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126화 (126/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26)

43. 북부 대전쟁 (3)

얼음의 창에 가로막힌 보랏빛 화살은 강력한 폭발을 일으키면서 사방에 오러를 흩뿌렸다.

그로 인해 상당한 피해를 입은 인간 군대이지만, 애초에 아이언을 없애고자 날린 화살이 가로막힌 것 자체가 실패라고 봐야 했다.

자신의 화살을 가로막을 정도의 견고한 마법.

게다가 그 후에 자신을 견제하기 위해 비처럼 쏟아진 수천의 얼음 화살에 다크 엘프 수장은 이를 악물었다.

“마도사…….”

자신을 가로막을 정도로 강력한 마법을 부릴 줄 아는 존재라면 마도사밖에 없었다.

게다가 제국이 이 정도 얼음 마법을 구사할 줄 아는 자는 단 한 명뿐이었다.

“동부 사령관인가?”

다크 엘프 수장이 입술을 깨물면서 말하는 동안 아이언과 고스트들은 일제히 움직였다.

적들 중 가장 위험한 존재가 발이 묶였으니 지금이야말로 뚫고 지나갈 때였기 때문이다.

“어딜……. 자넨 나랑 놀아 줘야겠어.”

어느새 허공에 나타난 마도사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동부 사령관…….”

다크 엘프 수장이 이를 악물면서 분노한 표정으로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건 제한적이었다.

마도사급을 상대로 한눈팔았다간 가뜩이나 힘을 소모한 자신이 더더욱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동부 사령관에 다크 엘프 수장의 발이 묶였을 때, 고스트들과 군단장을 비롯한 기사단들이 일제히 세계수 쪽으로 진격했다.

병사들 역시 황급히 따라붙으면서 뒤에서 엄호를 해 주었다.

수만의 연합군이 일제히 진격하는 동안 다크 엘프의 군세 역시 이를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숫자에서 너무 많은 차이가 났고, 아이언의 성역이 걸림돌이었다.

계속해서 공허의 기운이 정화되고, 성역 안에서는 어떤 힘을 사용하든 반감되기 때문에 너무 불리했다.

“여기는 무조건 사수해라!”

“인간들에게 뚫리지 마라!”

다크 엘프들이 수천의 오염된 엔트와 트렌트에게 명령을 내리며 저항했다.

여기가 뚫리면 끝이라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막는 다크 엘프.

하지만 인간들 역시 다급한 건 마찬가지였다.

이곳을 뚫지 못하면 전쟁은 장기전으로 흐르게 되고, 그건 곧 북부가 멸망으로 치닫는 것과 다름없었다.

양쪽 다 절박한 시점으로 일진일퇴를 거듭하면서 세계수를 눈앞에 두고 혈전을 벌였다.

하지만 행운의 신은 인간들의 편이었던 것일까?

6단계의 군단장들과 기사단들이 나무 괴물로 이루어진 장막 한 곳을 뚫어 주었고, 그 사이를 북동부 기사단과 고스트들이 비집고 들어가 기어코 안으로 진입했다.

“마…… 막아라!”

“안 돼!”

다크 엘프들이 당황하면서 뒤늦게 막아 보려 했지만 이미 기사단과 고스트들은 세계수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들을 막기 위해 세계수를 지키는 다크 엘프들 또한 나섰지만 숫자의 차이가 심했기에 하나둘 죽어 나갔다.

“큭큭큭…… 너희들은 결……코…… 세계수에 닿을 수 없을 것이다.”

다크 엘프 하나가 검에 꿰뚫리면서도 저주하듯 내뱉고는 숨을 거두었다.

그 모습에 모두가 꺼림칙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모두가 목숨 걸고 만들어 준 기회이기에 잠시라도 지체할 시간이 없이 곧바로 세계수로 향했다.

‘내 성흔이라면…….’

끊임없이 뿜어지는 신성력이라면 세계수가 완전히 오염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언은 세계수로 다가갔다.

몇몇 식물 몬스터들이 가로막았지만 기사단의 검에 모조리 베이면서 그는 무사히 세계수가 있는 곳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아…….”

“이런 미친놈들!”

“쓰레기 같은 새끼들!”

세계수에 도착하자마자 기사들이 욕설을 내뱉었다.

그건 고스트들 역시 다르지 않았다.

모두가 욕설을 내뱉으면서 다크 엘프들의 행동에 분노할 때, 아이언은 어째서 퀘스트의 이름이 그러했는지 알았다는 듯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래서…….”

세계수의 앞에 쌓인 수많은 시체들.

그리고 그 시체들에서 뿜어지는 부정한 기운으로 인해 검은 나무는 더욱 빠르게 오염되었다.

인간들의 시체부터 동물의 사체까지 가리지 않고 쌓여 있었다.

심지어 다크 엘프들의 시체까지 쌓여 있었다.

