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133화 (133/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33)

46. 위기의 서부 전선 (1)

단단한 서부 전선.

강한 이미지의 북부와 달리 서부의 군부는 단단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수많은 외침 속에서도 고고히 그 자리를 지키는 군부.

그것이 서부군이었다.

그런 서부군의 전선이 뚫렸다?

이 소식에 모두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서부가 뚫리다니!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크림슨의 말에 통신장교가 다급히 들은 것을 말했다.

“내부의 공격에 전선이 무너졌다 합니다.”

“내부?”

“그렇습니다. 중앙 쪽에서 몰려오는 몬스터들에 의해 서부 전선이 버티지 못한 듯싶습니다.”

“대체 어떻게……. 더 자세히 말해 보게!”

크림슨의 재촉에 통신장교가 죄송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서부 사령부에서 급박하게 날아온 정보라 더 자세한 건 알 수가 없습니다.”

“지금 당장 서부로 연락을…….”

“해 봤습니다만 통신 두절입니다. 다른 방법으로도 알아보려 했지만…… 사령부 자체가 응답을 하지 않습니다.”

통신장교의 말에 크림슨이 이를 갈았다.

“중앙에서 몬스터들이 몰려온 게 정말로 맞나?”

“……통신은 분명 그렇게 왔습니다.”

통신장교의 확답에 크림슨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면서 머리를 움켜쥐었다.

회의장에 지독한 침묵이 감돌았다.

서부 전선이 뚫렸다는 소식은 곧 회의장을 넘어 사령부 전체에 퍼지기 시작했다.

워낙 충격적인 소식이라 그런지 곳곳에서 이 사실을 상세하게 알기 위해 서부에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정보들이 모였고, 각 지역에서 모은 서로 다른 정보들을 공유하면서 현재 서부의 상황을 대략적으로나마 추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모두가 서부 사태를 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회의를 하고 있을 때였다.

“급보입니다! 나…… 남부 역시 갑작스러운 괴생명체들로 위기라 합니다. 남부군이 급히 모든 병력을 끌어모아 전투 중이지만 힘든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 괴생명체들도 중앙에서 왔나?”

“그…… 그렇습니다!”

크림슨의 물음에 통신장교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회의장은 순식간에 침묵에 빠져들었다.

이곳에서 크림슨이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모를 정도로 눈치 없는 자들은 없었다.

‘중앙이 미쳤나?’

회의장에 있는 모두가 동시에 그런 생각을 했다.

가뜩이나 서부와 남부는 한창 전쟁 중이라 힘든 상황이었는데 중앙이 자신들이 상대하던 몬스터들을 밖에다 뿌린 것이다.

“북부와 동부도 알아보게.”

크림슨의 명령에 통신장교가 다급히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통신장교가 알아보러 나갔음에도 회의장 전원은 나갈 생각도 하지 않고 불편한 침묵 속에서 소식을 기다렸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나자 알아보러 갔던 장교가 회의장으로 들어왔다.

“동부도 일부 몬스터가 몰려왔지만 서부나 남부에 비교할 정도는 아니라고 합니다.”

“북부는?”

“북부는 없었습니다.”

통신장교의 보고에 크림슨이 침음성을 터뜨렸다.

‘약한 곳을 노린 건가?’

크림슨의 생각은 회의장에 있는 모든 장교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제국의 가장 약한 곳을 노린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존재들.

하지만 이상한 건 북부는 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부 대전쟁으로 반쪽자리가 된 북부군이다.

그렇기에 약한 곳을 노렸다면 이쪽도 노려야 맞았다.

‘전쟁 중인 곳만 노리는 건가?’

이중 전선을 만들거나 후방을 신경 쓰기 힘든 곳만 노렸다면 이해가 될 것도 같았지만, 상대는 다름 아닌 몬스터들이다.

아무리 지능이 높다 하더라도 수준 높은 판단을 하려면 정보를 활용할 줄 알아야 하는 법.

즉, 중앙과 전쟁을 벌이던 놈들이 인간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할 줄 아는 수준에 다다랐다는 뜻이었다.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던 것은 중앙에서 막고 있었고 고스트가 각 지역을 지원했기 때문인데, 고스트가 돌아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놈들이 일부러 노렸다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해 보였다.

