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36)
47. 중앙군의 붕괴 (1)
통신장교의 보고에 아이언이 황급히 일어나 모든 지휘관들을 불러 모았다.
‘중앙군은 붕괴되었다.’
통신장교가 쓴 보고서에 적혀 있는 한 줄의 문장.
하지만 그 문장의 중요도는 몇 장의 문서보다도 컸다.
“이게…… 정말입니까?”
“자세한 건 더 많은 정보가 들어와야 알 것 같지만…… 사실인 것 같다.”
아리엘의 물음에 아이언은 한숨을 쉬면서 대답했다.
자신도 이 정보가 거짓일 가능성을 놓고 다각도로 알아보았지만 사실인 것 같았다.
일부러 부대의 전진을 멈추고 인근 영지의 마법 통신망을 빌려서 중앙군 인근의 군대와 연락을 취했는데, 그 과정에서 중앙과 인접한 여러 곳의 영지에서 지원 요청을 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죽음의 부대가 몰려들면서 중앙 지역의 영지들뿐만 아니라 인근 영지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말로 중앙군이 붕괴되지 않고선 발생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저희 군은 앞으로 어떡합니까?”
카드로의 질문에 모든 지휘관이 가만히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예상치 못한 중앙군의 붕괴로 갑자가 특수기동단이 붕 뜬 상황이었다.
중요성만 보면 서부를 우선시해야 하지만, 만약 수도까지 이상이 있는 상황이라면 무조건 중앙을 뚫고 가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여단급 병력만 가지고 중앙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느냐였다.
그렇다고 중앙을 내버려 두기엔 사안이 너무 심각했다.
어떤 지휘관이라도 지금 상황이라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었다.
“……중앙은 버린다.”
“예?”
“하지만…….”
한참 뒤에 입을 연 아이언의 결정에 모든 장교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미 서부 사령부가 코앞이야. 이 상황에서 중앙으로 가 봤자 늦었어. 일단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서부로 가야 한다. 그리고 통신장교.”
“예!”
“수도 상황을 알아봐.”
“알겠습니다!”
아이언의 명령에 통신장교가 경례를 하고 막사를 나갔다.
“중앙을 지원하는 건 일단 서부 사령부에 도착하고 나서 결정한다. 알겠나?”
“알겠습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곧바로 움직인다. 모든 부대를 집결해서 움직일 준비 하라고 해.”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자 모든 장교들도 함께 일어나 재빠르게 움직였다.
“중앙군이 붕괴됐다라…….”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아이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현재 북부군과 북동부군이 반파된 상황에서 대륙에서 가장 강력한 군을 갖고 있었을 중앙군이 붕괴되었다는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전생에서 북부가 개판으로 변할 때도 꿋꿋하게 버틴 게 중앙군이었기 때문이다.
서부와 동부에도 영향을 미치고, 남부는 테러에 난리가 났음에도 중앙군만은 건실했다.
다른 곳으로의 지원은 쥐꼬리만큼 나가면서까지 지들이 살기 위해 막강한 군사력을 유지했던 놈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중앙군이 무너졌다.
그렇다는 건 수도에도 문제가 생겼단 뜻이다.
“그게 아니라면 일부러 버렸다는 건데…….”
만약 수도가 건실하다면 아이언의 추측이 맞을 가능성이 높았다.
아이언이 기억하는 황족이라면 자신들이 살기 위해 나머지를 버리는 쓰레기 같은 결정을 하고도 남을 놈들이었다.
자신이 가진 정보와 방금 떠오른 추측들을 조합해 봤을 때, 전혀 가능성이 없는 얘기는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군이 중앙을 가는 게 맞을까?
하지만 중앙을 그냥 내버려 둬도 되는 상황도 아니기에 골치가 아팠다.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에 빠져 있을 때, 모든 병력이 집결하여 움직일 준비를 끝마쳤다.
“여단장님! 준비 끝났습니다.”
“움직이자.”
아리엘의 보고에 아이언은 고개를 끄덕이며 비공선에 탑승하라는 명령과 함께 자신도 발걸음을 옮겼다.
곧이어 비공선이 움직이고, 재빠르게 서부의 임시 사령부로 직진했다.
가는 동안 지상에 몬스터들을 발견했지만 무시하고 곧장 직행했다.
그만큼 상황이 급박했다.
그렇게 서부 깊숙한 곳까지 진격하자 머지않아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지형이 보였다.
내부의 적을 막기 위해 임시로 만들어진 전선이 죽음의 부대를 막고 있었다.
