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118화 (118/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18)

41. 악마의 부대! (1)

북부의 숲에 난데없이 나타난 악마들.

몬스터들만 학살하면서 다니는 몬스터전에 특화된 이 부대 때문에 북동쪽에 있는 몬스터들이 하나둘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몇몇 몬스터 부족들이 하나둘 연합해서 대항했으나 형편없이 깨져 나갔다.

-끼…… 인간…… 살려…….

고블린 하나가 살려 달라고 소리쳤지만 가차 없이 목을 날려 버린 아이언.

그 모습에 멀리서 달아나던 몬스터들이 죽을힘을 다해 달렸다.

“한 놈도 살려 두지 마. 죽일 수 있는 몬스터는 모조리 죽여라.”

“예!”

자비 없는 그의 명령에 인간들이 도망치는 몬스터들까지 죽여 나갔다.

실로 악마와도 같은 모습.

하지만 이때만 하더라도 크게 심각한 건 없었다.

아이언이 일부러 약한 몬스터 부족만 골라서 박살 냈기 때문이다.

그들이 악마라고 소리친들 약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할 뿐, 진짜로 인간의 군대가 강한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숫자도 많지 않고, 마스터급 같은 괴물 무인도 없었기에 그저 ‘약한 놈들만 노리는 하이애나 같은 놈들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10개, 20개 부족으로 늘어나자 그때부터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취……췩! 그놈들은 지…… 진짜 악마들이다!

-우리를 죽이는 데 도가 튼 놈들이다!

-어떻게 우릴 죽여야 할지 매일같이 연구하는 놈들이야!

생존자들이 이렇게 말하면서 숲 전체에 소문이 퍼졌으나,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애매했다.

살아남은 몬스터들이 벌벌 떨면서 말해도 막상 물어보면 마스터가 있는 것도, 그렇다고 6단계급인 로드급이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았다.

그저 몬스터들을 잘 죽이는 소규모 부대 정도?

거기다 이 악마의 부대가 어느 지역에 국한되는 게 아니고 숲 전반에 걸쳐서 퍼져 있는 인간의 부대를 구출하는 데 주력했기 때문에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다.

인간만 구출하면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몬스터들도 있을 정도였다.

문제는 인간의 부대를 전부 구출한 이후였다.

동쪽 숲에 자리를 잡기 시작하더니 한 구역의 몬스터를 완전히 전멸시켜 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 소식은 북동쪽의 몬스터들을 규합하고 있던 트롤 로드에게 들어갔다.

고립되었던 인간 부대를 하나둘 빼내고.

규합하려 했던 몬스터 부족들을 하나둘 해체시키며.

숲 전체에 퍼져 있던 몬스터들을 조금씩 몰아내며 돌아다니는 인간의 부대.

이걸 가만히 놔둔다면 큰 문제가 될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대로 단독으로 인간과 전쟁을 치른다면 병력 부족으로 향후 몬스터 군단이 되었을 때 트롤 로드의 입지가 좁아질 게 분명했다.

남쪽 숲을 먹은 오우거와 북쪽 숲을 먹은 웨어 울프, 서쪽 숲을 먹은 오크, 그리고 숲의 중앙에 위치한 암벽의 주인인 와이번까지.

모두가 주변의 몬스터들을 규합하면서 각자의 세력을 넓히는 와중에 자신만 세력을 깎아먹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기에 트롤은 머리를 굴렸다.

1. 인간 군대에 대한 정보를 차단하고 조작한다.

2. 숲 너머에 있는 몬스터들을 규합해 강력한 세력을 만들려는 것처럼 허위 정보를 뿌린다.

‘인간의 군대를 박살 내고 밖의 몬스터들까지 규합해 독자적인 몬스터 군단을 만들겠다!’

이런 트롤 로드의 주장이 숲에 있는 모든 몬스터들에게 퍼져 나갔다.

하필 인간들의 군대가 전부 동쪽에 몰려 있는 상황이라 다른 곳의 몬스터들은 정확한 정보까진 몰랐다.

-췩! 이게 사실일까?

