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121화 (121/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21)

42. 반격! (1)

몬스터 섬멸이라는 공을 세운 아이언의 앞에 나타난 2개의 퀘스트.

베타테스트 시절 나왔던 메인 퀘스트와 흡사한 내용.

하지만 한 가지가 달랐다.

결과적으로 생존과 대륙을 구하는 데 일조하는 흐름은 비슷하지만 난이도가 달라졌다.

아직 정체를 밝혀내지 못하는 세력들이 본격적으로 아이언을 죽이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후…….”

아이언은 긴 숨을 내뱉으면서 잠시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했다.

이미 오래전에 결심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퀘스트로 나오자 흔들리는 마음.

“2번.”

생각을 정리하자마자 곧바로 결정했다.

괜히 시간을 끌면 생각만 많아져서 결심이 흐트러질 수 있었기에 곧바로 내뱉은 것이다.

-경고! 2번을 선택할 경우 알 수 없는 세력이 노골적으로 당신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1번을 선택할 경우 차츰 그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생존 확률이 높아집니다.

“2번.”

다시 한번 선택할 기회를 주었음에도 아이언은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이미 현대도 이 갓게임이라는 것에 영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젠 본래의 몸이 융합되면서 이곳을 현실로 인식하게 된 지 오래인지라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생각이었다.

‘피하지 않는다.’

이미 전생의 한계를 돌파해서 6단계에 오른 아이언이다.

게다가 신수들이라는 막강한 힘까지 더해진 지금, 전생보다 더 많은 활약을 할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 성장이 끝나지 않았어.’

이번 생에서 자신은 올바른 길을 걷고 있었다.

그렇기에 전생에서는 쳐다보지도 못했던 마스터라는 경지를 꿈꿔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벽을 넘지 못하더라도 신수의 힘만 온전히 쓸 수 있다면 마스터급 힘을 넘볼 수 있었다.

-2번을 선택하셨습니다. 이제부터 유저들의 메인 퀘스트와는 별개로 유저님에 한정해서 특별한 퀘스트가 지속적으로 부여됩니다. 또한! 당신에게 성흔이 각인되어 알 수 없는 세력에게 적대감을 심어 주게 됩니다.

[첫 번째 특별 퀘스트 - 피로 물든 세계수]

다크 엘프들이 세계수의 뿌리 중 하나를 훔쳐 인간의 피로 물들였습니다. 이로 인해 세계수의 뿌리 전체가 오염되기 시작했습니다. 가만히 내버려 둔다면 북부를 넘어 대륙 전체가 오염될 수 있으니 반드시 정화시키십시오.

-정화의 힘은 당신의 성흔에 깃들어 있습니다.

-이제부터 활약도에 따라 알 수 없는 세력의 견제가 심해집니다. 특급 위험인물이 될 경우 최우선적으로 척살 대상이 될 수 있으니 유의하십시오. 단! 성흔을 받은 다른 사도들이 나타난다면 당신의 위험도는 점차 내려갈 수 있습니다.

“큭!”

아이언의 선택과 함께 알림음 창이 완전히 사라진 순간 고통이 밀려들어 왔다.

다급히 가슴을 붙잡고 고통을 감내하자 서서히 타는 듯한 고통이 사라지고 그 안에 신성한 기운이 깃들기 시작했다.

‘이것이 성흔인가?’

아이언이 고통을 참아 내면서 웃옷을 걷어 확인하자 가슴 정중앙에 선명한 십자 흉터가 만들어졌다.

피가 뚝뚝 흘러내리는 것을 닦으며 치유의 기운을 상처에 불어 넣었으나 신성한 기운이 치유의 기운에 반발하면서 성흔이 아물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후…….”

피를 닦아 내며 성흔의 고통이 완전히 사라지기를 기다리자 점차 피가 멈추면서 상처가 굳어졌다.

그것을 확인한 아이언은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2번을 선택한 이상 가만히 있어도 다크 엘프를 비롯한 알 수 없는 적에게 노려지게 된다.

특급 위험인물이 된다 한들 자신이 위험해지는 게 변치 않는다면 실컷 날뛰는 게 맞지 않겠는가?

생각을 정리한 아이언은 슬슬 몬스터 소탕을 정리하고 최전선 쪽으로 옮길 생각을 가졌다.

