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35)
46. 위기의 서부 전선 (3)
모두가 쉴 때, 아이언은 녀석들의 약점을 파악하기 위해서 온갖 실험을 시작했다.
코어를 빼내고 신성력을 주입해 얼마나 재생력이 있는지부터, 코어의 강도까지 파악하고 소수의 마법사들과 함께 코어에 담긴 힘 등을 확인했다.
몇몇 존재들에게서 발견된 시술의 흔적들을 보면서 어떤 방식의 실험이 있었는지 알아내기 위해 애썼다.
“아쉽네.”
그러나 이런 야전에서 알아낼 수 있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아이언은 갑자기 전생이 그리워졌다.
비록 지금처럼 강하지도 않았고, 모두에게 신뢰받지도 못했지만 지금보다 좋은 조건도 있었다.
바로, 몬스터들의 약점을 알아내기 위해 만든 실험장.
레온하르트의 사자성에 만들어진 그 실험장에서 몬스터들의 약점을 파악하기 위해 매일같이 산 채로 포획한 녀석들을 실험했다.
잔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생명체에게 최소한 편안한 안식을 주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인간의 생존이 보장될 때의 이야기다.
당장 하루가 멀다 하고 전선이 밀리고 죽어 나가는 인간들이 수백 수천이 넘어가는 판국에 그딴 걸 신경 쓰는 게 이상했다.
온갖 실험으로 몬스터들의 약점을 실험을 통해 파악하고, 수많은 전투로 그들의 행동 패턴을 알아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각 몬스터들의 전술을 통해 북부가 멸망하지 않게끔 저지선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아이언은 여기서도 그것을 반복할 생각이었다.
‘미지의 존재? 그딴 건 하나하나 알아내면 그만이야.’
전생에서도 처음 보는 괴물들은 많았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죽여 나가고, 실험을 통해 약점을 파악해서 인류를 성장시켰다.
현생에서도 그것을 반복하면 그만이었다.
살아남은 녀석을 통해 온갖 실험을 통해 약점을 파악하고, 죽어 있는 시체들을 뒤져서 어떤 존재인지 확인하기 위해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뾰족하게 뭔가가 나오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시체가 죽은 자를 되살리고 죽음의 기운을 구슬 형태로 뭉쳐서 흡혈귀도, 언데드도 아닌 존재로 만든 것 같았다.
“후…… 애매하네.”
답답한 아이언이 자신을 죽이려고 피의 폭발을 일으킨 녀석들의 사체를 긁어모아 알아보려 했지만 살점 조각으로 알 수 있는 건 없었다.
결국 대충이나마 알아낸 약점을 부대에 알리고, 정비하는 대로 움직였다.
북부에서 서부의 안쪽으로 진입할수록 검은 안개를 감고 있는 녀석들은 더욱 많이 나타났다.
그때마다 성역의 힘으로 압도적인 전투를 벌였다.
콰아아앙!
“하…… 이 녀석들도 자폭이네.”
아이언은 처음 만난 지휘관 녀석들과 똑같이 자폭하는 것을 보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만나는 녀석들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몇 차례나 만났음에도 지휘관들 중 하나도 생포하지 못했다.
자신을 보자마자 사도라면서 자폭하는 통에 괜한 위기 상황만 초래했기 때문이다.
“짜증 나네.”
“저희들이 생포해 보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저희에게 맡겨 주십쇼.”
아리엘과 카드로의 말에 아이언은 고개를 저었다.
둘의 실력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피의 폭발을 이들이 근접 거리에서 맞게 된다면 목숨이 위험할 가능성이 높았다.
“안 돼.”
아이언의 단호한 대답에 아리엘과 카드로는 이를 악물었다.
동기인데도 불구하고 아이언은 자신들을 믿지 못했다.
이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벌어진 격차에 좌절했던 그들이었지만 그래도 같은 부대에 와서 도움이라도 되고자 했었다.
하지만 그들이 한 거라고는 동기의 압도적인 활약에 업혀 가는 것뿐이었다.
동기들의 표정이 안 좋아지는 걸 확인한 아이언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끝내 버리면 저들이 좌절할 수도 있기에 타이를 방법이 필요했다.
이젠 단순한 동기를 넘어 자신의 부대의 주축들이기 때문이다.
“너희들이 판을 만들어.”
“예?”
“무슨 말씀이신지……?”
아이언의 말에 두 사람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았다.
