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렇게 모두가 긴장한 얼굴로 하루하루 준비할 때, 마침내 그들이 찾아왔다.
검은 안개와 함께 나타난 그들은 곧바로 도시로 향하지 않고 밖에서 진형을 갖추고 바라보기만 했다.
그리고 그사이 여기저기서 모여든 죽음의 부대들이 군단에 합류하면서 세를 불려 나갔다.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계속해서 모여드는 통에 군단급을 한참 넘어가는 대부대가 되어 도시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승산이 있겠습니까?”
아리엘조차 긴장한 표정으로 아이언에게 물을 정도였다.
“날 믿어. 이제 겨우 균형이 맞춰진 것뿐이야. 성역 안이라면 승산은 있어.”
아이언의 말에 아리엘은 신뢰 어린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휘하 장교들 역시 자신들의 지휘관을 믿는 듯, 그들의 눈빛에서 불안감은 사라졌다.
그들을 이끄는 여단장은 실패하는 법이 없었다.
승리를 약속하는 지휘관.
그게 바로 아이언이었다.
그가 승리한다고 말한다면 그건 곧 승리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북동부에서도, 동부에서도, 북부에서도, 그가 있는 전장은 언제나 승리했다.
그리고 서부로 오는 동안 직접 그것을 느낀 부대원들은 자신들의 영웅을 누구보다 신뢰했다.
“믿어라. 반드시 승리한다.”
“예!”
아이언의 확언에 장교들의 머릿속에서 패전은 지워졌다.
오로지 승리만을 위해서 움직였고, 모든 이들이 대전쟁을 위해서 무기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마침내 죽음의 군단이 완성되자 그들이 움직였다.
하늘을 뒤덮은 콥스 윙들을 비공선과 비룡 부대가 막고, 중앙군이 성벽 위에서 죽음의 부대를 상대했다.
개떼처럼 몰려오는 죽음의 군단을 사단급 병력으로 막아야 하는 상황.
하지만 도시 전체에 펼쳐진 성역이 펼쳐지면서 아이언의 외침이 모두의 머릿속에 파고들었다.
“나를 믿어라! 숱하게 죽음의 부대를 박살 낸 나의 경험과 나의 힘을 믿어라! 그럼 너희에게 승리를 약속하겠다!”
아이언의 외침에 모든 병력이 함성을 지르면서 죽음의 부대와 싸워 나갔다.
총을 쏘고, 포탄을 쏘아 내면서 사력을 다해 그들의 진격을 저지했다.
성벽을 넘어오려는 좀비 떼를 막아 내고, 공중에서 떨어지는 뱀파이어들을 특수기동단이 상대했다.
성역이라는 필드에서 우위를 점하고 싸우고 있음에도 죽음의 군단의 힘은 강력했다.
뱀파이어의 힘에 온갖 실험으로 강화된 육체.
키메라와 뱀파이어의 힘이 합쳐진 육체에 공허의 힘을 빌려 죽음의 힘을 얻어 언데드의 특성까지 갖춘 그들의 힘은 막강했다.
그리고 이들을 이끄는 자의 힘은 특히 막강했다.
오래전 뱀파이어 중 상위 귀족 출신들이 가진 힘을 모조리 재현하고 있었다.
뱀파이어 고유 능력 - 피의 마법.
거기다 죽음의 안개까지 펼쳐지면서 선두에서 싸우던 아이언을 감싸 버렸다.
“피의 결계인가?”
-너의 능력은 까다로우니…… 내가 직접 상대해야겠지.
피의 결계를 친 뱀파이어가 송곳니를 드러내면서 미소를 지었다.
“통성명이나 하지. 특수기동단 여단장 아이언 카터다.”
-죽음의 군단장 몰리나다. 데파이어 상원 의원도 겸직하고 있지.
“데파이어?”
-데스와 뱀파이어를 합친 거라더군. 우리 종족의 이름이다.
“아…….”
몰리나의 말에 아이언은 침묵했다.