좀 더 위험한 전장에서 싸울 때를 대비해서 자료를 모으고, 부대원들의 부족했던 전술훈련에 집중하는 동안 아이언의 선택에 분노라도 한 듯, 다크 엘프들이 날뛰기 시작했다.

감춰 놨던 모든 수를 꺼내 보이려는 듯, 수천의 오염된 엔트와 트렌트, 위습으로 조합된 군단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들의 등장과 함께 북부의 숲에 있던 안개가 사라지면서 거대한 검은 나무가 모습을 드러냈다.

“……최전선 너머라…….”

자신에게 온 한 장의 명령서.

[고스트로 복귀하게.]

사령관이 직접 쓴 명령서를 보면서 아이언이 한숨을 쉬었다.

본대로 오라는 명령서.

자신 때문에 유지되었던 특수작전대이기에 이대로 고스트로 복귀하면 이 부대는 흩어질 것이다.

아직 부족한 부대원은 최전선에 파견되거나 자신들의 부대로 복귀할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쉬웠다.

실컷 키워 놨더니 다른 곳에서 써먹는다?

“아쉬워…….”

아이언이 아쉽다는 표정으로 막사 밖으로 나갔다.

몬스터 섬멸 작전을 통해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것 때문일까?

예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모습을 보여 주는 병사들.

부사관이 예정된 병사들이라 그런지 전원이 마력을 사용할 줄 알았는데, 매일같이 생사를 넘나드는 전투 때문인지 신체 강화를 할 수 있는 병사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었다.

기사들 역시 어리바리한 모습은 사라지고 모두 진중하게 변했다.

수많은 실전이 그들을 바꿔 놓은 것이다.

다시 봐도 아까웠다.

이대로 몇 년만 키우면 정말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부대가 될 것으로 보였다.

“후…… 어쩔 수 없지.”

자신이 고스트로 복귀하면 아리엘은 기사단으로, 레인저들도 본대로 복귀할 것이다.

주축이 다 복귀하는데 특수작전대가 유지될 리가 없었다.

죽 쒀서 개 준 느낌이었지만 애써 마음을 갈무리했다.

함께 고생해 준 부대원들에게 마지막까지 나쁜 인상을 심어 주고 떠날 수는 없기에 어떻게 하면 웃으면서 헤어질 수 있을까 고민하던 아이언이 검을 바라보았다.

“특수작전대…….”

아이언이 자신의 부대 이름을 중얼거렸다.

나름 엘리트들만 모아 놨다지만 오히려 그래서 어정쩡한 부대원들.

진짜 엘리트들은 각 부대의 핵심 부대로 들어갔고, 그 외의 나머지 사람들을 모은 게 특수작전대였다.

그렇기에 아이언은 이들의 마음을 잘 알았다.

범재들에겐 부러워 보일지 모르지만 재능이 있음에도 진짜 ‘수재’들에게 밀려난 자들의 마음을…….

나도 저들과 같이 서고 싶다는 마음으로 노력해도 재능 부족으로 결국 좌절하고 마는 자들.

어쩜 자신의 부대원들 중에서도 결국 좌절하는 자들이 생길지 모른다.

그들을 위해 아이언은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고자 했다.

그는 마음을 정한 후, 아리엘을 통해 부대원들을 불러 모았다.

“오늘 이런 명령서가 왔다.”

아이언이 자신에게 온 명령서를 펼쳐서 보여 주었다.

“각자 명령서가 하달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의 말에 부대원들의 눈동자가 떨렸다.

생사고락을 같이했던 부대원들이 이제는 흩어져야 했기 때문이다.

“오늘부로 우리 부대는 해체 수순을 밟게 될 거다. 나 역시 고스트로 복귀하겠지. 그 전에 여러분들에게 마지막 말을 전하고자 이렇게 불렀다.”

마지막이라는 단어에 다들 움찔하면서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을 주기 위해 검을 꺼내 들었다.

‘스릉~’ 소리와 함께 부드럽게 뽑혀 나오는 검.

숱한 전투로 여기저기 이가 나갔지만 그만큼 아이언에게 딱 맞게 변모한 애검이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난 강철의 길을 걷고 있다. 어떤 사람은 미련하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별 볼 일 없는 특성이라고 날 깎아내리기도 하지.”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면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믿을진 모르겠지만 난 검술에 재능이 없다. 검속, 강대한 마력, 검을 보는 눈, 반응 속도 모든 것이 달리지. 그런 나에게 한 가지 재능이 있다면 노력일까?”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면서 검에 마력을 불어 넣었다.