-쿠륵…… 아마도? 주력은 전부 후퇴하고 잔챙이만 남아 있다더라?

-끽! 나도 들었어. 여기 있던 놈들 대부분은 도망갔어. 저기 평야 너머로 가는 거 직접 봤어!

숲 곳곳에서 몬스터들이 자신들이 알고 있는 정보를 공유하면서 이 소문은 점차 신빙성 있게 변해 갔다.

실제로 숲 밖에도 몬스터들은 존재하며, 그 숫자는 숲에 있는 것보다 많았다.

그런 몬스터들과 정보를 공유하는 놈들도 있다 보니 어느 정도 정보는 얻을 수 있었다.

어느 정도 팩트에 근거한 소문이다 보니, 다른 숲을 점령 중이던 몬스터들은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트롤 로드가 가장 많은 몬스터 군대를 보유하는 꼴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평야 지대에서 미노타우로스 놈들이 대규모 군대를 만들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기에 신경 쓰였는데 트롤까지 그렇게 되도록 놔둘 수는 없었다.

결국 트롤 로드의 계획대로 다른 숲의 몬스터들이 서서히 군대를 움직이며 인간의 군대를 뚫고 숲 밖으로 나가려 했다.

‘누가 먼저 몬스터들을 더 많이 거두는가!’

그에 따라 향후 몬스터 군단의 우두머리가 정해진다.

이미 로드들의 머릿속에 인간의 군대는 없는 것과 다름없었다.

“제법 머리를 쓰는 놈이네.”

아이언이 몬스터들의 움직임을 바라보면서 피식 웃었다.

고블린만큼 약은 놈들이 바로 트롤들이다.

그런 놈들의 로드이다 보니 생각보다 머리를 잘 굴리는 것 같았다.

“좀 더 놀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하필 머리가 돌아가는 놈이 있었네.”

아이언이 아쉬운 표정으로 보고서를 들여다보았다.

몬스터들의 움직임을 레인저들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고받은 결과, 숲의 몬스터 전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게다가 몇몇 몬스터들이 숲 밖에 있는 몬스터들과 접촉하는 것도 관측되었다.

“완전히 허위 정보는 아니라는 건가?”

처음에 밖의 몬스터들을 규합한다기에 미끼를 뿌리는 것으로 생각했다.

다른 몬스터들을 끌어들일 미끼 정도.

딱 그 정도까지만 머리를 쓸 줄 아는 놈으로 생각했는데 트롤 로드가 생각보다 똑똑한 놈이었다.

‘밖의 몬스터들로 인간 군대를 압박할 생각인가? 뭘 쥐여 줬길래 밖의 몬스터들이 모이는 걸까…….’

아이언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고민해 봤지만 제한된 정보로는 추측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지금 중요한 건 실제로 밖에 있는 몬스터들 몇몇을 통해 몬스터 세력을 만들고 있다는 것.

숲 안쪽에 비하면 별거 아닌 수준의 규모일 뿐이지만 상관없었다.

실제로는 트롤이 숲 밖의 몬스터까지 자신의 세력으로 끌어들이려 한다는 것.

그것 하나만이 중요할 뿐이었다.

그 진실 하나로 숲 안에 있는 몬스터들이 모이고 있었고, 밖에 임시 진지를 만드는 인간 병력은 압박을 받고 있었다.

‘이대로 놔둔다면 좀 더 빠르게 몬스터 군단이 만들어진다.’

아이언이 심각한 표정으로 지도를 바라봤다.

시간을 들여서 더 큰 규모의 몬스터들을 규합해 만든 군단보다는 약하다.

중규모 군단이 소규모로 쪼그라들 만큼 약해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장점도 있었다.

‘지금 있는 인간의 군대로는 막기 어렵다.’

트롤 로드가 말했던 것처럼 인간의 군대를 쓸어버리고 몬스터들을 규합해 다른 몬스터 무리로 향한다.

그리고 하나둘 합류시켜 최종적으로는 몬스터 웨이브를 만들어 낸다.

거기까지 생각한 아이언은 미간을 찌푸렸다.