-성의 없게 지은 거 알고 있으니 그렇게 볼 거 없다.
“흠흠…….”
아이언은 헛기침을 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듣기론 중앙에 적대적인 감정을 갖고 있다던데…… 맞나?
“그게 무슨 상관이지?”
-우리의 ‘적’은 같다.
“공허와 손잡은 놈들과는 협상 같은 거 안 한다.”
아이언의 단호한 대답에 그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변명이라도 하려는 듯 입을 달싹이는 그를 보면서 아이언은 싸늘한 음성으로 말했다.
“너희들이 억울한 피해자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공허와 손잡은 시점에서 인류의 ‘적’이 된 거다. 중앙이 병신 짓을 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야.”
-……쯧, 협상은 어렵겠군.
“할 말 다 했으면 목이나 내놔.”
그렇게 말하면서 아이언은 빠른 검속으로 몰리나의 목을 노렸다.
하지만 녀석은 이제까지 만났던 잔챙이와 다르게 아이언의 공격을 힘들이지 않고 피해 냈다.
동시에 힘을 뿜어내면서 도리어 압박해 왔다.
여태껏 만나 왔던 뱀파이어들과는 격이 다른 힘이 느껴지자 아이언이 표정을 굳혔다.
-신수 없이 나한테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글쎄…… 한 가지 확실한 건 시간을 끌기만 하면 내 신수들이 너희들의 군단을 박살 내 줄 거라는 사실이지.”
-우리 군단이 먼저 박살 나는지, 네가 먼저 죽는지 한번 볼까?
몰리나가 그렇게 말하면서 모든 힘을 개방했다,
그러자 뱀파이어의 혈족 기술이 마법진을 통해 힘을 온전히 드러냈다.
수백 수천의 피의 창이 쏟아지고, 피의 환각과 피의 폭풍이 아이언을 괴롭혔다.
동시에 죽음의 기운이 수시로 아이언의 사방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검은 안개가 아귀의 모습을 하면서 물어뜯으려 했다.
콰앙!
-신성력…… 거슬리네.
직접 주먹을 휘두른 몰리나가 아이언의 신성력을 느끼며 인상을 찡그렸다.
성흔에서 나오는 신성력이 죽음의 힘을 소멸시키고, 피의 마법마저 받아치고 있었다.
부정한 것을 정화시키는 힘이 그의 힘 대부분을 막아 주다 보니 남은 힘만 상대하는 아이언은 상대적으로 버티기 수월했다.
그래서 몰리나는 실험으로 강화된 육체로 직접 부딪쳐 보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6단계 검술을 허투루 이룬 것이 아니기에 단단히 버텨 내면서 조금도 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언의 생각은 달랐다.
‘마스터에 근접한 힘인가?’
아이언이 그렇게 생각하며 식은땀을 흘렸다.
신성력이 아니었다면 벌써 자신의 목숨은 끊어졌을 것이다.
신수까지 포함된 전력이라면 아이언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으나 현재 자신의 힘으로는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신성력을 사용하는 게 점차 버거워지고 있었다.
성역을 유지하면서 몰리나의 공격을 막아 내야 했기에 힘겨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파지직!
-그 전기…… 이세계인들이 사용하는 고유 능력 같은데…… 맞나?
몰리나의 말에 아이언이 대답하지 않고 전기를 더욱 강하게 뿜어냈다.
동시에 강철검이 하얗게 서리가 끼면서 냉기를 뿜어냈다.
-하하! 냉기까지? 거참…… 비밀이 많은 친구군.
“여유롭나 봐?”
-사실 여유는 없어. 네 신수들이 생각보다 강해서 말이야.
몰리나가 그렇게 말하면서 아이언을 미친 듯이 공격했다.
사실상 이 전투는 아이언을 꺾으면 승리요, 그러지 못한다면 패배하는 전투였다.
그렇기에 모든 힘을 아이언에게 쏟아 냈다.
하지만 아이언은 끝끝내 버텨 냈다.
