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129화 (129/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29)

45. 보상 그리고 중앙에서 온 수상한 자들 (1)

세계수의 말과 함께 인간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북부의 대전쟁이 끝났다!

동시에 오염되었던 숲이 푸르게 변해 가기 시작했다.

이제는 아이언의 신성력이 없어도 자체적으로 빛을 뿜어내면서 모든 것을 소멸시켰다.

완전히 정화된 세계수의 뿌리는 북부의 숲 전역을 완전히 정화하는 데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콰드득!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차원 게이트.

그것을 거대한 나무줄기들이 부숴 버리고 있었다.

검은 나무였던 세계수의 뿌리가 솟아나 차원 게이트를 부수면서 차원 균열로 변해 가는 구멍 역시 막대한 자연의 기운으로 강제로 틀어막았다.

“저게…… 가능한가?”

한 마법사가 멍하니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을 바라보았다.

말도 안 되는 일.

북동부에서 차원 균열을 막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렀는가?

동부에서도 아직까지 차원 균열을 닫지 못해 항상 엄청난 군대가 배치되어 있다.

그런데 그것을 그냥 막대한 기운으로 찍어 눌러 강제 봉합하고 있었다.

엘프의 수장이 마지막에 보여 주었던 막대한 힘은 애들 장난이라는 듯, 자연의 모든 기운이 북부의 숲에서 압도적인 위용을 보여 주고 있었다.

“장관이군.”

항상 과묵하던 사자가주조차 감탄사를 내뱉을 정도였다.

사실상 인간이 오를 수 있는 마지막 경지.

그랜드 마스터.

그런데 오늘 그 너머의 힘이 어떤 것인지 약간이나마 견식하는 것 같았다.

마스터의 끝자락에 있다는 사자가주조차 감탄할 정도이니 다른 이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멍하니 차원 균열이 작아지는 것을 보면서 정말 북부의 전쟁이 끝났다는 것을 실감할 뿐이었다.

군대가 균열이 닫히는 것을 보면서 전쟁의 끝을 실감한다면, 유저들과 선택받은 자들은 보상을 통해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세계수의 시험에 대한 공적치 계산 중…….

-보상으로 대자연의 축복 1단계를 드립니다. 앞으로 자연 친화력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입니다. 또한 마나 감응 능력이 상승합니다.

-북부 대전쟁에 대한 공적치 계산 중…….

-보상으로 ‘공허충 학살자’ 칭호를 드립니다. 칭호 효과로…….

한 유저가 보상으로 받은 칭호와 대자연의 기운을 느끼면서 환호성을 내질렀다.

여기까지 온 게 전혀 아깝지 않은 보상들.

고작 1단계짜리 대자연의 축복에 불과했지만 주변에 느껴지는 기감이 달라졌다.

거기다 성장형.

앞으로의 싸움을 생각하면 계속해서 성장해 나가는 힘이 중요했다.

목 언저리에 새겨진 ‘축복의 인’이 빛나면서 이전과는 다른 기세를 뿜어냈다.

이러한 일은 다른 곳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아싸! 2단계다!”

누군가가 대자연의 축복 2단계를 받았다는 것에 환호성을 내지르면서 날아다녔다.

북부 대전쟁 보상으로 받은 칭호의 효과는 대체로 다 비슷했다.

공허 존재들에게 대한 추가적인 효과.

다크 엘프를 죽이고 얻은 칭호와 시너지를 내면서 공허 존재들에게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된 칭호 효과와, 순수한 무력 증진을 이룰 수 있는 대자연의 축복까지 이중으로 받으면서 북부 전쟁에 참여한 유저들 전체가 크게 성장했다.

이건 ‘선택받은 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령사들은 정령이 한 단계 진화했고, 마법사나 무사들은 속성 능력을 얻었다.

거기다 미약하지만 신성의 인이 새겨지면서 앞으로 공허 존재들을 상대하기 위한 기반을 다졌다.

“우왁! 너 왜 이렇게 커졌어?”

한 남자가 자신의 정령을 보면서 놀란 표정을 짓는다.

“오~ 내가 불을 사용할 수 있을 줄이야.”

검에서 불이 피어나자 남자의 표정이 환해졌다.

