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24)
43. 북부 대전쟁 (1)
아이언이 신의 사도가 되었다는 소식이 퍼짐과 동시에 북동부군을 중심으로 인류 군대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막강한 신성력은 수천의 공허충들이 접근조차 하지 못할 만큼 강력했는데, 특히 어렵게 늘려 놓은 다크 엘프들의 영역을 소멸시키는 데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다크 엘프조차 아이언이 발현한 신성력에 오래 노출되면 정화되어 버릴 정도였으니 당연했다.
“신관들과는 비교가 안되는데?”
“그러게. 북부군에 있는 주교급이 전력을 다해 신성력을 뿜는 것을 봤는데 저거에 반의반도 안 되었다네?”
북동부군의 이런 소문과 함께 북부 전체에 아이언에 대한 소문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스무 살 이전에 6단계.
전장을 휘젓는 막강한 신수들.
거기다 사도까지.
이 모든 소문이 한 사람의 것이라고 말하면 누구나 거짓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사자성에서부터 차근차근 소문이 퍼져 나가고, 다수의 증언이 이어지자 많은 사람들이 아이언을 생각했다.
‘북부의 희망’.
한 신문사에서 만들어 낸 아이언의 별명.
이젠 영웅을 넘어서 북부의 희망이라고 불리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다크 엘프들 역시 이러한 사실을 잘 아는지, 아이언에 대한 암습을 끊임없이 이어 나갔다.
시도 때도 없이 아이언을 암살하려 했다.
어느새 북동부군의 병력들이 숲 안쪽을 깊숙이 들어가자 사방에서 북동부군을 공격하려 했다.
아무리 군대가 겹겹이 둘러쌓아 아이언을 보호한다지만 사방에서 공격해 들어오는 다크 엘프의 군대는 도저히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이언의 신성력이 그 모든 공격을 막아 냈다.
공허의 기운에 대한 압도적인 우위.
막대한 신성력을 통해 성역을 만들고 그 성역 위에서 싸우는 북동부군에게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게 해 주었다.
그렇게 움직이는 성역이 만들어지고, 조금씩 전진하면서 다크 엘프의 세력권을 지워 나갔다.
“이대로만 가면 승리다!”
“조금만 더 힘내자!”
“승리할 수 있다!”
장교들이 움직이는 성역과 함께 솟구치는 사기를 통해 병사들을 독려했다.
북동부군이 전진할수록 다크 엘프들과 그들이 이끄는 군대의 저항은 거세졌다.
힘들게 늘려 놓은 자신들의 영역이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고 있으니 당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크 엘프들의 저항은 아이언의 신성력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정말 이대로라면 세계수까지 금방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후…… 여기까지만 보면 벌써 세계수를 점령하고도 남았어야 하는데…….”
아이언이 씁쓸한 표정으로 전장을 바라보았다.
현재 북동부군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크게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북부군과 사자가문을 위시한 영지군이 북동부군을 중심으로 합류했다.
그들 역시 이게 절호의 기회라는 것을 알기에 아이언을 중심으로 놓고 작전을 구상하면서 다크 엘프들의 영역을 지워 나갔다.
그러자 순식간에 북부의 숲 상당 부분이 정화되어 버렸다.
이 상태라면 한 달 내로도 전쟁을 끝낼 수 있을 거라는 군사 전문가들의 판단까지 내려졌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아이언의 몸이 신성력을 완전히 견뎌 내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어째서인지 익숙해질수록 사용할 수 있는 신성력이 늘어났지만, 그만큼 피로감을 느끼는 것도 빨라졌다.
게다가 한 번에 많은 신성력을 사용할수록 피로감을 느끼는 것을 넘어 기절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처음엔 수명이 줄어드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신관이 알려 준 기록에 따르면 그건 아니라 했다.
단지 신의 직접적인 힘을 인간의 몸이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
그나마 아이언이 6단계에 다다르는 무인이라 이 정도로 막대한 양의 신성력을 뿜어내고도 무사한 것이라 했다.
그런데 아이언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존재가 없으니, 아이언의 상태로 인해 군대가 발이 묶여 원하는 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일단 이곳에 진지를 세우고 조금씩 밀고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카이든 월의 말에 크림슨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검은 안개가 다가올수록 아이언의 신성력 소모가 많아졌고, 그럴수록 지쳐 가는 건 아이언뿐이었다.