‘다급해서 그랬던 것인지…… 아니면…….’

크림슨이 그렇게 생각하면서 추가적인 소식을 기다렸다.

일단 정보를 조금이라도 더 모으고 지원을 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했다.

또한 이 사태가 서부와 남부로 끝날 것인지도 봐야 했다.

그렇게 갑작스러운 사태에 사령부가 당황하고 있을 때, 아이언은 부대원과 함께 구르고 있었다.

“커헉!”

“사…… 살려…….”

“엄살 부리지 마라!”

수백의 병사들이 진형을 짜서 아이언을 압박하고 기사들이 빈틈을 파고든다.

아이언을 대형 몬스터 혹은 그에 준하는 고위급 몬스터로 상정하고 훈련하고 있었는데, 문제는 훈련임에도 불구하고 가차 없이 갈기고 있었다는 것이다.

일부러 뭉툭한 철검을 골랐음에도 불구하고 마력이 담긴 이상 의미가 없었다.

“막아라!”

“버텨! 못 버티면 오늘도 자정까지 구른다!”

기사들이 악을 써 대면서 아이언을 막기 위해 몸을 날렸다.

전원 마력검을 두른 상태로 공격해 들어갔지만 어설픈 공격에 당할 아이언이 아니었다.

쾅!

십여 개의 마력검을 동시에 받아 낸 아이언이 그대로 튕겨 내면서 중심이 되는 기사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러자 어느새 나타난 아리엘이 고속으로 이동하며 아이언의 뒤를 노렸다.

극한의 쾌검이라 불리는 은하 유성검이 아이언의 등을 찢어발길 기세로 날아들었다.

하지만 경지의 차이가 심했다.

카앙!

“큽!”

아리엘이 5단계가 코앞이라지만 아이언은 6단계였다.

그 경지의 차이가 뒤를 점했어도 질 수밖에 없었다.

“다음.”

기사단 1개조와 중대 병력을 박살 낸 아이언이 손가락을 까닥였다.

그러자 카드로의 공중 강습부대와 중대 병력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죽을상을 하면서 천천히 아이언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매일같이 이런 전투를 반복하면서 고위 몬스터와의 싸움에 실전 감각을 기르고 있는데, 죽을 것 같았다.

봐주는 것도 없이 진짜 어디 한 대 맞으면 부러질 기세로 때려 대는데 안 맞기 위해서 사력을 다해도 실력 차이가 너무 컸다.

게다가 훈련이 짧게 끝나는 것도 아니었다.

아이언의 머리에 살포시 앉아 있는 뱁새가 문제였다.

훈련이 끝나면 여지없이 활력과 치유의 힘을 불어 넣어 치료사들이 오기도 전에 웬만한 상처를 완치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즉! 끝나지 않는 지옥 같은 훈련이 연일 이어지고 있었다.

“단장님!”

“응?”

한 장교의 부름에 훈련을 시작하려던 아이언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사령부에서 온 장교 하나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급하게 달려왔는지 땀범벅이 된 그 장교에게 수건을 하나 건네주고는 서신을 받았다.

“이런 미친!”

아이언이 받아 든 서신에는 현재 서부 전선이 뚫린 이유와 급변 사태에 대한 정보들이 적혀 있었다.

1. 서부 전선이 뚫렸다.

2. 중앙에서 몰려온 몬스터들이 원인으로 보인다.

3. 남부 역시 같은 이유로 큰 피해를 입었다.

4. 동부도 피해를 입긴 했지만 서부와 남부 정도는 아니다. 이상한 건 북부는 하나도 오지 않았다는 점.

5. 중앙에 큰일이 벌어진 것 같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사령관이 직접 적은 서신에는 간략하게 이렇게 적혀 있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심상치 않았다.

서신을 전부 읽은 아이언이 한동안 눈을 감은 채 생각에 잠겼다.

그 모습을 모두 긴장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훈련은 여기까지!”

마침내 눈을 뜬 아이언이 살벌한 눈으로 병력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우리가 움직일 때가 온 것 같다.”

아이언의 말에 모두가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몇몇 베테랑들은 그나마 표정에 여유가 있었지만, 나머지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거나 식은땀마저 흘렸다.