“나와 지휘관급 녀석들이 싸울 판을 너희들이 만들란 말이야. 내가 녀석들에게 집중할 수만 있다면 한 놈 정도는 어떻게든 살려서 생포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그의 말에 두 사람의 눈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아리엘, 넌 주변의 잡것들이 들러붙지 않게 해 줘.”
“그리하겠습니다.”
아이언의 명령에 아리엘이 믿음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카드로, 넌 레인저와 함께 후방을 휘저어서 최대한 녀석들의 진형을 무너뜨려. 그래야 기사단과 함께 내가 지휘부까지 도착하기 편할 것 같으니까.”
“알겠습니다.”
“나머진 하던 대로 하라고 해. 아직 미숙한 병사들이 많으니까 괜히 어려운 거 시키면 사상자 나온다.”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자 아리엘과 카드로가 미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자신들이 미숙하기에 아이언이 고생하고 있다는 걸 매일같이 실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언의 생각은 달랐다.
이들은 아직 젊었다.
스무 살도 되지 않은 나이에 벌써 수많은 전투에서 경험을 쌓았고, 지금은 자신의 밑에서 하나하나 배워 나가면서 성장하고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 보였기에 믿고 기다릴 수 있었다.
비록 연이어서 사건들이 터지면서 시간적 여유가 없기에 미숙한 점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었지만 그런 것치고는 상당히 훌륭하게 대처하고 있었다.
“잘하고 있어. 이대로 성장하면 1년 안에 내가 원하는 그림에 도달할 수 있을 거야.”
아이언의 말에도 둘의 얼굴은 환해지지 못했다.
그 말은 곧 아직까진 자신들이 짐이라는 것을 말한 것이기에 그러한 것이다.
그런 그들의 표정에 아이언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
대신 더 빠르게 군을 움직여 몬스터들을 찾았다.
최고의 훈련은 실전이다.
살아만 남는다면 강렬한 기억과 육체의 기억이 어떤 훈련보다도 좋은 거름이 되어 줄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혼란한 시기에 실전을 치를 곳은 널려 있었다.
특히 서부 전선이 붕괴된 제국의 서부는 자신들이 활약할 곳이 넘쳐 났다.
그것을 증명하듯 아이언의 부대는 또다시 몬스터들을 만나고, 미지의 군대를 만났다.
그때마다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해 내고, 적을 섬멸했다.
“또 실패인가?”
아이언이 씁쓸한 표정으로 자폭한 지휘관들을 바라보았다.
벌써 몇 차례나 생포하려고 시도했음에도 전부 실패했다.
그때마다 아리엘을 비롯한 지휘관들이 죄송스러운 표정을 지었으나 이건 아이언 자신의 잘못이었다.
“내 잘못이니까 얼굴 펴.”
아이언이 그렇게 말했음에도 괜히 자신들을 위해 그렇게 말해 주는 것처럼 느껴진 것인지 그들의 얼굴은 펴지지 않았다.
그런 그들에게 아이언이 말했다.
“다음엔 반드시 성공한다. 감 잡았어.”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면서 애써 웃으면서 그들을 격려하고는 다시금 이동할 준비를 시작했다.
서부를 휘젓고 다니는 미지의 존재들.
이미 서부에서는 결코 죽지 않는 죽음의 부대들이라는 이명과 함께 공포의 대명사가 되어 가고 있었지만 압도적인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는 아이언의 부대에겐 손쉬운 먹잇감에 불과했다.
한 번이 안 되면 두 번.
두 번이 안 되면 세 번 도전하면 된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수차례나 죽음의 부대의 지휘관급을 생포하기 위해 도전했다.
-크륵…… 사…… 사도…… 끄아아악!
아이언이 일부러 빈틈을 열어 상처 입으면서까지 기어코 한 놈을 낚아챘다.
녀석의 몸에 신성력을 주입해 무력화하자 지휘관 놈들이 황급히 자폭하려 했지만 그걸 봐줄 아이언이 아니었다.
-같이 죽자!
“꺼져!"
이미 몇 차례나 경험한 패턴이기에 두 개의 달로 나머지 놈들을 소멸시켜 버리고는 무력화된 놈이 죽지 못하도록 몸을 묶고 힘을 쓰지 못하도록 신성력으로 내리눌렀다.
“드디어…….”
아이언은 눈을 빛내면서 자신이 잡은 지휘관을 바라보았다.
강력한 신성력에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기절한 놈을 보면서 빙그레 웃었다.