하지만 점차 밀려가는 전황에 아이언이 진격을 멈췄다.
“상황이 급박하지만 저것까진 지나칠 순 없겠군. 모두 전투준비 하라고 해.”
아이언의 명령에 통신장교가 모든 비공선에 명령을 내렸고, 비룡 부대 역시 비공선을 호위하면서 대형을 갖추기 시작했다.
얼마 후, 마도포의 입구가 지상을 향하면서 포격 세례를 내리고, 비공선을 공격하려는 놈들을 비룡 기사들이 요격하기 시작했다.
아이언군의 공중 공격에 전선을 밀어붙이던 죽음의 부대 일부가 하늘을 쳐다보면서 독액을 뿜어냈다.
몇몇은 마법으로 비공선을 떨어뜨리려 했다.
하지만 그들의 그런 시도는 연이은 공격에 혼란에 빠졌고, 그 틈을 타서 카드로의 공중 강습부대가 낙하 준비를 시작했다.
“강습부대! 준비.”
카드로의 명령에 전선 안쪽으로 낙하하면서 비공선이 내릴 곳을 만들기 위해 재빠르게 움직였다.
죽음의 부대 중에도 머리가 돌아가는 놈이 있는지 하강하는 비공선을 노리려는 자들이 많았지만 카드로의 부대가 그것을 철저하게 틀어막았다.
비룡 부대 역시 그들을 견제하면서 비공선들이 안전하게 내려앉을 수 있도록 자신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덕분에 안전하게 착지한 비공선들이 여단급 병력을 토해 내고 마지막으로 아이언이 내리면서, 성역을 발동했다.
“시간 없다. 전부 쓸어버리도록.”
“예!”
아이언의 명령과 함께 여단급 병력이 순식간에 적을 섬멸하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밀리면서 막는 데 급급했던 서부군에 성역이라는 강력한 힘과 약점 공략을 통해 죽음의 부대에 특화된 부대원들의 공격이 더해지며 죽음의 부대는 하나둘 소멸하기 시작했다.
성역 안에서는 힘을 못 쓰는 죽음의 부대를 유린하듯 섬멸시키는 아이언의 부대를, 서부군은 멍하니 바라보았다.
분명 소문은 돌고 있었다.
하지만 으레 그렇듯 과장된 소문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중앙 쪽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소문들 중에 영웅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수차례 들려왔지만 현실은 서부로 몰려오는 수많은 죽음의 부대뿐이었다.
북부의 영웅이라는 아이언이 이끄는 부대라지만 지휘관으로서 보여 준 게 적다 보니 믿기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직접 보니 소문은 과장되기는커녕 오히려 축소된 것이었다.
“저게…….”
“아이언의 부대?”
“와…….”
멍하니 바라보는 서부군의 병력.
이런 상황은 장교들 역시 다르지 않았다.
“성역……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장난 아닌데?”
“저 끔찍한 놈들이 힘도 못 쓰고 죽어 나가는군.”
매일같이 죽음을 넘나드는 전투 때문인지 믿을 수 없는 풍경에 정신을 못 차리는 서부군.
하지만 아이언은 그런 그들을 뭐라 하지 않았다.
한계까지 쥐어짜 낸 흔적이 그들의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는 그들을 뭐라 하는 대신 뱁새를 이용해 광역으로 활력을 불어 넣어 주었다.
자신들은 고작 한 번의 전투를 ‘대신’ 치러 줄 뿐이다.
전투가 끝나고 떠나면 이들은 다시금 전선을 유지시키기 위해 죽음의 부대와 싸워야 했기에 지금이라도 푹 쉬길 바랐다.
그런 그의 바람이 깃든 것인지 뱁새도 좀 더 힘을 내면서 병사들을 치유하고 활력을 불어 넣어 주었다.
“가…… 감사합니다.”
순식간에 죽음의 부대를 정리하는 특수기동단을 보면서 장군이 다가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전선 유지를 담당하는 사단장이었다.
그 역시 직접 일선에서 싸웠는지 군복은 헤져 있었고, 얼굴은 꼬질꼬질했다.
“아닙니다. 이렇게라도 서부군에 도움이 되어 다행입니다.”
“후…… 덕분에 한숨 돌렸습니다.”
“좀 더 도와드리고 싶지만 상황이 심상치 않아 바로 사령부로 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 그래야지요.”
사단장도 무엇 때문인지 잘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얼른 가 보기를 권했다.