“번개 능력에 내 수 속성 마법을 결합시키면…….”

어떤 여인은 자신의 뇌전 능력에 수 속성 마법을 결합시킬 생각으로 정신이 없었다.

저마다 새로 얻은 능력과 증폭된 힘에 감탄하면서 북부 전쟁에 참여한 자신의 선택을 만족스러워했다.

그렇게 유저들과 선택받은 자들이 보상을 확인하는 동안 승리의 함성을 지르는 병사들 역시 약간이지만 보상의 효과를 받았다.

어떤 이들은 선택받은 자와 유저처럼 몸에 ‘인’이 새겨지고, 또 어떤 이들은 갑자기 능력을 각성하는 등의 일이 벌어졌다.

북동부에서 일어난 일은 애들 장난이었다는 듯, 전쟁의 승리가 가져다주는 보상은 엄청났다.

그렇게 일반 병사들마저 보상 효과를 받자 군 수뇌부의 고민 역시 한시름 덜어졌다.

이번 전쟁으로 전력의 반 이상을 잃은 각 군과 영지군이었기에 앞으로 어찌해야 하나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미래를 보았을 때, 어쩌면 예전보다 더욱 강력해질 여지가 있기에 희망이 생겼다.

그렇게 모두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미래를 생각할 때, 아이언 역시 보상을 확인했다.

-세계수의 시험에서 최고 공적치를 획득하셨습니다.

-보상 : 대자연의 축복 3단계, ???의 호감도 대폭 상승, 성흔의 강화

-자연지체가 되었습니다. 자연력의 상승으로 신수력 역시 대폭 상승합니다.

-신수력 상승의 영향으로 천둥새의 회복이 더 빨라집니다.

-1단계 : 자연 친화력 소폭 상승 + 마나 감응력 소폭 상승

-2단계 : 자연 친화력 대폭 상승 + 마나 감응력 대폭 상승 + 정령 계약 가능

-3단계 : 자연지체(자연 친화력이 최대치에 도달한 육체입니다.)

-※띠링! 신수 계약자의 재능인 조류 박사에 의해 정령과의 계약은 불가합니다. 대신 냉기와 고유 능력 뇌전의 힘을 보다 강화됩니다.

-???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했습니다. 호감도가 더 상승한다면 당신을 직접 찾아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세계수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축복의 인이 성흔에 새겨지면서 성흔의 효과가 더욱 강화됩니다.

세계수의 시험에서 최대 공적치를 받은 보상이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아이언이 받을 보상은 아직 남아 있었다.

-북부 대전쟁에서 최대 공적치를 획득하셨습니다!

-보상 : ‘북부의 영웅’을 획득하셨습니다. 모든 업적 효과가 2배로 늘어납니다.

-압도적인 활약으로 추가 보상을 받습니다. 업적 ‘북부의 성자’를 받습니다. 앞으로 당신은 영웅이기 전에 성자로서 대륙 전역에 알려질 것입니다. 북부의 희망을 넘어 제국의 희망, 그리고 대륙의 희망이 되어 보세요!

-‘북부의 성자’ 업적 효과로 어떤 공격을 하든 공허의 존재에게 2배의 대미지를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성흔의 빛을 볼 경우 같은 편에게 활력과 용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또한 뱁새의 모든 힘이 2배 강화됩니다.

엄청난 양의 보상.

하지만 아이언은 이전과 다르게 전혀 기쁘지가 않았다.

보상을 얻으면 업적 효과부터 챙겨 봤던 아이언은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인이 새겨지고, 성흔 부근에 독특한 문양이 만들어졌지만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한 가지 생각만 반복할 뿐이었다.

‘더 강해져야 돼.’

이전과는 다른 마음가짐.

그 이유는 간단했다.

아이언의 앞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동료들의 시체.

“…….”

침묵한 채 고스트들의 시체를 바라보는 아이언의 표정은 좀처럼 펴지지가 않았다.

동료들의 시체를 보고 우는 자들도 있었고, 못났다고 비난하며 왜 먼저 갔냐고 화내는 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언은 그러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동료들의 시체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처음엔 그런 아이언을 보고 냉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곧 바뀌었다.

