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30)
45. 보상 그리고 중앙에서 온 수상한 자들 (2)
수백 개의 관에 누여 있는 시신들.
그 안에는 고스트들의 시신도 있었다.
“…….”
아이언은 멍하니 하나씩 비공선으로 운반되는 관을 바라보았다.
엄숙한 의식과 함께 하나하나 운반되는 관들을 바라보는 자들의 표정은 전부 일그러져 있었다.
억지로 울음을 참는 자들,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 멍한 표정을 짓는 자들,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힌 자들.
이 모두가 굳은 표정으로 관들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수십 대의 거대한 비공선 안에 관들이 꽉 채워지면서 마지막으로 고스트들의 시신이 안치된 관들이 비공선 안으로 들어갔다.
모든 관이 비공선 안에 실리자 크림슨이 검을 뽑아 들며 외쳤다.
“모두 경례!”
“충!”
크림슨의 명령과 함께 목숨 바쳐 싸운 전사자들을 향해 사람들은 일제히 경례를 했다.
수많은 전사자들을 향한 살아남은 자들의 경례.
그걸 하늘에 떠 있는 비공선에서 영상구를 들고 찍은 기자가 자신도 모르게 왼쪽 가슴에 손을 얹었다.
북부 전체의 병력의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을 정도로 치열했던 전쟁.
그렇기에 수많은 전사자들이 지금 이 자리에서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려 한다.
우웅!
비공선의 중앙에 박힌 마력석이 구동음을 일으키며 조금씩 상공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모든 비공선이 하늘로 올라갈 때까지 그 누구도 경례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저 멀리 관을 실은 비공선이 사라질 때까지 모두가 석상처럼 바라보다 크림슨의 명령과 함께 경례 자세를 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이제는 볼 수 없을 전우들을 향한 마지막 예우였기 때문이다.
어느 때보다 치열했기에, 어떤 전쟁보다도 많은 이들이 죽은 이 전장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마지막으로 전우들을 추억하며 다시금 움직였다.
이제 겨우 북부의 대전쟁이 끝났을 뿐이었다.
제국 전역에서 치열한 전쟁은 계속 일어나고 있었고, 그렇기에 모든 위협이 사라질 때까지 군인들은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슬픔을 감추고 모두가 묵묵히 일을 시작했다.
북부의 숲에서 후퇴하고 무너진 요새를 복구하고, 본래의 작전지역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아이언 또한 그렇게 엄청난 희생자를 낸 북부의 숲에서 빠져나와 그리운 북동부 사령부로 돌아가기 위해 비공선에 몸을 실었다.
“사자성…… 안 가 봐도 되겠냐?”
린텔의 물음에 아이언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제 소속은 북동부입니다.”
“……그래.”
아이언의 대답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는 린텔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중상자인 칼 구스타프와 빌리 브란트, 밀턴은 먼저 북동부 사령부로 이송되었기에 아이언과 린텔이 마지막으로 사령부로 향하는 비공선에 올라탔다.
북동부로 향하는 마지막 비공선 무리가 하늘로 떠오르기 시작하자 수많은 간이 건물들이 있던 자리는 대부분 철거된 상태로 휑한 공터만이 남았다.
치열한 전투의 흔적마저 세계수가 복구한 숲 때문에 가려져 있었다.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감쪽같이 복구된 울창한 숲을 보면서 모두들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끝났네.”
누군가 중얼거린 소리에 다들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젠 정말로 끝났다.
그 생각과 함께 북동부의 성에 도착하자 수많은 사람들이 반겨 주었다.
북동부에 남았던 병력이 솔선수범하며 복귀한 병력을 도왔다.
복귀하고 나서 한동안은 여유 있을 거란 생각과 달리 굉장히 바빴다.
전후 처리, 그리고 여러 가지 잡다한 일들 때문에 여기저기 불려 다니고, 구멍 난 곳을 메우기 위해 뛰어다녀야 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가고, 마침내 정식으로 전쟁이 종결되었음을 알리는 이벤트가 북동부 사령부에서 열렸다.
(경) 북부 대전쟁의 종결을 축하합니다! (축)
이런 문구의 현수막이 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의자와 여러 간이 건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건 북동부 사령부만 있는 게 아니었다.
똑같은 날 북동부 사령부와 사자성, 그리고 고위 귀족의 영주성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
모두가 한날한시에 전쟁 종결을 매듭짓는 축제를 열었다.
동시에 전공을 세운 자들 중 대표로 몇 명만 선별하여 훈장 수여와 진급식을 같이 진행했다.
최소한의 경계 병력을 제외하고 모든 이들이 휴식을 취했고, 북부 대전쟁에 참여했던 자들 중 공훈이 높은 자들은 사령부에 모였다.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단상에 오른 북동부 사령관.