어느새 전장은 정리되기 시작했고, 아이언을 위한 막사가 지어졌다.
-사…… 사도!
“고함질러 봐야 의미 없어.”
-으으으…….
“자폭도 못 할 거다. 물론 자결도 안 될 거고.”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씨익 웃었다.
-어떤 고문을 한다 해도 내 입을 열 순 없을 거다!
“그럴 거 같아. 어차피 너한테 자백을 받아 낼 생각은 없어.”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단검을 뽑아 들었다.
“일단 네 몸이 어떤 구조로 돼먹은 건지부터 알아보자. 시간은 많아.”
아이언의 말에 녀석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명색이 지휘관급이니 부하 녀석과는 다르겠지?”
그렇게 말하면서 단검을 이리저리 돌렸다.
어느새 마법사들도 아이언의 막사에 하나둘 들어오면서 지휘관급을 실험할 준비를 마쳤다.
“자! 그럼 시작하자고?”
아이언의 잔인한 웃음과 함께 지휘관급 개체의 실험이 시작되었다.
가장 처음 알아낸 것은 녀석들의 육체에 그려진 ‘계약의 인’이었다.
두 번째는 실험을 당했는지 봉합 자국이 있는 피부.
마지막으로 뱀파이어의 육체라는 것을 파악했다.
어떠한 것도 묻지 않고 스스로 알아내는 아이언의 모습에 지휘관급 개체의 멘탈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나중엔 미친 듯이 중얼거리면서 정보를 줄줄 내뱉었음에도 아이언은 쉬이 믿지 않았다.
전생에 저런 식으로 말하면서 거짓 정보를 읊어 대는 녀석들을 수 없이 만나 봤기에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의심했다.
“이 녀석은 어쩔까요?”
며칠에 걸친 실험으로 걸레짝이 된 지휘관급 개체를 보면서 마법사가 물었다.
“데려가. 아직 알아볼 게 많아.”
“예!”
아이언의 말에 즉시 비공선으로 데려가는 마법사들.
사로잡은 지휘관급 개체를 통해 알아낸 죽음의 부대가 가진 약점들.
그리고 그들의 목표에 대해 대략적으로 파악한 아이언은 이 정보를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고작 한 녀석의 정보로는 믿기 힘들어.’
아이언이 그렇게 생각하면서 녀석한테 들은 정보가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다시 움직였다.
서부 사령부 쪽으로 가는 동안 몇 명의 지휘관 개체들을 더 잡아내기 위해 일부러 죽음의 부대가 있는 곳으로만 돌아다녔다.
피난 가는 인원들을 지원하며 그들을 쫓는 죽음의 부대를 죽이고 지휘관을 사로잡았다.
대륙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북부로 올라오는 피난민들이 많았기에, 그들을 노리는 죽음의 부대 역시 많았다.
그들을 죽이면 죽일수록 행동 패턴을 파악하게 되었고, 보다 많은 약점을 알 게 된다.
그리고 그건 곧, 그들을 상대하는 고유한 전술을 정립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었고, 그것을 익히고 실전에서 써먹을수록 아이언의 부대는 죽음의 부대를 더 능숙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녀석들이 내뱉은 정보는 사실인가?”
아이언이 지휘관급 개체들의 정보를 종합하자 하나의 사실에 도달했다.
그리고 그 사실은 현재 제국민은 물론 제국의 군대에게 알려져 봐야 좋지 않았다.
이 사실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아이언은 일단 서부 사령부로 향하기로 했다.
비록 서부 전선이 붕괴되었지만 남은 서부군은 사령관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임시로 만든 사령부에서 치열하게 항전 중이었다.
일단 그들을 돕기 위해 움직이기로 마음먹은 아이언이 병력을 빠르게 움직였다.
그동안 죽음의 부대를 찾아다니느라 늦어진 속도를 최대한 빨리 움직인 것이다.
여전히 피난민들을 노리는 죽음의 부대는 많았지만 그들을 전부 찾아서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단 서부군과 합류해 큰 놈부터 조지는 게 더 큰 피해를 막는 길이었다.
그렇게 서부 사령부로 빠르게 이동할 때였다.
비공선을 타고 있던 통신장교가 눈을 부릅뜨더니 황급히 아이언에게 다가왔다.
“여단장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이지?”
급하게 들어온 통신장교를 보면서 아이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중앙군이…… 중앙군이 무너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