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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119화 (119/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19)

41. 악마의 부대! (2)

아이언이 웃으면서 간부들을 돌려보내고 마지막까지 작전을 점검했다.

후방을 완전히 무너뜨리겠다는 생각은 애당초 없었다.

하지만 입안에 남은 가시처럼 계속해서 신경을 거슬리게는 만들어 줄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피해는 누적되고, 결국 몬스터 군단의 주축 중 하나가 자신들을 잡기 위해 병력을 뺀다면?

그렇다면 할 일을 다 한 셈이다.

“후…… 이놈의 몬스터들은 이번 생에서도 날 힘들게 하네.”

아이언이 그렇게 한숨을 쉬면서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잠을 청했다.

다음 날.

해가 뜨지도 않았는데도 임시로 만든 진지는 짐을 옮기는 소리 때문에 상당히 시끄러웠다.

후퇴를 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포병 부대와, 2중대, 그리고 그들을 위해 시선을 교란시킬 1중대가 새벽부터 준비하는 동안 아이언과 기사단 레인저들은 가죽으로 만든 경갑만을 입은 채 숙소 근방에 은신했다.

얼마 후 모든 준비를 마친 부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포병과 2중대가 진지를 빠져나가고, 뒤이어 1중대가 주변의 몬스터들을 죽여 나가면서 포병을 보호하듯 움직였다.

그러다 몇몇 몬스터 무리가 1중대를 공격하려고 따라오자 그들을 유인하며 북쪽으로 움직였다.

“전부 갔습니다.”

닉스의 보고에 아이언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움직이지 말고 밤을 틈타 움직인다.”

“예!”

아이언의 명령에 모든 병력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밤을 기다렸다.

은신하며 옛 고블린들의 지형으로 이동했지만 부하들이 연기를 잘했는지 정찰하는 몬스터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무사히 은신하기 편한 지형으로 온 그들은 비상식량으로 버텨 가면서 몬스터 군단과 인간들의 전쟁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최대한 빨리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란 덕분일까?

투쟁심이 많은 오크들이 가장 먼저 인간들을 쓸어버리기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예상보다 빨리 도착한 영지 연합군 때문에 오크들은 병력을 뒤로 물릴 수밖에 없었다.

오우거와 웨어 울프가 속속 합류했지만 그들은 아직 움직이지 않았다.

중앙의 와이번까지 도착하는 것을 기다린 몬스터들은 군단이 완성되자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움직인다.”

모든 몬스터들이 움직이는 걸 확인한 아이언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먹을 거 못 먹고 제대로 잠을 잘 수도 없는 환경에서 버틴 보람이 있었다.

모두들 ‘드디어!’라는 표정으로 숲 곳곳에서 움직이는 몬스터 군단을 바라보았다.

초반부터 승부를 보겠다는 듯 전면전을 벌일 준비를 했다.

“아직 안 왔지?”

아이언의 물음에 나무 위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레인저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북동부의 병력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황.

이런 상황에서 전면전을 벌이면 인간 군대의 필패였다.

영악한 트롤인 만큼 지금이 승기를 굳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모든 몬스터들을 집결시켜 전면전을 준비하는 것이다.

소규모 몬스터 군단이라지만 사자성 때보다는 훨씬 많은 몬스터들이 모여 있었다.

간신히 군단 규모를 채운 사자성 때와는 다르게 중규모를 목전에 둔 놈들이기에 그러했다.

저런 놈들을 상대로 부족한 병력으로 싸운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바로 움직인다.”

“예!”

아이언의 명령에 모든 병력이 일제히 은신을 풀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선을 끌기 위해서 후방을 휘저을 필요가 있었다.

-키…… 키릭! 인간이 어떻게……?

푹!

고블린이 숲 안에 있는 인간들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심장이 찔려 죽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군수물자를 담당하는 고블린들을 하나둘 죽여 나가기 시작했다.

로드급이 없는 이상 이렇게 후방에서 물자를 담당하거나 부족한 병력을 채우는 용도로 사용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로드들의 버프도, 주술사들의 중첩된 주술 효과도 없었다.

말 그대로 머릿수를 채우기 위한 용도에 불과한 놈들.

그렇기에 전원 기사와 레인저로 이루어진 아이언의 병력이 학살하듯 썰어 버리고 있었다.