이미 웬만한 자들은 공훈에 맞는 대가를 받았다.
아직까지 보상을 받지 못한 자들은 오늘을 위해 기다린 것이다.
그렇기에 다들 기대감과 함께 크림슨을 바라보았다.
“다들 그동안 수고했다. 오늘부로 우리는 전쟁이 끝났음을 선포한다.”
크림슨이 그 말과 함께 좌중을 둘러보았다.
아직 동부의 차원 균열이 완전히 닫히지도 않았고, 서부와 남부, 중앙은 전쟁 중이었지만 북부만은 전쟁을 완전히 종결했다.
제국 전역이 어지러운데 혼자만 종전 선포를 하는 것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오히려 그렇기에 해야만 하는 일이기도 했다.
적어도 북부만큼은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했다.
북부가 희망이 되어 다른 곳도 이렇게 될 수 있음을 제국민들에게 알려 줘야만 했다.
그리고 지금 한창 싸우고 있을 다른 지역의 군대 역시 이리될 것이라는 희망의 불씨를 심어 주어야 했다.
“얼마 전까지 바로 옆에 싸우던 전우들이 죽어 나갔다.”
크림슨의 말에 모든 이들의 눈에 슬픔이 들어찼다.
“얼마 전 우리가 가족의 곁으로 보내 준 우리의 동료들. 바로 그들의 희생으로 우리는 살아남았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 열심히 살아야 한다. 그들의 몫까지 더 열심히 이곳을 지켜 내야만 한다.”
크림슨이 그렇게 말하면서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무거울 수 있다는 것 잘 안다. 하지만 그 무게를 견디면서 걸어 나가자! 그래야 희생된 우리의 동료들이 저승에서도 맘 편히 잠들 수 있지 않겠나?”
“그렇습니다!”
선봉 군단장의 대답에 모든 군인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그러자 크림슨이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잡설이 길었군. 지금부터 그대들이 기다리던 승전식을 시작하겠다.”
크림슨의 말과 함께 무언가가 펑, 터지면서 종잇조각이 내렸다.
동시에 비공선에서 마법으로 만든 가루들이 떨어지고 임시로 보이는 환영을 통해 요정들이 날아다녔다.
마법사들이 만들어 낸 화려한 모습과 함께 전공을 세운 이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북부의 숲에서 위기 상황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킨 한 중사부터, 목숨 걸고 동료를 구하러 다닌 의무병, 수많은 동료들의 희생 속에서도 끝끝내 습격한 다크 엘프들을 전멸시킨 기사까지.
모두가 엄청난 전공을 세운 대가를 받았다.
훈장과 함께 표창, 그리고 진급까지 한꺼번에 진행되면서 그들의 용기를 치하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남은 주요 인원.
그중에 가장 먼저 자리에 일어난 건 스카이 랭스와 카를 슈타인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동료의 모습에 아이언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군수 쪽으로 빠진다고 좋아했던 동료가 어째서 저기 있는 것일까? 의문을 표했던 아이언이지만 이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북부의 숲에 자원하여 비룡을 통한 군수물자 지원을 목숨 걸고 수행했던 장교.
그가 바로 카를 슈타인이었다.
두 번째로는 마지막까지 저항하며 끝끝내 후방 기지를 지켜 낸 이들이 올라왔다.
북부의 숲 외곽 지역을 습격한 다크 엘프의 군대에 맞서 싸운 이들.
고립된 상황에서 한 달 동안 부상당한 이들을 끝까지 지켜 낸 용맹한 이들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익숙한 인물들이 몇 명 보였다.
그중 하나가 바로 카드로 지오반니였다.
서열 3위였던, 그가 북부의 신성답게 두각을 드러내면서 마침내 엄청난 전공을 세웠다.
세 번째는 레인저 부대원들이었다. 하지만 데이븐 아처의 휘하 병력이 아닌 짐 로저스가 이끄는 제2부대였다.
차기 레인저 사단장이 될 유력 후보인 그의 휘하 병력은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후방에서 아이언을 도와 몬스터를 섬멸하고 북부의 숲에서 다크 엘프와 맞서며 유저들 이상으로 다크 엘프들을 죽이는 데 앞장선 부대.
비록 그 대가로 과반수가 목숨을 잃었지만, 그들의 희생의 대가는 다크 엘프의 정찰대 5개를 섬멸시키는 엄청난 전적이 되어 돌아왔다.
네 번째는 북동부의 사령부 직속 기사단.
북부의 숲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쳤던 기사단원들.
그 과정에서 많은 희생이 있었지만 끝끝내 그들은 임무를 완수했다.
아리엘이 이끄는 임시 기사단마저 몬스터 섬멸을 이끄는 데 공을 세웠다.
마지막엔 아이언을 위해 기사단원 과반이 목숨을 잃는 것을 감수했을 정도로 용맹하게 싸웠다.