그리고 거대한 검은 나무의 중심부에는 차원 게이트가 열려 있었고, 붉은 촉수들이 검은 나무를 휘감으면서 오염을 촉진시키고 있었다.

“피로 물든 세계수…….”

수많은 시체들의 피를 영양분 삼아 자라난 검은 나무는 지금 이 순간에도 오염되고 있었다.

세계수의 뿌리 중 하나를 가져와 키운 또 다른 세계수.

이 검은 나무를 이곳의 오염된 중심 코어로 만들어 북부 전체를 공허에 집어삼키게끔 만들 생각인 것이다.

북동부 때와는 격이 다를 정도로 거대한 계획.

하지만 지금이라면 막을 수 있었다.

“길을 뚫어 주십쇼.”

아이언의 말에 기사들이 일제히 진형을 갖췄다.

“길을 뚫어라!”

북동부 기사단장의 카심의 외침에 일제히 모든 기사들이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오염된 세계수에서 수많은 벌레들이 나타났다.

공허충에서 진화했는지 가지각색의 거대 벌레들은 전부 공허의 힘을 품고 있었다.

“뚫어라!”

6단계에 이른 카심의 외침에 모든 기사들이 전력을 다해 벌레들을 베어 내면서 길을 만들어 냈다.

수도 없이 많은 공허충을 베어 낸 기사들에게 이제 수천의 공허충 따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기사들이 만들어 낸 길로 달려가는 아이언과 그를 보조하는 고스트들.

이 상태라면 세계수 안으로 진입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화르륵!

갑자기 고스트들 앞으로 타오르는 붉은 화염.

그와 동시에 고스트 앞에 수많은 정령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엘……프?”

금발의 엘프들의 등장에 칼 구스타프의 눈동자가 떨리기 시작했다.

다른 고스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째서……?”

칼 구스타프의 의문이 담긴 물음에 엘프 무리 속에서 한 엘프가 나왔다.

“우리의 생존과 그대들을 향한 복수 때문이다.”

다른 금발의 엘프들과 달리 은발을 흩날리는 엘프가 고스트들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그런데 왜 타락하지 않았지?”

“우린 공허를 싫어하기 때문이지. 비록 잠시 손잡고 계약을 할지라도 진심으로 공허를 받아들일 생각 따윈 없다.”

칼의 물음에 은발의 엘프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엘프를 탄압한 인간에 대한 복수와 공허가 침식한 이후의 세계에서의 생존.”

무언가를 약조받았다는 것을 말한 엘프가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엘프들이 활을 들어 올리는 것과 함께 수많은 정령들이 고스트들을 향해 적의를 드러냈다.

그렇게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 은발의 엘프는 아이언을 바라보며 말했다.

“신의 사도인가? 세계수께선 그대를 시험하고자 하시는군.”

“타락한 세계수의 시험 따윈 필요 없어.”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검에 마력을 불어 넣었다.

그러자 은발의 엘프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그대의 의지는 상관없다, 모든 것은 위대한 세계수의 뜻이니……. 그대가 모든 시련을 이겨 내고 세계수께 닿는다면 적어도 이 북부만큼은 공허로부터 안전할 것이다. 물론…… 난 그대를 꺾고 세계수께 나의 의지를 관철할 것이다.”

은발의 엘프가 그렇게 말하면서 거대한 정령들을 소환했다.

그것을 본 아이언이 황급히 신수들을 불러들였다.

거대한 두 신수와 바람과 대지의 거대 정령들이 싸움을 시작하자 고스트들 역시 엘프들과 싸움을 시작했다.

“어떻게든 뚫어 줄 테니까 안으로 가!”

린텔의 말에 모든 고스트들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들의 의지를 느낀 아이언은 이를 악물고 전진했다.

화살이 빗발치고 수많은 정령들이 앞을 가로막았지만 고스트들이 사력을 다해 길을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아무리 고스트들이라도 수백의 엘프들을 상대로 피해가 없을 순 없었다.

“컥!”

“퇴니에스!”

“신경 쓰지 말고 가!”

퇴니에스가 가슴에 화살을 맞는 것을 본 아이언이 뒤돌아보았지만 린텔은 냉정하게 말았다.

그러는 사이 소리아 역시 다수의 화살을 맞으면서 쓰러졌다.

그 둘을 시작으로 짐멜과 고든, 슈판까지 다수의 화살을 맞으면서 피를 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스트들은 악착같이 엘프들에게 달려들어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엘프들을 죽이려 했다.

“가!”

마지막까지 따라온 린텔이 아이언을 밀어 주면서 뒤를 가로막자 뒤따라온 엘프들이 그런 린텔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쩌면 정말로 전멸할지도 모르는 상황.

그런 상황 속에서 아이언이 이를 악물고 달려 나갔다.

