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140화 (140/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40)

48. 흩어진 중앙군을 규합하라 (3)

중앙군의 장교가 아이언의 살벌한 협박을 못 이기고 하나둘 불기 시작했다.

중앙 지역 곳곳에 있는 연구소들.

그곳에는 고아들이나, 불법 노예들, 혹은 빚에 허덕이는 자들을 꼬여 내 실험하는 곳이었다.

지역에 한 군데씩 있는데, 연구소가 있는 곳에는 독특한 표식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말단이다 보니 어디 어디에 연구소가 있는지 상세하게는 알지 못했다.

“이게 전부입니다!”

중앙군 장교의 말에 아이언은 인상을 찌푸렸다.

진짜 알짜배기들은 이들을 버리고 수도로 복귀했을 게 뻔하기에 더 파 봐야 아는 게 없을 것 같았다.

연구소 깊숙이 있던 장교들 중에 아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랐다.

그 생각에 한 놈은 살려 둘 걸 그랬나 하고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살기 위해 병사들을 밀어 넣는 쓰레기 같은 놈들을 살려 둬서 내내 마음 쓰는 것보다 깔끔하게 죽이고 가는 게 나았기 때문이다.

“중앙군이 살아남았을 만한 곳을 아는 자가 있나?”

아이언의 물음에 다들 눈치만 보다가 하나둘 말하기 시작했다.

거점을 중심으로 부대를 배정하는 중앙군 특성상 아직 죽음의 부대에 공격받지 않은 곳이 분명 있었다.

그런 곳을 중심으로 훑다 보면 다른 연구소도 발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지금부터 너희들은 내 휘하 병력으로 들어온다. 알겠나?”

“예!”

“좋다. 보니까 마을에 물자가 남아 있는 것 같으니 모아 오도록.”

아이언의 명령에 중앙군의 병력이 마을에 남아 있는 모든 물자를 끌어모았다.

그리고 그중에 쓸 만한 것들만 모아서 군을 재편했다.

중앙군이 그렇게 재편되는 동안 아이언은 휘하 장교들을 불러 모았다.

“한동안은 이곳을 중심으로 움직이게 될 거다.”

아이언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면서 책상에 펼쳐진 지도를 바라보았다.

아이언은 연구소를 중심으로 근방에 중앙군이 있을 만한 곳과, 도시였던 곳, 마을이 있던 곳 등을 지도에 표시했다.

“우린 앞으로 이곳을 중심으로 마을들을 이 잡듯 뒤질 거다. 지금부터 레인저들이 해야 할 일이 많아질 거다.”

아이언의 말에 레인저 대장 닉스 콜이 눈을 빛냈다.

그동안 기사단과 강습부대에 밀렸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제 레인저들이 특기를 발휘할 때가 되었다.

“죽음의 부대가 몰려오는지 정찰하고, 살아남은 중앙군 잔여 병력이 남았는지 수색해야 한다. 상당히 고된 일이 될 텐데 할 수 있겠나?”

“할 수 있습니다.”

“좋아. 일주일 동안 여기서 여기까지 수색하고 정찰해야 한다.”

“반드시 목표를 완수하겠습니다.”

닉스 콜이 눈을 빛내면서 대답하자 아이언은 믿는다는 말과 함께 그를 내보냈다.

“카드로.”

“예!”

“넌 비공선을 임시로 지휘해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도록. 카를과 같이 움직이면서 레인저가 발견한 중앙군을 이송하는 작전을 수행해라.”

“알겠습니다!”

아이언의 명령에 카드로도 고개를 숙이며 밖으로 나갔다.

“아리엘, 넌 나와 같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다.”

“예!”

“그리고 남은 지휘관들보고 중앙군 좀 가르치라고 해.”

그렇게 아리엘마저 명령을 내리고 난 후, 아이언은 지도를 들여다보았다.

중앙 지역의 외곽 지역.

그것도 북부와 가까운 지역이었다.

서부 사령관에 들은 중앙 사령관이 고립된 지역은 서남부.

아이언은 현재 머무는 곳에서 중앙 사령관이 고립된 지역까지 쭉 선을 그었다.

“최대한 병력을 모아야겠지.”

여단급 병력으로 중앙 사령관을 돕는다 한들 전황을 바꿀 만큼 큰 도움이 되긴 힘들었다.

기껏해야 죽음의 군단을 보다 편히 상대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

하지만 아이언은 고작 그 정도로 그칠 생각이 없었다.

그렇기에 흩어진 중앙군을 하나둘 끌어모아 최소 사단급, 최대 군단급까지 끌어모아 죽음의 부대를 상대할 계획이었다.

자신의 신성력으로 만든 성역 안이라면 오합지졸의 중앙군이라도 큰 타격을 입히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그다음은…….”

아이언은 펜을 들어 수도가 그려진 곳을 톡, 하고 찍었다.

