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17)
40. 오합지졸 부대 (2)
“특수작전대? 그거 알아?”
“아! 나도 들었어.”
최전선에 있던 병사들 사이에서 알게 모르게 퍼져 나가는 소문들.
몬스터들에 의해 뚫렸던 곳이거나 힘든 곳만 찾아다니면서 며칠뿐이지만 구멍을 메워 주는 역할을 하는 특수작전대.
처음엔 ‘그럴 병력으로 전선 하나를 아예 막아 주었으면.’ 하는 병사들도 있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한 사정을 알게 되면서 그 평가가 바뀌었다.
신참.
부상자.
급조한 부대.
어떤 지휘관이라도 맡기 싫어할 부대.
그것이 바로 특수작전대였다.
그렇다 보니 이런 부대로 성과를 올리고 있는 아이언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게다가 처음과 달리 지금의 특수작전대는 상당히 능숙했다.
최전선에서 위험한 곳만 가서 돕다 보니 자연스레 병사들의 실력이 상승하게 된 것이다.
-아니, 한 번만 와 줘. 우리 급한 거 알잖아.
-부탁은 해 볼 수 있는 거 아니냐? 서쪽 전선 망가진 거 안 보여?
-보름 정도만 도와줘도 좀 살 만해질 거 같고만. 같은 처지에 너희들만 혜택 받는 거 좀 그렇지 않냐?
최전선의 서쪽을 담당하는 장교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통신을 보냈다.
‘제발! 우리 좀 도와줘.’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방향을 바꿨다.
그럼 아이언이 이끄는 특수작전대라도 보내 달라고.
하지만 그것도 힘들었다.
지금 특수작전대가 돌아다니는 곳은 최전선에서 가장 위험한 곳들뿐이었다.
‘고작 만들어진 한 달도 안 된 부대가 활약해 봤자 얼마나 하겠어?’
이런 생각을 하는 고위 장교들이 있었으나 최전선에 있는 장교들은 그들과 완전히 반대되는 생각을 가졌다.
신참으로 구성되어도 기사단은 기사단.
부상자가 많아도 레인저는 레인저.
훈련병에서 막 벗어난 병사들이라도 부사관이 예정된 엘리트들만 뽑아 놓은 병력.
부상 입었어도 짬밥 좀 되는 포병대.
이 모든 것이 모여 있는 것이 아이언의 특수작전대였다.
물자 빵빵하고 어느 정도 재능 있는 자들만 모아 놓았다 보니 좀만 굴려 줘도 알아서 경험을 습득했다.
필요한 부분만 제때 알려 줘도 센스 있는 자들은 금방 배운다.
전생과 현생 모두 전쟁터에서 삶 대부분을 보낸 아이언이다.
그가 가지고 있는 경험과 지식은 노장과 비견될 정도였는데, 가장 험한 전투에서 구르다 보니 경험만큼은 명장보다 더 방대했다.
그런 그가 갖고 있는 지식들을 압축해서 필요한 것만 넘겨주었으니 부대 전체가 빠르게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효율적으로 움직여라. 이 전장은 장기전이야. 체력을 유지하는 것도 실력이다.”
아이언이 불필요한 움직임을 보이는 병사들에게 호되게 야단을 쳤다.
“약점 외운 거 안 써먹나? 대형 유지에 급급하다면 네가 외운 약점이 무슨 소용이지?”
기사 하나가 아이언의 매서운 눈초를 보면서 황급히 눈을 깔았다.
“레인저는 정찰이 주된 임무 아닌가? 그렇게 설칠 거면 기사로 전향해.”
레인저까지 확실히 조져 준 아이언이 포병 부대에게 눈을 돌렸다.
하지만 포병은 딱히 깔 것이 없었다.
포병대장이 알아서 굴려 주고 있었다.
“좌표 설정 제대로 못 해? 야! 야! 거기, 포탄 관리 이따위로 할 거야? 나랑 장난해?”
알아서 굴려 주고 있는데 굳이 아이언이 나선다면 분위기만 안 좋아질 수 있었다.
오늘도 열심히 굴려지고 있는 병사들을 보면서 아이언은 슬슬 때가 되었음을 느꼈다.
한 달이 좀 안 되는 시간 동안 최전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미친 듯이 굴려 준 탓에 최소한의 기본은 되었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작전을 시작하면서 더 많은 경험을 쌓게 할 때였다.
이미 단순 전투는 익숙해질 만큼 많이 했기에 이 이상은 경험이 쌓이지 않았다.
그렇게 결심한 아이언은 그날 저녁 모든 병력을 불러 모았다.
“다들 피곤한 거 알지만 중요한 할 말이 있어서 소집했다.”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병력을 바라보았다.
매일같이 고된 전투로 피곤한 표정이었지만 쉴 때는 확실히 쉬게 해 줘서 피로도를 관리해 주었던 아이언이기에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훈련’은 끝났다.”
아이언의 말에 모든 병력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진짜 임무에 들어가는 겁니까?”
아리엘의 물음에 아이언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단장 아리엘 파브리스 대위.
레인저 대장 닉스 콜 대위.
1중대장 존 파웰 대위.
2중대장 빅 하트 대위.
포병대장 도미닉 스톤 대위.
다섯 명의 핵심 장교들이 드디어 본격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눈을 빛냈다.
작전을 나간다는 뜻은 아이언이 생각한 최소 조건에 부합되었다는 뜻이다.
그렇다는 건 적어도 이 부대가 아이언의 인정을 받았다는 뜻과 다름없었기에 모두들 기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장교들뿐이었다.