“바로 움직여. 녀석들이 신경 쓰일 정도로 피해를 입혀야 한다.”

“예!”

아이언의 명령에 기사들과 레인저들이 일제히 대답하고는 재빠르게 움직였다.

가장 먼저 기사들이 돌격해서 몬스터 군단이 만들어 놓은 임시 병참기지를 박살 낸다.

그리고 레인저들이 날렵하게 움직여 도망치는 놈들을 하나하나 죽여 나간다.

처음엔 고작 수십 마리에 불과한 몬스터들뿐이었다.

하지만 숲 곳곳을 휘저으면서 수백 마리를 죽여 나가자 마침내 몬스터 군단에서도 반응이 왔다.

이대로 놔두면 안 되겠다는 수뇌부의 반응.

그들 모두 같은 생각을 했다.

‘후방에 잠입한 쥐새끼들이 신경 쓰인다!’

그렇다고 군단을 무너뜨릴 수는 없는 법.

같은 종족이 아닌 휘하 몬스터들을 모아다가 쥐새끼들을 잡도록 지시했다.

나머지는 군단을 유지한 채 임시 진지를 구축한 인간들의 병력을 단번에 쓸어버릴 준비를 했다.

쥐새끼들 때문에 잠시 시간이 끌렸지만 여전히 자신들이 압도적인 건 분명했다.

“북동부군은 아직 멀었나?”

“예. 족히 반나절은 있어야 할 듯싶습니다.”

“후…….”

영지군의 두 수장 중 하나인 오란 템페트가 한숨을 쉬었다.

이제 곧 몬스터 군단과 전투가 시작될 거 같은데 아직 북동부군은 아직 멀었다는 보고만 들려오자 미간이 찌푸려졌다.

다행히 곧바로 전면전을 벌일 것 같던 몬스터 군단이 무슨 일인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내부에서 고함 소리가 들려오고 몬스터들이 후방으로 빠지는 걸로 보아 후방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이 분명했다.

“몬스터 군단에 무슨 일이 벌어진 듯하네요.”

“음…… 그나마 다행이오. 그런데 무슨 일이지?”

“혹시 숲에 남았다는 아이언 공이 무슨 일을 벌인 게 아닐까요?”

“군단이 움직이지 않은 상황에서 움직이는 건 위험할 텐데…….”

윈스텔의 수장인 케이트의 말에 오란이 중얼거렸다.

“숲 안쪽 상황을 알아보게.”

“예!”

오란의 명령에 기사 하나가 나가서 숲 안쪽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정찰병을 통해 알아보라 지시했다.

몬스터 군단에만 집중되었던 정찰 병력 일부가 숲 안쪽으로 배치되자 곧이어 정보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숲 안쪽으로 대규모 몬스터 병력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또한 숲 일부가 최근에 무너진 흔적이 보이는 걸로 보아…….”

“후…… 역시 아이언 중령이었나?”

“북동부군이 올 때까지 시간을 벌어 주려는 것 같아요.”

“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용기가 대단하군.”

오란과 케이트가 숲 안쪽에서 시간을 벌고 있는 아이언을 생각하면서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도 준비를 합시다. 안쪽에서 저렇게까지 애쓰는데 버텨 봐야지요.”

“네.”

영지군의 두 수장이 각오를 다지면서 후퇴보단 맞서 싸우기로 마음먹었다.

자신들이 여기서 피해를 감수하고 후퇴 결정을 내린다면 안쪽에서 애쓰는 아이언의 부대는 전멸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몬스터 군단이 후방을 어지럽히는 아이언 때문에 혼란이 왔는지 즉각적인 전면전 대신 군을 재정비하기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전투는 밤이 되겠군. 그쯤이면 북동부군도 도착하겠지?”

“그럴 것입니다.”

오란의 질문에 옆에 있던 기사가 대답했다.

이러면 해볼 만하다는 생각에 당장이라도 전투를 벌일 수 있게 준비를 했다.

인간들이 전투준비 태세를 갖추자 쥐새끼들부터 처리하려고 했던 몬스터들 역시 다시 마음을 고쳐먹을 수밖에 없었다.