“서부군에 무운이 깃들기를…….”
“특수기동단에 무신의 축복이 함께하기를…….”
무운을 빈 아이언의 특수기동단은 전투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비공선에 올랐다.
아무리 손쉽게 적을 섬멸했다지만 전투는 전투였다.
피로감이 몰려왔지만 모두들 중앙군의 붕괴 소식을 들었기에 군말 없이 비공선에 올라 서부 사령부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몇 번이나 무너질 것 같은 서부의 전선을 보았다.
그때마다 비공선을 내려 전투를 치를 수는 없었기에 아이언이 직접 비룡을 타고 성역을 만들어 주고 신수들을 불러 도움을 주는 선에서 지원을 마무리했고, 정말 무너지기 직전인 곳에만 병력을 내려 도움을 주었다.
그렇게 하루에 몇 차례의 전투를 치르면서 병력의 피로감이 한계에 다다랐다.
“서부 사령부입니다.”
서부의 영지 중 그나마 괜찮은 성 하나를 거점으로 삼아 임시로 재건한 서부 사령부.
급하게 요새포와 마도포들을 배치하고, 임시로 만든 비공선과 비룡 부대를 이용한 거점 등이 설치되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모든 게 급조한 티가 나는 요새는 굉장히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로 위태로워 보였다.
“저게 서부 사령부라니…….”
한 장교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건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때 제국에서 가장 단단한 요새로 유명했던 서부 사령부가 어찌 저렇게 망가질 수 있는지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치직! 어디에서 온 군입니까?
“북동부군에서 지원 온 특수기동단이다.”
-치지직! 혹시 아이언 준장께서 이끄시는 군입니까?
“그렇다.”
아이언의 대답에 잠시 대답이 없던 통신구에서 다시금 음성이 들려왔다.
-특수기동단의 지원을 환영합니다. 서부 사령관께서 아이언 준장을 곧바로 뵙고자 하십니다.
“내려가는 즉시 찾아가겠다.”
-알겠습니다. 아이언 준장께서 타신 기함만 사령부 중앙으로 오시고 나머지 분들은 동쪽으로 가 주십쇼.
통신장교의 안내에 따라 비공선이 움직이고, 아이언이 타고 있는 비공선에 천천히 사령부 중앙으로 움직였다.
“너희도 동쪽으로 가라. 나 혼자만 내려가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아이언의 명령에 비공선에 타고 있는 장교들이 경례하면서 대답했다.
그들의 경례에 답해 준 아이언은 문을 열고 그대로 뛰어 내렸다.
그러자 두 개의 달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아이언을 태우고 그대로 지상으로 하강했다.
목표한 곳에 부엉이를 타고 내려가자 그곳에 별 4개를 달고 있는 한 중년의 남성이 아이언에게 다가왔다.
“충성! 특수기동단장 아이언 준장입니다.”
“반갑네. 서부 사령관 게르만 룬트 슈타트일세.”
중년 남성이 온몸에 붕대를 칭칭 감은 상태로 멀쩡한 한쪽 팔을 내밀며 악수를 했다.
“어쩌다…….”
마스터인 게르만이 부상자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아이언의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령부가 박살 났을 때 입은 부상일세. 마력에 당한 것이라 포션과 치유 마법으로도 이게 한계더군.”
게르만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붕대를 감은 팔을 살짝 들어 올렸다.
“그보다 소식은 들었겠지?”
“중앙군의 붕괴라면 들었습니다.”
“후…… 그에 대해서 할 말이 있네. 일단 안으로 들어가지.”
게르만은 그렇게 말하면서 목발에 의지한 채 절뚝이며 사령부로 향했다.
그리고 부하들을 물린 뒤 사령부 안의 한적한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후……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자넨 어떻게 할 생각인가?”
“……예?”
아이언이 사령관의 물음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자 그가 한숨을 쉬며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중앙을 도우러 갈 건지 서부에 남아 우릴 도울 건지를 묻는 걸세.”
“아……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아직 정하지 못했습니다. 일단 정보를 좀 더 모은 뒤에 판단할 생각입니다. 그러기 위해 사령부에 곧장 온 것이기도 합니다.”
아이언의 대답에 사령관이 의외라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솔직히 중앙으로 도우러 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네…… 뭔가 알고 있는 것 같군?”
서부 사령관은 아이언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아이언이 그런 그를 보면서 자신이 알고 있는 것 중 일부를 꺼냈다.
“수도방위군이 중앙군을 의도적으로 버린 것 말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