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25)
43. 북부 대전쟁 (2)
제국 곳곳에서 북부의 대전쟁 소식을 알리기 시작했다.
먼저 시작한 것은 다크 엘프들이었다.
사자가주.
북부 사령관.
북동부 사령관.
이 세 명의 마스터들에 대적하기 위해.
타락한 숲의 대정령의 현신.
오염된 숲지기.
세뇌된 숲 아귀.
이 세 존재가 나타났다.
동부에서 악신의 사도를 소환한 것처럼 다크 엘프들 역시 타락한 고위 존재들을 불러낸 것이다.
정령왕을 꿈꿨던 한 대정령을 타락시킨 다크 엘프.
그리고 엘프의 왕을 부정한 방법으로 다시 살려내 공허의 노예로 만든 오염된 숲지기.
한때 숲을 사랑했던 신수인 산악 거북이가 스스로 타락해서 된 숲 아귀.
셋 다 모두가 다크 엘프가 뒤에서 수작질을 부려 만든 최악의 산물이었다.
이 셋은 오랜 시간 그들의 노력이 들어간 작품답게 마스터라 해도 상대하기 버거울 정도로 강력한 존재들이었다.
[북부 연합군의 위기!]
수도에 한 신문 기사가 퍼져 나갔다.
갑작스러운 마스터급 존재들의 등장에, 순탄할 것 같았던 북부 연합군에 위기가 찾아오면서 북부 전역이 불안감에 떨기 시작했다.
수도로 지원군을 요청해 보았지만 자기들 앞가림도 못하는 상황이라 사실상 불가능했다.
결국 다크 엘프들이 소환한 오염된 존재들을 막느라 북부 연합군의 주 병력을 전부 쏟아부으면서 어느 정도 균형을 유지했지만 문제는 다크 엘프들이었다.
현재 다크 엘프들을 이끄는 수장은 마스터급.
게다가 다크 엘프들 역시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실력자들뿐이었다.
그렇다 보니 남은 병력만으로는 다크 엘프들을 상대하기가 버거웠다.
바로 그때, 유저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북부의 숲을 돌아다니며 사냥을 하기 시작했다.
고유 능력을 가진 유저들이 이곳의 힘까지 습득해 더 강력해진 전투 기술로 다크 엘프들을 ‘사냥’하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다 더해 ‘선택받은 자’들까지 나타나니 조금씩 북부 연합군 쪽으로 승기가 넘어왔다.
물론 악마 계약자들이 나타나 선택받은 자들과 싸우기 시작하면서 북부의 숲에서 일어난 전투의 향방이 알 수 없게 되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부 연합군 쪽이 좀 더 상황이 나았다.
어디서 알아낸 건지 모르겠지만 유저들이 다크 엘프들에 대한 정보를 박박 긁어 와서 공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망 못 가게 막아!”
“이거 기록이랑 너무 다른데? 저건 또 뭔 힘이야?”
“일단 막아!”
“화살 피하고 돌진해! 다수를 상대하는 근접전에 쥐약이야! 무조건 포위해서 조져!”
유저들 다수가 모여서 한 다크 엘프를 사냥하는 방법.
암살자에 가까운 다크 엘프들에겐 쥐약인 방법이었다.
불을 지르고 조명탄을 터뜨리면서 최대한 은신하지 못하게 막고 다수가 하나를 사냥하는 방법으로 다크 엘프들과 전투를 벌였다.
비록 그 과정에서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저들은 포기하지 않고 하나씩 죽여 나갔다.
동부처럼 보물도 없었지만 유저들이 몰려들어서 다크 엘프를 사냥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다크 엘프 사냥꾼’.
바로 업적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크 엘프 사냥꾼의 업적 효과는 사람마다 조금씩 달랐는데 하나의 공통된 효과가 있었다.
바로 공허와 어둠 세력에게 추가 대미지를 줄 수 있는 것.
게다가 영웅이 아닐 경우 칭호가 되고, 이것이 유일한 칭호일 경우 단독 칭호로 효과가 좀 더 강화되기도 했다.
그래서 아직 칭호를 하나도 얻지 못한 유저들이 죄다 북부로 몰려들어 다크 엘프를 사냥하려는 것이다.
앞으로 공허에 타락한 존재들과 계속해서 싸워야 하는 유저 입장에선 이보다 좋은 효과가 없었다.
미래를 생각하면 지금 다크 엘프를 사냥해 이 칭호를 반드시 얻어야만 하는 것이다.
게다가 북부의 전쟁에 계속 참여해서 승리까지 하게 된다면 더 큰 업적을 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즉, 업적만으로도 유저들에겐 이곳에 올 가치가 충분하고도 남았다.
또 한 가지가 있다면 다크 엘프들이 갖고 있는 무기와 옷, 물품 등이다.
하나같이 희귀한 것들로, 그대로 써도 되고, 개조해서 판다면 부르는 게 값일 정도였다.
그렇다 보니 오로지 다크 엘프들만 지독하게 노려서 사냥하는 것이다.