1시간이 지나고, 3시간, 6시간, 반나절이 지나도록 멍하니 동료의 시신을 보고 서 있는 아이언의 모습에서 그의 심적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를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만하게.”

반나절이 지나 밤이 되자 크림슨이 찾아와 아이언에게 나직이 말했다.

“살아 있는 동료도 봐야 하지 않겠나?”

크림슨의 말에 아이언이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가세. 자네를 기다리고 있네.”

크림슨의 재촉에 아이언이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따라갔다.

동료의 시신을 뒤로하고 살아남은 고스트들을 보러 움직였다.

크림슨을 따라간 곳에는 린텔을 제외한 고스트들이 의식을 잃어 있었다.

린텔도 깨어난 지 얼마 안 되었는지 거칠게 숨을 쉬고 있었다.

“……괜……찮습니까?”

아이언의 물음에 린텔이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린텔을 보면서 아이언이 한숨을 쉬었다.

‘내가 조금 더 강했더라면…….’이라는, 후회할 때 상투적으로 하는 생각.

그것이 아이언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내가 5단계에서 만족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달랐을까?’

아이언은 그렇게 생각하며 린텔을 바라보았다.

북부 아카데미에 있을 초기에 5단계만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어쩌면 그때 당시 마스터를 목표로 했다면 지금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을까?

아니면 자신이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으면 지금보다 더 나은 상황이 찾아왔을까?

여러 의문들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하지만 그도 알았다.

지금 이런 결과는 낸 것도 엄청난 행운이 따라 줘서 겨우 가능했음을.

지금의 경지를 이룩한 것도 기적에 가까운 것임을.

“후…….”

“……넌…… 잘……했……어.”

한숨을 쉬는 아이언을 보고 린텔이 어렵사리 말했다.

그의 말처럼 최선을 다했다.

죽을 고비를 수차례 넘기면서 이 결과를 만들어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다수가 죽은 고스트를 볼 때면 자꾸만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저 동료가 같이 싸우다 죽었다면 조금 가슴이 덜 아팠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오직 자신을 믿고 조금이라도 전진시키기 위해 온몸을 던지면서 길을 만들었다.

그것을 두 눈으로 본 아이언이기에 자꾸만 후회가 밀려들어왔다.

내가 좀 더 잘했으면 하는 깊은 후회.

“자넨 충분히 잘해 줬네.”

후회에 물들어 있는 아이언의 눈을 보면서 크림슨이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아직 어린 아이언의 마음을 다잡아 주기 위해 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아이언은 후회할지언정 흔들리지는 않았다.

전생에 숱하게 본 아군의 죽음.

그때마다 맹세한 게 있었다.

‘절대 흔들리지 않겠다!’

자신이 흔들리면 더 많은 이들이 죽는다.

아무리 욕을 먹고 자신을 손가락질한다고 하더라도, 살아남아 전선을 유지시킨다.

그러기 위해 몬스터들에 대해 공부하고, 전술을 익혔다.

부족한 무력을 메꾸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그런데 이번 생엔 무력을 갖추어졌다.

거기다 전보다 더 강력한 전력들이 자신을 믿어 주었다.

적들 역시 전생보다 더 강력했지만 상관없었다.

‘더는 실패하지 않겠다.’

후회에 물들어 있던 아이언의 눈동자에 어느새 단호함이 깃들기 시작했다.

이제는 현실이 되어 버린 이 세상에서 더 이상의 실패는 용납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한번 다짐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서라도 갓게임의 승자가 되겠노라고.

이전보다 훨씬 단호한 결심이 아이언의 마음속에 심겼다.

이것이 어떻게 자라날지는 모르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더 이상 아이언이 흔들릴 일은 없다는 것.

그렇게 아이언의 결심과 함께 북부 대전쟁의 마지막 날이 지나갔다.

다음 날.

각 지역에서 올라온 물자와 병력의 지원으로 북부의 숲에 있는 병력이 옮겨졌다.

대부분이 부상을 입은 상태였기에 지원군의 도움으로 후방으로 이송되거나 세계수의 뿌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간이 병동이 만들어지면서 병자를 치료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신들을 관에 옮겨 이송 준비를 마쳤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