당장이라도 전투를 벌일 것 같은 인간들의 움직임에 군을 움직이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뭉치면 강한 몬스터 군단이지만 반대로, 한 부족이 빠져나갈 때마다 힘의 약화가 심해졌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시간을 보내게 될 것 같자, 몬스터들이 칼을 빼냈다.

후방을 어지럽히는 놈을 신경 쓰지 말고 곧바로 인간들의 본대와 결착을 짓자는 의견이 통과되어 모든 몬스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온다! 모두 전투준비!”

아직 해가 지지 않은 상황에서 평야에 노을이 깔리는 풍경과 함께 양쪽 군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선봉에 선 것은 오크들이었다.

그리고 뒤이어 오우거들과 웨어 울프가 뒤를 이었고, 상공에 와이번들이 다수 출현했다.

동시에 후방에서 마법사들의 마법을 견제하는 트롤들까지.

사자성 때보다 더 견고한 몬스터 군단의 공세에 인간 측은 포격을 날리고 마법을 날려 봤지만 그들의 돌격을 저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상공을 휘젓는 와이번들이 먼저 기지 후방을 급습하면서 인간의 진형에 혼란이 가중되는 순간 오크들이 온 힘을 다해 돌격하며 단숨에 전열을 붕괴시키려 했다.

바로 그때, 멀리서 다수의 마법과 포격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쾅! 쾅! 쾅!

“북동부군이다! 지원군이 왔다!”

한 기사의 외침에 단번에 와해되려던 전열이 사기가 올라가면서 용케 무너지지 않고 버텨 냈다.

그러자 상공에서 비룡 부대가 빠르게 접근하며 와이번들과 싸우기 시작했고, 뒤이어 비공선 부대가 포격을 날리면서 지상군을 지원했다.

“무너지지 마라!”

“버텨 내!”

오란과 케이트의 피 토하는 외침과 함께 간신히 전열을 재정비한 인간의 군대가 몬스터 군단과 본격적으로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한편 이 전투를 숲 외곽에서 바라보던 아이언이 몸을 돌렸다.

“다행히 버텨 냈군.”

“정말 다행입니다.”

“우리의 고생이 헛되지 않았습니다.”

아이언의 말에 아리엘과 닉스가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제부터 더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본대가 몬스터 군단을 버텨만 준다면 우리가 할 일은 더 많아지게 된다.”

“예!”

“예!”

“저들이 붙여 준 악마의 부대에 걸맞게 놀아 보자!”

아이언은 그 말과 함께 사악하게 웃으면서 재빠르게 움직였다.

최대한 큰 피해를 주면서 시선을 돌리기 위해 일부러 큼지막한 곳만 노렸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었다.

저들에게 가장 아픈 곳만 찔러 주면서 악마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 줄 차례였다.

숲 외곽에 위치한 병참기지들을 박살 낸 아이언이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숲 밖이었다.

-이…… 인간?

모두가 돌격해서 비어 버린 임시 지휘소.

그곳에 인간들이 들어왔다.

아무리 몬스터 군단의 전 병력이 돌격했다지만 그래도 수백의 몬스터들은 지휘소에 남아 있기에 별 걱정이 없었다.

게다가 주술사들까지 남아 있었기에 순식간에 정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키긱…….

“너무 인간들을 얕본 거 아니야?”

아이언이 트롤 주술사의 목구멍에 검을 박아 넣으면서 말했다.

그 순간 갑자기 허공에 피의 주술진이 만들어지면서 아이언을 향해 강력한 붉은 뇌전이 쏟아져 내렸다.

콰아앙!

“짜릿하네.”

-인간…….

매서운 기세를 뿜어내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거대한 크기의 트롤.

오우거와 비견될 정도로 큰 크기의 트롤 로드가 아이언을 향해 흉흉한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다.

동시에 트롤 로드의 친위대가 모습을 드러내며 지휘소를 휘젓는 기사단과 레인저들의 앞을 막아섰다.

“제법 머리 좀 굴릴 줄 아네.”

“쥐새끼를 잡으려면 덫을 놓아야 하는 법.”

트롤 로드가 드디어 잡았다는 표정으로 흉흉한 기세를 뿜어냈다.

그런 트롤 로드를 보면서 아이언이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글쎄…… 잡은 건지 잡혀 준 건지는…… 결과가 말해 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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