그 밖에는 소수의 사람들이 단상에 올라왔다.
아이언과 함께했던 특수작전대원 중 몇 명과 군단에서 활약했던 자들이 올라왔다.
고스트들 역시 개인적으로 올라갔다.
본래는 한꺼번에 진행하려 했지만 몇 명 되지 않았고 린텔과 아이언을 제외하곤 전부 병동에 있기에 린텔이 대표로 올라가서 훈장 등을 대신 받았다.
그 모든 걸 사령관이 직접 치하하며 훈장과 진급을 직접 축하해 주었다.
그렇게 거의 모든 이들이 진급과 훈장을 받고 내려간 뒤, 마침내 한 사람만이 남았다.
“북부 대전쟁 최고 전공자 아이언 카터 중령, 앞으로.”
호명과 함께 아이언이 앞으로 걸어 나갔다.
잘 다려진 제복을 입고 단상에 올라가자 크림슨이 빙그레 웃으면서 아이언을 반겼다.
“귀하는 동부에서 큰 공을 세우고 돌아와 사자성을 비롯한 북부 대전쟁에서 큰 활약을 펼쳤기에 북동부 최고의 전공을 세웠다.”
크림슨이 그렇게 말하면서 좌중을 둘러보았다.
이 말에 그 누구도 반박하지 못했다.
누구라도 인정할 만큼 아이언의 압도적인 활약은 이미 북부를 넘어 제국 전체에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북부군과 북부의 영주들 모두가 인정할 정도로 압도적인 전공을 세워 북동부군을 넘어 북부 전역에서 최고의 전공을 세운 영웅이 되었다. 이에 본 사령관은 귀하를 2계급 특진과 함께 청색 철십자 훈장을 수여한다.”
크림슨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아이언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영관급에서 별로 넘어가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만약 위관급이었다면 2계급 특진에 놀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별이다.
단번에 2계급 특진으로 별을 달게 되자 아이언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크림슨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북부 사령관의 요청과 북부 영주들의 만장일치로 아이언 카터 중령에게 북부 최고 훈장 ‘백색검’을 수여한다. 또한 사자가문의 요청으로 백사자의 문양을 대신 하사한다. 북부의 모든 이들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밝히는 바이다.”
크림슨이 그 말을 끝으로 제복에 달려 있는 클로버 문양의 배지를 전부 떼고 그 자리에 별 하나를 달아 주었다.
동시에 바다의 눈이 달린 훈장 옆에 북부 최고 훈장 백색 검을 달았다.
북동부의 모든 훈장을 모으고 북부와 동부 최고의 훈장을 받은 아이언의 제복.
비록 화려하지는 않지만 군인들에겐 경외심이 들 정도로 엄청난 훈장들이 달려 있었다.
“그대의 활약상대로라면 능히 사단장 이상에 올라야 하나 지휘관으로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바, 남은 진급은 유예한다.”
크림슨이 그 말과 함께 아이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면서 말했다.
“이 시간부로 아이언 준장을 특수기동단장에 임한다. 이 부대는 북동부에서 유일하게 관할 지역 밖에서 활약할 부대이며 북부와 동부, 서부 전역에서 활약할 수 있는 부대임을 밝힌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아이언의 손에 임명장을 들려 주었다.
“너무 서운해 말게. 전장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단급 병력을 그대 휘하에 배속시키기엔 무리가 있어 이리 결정한 것이니……. 더 큰 공을 세우게 된다면 금방 진급하게 될 걸세.”
크림슨이 그렇게 말하면서 윙크를 하고는 아이언을 향해 박수를 보내며 축하해 주었다.
그렇게 모든 수여식이 끝나자 남은 건 축제였다.
모든 이들이 전쟁의 상처를 잠시 잊어버리고 축제를 즐겼다.
하지만 정작 최고 전공자인 아이언은 즐길 수가 없었다.
“이…… 이 구성이 맞습니까?”
크림슨에게 받은 특수기동단의 구성을 바라보았다.
기사단장 : 아리엘 파브리스 중령
레인저 대장 : 닉스 콜 소령
포병대장 : 도미닉 스톤 소령
익숙한 이름들.
이들은 전부 자신과 함께 특수작전대를 이끌었던 자들이다.
그런데 익숙한 것은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군수참모 : 카를 슈타인 소령 (비룡대장 겸임)
그 외에 몇 명의 이름들이 더 적혀 있었는데 존 파웰과 빅 하트 대위도 이름이 적혀 있었다.
전부 소령(진)으로 적혀 있었다.
여기까지는 자신을 위해 부대를 만들었다 보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익숙한 이름이 또 보였다.
공중 강습대장 – 카드로 지오반니 중령(진)
동기의 이름이 또 보이자 아이언은 멍하니 사령관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