대부분 신참으로 구성된 병력이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런 병사들을 보면서 아이언이 서신을 보여 주었다.

“사령관께서 직접 명령을 내리셨다. 우리가 가야 할 곳은 서부 전선이다.”

아이언의 말에 다들 눈을 커다랗게 떴다.

“현재 서부 전선은 뚫린 상태이며, 그 원인은 중앙에서 몰려온 정체 모를 몬스터들이다.”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이를 바득 갈았다.

조인족을 상대하기도 버거운 서부에 미친 짓을 벌인 중앙을 생각하면 열이 뻗쳤기 때문이다.

살벌한 기세에 모두들 침을 꿀꺽 삼키면서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우린 최소한의 정보가 모이는 대로 곧바로 움직일 것이다. 우리가 상대할 적은 중앙에서 몰려온 적들이다. 모두 그렇게 알고 준비하도록.”

그렇게 지시한 아이언은 사령부에서 온 장교와 모두를 내보내고 서부로 갈 준비를 시작했다.

그때였다.

아리엘이 아이언을 향해 다가왔다.

“여단장님.”

“둘만 있으니 편하게 해.”

조심스럽게 말하는 아리엘을 보면서 아이언이 편하게 말하라고 했다.

“흠흠…….”

아이언의 말에 아리엘이 잠시 목을 가다듬었다.

“아까 말한 거…… 말이야. 정말 중앙에서 몬스터들이 온 거 때문에 서부 전선이 무너진 거야?”

“그래.”

아리엘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묻자 아이언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중앙에 문제가 생긴 거야?”

“아직은 잘 모르겠다.”

정보가 너무 제한적이라 어떤 추론도 할 수가 없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중앙에서 사력을 다해 틀어막았던 놈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한다는 것.

‘그림자가 허무맹랑한 소리를 한 건 아니었어.’

아이언이 그렇게 생각하면서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단순한 협박이 아니었다.

어쩌면 그림자 입장에선 정말 위험할 정도의 상황이었던 게 분명했다.

‘그래도…….’

세계수를 적대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북부를 다시금 전장의 소용돌이에 몰아넣을 순 없는 법이었다.

북부 입장에선 절대 할 수 없는 선택지를 갖고 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일이 크게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지.”

“음…….”

아이언의 말에 아리엘이 침음성을 흘렸다.

“앞으로 더 힘들어질 거다.”

“북부 대전쟁 이상으로?”

“어. 정말 중앙에 문제가 생겼다면…… 지역이 문제가 아니야. 제국 전체에 문제가 생길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제국을 넘어 대륙 전체가 위험해질 수도 있겠구나.”

필요악.

아이언이 생각하는 중앙은 딱 그런 존재였다.

아무리 썩었어도 구심점을 하는 중앙이 무너진다면 제국이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런데 왜 지원 요청을 안 한 거지?”

아리엘의 의문에 아이언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고스트가 돌아가고 난 후 이 문제를 고민해 본 적이 있었다.

그런 아이언이 내린 결론은 딱 하나였다.

“중앙의 치부와 연관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치부?”

“그래. 어쩌면 이번에 서부와 남부를 습격한 놈들은 중앙의 치부와 연관된 존재들일 가능성이 높겠어.”

아이언의 말에 아리엘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그녀의 궁금증을 풀어 주기는 어려웠다.

확실한 것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그림자와 연관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만약 정말로 그림자와 연관되었다면…… 지금 중앙을 어지럽히는 놈들은 ‘피해자’였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 짜증 나네.”

아이언은 갑자기 몰려오는 짜증에 인상을 찌푸렸다.

왜 매번 중앙이 싸 놓은 똥을 치워야 하는지 모르겠다.

“괘…… 괜찮아?”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짜증 내는 아이언을 보면서 옆에 있던 아리엘이 조심스레 물었다.

이렇게까지 짜증 내는 모습을 별로 보지 못했기에 목소리에는 의문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그냥 다 설명해 줄까?’라는 생각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아이언은 입을 다물었다.

아리엘이 입이 싼 인물은 아니지만, 괜히 여기저기 소문났다가는 문제가 생길 수 있기에 속으로 분노를 삼킨 것이다.

“가자. 일단 우리 할 일부터 하자고.”

“……응.”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