“아쉽네.”
아이언이 다크 엘프 하나를 죽이고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유저들이 얻은 다크 엘프 사냥꾼이란 업적.
상당히 쓸모 있는 업적 효과가 있었지만 아이언에겐 나타나지 않았다.
그동안 받은 업적과 겨울산에서 이미 다크 엘프들을 죽이고 그들의 계획을 무너뜨리면서 더 큰 업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흔까지 있는 마당에 저런 하급 칭호까지 욕심낸다면 죽일 놈이었다.
“너무 위험한 거 아냐?”
옆에서 린텔이 앞으로 툭 튀어나온 아이언에게 한마디 했다.
지금 전장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바로 아이언이었다.
북부 대전쟁의 핵심이 이렇게 앞으로 나와 있으니 지켜야 할 고스트 입장에선 미칠 노릇이었다.
크림슨이 있을 때라면 몰라도 지금 사령관급과 사자가주까지 전원 타락한 고대의 존재들과 싸우고 있는 시점에서 다크 엘프의 수장이 나타난다면 꼼짝없이 위기를 맞이할 것이다.
“시험해 볼 게 있어서 나왔습니다.”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고는 아쉽다는 표정과 함께 숲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검은 나무를 잠시 노려보던 아이언은 린텔에게 말했다.
“저 검은 나무의 색이 좀 더 짙어지지 않았습니까?”
“응?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네?”
린텔의 말에 아이언의 표정이 굳어졌다.
다크 엘프들의 혼란 때문에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이쪽이 유리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정말 위기였다면 다크 엘프 수장이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을 암살하려 했을 것이다.
다크 엘프 수장과 주력 병력이 여전히 세계수를 지키고 있다는 건 시간을 벌려는 의도였다.
그것을 아는 아이언과 수뇌부지만 쉽사리 들어갈 수가 없었다.
“저거 점점 검어지는 게 좋은 징조는 아니겠지?”
“아무래도…… 빠른 시간 내에 결판을 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언의 말에 린텔이 한숨을 쉬었다.
“상황 참 엿 같네?”
린텔의 말에 아이언은 쓴웃음을 지었다.
일부러 아이언이 위험한 곳에 모습을 드러냈음에도 다크 엘프들이 나타나지 않은 건 세계수를 중심으로 시간을 벌려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유저들의 합류로 다크 엘프들이 위기에 빠진 것일 수도 있었다.
둘 중 하나일 수도 있었고, 둘 다일 수도 있지만 뭐가 되었든 이대로 있는 것보다는 움직여야 할 때였다.
아이언이 이런 생각을 선봉 군단장인 카이든 월에게 전하자 그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북부 상황상 장기전은 어려웠다.
그렇다면 기회가 왔을 때, 승부를 봐야만 했다.
“전군 소집해. 내일 해가 떴을 때, 승부를 본다.”
카이든의 명령에 장교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아이언 역시 다급히 통신 장교에게 달려가 누군가에게 연락을 했다.
카이든의 명령으로 북동부군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북부군 역시 그에 발맞춰 움직여 주었다.
영지군 역시 오란과 케이트의 도움으로 움직여 주면서 사실상 북부 연합군 전체가 최후의 전쟁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밤을 틈타 전투태세를 갖추는 것을 관리하던 카이든이 숲을 바라보았다.
최후의 전쟁터가 될 세계수 근방의 숲.
“할 만해.”
카이든이 그렇게 말하면서 숲을 노려보았다.
아이언의 도움으로 세계수까지 그리 멀지 않은 거리까지 도달했다.
잘하면 하루 안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
그 안으로 진입할 수 없었던 이유는 아이언의 신성력으로도 정화되지 않을 정도로 오염된 숲 때문이지만 이젠 가릴 때가 아니었다.
위험을 감수하고 세계수로 진입하기로 마음먹은 그날, 사령관들과 사자가주에게 작전을 알렸다.
하늘이 도운 것일까?
유저들의 활약 덕분일까?
때마침 다크 엘프들이 대거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꾸만 정찰조들이 죽어 나가자 정예 중 일부가 움직여서 유저들을 막기 위해 움직인 것이다.
“함정일 가능성이 높겠지만…….”
“뒤가 없습니다.”
아이언의 대답에 카이든이 쓴웃음을 지었다.
다크 엘프들의 수작이 뻔히 보인다.
그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자신들의 움직임을 토대로 전면전을 준비하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일부러 빈틈을 만든다는 건 얼른 오라는 뜻이었다.
혹은 정예 일부를 빼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일지도 모른다.
그것을 알면서도 움직여야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검은 나무의 색은 더 검게 변하고 있었고, 그에 따라 주변의 공기 역시 더 역하게 변해 갔다.
이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더 늦기 전에 움직여야 했다.
뿌우우우!
해가 떠오르는 것을 시작으로 뿔나팔 소리가 들려오며 전 병력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포격음과 함께 비룡 부대와 비공성 부대가 폭격을 시작하자 뒤이어 병력이 움직였다.