북동부군의 가장 핵심 인물을 관리해야 했기에 북동부군은 전진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북부군과 영지 연합군들 역시 움직임 역시 변해 갔다.
아이언에 의해 약화된 영역은 신관들과 마법사의 정화로 장성으로 변모해 갔으며, 그렇게 전체적인 다크 엘프의 영역을 축소시키고 난 후 다음 작전을 구상하는 것으로 큰 틀을 잡았다.
지속되는 신성력과 대규모 정화 마법으로 북부의 숲 전체를 드리웠던 검은 안개가 조금씩 걷혀 나갔다.
그렇게 안개가 걷히면서 오염된 세계수의 일부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문제는 딱 거기까지라는 것이었다.
북부! 이대로 고착화될 것인가?
단기전을 계획하고 재빠르게 치고 올라갔던 북부 연합군.
하지만 다크 엘프들과 오염된 식물들이 만든 견고한 진형을 뚫고 가기는 어려웠다.
일반적인 차원 게이트와는 차원이 다른 오염된 힘이 지형 자체를 외계 생명체가 살 법한 곳으로 바꿔 놓았기에 아이언의 힘으로도 정화하기 힘들었다.
그렇다고 북부 연합군의 힘으로 강제로 뚫고 가기도 어려웠다.
“후…… 결국 도박을 해야 하는가?”
크림슨이 한숨을 쉬면서 말하자 북동부군의 수뇌부가 표정을 굳혔다.
아이언이 성흔을 갖기 전에 계획했던 작전.
모든 것을 걸고 단기전으로 끝내려 했던 그 작전으로 돌아갈 생각에 다들 고개를 숙였다.
“아무래도 회의를 시작할 때가 된 것 같군.”
크림슨의 말에 다들 고개를 숙이면서 동의했다.
더 이상 장기전으로 끌고 갈 여력이 없는 이상 이제는 결판을 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아이언의 도움으로 오염된 세계수가 있는 곳 근방까지는 도달했다는 것이다.
막대한 희생이 예상되지만 처음과 달리 전혀 승산이 없는 건 아니었다.
전선이 축소되면서 연합군의 각 세력들이 가까운 거리에 주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최후의 전쟁이 될지도 모르는 그날을 위해 모두가 준비를 시작했다.
-메인 퀘스트 ‘북부 최후의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북부와 다크 엘프가 마지막 결전을 위해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오염된 세계수의 뿌리를 완전히 정화하세요.
이 퀘스트는 메인 퀘스트이며 결과에 따라 대륙의 향후 방향이 결정되는 중요한 퀘스트입니다.
-성공 시 : 공헌도에 따라 보상+북부 안정+추후 메인 퀘스트에 도움을 줄 수 있음.
-실패 시 : 북부 멸망 퀘스트 진행+세계수의 완전한 오염 퀘스트 발동.
자신에게 주어진 특별 퀘스트와 다르게 정식으로 메인 퀘스트가 모든 유저에게 내려졌다.
아이언은 서부와 동부, 남부에는 어째서 아직 메인 퀘스트가 나타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 유저들 입장에선 현재 유일하게 메인 퀘스트가 만들어진 곳이 북부라서 그런지 대륙의 모든 유저들이 북부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물론 그저 생존이 목표인 유저들이나, 게이트를 통한 돈벌이가 목적인 유저들, 그리고 현재 각 지역에서 중요한 퀘스트를 진행하고 있을 최상위권 유저들은 오지 않았다.
동부는 하얀 고래와 같이 각 지역에서 뭔가를 노리고 들어가는 유저들은 뒤늦게 북부에 합류하는 것보다 그곳에서 승부를 보는 게 유리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각자의 생각에 따라 참여하지 않은 유저들도 제법 있었지만 대부분의 유저들은 북부로 몰려들었다.
그런데 몰려든 건 유저만이 아니었다.
“무기가 말을 했다고?”
“그렇다니까.”
“뭔 개소리야?”
한 용병의 말에 동료들은 코웃음을 치며 용병의 말을 흘려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용병이나 사람들은 하나가 아니었다.
어떤 이는 오래된 지팡이에서, 어떤 이는 목걸이에서, 또는 동물에게서 소리를 들었다.