전생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마음에 안 드는 표정으로 다급히 밖에 있는 병사를 불렀다.

“레인저에게 전해서 이 서신을 본부로 보내라.”

“예!”

아이언의 말에 황급히 밖으로 나간 병사가 레인저 대장에게 서신을 전했고, 곧 레인저 몇 명이 숲 밖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그것을 확인한 아이언이 그날부터 병력을 최대로 풀어 정보를 수집하는 데 집중했다.

그렇게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 밖에 보냈던 서신에 대한 답신이 돌아왔다.

“간부 소집해.”

“예!”

아이언의 명령에 병사 하나가 간부들을 전부 불러 모았다.

“소식 들었을 거다. 숲 안팎에서 몬스터들이 모이고 있다는 것을.”

아이언의 말에 모두의 표정이 굳어졌다.

상황이 좋지 않은 걸 잘 알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손쉽게 몬스터들을 상대했지만 이제는 정말로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몰랐다.

“일단 한 가지 말해 주자면 숲 밖의 몬스터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후퇴한 병력이 재정비해서 오고 있으니 그들이 상대할 거다.”

아이언의 말에 간부들이 눈을 빛냈다.

“또한 내가 보낸 보고를 받고 사령부에서 지원하러 오고 있다. 로드들을 처치할 사람들도 보내왔지. 최근 6단계에 오른 스카이 랭스의 비룡 기사단과 마찬가지로 6단계에 오른 레인저 부대장 짐 로저스가 레인저 부대를 끌고 온다. 이게 그 서신이지.”

“오오!”

아이언의 말에 희망이 보이는 듯 모두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변했다.

북부의 최정예 병력이 온다면 희망이 보였다.

“그리고 북부의 명가인 템페트와 윈스텔의 수장들도 오고 있지. 즉! 우리는 로드급과 각 세력의 주요 병력을 상대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그럼 저희는 일반 부대처럼 몬스터들만 사냥하면 되는 겁니까?”

닉스 콜의 말에 아이언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가만히 내버려 두면 몬스터 군단이 될 텐데 그건 막아야지.”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빙그레 웃고는 간부들을 바라보았다.

“녀석들이 밖에 모인 우리 군대를 치기 시작할 때, 우린 숲 안에서 뒤를 친다.”

아이언의 말에 모두가 놀란 눈으로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하…… 하지만 저희만으로 가능하겠습니까?”

“왜, 불가능할 것 같나?”

1중대장의 물음에 아이언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병사들은 다수와의 싸움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병사들은 다 뺄 거야.”

1중대장의 말에 아이언이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이 작전은 철저하게 기사단과 레인저만 데리고 한다. 중대병력과 포병들은 임시 진지로 가서 도와라.”

“그럴 경우 몬스터들이 무시할 수도 있습니다.”

아리엘이 규모가 너무 작다는 식으로 말했다.

대대급 규모 전원이 남아도 몬스터 군단에게 큰 피해를 입히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기사단과 레인저만 남겨서 뭘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내가 이곳에 와서 한 번이라도 전력을 드러낸 적이 있었나?”

아이언의 물음에 간부들이 일제히 벙찐 표정을 지었다.

사자성에서 6단계에 올랐다는 소문.

그리고 동부와 사자성에서 크게 활약한 그의 신수들.

아이언의 진짜 실력은 이 숲에서 단 한 번도 발휘되지 않았다.

“알아들었으면 이견은 없는 걸로 하지.”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미소를 짓고는 지도를 가리켰다.

“물론 이 작전이 성공하려면 그때까지 들키지 않고 살아 있어야 가능하겠지?

지금도 자신들을 잡기 위해서 눈에 불을 켜고 있는 놈이 트롤 로드였다. 숲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면 기를 쓰고 쫓아올 놈이었기에 숲 밖으로 나가는 것처럼 위장하는 것과 동시에 그때까지 버티고 있을 안전한 지역이 필요했다.

“여기, 예전 고블린들의 영역이 은신하기 좋은 곳이다. 여기서 가깝기도 하지.”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예전 고블린들을 소탕했던 지역을 지도에서 가리켰다.