마법사들 역시 대규모 마법을 시전하면서 숲 전체를 태워버릴 생각으로 화염마법과 뇌전마법을 내리꽂았다.
콰과과광!
거대한 폭음과 함께 지축이 흔들리면서 오염된 대지가 완전히 뒤집어졌다.
그리고 그 위를 병사들이 진입하자 갑자기 검은 안개가 뻗어 오면서 집어삼키려 했다.
바로 그때, 아이언의 성흔이 환하게 빛나면서 부정한 것들을 죄다 정화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숲 자체를 완전히 정화하는 건 힘들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안개만이라도 완벽하게 정화하자는 생각이었다.
그걸 컨트롤하기 위해서 진군이 멈춘 그날부터 부단히 연습했고, 다행히 첫 실전에서 나름의 성과를 올렸다.
“앞을 막아! 세계수까지 길을 뚫는다!”
카이든의 명령과 함께 기사들이 선두에서서 베어 지나가고 병사들은 진형을 유지하면서 접근하는 괴식물체들을 모조리 막아 냈다.
간혹가다 오염된 나무뿌리가 병사들에게 접근하고는 하지만 성수를 뿌린 무기로 단번에 잘라 냈다.
압도적으로 보이는 아이언의 신성력이지만 몇 번의 전투로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성역이 유지될 동안 만들어지는 성수 혹은 신관들의 증폭된 신성력을 통해 무기와 갑옷에 추가적인 버프를 걸면서 아이언이 완벽히 ‘정화’할 필요 없는 환경을 조성했다.
그리고 그건 지금까지는 성공을 거두었다.
‘지금까지는’ 말이다.
콰아아앙!
“큭!”
어디선가 날아오는 강력한 화살에 칼 구스타프가 다급히 검을 휘둘렀고, 아이언 역시 모든 힘을 다해 검을 내리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의 공격에 내상을 입으면서 6단계 두 명이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쯧! 여기까진가?”
카이든이 그렇게 말하면서 혀를 찼다.
장거리 포격과 소총을 든 병사들을 통해 거리는 자신들의 이점이 될 거라 생각했다.
군대에 비해 다크 엘프의 숫자는 소수니 거리의 이점을 살려 조금씩 전진할 거라 생각했는데, 마스터가 나타났다.
그것도 초장거리에서 폭격 수준으로 공격하는 활잡이가.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거리는 북부 연합군의 장점이 아니었다.
“돌격 준비!”
기사단이 돌격을 준비하고 레인저들은 숲으로 들어가 길을 확보한다.
그 과정에서 많은 희생이 따르겠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희생을 감수하고 돌격 명령을 내리면서 동시에 아이언을 비롯한 군대들 역시 빠르게 진격했다.
그러자 아까보다 더 많은 화살들이 아이언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그것을 카이든을 비롯한 군단장급들이 번갈아 가면서 막아 주면서 돌진했다.
어느새 아이언의 신수들 역시 소환되면서 주변의 다크 엘프들을 견제하면서 진군을 시작했다.
6단계 여럿이서 아이언을 보호하면서 진격하자 저 숨어서 공격하던 다크 엘프 수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피닉스에 의해 숲이 불타고 두 개의 달이 다크 엘프 군단을 휘젓기 때문에 더 이상 숲에 숨는 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의 사도…… 넌 오늘 여기서 죽는다.”
다크 엘프 수장이 보랏빛 안광을 뿜어내면서 오러로 이루어진 거대한 화살을 아이언에게 조준했다.
그것을 본 군단장들과 칼 구스타프가 아이언의 앞을 막아서면서 다크 엘프와 싸울 준비를 했다.
하지만 앞에 나타난 것만으로도 묵직한 기세로 병사들을 움직일 수 없게 하는 막강한 위력에 군단장들이 전원 식은땀을 흘렸다.
새삼 마스터란 존재들이 얼마나 괴물 같은 존재들인지 다시 한번 느낄 정도로 막강한 기세.
하지만 명색이 6단계에 들어선 존재들이 고작 기세만으로 무너질 수는 없는 법.
기합과 함께 사기를 끌어 올리자 다크 엘프 수장의 오러 화살이 날아들었다.
쾅! 쾅! 쾅!
화살 한 방 한 방에 6단계에 오른 무인들이 뒤로 밀려나고, 내상을 입는 것을 반복했다.
하지만 버텨 냈다.
아이언에 의해 발현된 성역 안에서 일어나는 싸움이기에 위력이 반감되기 때문이다.
반감된 위력으로도 6단계들을 압도할 만큼 막강한 힘이었지만 버텨 냈다.
‘할 만하다!’
군단장들과 아이언 모두 그런 생각을 할 때, 그런 그들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더 강력한 힘이 뿜어졌다.
성역의 힘을 일시적으로 찢어발기며 만들어진 보랏빛의 거대한 화살이 아이언이 있는 자리로 날아들었다.
순간 이건 막을 수 없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거대한 얼음의 창이 보랏빛 화살을 정면에서 막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