그들이 하나같이 하는 얘기는 북부로 가라는 것.
만약 그냥 그런 말만 흘렸으면 귀신이 하는 말이라고 생각해서 신관을 찾아갔겠지만 그들은 단순히 말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네가 정령이랑 계약했다고?”
“그렇다니까? 내가 말했잖아. 요 목걸이가 귀물이라니까!”
“하…… 정령술까지 익힌 놈이니 안 믿을 수도 없고…….”
“나랑 같이 북부로 가자. 요놈이 하는 말이니 거기에 뭔가 있을 거야!”
한 남자의 말에 동료가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러한 일은 계속해서 일어났다.
제각기 다른 무기 혹은 물건들의 소리를 듣고 움직이거나, 오래된 영혼의 부탁으로, 혹은 신의 계시처럼 고귀한 존재의 음성을 듣고 움직이는 자들이 생겼다.
그들의 공통점은 전부 북부로 향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일이 대륙 곳곳에서 일어나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성국에서 대대적으로 신의 계시를 알렸다.
[북부에 대륙을 집어삼킬 악이 깨어나고 있으니 막아라!
선택받은 자들이여, 의심하지 말라.
북부로 향하라는 목소리를 의심하지 말고 행하라.
그럼 그대들에게 축복이 내려질 것이니라.]
신의 대언을 하는 성녀의 말과 함께 그동안 의심했던 자들이 일제히 북부로 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
신의 목소리 혹은 그에 준하는 존재들의 목소리에 새로이 힘을 얻고 북부 전쟁에 힘을 보태려는 자들이 있다면, 악에 영혼을 바치려는 자들도 있었다.
-복수를 갈망하는가? 그럼 나와 계약을 해라.
“그럼…… 복수할 수 있습니까?”
언젠가부터 들려오는 괴상한 목소리.
하지만 모든 것이 망하고 절망한 한 소녀에게 이젠 선택지가 없었다.
적어도 죽기 직전에 복수라도 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악마가 손을 내밀었다.
-믿어라. 나와 계약하는 순간 넌 복수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니…….
“하겠습니다.”
-좋다! 나와 계약이 끝나는 순간 넌 복수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며, 그 후에는 나의 명령에 따라 북부로 가 다크 엘프를 돕게 될 것이다. 하겠느냐?
“예!”
소녀의 대답과 동시에 그녀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녀의 눈이 붉게 변하면서 공허의 힘이 주변을 잠식해 들어갔다.
그리고 그날, 한 소녀의 집안을 풍비박산 낸 한 사채업자의 집이 피바다로 변했다.
끔찍하리만큼 잔인하게 난도질된 시체들.
하지만 사람들은 누구도 그들이 죽은 것에 슬퍼하지 않았다.
그동안 마을 사람들에게 악독하게 고리대금업을 했던 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갑자기 실종된 소녀 때문에 그녀가 범인이라 짐작은 했지만 마을 사람들 누구도 찾을 수가 없었다.
치안대 또한 사람들의 증언에 따라 그녀를 찾고자 했지만 어느 곳에서도 그녀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사건들은 대륙 곳곳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어떤 마을이 불탔다!”
“어느 영주가 피를 토하면서 갑자기 쓰러졌다!”
“어떤 남작이 불륜녀와 함께 복상사했다!”
갑작스럽게 늘어나는 의문의 사건들.
이 때문에 치안대와 감찰관의 일이 수십 배로 늘어났지만 부패로 얼룩져 있던 그들에겐 이 사건을 완벽하게 수사할 능력이 없었다.
하지만 얼마 후, 이런 소문들의 뒤에 악의 기운이 있다는 사실을 한 신관이 알아내면서 성국을 비롯한 제국 감찰관이 혼란에 빠졌다.
흑마법사 혹은 악마와 계약한 자들의 소행을 알아내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었으니 문책이 올 것이라 두려워한 것이다.
사람들이 항의할 것이고, 자신들은 옷을 벗게 되는 것을 넘어 감옥에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들에겐 다행스럽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자잘한 소문보다 북부에 관심을 기울였다.
북동부와 동부 이상의 대전쟁이 시작될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호외요! 호외! 북부에서 대전쟁이 시작되었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