괜히 4단계 시절에 자신보다 훨씬 강한 존재들한테서도 살아남았으며, 5단계에 이르고서도 몇 번이나 죽음의 위기 속에서 살아남은 게 아니었다.
마스터에 근접한 힘이라고는 하지만 극상성의 신성력이 있었기에 기어코 버텨 낼 수 있었다.
-쯧!
한참을 공격하던 몰리나가 혀를 차면서 계속 압박하던 것을 멈추고 멀찍이 떨어졌다.
-아무래도 우리 패배인 것 같군. 너만 묶어 두면 어찌어찌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부하들을 잘 키웠나 봐?
몰리나 그렇게 말하면서 아쉬워했다.
-이번엔 물러나야겠어.
그의 말에 평소라면 막았을 아이언이지만 지금은 그러지 못했다.
그 역시 점차 힘에 부치는 걸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다.”
-흠…… 뭐지?
“황족의 비밀, 혹시 알고 있나?”
아이언의 물음에 그가 잠시 침묵했다.
그러다 잠시 뒤에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이 세계의 비밀 중 하나를 품고 있다고 말해 두지.
“비……밀?”
아이언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묻자 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 역시 뭔가 제약이 있는 듯싶었다.
-우리가 공허와 계약한 이유 역시 황족의 비밀과 연관되어 있다. 이 이상 알려 줄 순 없을 거 같군. 뭐…… 다른 놈들을 잡아서 물어봤자 대답을 못 해 줄 테니 괜히 고문하지 말고 깔끔하게 죽여 줬으면 좋겠어.
그 말과 함께 피의 결계가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붉은 운무를 만들어 내며 몰리나의 모습이 사라졌다.
아이언은 쫓아가고 싶었지만 여기저기서 폭발음이 들려오면서 자신을 막아섰다.
검은 안개와 핏빛 안개가 뒤섞여 도시 전체를 드리웠지만 아이언이 신성력에 집중하자 이내 그것들이 소멸되면서 도시의 풍경이 드러났다.
사력을 다해 싸웠는지 여기저기 상처 입은 자들이 마지막까지도 무기를 쥐고 있는 게 보였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던 아이언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자신의 곁이 있는 아리엘과 카드로.
그 둘의 검에 독특한 마력의 색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이 둘 때문이었던가?”
벽을 넘은 두 친구들을 보면서 아이언이 미소를 지었다.
한계까지 마력을 쥐어짜 냈는지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 같은 두 친구를 보면서 아이언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고생했다. 우리의 승리다.”
그의 선언에 두 친구가 마지막까지 잡고 있던 정신 줄을 놓으면서 그대로 허물어졌다.
아이언은 그런 둘을 마력을 이용해 받아 내면서 다른 이들을 바라보았다.
“우리의 승리다! 모두가 일궈 낸 이 승리를 만끽해라!”
아이언의 외침에 멍하니 있던 병력이 일제히 함성을 내질렀다.
-죽음의 군단의 압도적인 군세를 부족한 명령으로 이겨 냈습니다. 당신의 승리의 약속이 부하들에게 큰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보상으로 유니크 업적 ‘약속된 승리’를 얻었습니다.
-앞으로 당신이 승리를 약속할 때마다 병사들의 사기가 2배 증가합니다.
-세계의 비밀을 조금 엿보았습니다. 유저 중 가장 먼저 비밀에 근접한 당신에게 보상을 내립니다.
-보상으로 고유 능력 ‘뇌전’이 강화되었습니다. 또한 천둥새의 회복이 보다 빨라집니다.
연이은 알림음이 끝나고 대도시에도 모든 죽음의 존재들이 사라졌다.
죽음의 군단과의 처절한 전투를 버텨 낸 병력과 생존자들이 아이언의 이름을 연호하면서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모두의 환호성과 함께 대전투가 승리로 확정되며 아이언이 중앙의 중요 지역을 공식적으로 점령했다.
그리고 며칠 후 이 사실이 제국 전역에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