“대체 어떤 걸 계획하고 있는지 직접 알아봐야겠지.”

아이언이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겸사겸사 황족의 비밀 역시 알아볼 생각이었다.

무너졌어도 진즉 무너졌어야 할 제국.

그런데도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배경에는 황족이 가진 비밀이 한몫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 비밀을 알기 위해선 최대한 공을 세우고 수도로 들어가야만 했다.

당연하게도 이 연구소를 탈탈 터는 것이 그 첫걸음이었다.

웬만한 건 전부 들고 갔으나 급하게 떠나야만 했는지 바닥의 서류들부터 실험실의 기구들까지 다양한 단서들이 남아 있었다.

폐기 처분된 실험체들의 흔적마저 남아 있었기에 어떤 실험을 했는지 유추는 할 수 있었다.

“이것들이 정녕 인간이 맞는 건가?”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면서 지하를 둘러보았다.

지하 5층까지 만들어진 이 연구소에서 최하층으로 들어가 보니 폐기물들이 급하게 처리되다 만 것이 발견되었다.

문제는 그 대부분의 살점들이 몬스터들이 아닌 인간의 것이라는 점이었다.

이곳에서 실험한 자들이 과연 같은 인간들인가 싶을 정도로 잔인하게 죽어 있는 실험체들을 본 아이언의 표정은 싸늘했다.

“우욱!”

몇몇 마법사들이 구역질을 했고, 같이 따라온 아리엘 역시 표정이 굳어 있었다.

폐기된 몇몇 서류 조각들에서 유추해 낸 이곳 실험실의 주 실험 내용은 인간의 재생력 실험이다.

과거부터 계속 이어져 왔는지 ‘213번째 재생력 강화 업그레이드 방안’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과한 재생력으로 어떤 살점들은 늘어져 있었고 어떤 살점은 부풀어 올라 있었다.

“중앙은…… 예전부터 이런 짓을 해 온 겁니까?”

아리엘의 물음에 아이언은 말없이 살점 덩어리들을 바라보았다.

썩고 부패되어 있는 살점.

죽음의 부대가 이곳을 습격한 것은 이 살점 덩어리에 검은 구슬을 박아 좀비로 만들기 위함이었다.

자신을 실험체에 사용한 놈들에게 복수하게 해 주기 주려 한 것이었다.

이쯤 되면 ‘과연 죽음의 부대가 나쁜 놈들인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무고한 자신들을 실험체로 사용한 중앙에게 복수는 정당한 것이다.

vs

아무것도 모르는 자들을 죽인 시점에서 그들은 ‘악’일 뿐이다.

이 두 가지의 주장이 아이언의 머릿속에서 팽팽하게 싸우고 있었다.

모든 원흉은 중앙 그리고 황족일 뿐이지만, 이미 오랜 시간 제국과 싸워 온 죽음의 존재들 입장에선 제국 그 자체가 악마일 뿐이었다.

“중앙은 선을 넘었어.”

아이언은 싸늘한 표정으로 살점 덩어리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전생의 자신도 실험을 했다.

몬스터의 약점을 더 알기 위해, 그리고 그들을 효과적으로 대항하기 위해 잔인한 실험을 행했다.

하지만 그건 북부를 지키기 위한 대의적인 명분이라도 있었다.

거기다 몬스터들 역시 인간들을 잔인하게 죽이고, 농락했기에 자신의 실험 역시 정당하다는 자신만의 합리화도 가능했다.

‘이건 아니야.’

아이언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중앙에게 이를 갈았다.

같은 종족을 실험한다.

이것만으로도 반인륜적인 일인데, 이놈들은 어린아이조차 실험에 사용했다.

범죄자를 실험에 사용했다면 이해할 여지라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무고한 자들까지 끌어들여 쓴 정황을 들으면서 이들은 참작할 여지가 조금도 없었다.

서부 사령관이 황족을 필요악이라 말했지만 자신은 ‘황족이 꼭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이 계속 들었다.

그리고 오늘, 비로소 다짐했다.

‘황족은 필요 없다.’

황족이 필요한 이유가 어떤 것이든, 기회가 온다면 황족을 쓸어버려야 한다.

이종족과 싸우면 싸울수록 그들을 이해하게 된다.

전생에 북부와 함께 버려졌던 경험으로 인해 버려진 자들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었고, 배신당한 자들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중앙을 증오했다.

‘필요악’이라지만 차라리 그 필요악을 지워 버리고 재앙을 감당할 것이다.

‘이미 갓게임이 시작된 이상, 어차피 재앙은 온다.’

아이언은 혼란했던 마음을 잠재우고 실험실의 최하층에 있는 살점 덩어리들을 지상으로 끌어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병력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들도 눈이 있기에 저것이 사람의 살점 덩어리라는 걸 대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장례 준비를 해라. 무고한 희생자들이니 최선을 다해 예우를 갖추도록.”