고스트들은 물론이고, 모든 신수들까지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믿을 건 자신밖에 없었다.

“나를 뚫을 수 있겠나?”

“해야지.”

은발의 엘프에게 그렇게 대답하면서 아이언이 강철 마력을 휘감았다.

그런 아이언의 의지를 느낀 엘프가 전력을 드러냈다.

순수한 자연의 기운을 사용해 공격하는 엘프.

지금은 찾기 힘든 순수한 기운을 사용하는 원소술.

하지만 주력은 아닌 듯, 다크 엘프의 수장처럼 마스터급은 아니었다.

그의 주력은 정령술이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살아온 탓에 원소술마저 마스터에 가까울 정도로 강력했다.

‘그래도 해볼 만해.’

엄청난 경험을 갖고 있는 엘프였지만 할 만 했다.

신수들이 정령들을 묶어 두고만 있는다면 어떻게든 뚫어 볼 만했다.

자신의 실력 부족으로 신수들이 모든 힘을 사용할 수 없는 지금은 최대한 빨리 은발의 엘프와 결판을 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자신의 무기는 강철 마력뿐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할 수 있다!”

아이언이 할 수 있다는 다짐과 함께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수없이 많이 날아드는 원소의 구체를 베어 내면서 전진하는 아이언.

그러자 날카로운 바람이 폭풍으로.

화염의 구체는 불의 장벽으로.

물은 얼음의 창으로.

대지는 뾰족한 스파이크로 변해서 앞을 가로막았다.

치이익!

아이언의 냉기가 불의 장벽을 그대로 통과하게끔 도와주었고, 바람과 얼음의 창, 흙으로 만든 뾰족한 가시들은 뇌전의 힘으로 날려 버렸다.

그러는 사이 은발의 엘프가 만든 수많은 원소의 힘이 아이언의 몸을 공격했지만 그건 모조리 몸으로 받아 냈다.

“전부 꺼져!”

원소술을 격파하자 이번엔 위습들이 아이언의 앞을 가로막았으나 노성과 함께 그들 모두를 베어 버리면서 은발의 엘프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카가가가각!

“실로 무모하도다.”

“지금 상황에서 무모하지 않으면 살 수 있나?”

아이언의 말에 은발의 엘프가 침묵했다.

여전히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은발의 엘프.

마치 감정이 없는 것 같은 그 모습에 아이언이 고함을 지르면서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뇌전이 휘감기면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지만 마스터에 가까운 그의 원소술은 아이언의 고유 능력을 모조리 막아 냈다.

비장의 한 수가 실패했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냉기, 뇌전, 강철 마력 등을 바닥까지 긁어내어 엘프를 향해 쏟아 냈다.

그러는 동안 원소술에 상처 입고 구르기를 반복했지만 계속해서 도전했다.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었으니까.

그런 노력 때문인지 아이언의 가슴에 새겨진 성흔에서 막대한 신성력이 흘러나와 몸을 치유했다.

성역을 유지하는 것을 넘어 육체를 치유하고 마력을 보조하며 검에 신성한 기운을 뿜어냈다.

그 대가로 피로가 쌓이며 금방이라도 눈이 감길 것 같았지만 악착같이 버텨 냈다.

포기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몸으로 끝끝내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인간의 모습에, 은발의 엘프는 처음으로 감정이란 걸 느꼈다.

“이것이 놀라움인가?”

그는 자신의 감정에 새삼 놀라면서 원소술을 뚫고 들어오는 검을 바라보았다.

“신의 사도라…….”

찬란한 빛과 함께 결코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

그것을 느낀 은발의 엘프는 막대한 힘을 휘감은 검에 원소술이 전부 뚫리면서 저 멀리 튕겨 나갔다.

“쿨럭!”

한쪽 벽에 처박힌 은발의 엘프가 피를 토했지만 아이언은 그걸 신경 쓸 수가 없었다.

금방이라도 감길 것 같은 눈을 억지로 치켜뜨며 황급히 안으로 들어갔다.

정신을 잃기 전에 세계수의 안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나무 안에 난 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자 공허의 기운이 넘실거리는 곳이 나타났다.

그 위로는 오염된 물이 나무의 중심부를 타고 올라가 높이 있는 차원 게이트에 연결되어 있었다.

어느새 공허의 기운이 위험하다는 것을 느낀 붉은 촉수가 날아들었지만 아이언은 그것들을 베어 내면서 기어코 검은 샘물에 도착했다.

“제발…….”

아이언은 간절한 염원을 담아 자신의 검을 공허의 기운이 넘실거리는 샘물에 꽂아 넣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무 안에 가득 차 있던 오염된 기운이 서서히 정화되기 시작했다.

백색의 빛과 공허의 기운의 충돌 속에서 서서히 변해 가는 나무의 모습.

실로 장관이었으나, 안타깝게도 아이언은 이미 기절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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