“어쩌면 난 여러분들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어릴 때 난 천재를 보았고, 그에 준하는 여러 수재들을 보아 왔다. 그런 내가 느낀 건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이들을 쫓아가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아이언의 씁쓸한 미소에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의 진실한 눈빛에 저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내 재능으로는 복잡한 검술을 이해하는 것도, 육체에 각인하는 것도 어려웠다. 그렇기에 제일 단순한 검술, 그리고 범재들을 위해 맞춰 정형화된 검술을 선택했다.”

기초 검술 그리고 거기에서 발전된 제국식 기본 검술.

아이언이 현생에서 수련한 검술은 이 두 가지뿐이었다.

그건 아리엘 역시 잘 알고 있었고, 누구보다 노력했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저 말이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단지 그 부족한 검술 재능 이상으로 믿을 수 없는 경험과, 노력 그리고 지식이 뒷받침되었기에 천재라 불리는 자들마저 좌절하게 만들었다는 게 다를 뿐이다.

“진짜 천재들은 쫓아갈 수 없다. 괜히 그들을 쫓아가려 한다면 좌절할 뿐이지.”

아이언의 말에 다들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옆에 서려는 생각은 오만이다.

오히려 그들 때문에 좌절만 할 뿐이다.

“물론 노력으로 ‘수재’까지는 쫓아갈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정말 노력만으로 된 걸까? 여러분이 잠도 안 자고 수련한다 한들 그들에게 도달할 수 있을까?”

아이언의 말에 다들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수재들도 노력을 한다. 그들 중에선 심지어 즐기는 자들도 있다. 그런 이들을 단순 노력으로 쫓아갈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한 가지다.”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검을 가볍게 휘둘렀다.

지독하리만큼 완벽한 검로.

수없이 반복한 끝에 도달한 최적의 검로.

그것이 부대원들의 눈에 보였다.

“경험. 앞서 말했듯 난 복잡한 검술을 이해하지도, 육체가 따라 주지도 못했다. 그렇기에 이 단순한 검로를 선택했다. 대신! 이 검술에 나의 경험을 담았다.”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검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수없이 좌절하고, 절망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나의 경험을 검에 녹여 냈다. 위험을 감수하고 몬스터와 싸웠으며, 생존하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아…….”

한 병사가 감탄한 표정으로 아이언의 강철 마력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모든 부대원들이 아이언이 검을 든 모습을 바라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왠지 그가 살아온 세월이 보이는 듯한 느낌이 든 것이다.

“여러분은 선택을 해야 한다. 위험을 감수하고 더 많은 경험을 쌓을지, 아니면 적당한 선에서 주저앉아 평화로운 삶을 영위할지. 난 뭐가 더 좋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각 자 장단점이 있으니까.”

포기하는 게 나쁜 건 아니다.

아이언 본인조차도 평화로운 삶을 살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이딴 거추장스러운 군인 신분은 벗어던지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나간 자들을 쫓아가고 싶다면 두 가지만 명심해라.”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손가락을 하나 폈다.

“첫째! 절대 선을 넘지 않는 거다. 자신의 현재 실력을 파악하고 절대 그 선을 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전생의 자신이 그러했다.

자신의 주제를 잘 파악하고, 항상 방심하지 않는 것.

그렇게 살아남았고, 그럴수록 경험이 쌓여 나갔다.

이 혼란의 시대에 살아남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강하지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것이 무력이 아닐지라도, 경험과 지식이라는 무기를 장착하는 것이니 틀린 말이 아닌 셈이다.

“둘째! 지치고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라. 노력해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 그래도 해. 그래야만 정말 위험한 순간에 후회하지 않으니까.”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며 긴 숨을 토해 냈다.

“내 선물은 이걸로 끝이다. 부디 이 위험한 전장에서 끝까지 살아남기를 바라지.”

그 말을 끝으로 뒤돌아선 아이언에게 모든 부대원들이 굳은 표정으로 일제히 군례를 올렸다.

“충성!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모든 부대원들의 인사에 아이언은 빙그레 웃으면서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후, 짐을 챙긴 아이언은 최전선 너머에 있을 고스트에게 가기 위해 비공선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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