아이언의 명령에 병사들은 굳은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살점 덩어리를 한곳에 모으고 장례 준비에 들어갔다.

한곳에 모은 살덩이들에 나무를 얹고 불을 붙였다.

땅에 묻기에는 죽음의 부대가 언제 문제를 일으킬지 알 수 없어서 화장밖에 답이 없었다.

몬스터와 인간의 살덩이들이 뒤엉켜서 불타는 모습을 전 병력이 지켜보면서 그들의 고단했던 삶을 위로했다.

그렇게 연구소에서의 장례 절차를 끝마친 아이언과 특수기동단은 다음 날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오합지졸에 불과한 중앙군의 정신머리를 고치기 위해 대대적으로 굴릴 준비를 시작하고, 주변 마을부터 이 잡듯 뒤지면서 다른 연구소가 있는지 찾았다.

그리고 레인저들은 행동반경을 넓혀 나가면서 남은 중앙군이 있을 만한 곳을 찾았다.

비공선과 비룡 부대의 탐색과 레인저들의 상세 정찰을 통해 숨어 있는 사람들을 구출해 냈다.

“×××마을에서 생존자 발견. 병력 지원 요청.”

“남쪽 60km 떨어진 산속에서 중대 규모의 중앙군 발견. 죽음의 부대와 교전이 일어났지만 큰 피해 없이 승리해 현재 합류 중입니다.”

“동쪽 50km 지점에 생존자 연합 발견. 지상으로 합류하기 어려워 비공선 한 대를 보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남서쪽 지점에서 중앙군 일부 발견. 특이 사항으로 장교 중 하나가 연구소에 관해 알고 있었습니다.”

여기저기서 보고가 들어왔고, 장교들은 정신없이 그것을 처리하기 위해 움직였다.

커버되는 영역이 넓어질수록 병력의 숫자가 더 필요했기에, 결국 훈련 중인 중앙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까운 거리는 중앙군을 통해 커버하고, 특수기동단은 비공선을 타고 움직이면서 활동 영역을 더욱 넓혀 갔다.

“조금 쉬십시오.”

“아직은 괜찮아. 그보다 이 근방에 연구소가 추가적으로 발견되었다며?”

아리엘의 걱정에 아이언은 손을 휘저으면서 물었다.

“예.”

“후…… 이번이 세 번째인가? 많기도 하군.”

그리 넓은 영역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연구소가 세 번째로 발견되었다.

문제는 그때마다 죽음의 부대와 전투를 벌였다는 것이다.

그들 역시 연구소가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곳과 달리 필사적으로 싸우지는 않았다.

연구소를 털 때마다 희생자들을 예우를 갖춰 장례를 치른다는 것을 소문으로 들었는지, 화장할 때만은 멀리서 그것을 지켜보고 사라졌기 때문이다.

“연구소에서 얻은 정보는 바로 나한테 가져와.”

“예.”

아리엘은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하다가 조심스럽게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물어볼 거 있으면 물어봐.”

“그…… 모은 자료들, 사용하실 겁니까?”

아리엘의 물음에 아이언은 찢어진 정보들을 이어붙이고 복원한 실험 자료들을 바라보았다.

최근에 찾은 연구소에는 그림자들이 다녀가지 않았는지, 아니면 급해서 정말 중요한 것만 빼 갔는지는 몰라도 많은 실험 자료들이 남아 있었다.

아이언은 그것과 처음에 찾은 연구소의 폐기된 자료들을 복원해 한쪽에 모아 놨다.

이 자료들을 사용한다는 건 정식으로 중앙에 반발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일단 최대한 모으고…… 사용할지 말지는 그다음에 생각해 봐야겠지. 어차피 나 혼자 결정할 수는 없는 문제잖아?”

아이언의 말에 아리엘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후…… 보고가 끝났으면 너도 나가서 좀 쉬어.”

“……예.”

명령을 받은 아리엘이 작게 고개를 숙이고는 밖으로 나가자 아이언은 실험 자료를 바라보았다.

이걸 사용하는 순간 어쩌면 제국은 붕괴할지도 모른다.

그걸 알기에 섣부르게 사용할 수 없을 테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자료가 언젠가는 반드시 사용될 것이라는 점이다.

제국에 어떠한 충성심도 없는 아이언이기에 이 자료를 사용하는 데 망설임 따윈 없었다.

중앙이 무너질 조짐을 보이는 날, 쐐기를 박는 데 사용될 자료는 오늘도 차곡차곡 모여 가고 있었다.

“이 자료가 사용되는 날…… 그날이 마녀와 한 약속을 이루게 되는 날이 되겠지.”

가슴에 남아 있는 마녀와의 계약.

그 계약의 끝이 그리 머지않았음을 느끼고 있었다.

두근!

심장 속에 남아 있는 마녀의 의지도 기대된다는 듯, 심장을 두근거리면서 어서 빨리 그날이 오기를 고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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