“나와 같이 움직일 병력은 야밤을 틈타 이곳으로 움직인다. 기사단과 레인저들은 준비하도록.”

“예!”

“예!”

아이언의 명령에 아리엘과 닉스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지금부터 부대를 개편한다. 중대 인원 중에 엘리트만 뽑아서 1중대에 몰아넣고, 나머진 2중대장이 포병들과 함께 숲 밖으로 나간다.”

“예.”

“좋아. 먼저 밖으로 나갈 병력은 이렇게 하도록 하고. 1중대!”

“예!”

아이언의 부름에 1중대장이 재빨리 대답했다.

그런 중대장을 보며 지도에 표시된 북쪽 지역을 가리켰다.

“1중대는 북쪽으로 이동하며 숲 밖으로 빠져나간다. 철저하게 포병 부대가 나갈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것처럼 행동해.”

“알겠습니다!”

“위험하더라도 시간을 끌면서 포병들이 밖으로 나갈 시간을 벌어야 한다. 중요한 임무야. 알겠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1중대장에게 거듭 강조하자 그가 식은땀을 흘리면서 대답했다.

그 모습에 아이언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좋아. 기사들은 갑옷을 벗어서 병사들에게 건네주고, 중대병력 중 덩치 좋은 놈들로 기사처럼 위장시켜.”

“바로 명령하겠습니다.”

아이언의 말에 아리엘이 곧바로 대답했다.

“기사들 전원은 가벼운 차림으로 전환해 대기하도록 하고, 레인저야 더 말할 필요 없겠지?”

“예!”

모든 계획을 설명한 아이언이 빙그레 웃으면서 부관들을 바라보았다.

“나머지는 나가고 아리엘 대위랑 닉스 대위만 남도록.”

두 사람만 남긴 아이언은 본격적으로 작전을 설명했다.

“우리의 작전명은 ‘입안에 박힌 가시’다.”

작전명을 말하면서 지도에 툭툭 바늘을 꽂았다.

인간과 전쟁을 시작할 때 후방에 남을 몬스터들이 있을 만한 곳으로 예상되는 지점에 꽂힌 바늘들을 보며 아이언이 악마 같은 미소를 지었다.

“우리가 할 일은 주력을 상대하는 게 아니다. 철저하게 적들의 물자와 후방 교란, 그로 인한 혼란 야기다. 재빠르게 치고 빠지는 게 핵심이라 할 수 있지. 그래서 우리 부대에서 최고 엘리트들만 남겨 둔 거야.”

아이언의 말에 아리엘과 닉스가 침을 꿀꺽 삼켰다.

일부러 부담감을 심어 주는 아이언을 보면서 동기인 아리엘조차 침을 삼킬 정도였다.

몬스터들의 이동 경로와 물자들이 있을 만한 곳을 하나하나 짚어 내면서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우리의 최대 목표는 몬스터의 주력 병력 중 하나가 우리를 잡기 위해 숲 안으로 다시 들어오는 거다. 군단의 주축 중 하나가 다시 돌아온다는 건 단순히 병력만 빠진다는 뜻이 아니니 사실상 우리가 승리할 확률이 훨씬 높아지게 되는 셈이지.”

아이언의 설명에 두 사람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인원으로 그런 결과를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 거 같나?”

아이언의 물음에 두 사람이 대답하지 못하고 있자 그가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악마가 되어야 해. 몬스터들에게 지옥을 보여 주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아이언의 말에 닉스가 식은땀을 흘렸다.

반면에 아리엘은 기대감에 부풀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자신 역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

그것이 담긴 눈빛을 본 순간 아이언이 속으로 혀를 찼다.

‘천재는 천재인가?’

이런 상황에서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아리엘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그는 진중한 음성으로 명령을 내렸다.

“못 따라오면 버린다. 살고 싶으면 이 악물고 따라오라고 전해. 알겠나?”

“예!”

“예!”

“좋아. 기대하지. 진짜 ‘악마’가 되어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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