지금도 힘든데 본격적인 작전 수행을 한다?
그렇다는 건 적어도 현재보다 더 힘든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기에 병사들은 죽을 맛이었다.
“아직 미진한 부분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더 이상 미룰 수가 없게 되었다.”
아이언의 말에 모두들 불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아이언이 솔직하게 얘기했다.
“정보장교를 통해서 들은 바에 따르면 몬스터들 간에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아이언의 말에 대부분의 병사들이 그게 뭐가 문제냐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몬스터들끼리 서로 죽고 죽이면 좋은 거 아닌가?
그런 병사들의 표정을 본 아이언은 한숨을 쉬며 자세하게 설명했다.
“지금 일어나는 세력 다툼이 끝나게 된다면 현재 흩어진 몬스터들이 어느 세력권 아래에 한데 뭉치게 된다. 그렇다는 건 제2의 몬스터 군단이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아…….”
“사자성에서 일어났던 몬스터 군단보다 훨씬 큰 규모의 몬스터 군단이 만들어진다. 그렇다는 건…… 후방이 쓸려 나간다는 뜻이 되는 거지. 그렇기에 우리가 더 빨리 움직여야 된다.”
아이언의 말에 레인저 대장 닉스 콜이 조심히 물었다.
“저희의 주 임무는 몬스터 토벌입니까?”
“아니. 대외적으로는 고립된 아군의 구원 작전이 될 것이다. 하지만 작전지역은 내가 선택할 수 있고, 내 선택은…… 여러분들도 잘 알 거라 생각한다.”
아이언의 말에 모든 병사들이 입을 다물었다.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도망가고 싶다 해도 이미 늦었다. 내 시간과 노력을 들인 이상 여러분은 작전이 끝날 때까지 부대에서 나가지 못할 것이다.”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악마 같은 미소를 보였다.
어느 때보다 악랄해 보이는 그의 표정에 다들 이를 악물었다.
“복수하고 싶다면 해도 좋다. 단! 그건 모든 작전이 끝났을 때다. 그러니 한 대 치고 싶으면 작전이 끝날 때까지 살아남아라.”
아이언의 말에 몇몇 병사들이 정말로 이를 뿌득 가는 게 보였다.
그만큼 평소에 아이언에게 감정 있는 자들이 많았지만 당장 다음 작전부터 고된 임무가 기다리고 있는 만큼 훈련을 계속해야 할 때였다.
피로를 충분히 푼 다음 아이언은 곧바로 전술을 숙지시키고 작전지역으로 이동했다.
최전선에서 가장 가까운 지역부터 차근차근 아래로 내려갔다.
전선 위쪽으로는 실력이 부족해서 가지 못하더라도 아래로 내려온 몬스터들은 지금의 병력이면 충분히 요리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름대로 계산을 마친 아이언이 첫 행선지로 잡은 곳은 고블린들이 모인 곳이었다.
“숲에서는 오크보다 위험한 놈들이 고블린이다. 매복의 귀재들이니 절대 방심하지 말도록.”
매복에 특화된 놈들.
최하위 몬스터로 무시당하는 녀석들.
하지만 야전, 특히 숲에서의 싸움이라면 고블린들은 누구보다 까다로운 녀석들이 되었다.
특히 군대 규모로 움직이는 녀석들은 웬만한 대대 병력이 함부로 접근했다간 그대로 죽어 나가기 십상이었다.
쾅! 쾅! 쾅!
포격으로 숲 일대를 쓸어버리고, 레인저가 먼저 돌입한다.
그리고 기사단의 돌격과 함께 남은 고블린들의 병사들이 처치하는 그림.
숲에 숨어 있는 고블린을 상대하기 가장 쉬운 전술적인 방법이었다.
“리자드맨은 늪지에선 오우거보다 위험한 놈들이다.”
화르륵!
늪지대 일부를 마도구를 이용해 태워 버리거나 독가스를 살포하는 방법으로 밖으로 유인해서 손쉽게 처리한다.
‘콜록!’ 하면서 늪지대 밖으로 기어 나오는 순간 칼에 썰려 나가고, 끝까지 버티려 한다면 폭발성 가스를 뿌리고 폭탄을 던져두면 되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리자드맨들에게 남은 건 죽음뿐이었다.
“평야 지대에서 오크 놈들을 상대하려면 무조건 거리를 벌려! 장거리에서 싸워야 살 수 있다.”
타다다당! 펑! 펑! 펑!
장거리에서 최대한 타격을 입히고 기사단이 정리하는 깔끔한 그림.
선두에서 모든 것을 뚫고 돌격하는 오크 챔피언도, 주술로 강화시켜 마탄을 버티게 해 주는 오크 샤먼도 없는 이상, 오크들이 버틸 재간은 없었다.
그렇게 별달리 손쓰지 못하고 하나둘 죽어 나가는 오크들.
“이게…… 가능한가?”
“그러게. 사자성에서 활약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전투가 끝나자 병사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최전선에서 보여 주었던 건 극히 일부였다는 듯, 숲에 들어오자마자 아이언이 보이는 지휘는 가히 명장에 가까울 정도였다.
너무나도 손쉽게 죽여 나가는 터라 북동부에서 수많은 전투를 치른 아리엘조차 어안이 벙벙할 정도.
일반적으로 몬스터들의 특징 혹은 환경에 따른 전술만 구상하는 것과 달리, 아이언은 주변 환경과 몬스터를 조합해 가장 손쉽게 몬스터를 처리할 수 있는 전술을 구사했다.
몬스터의 습성을 완벽하게 알지 못하는 이상 알 수 없을 정도의 전술.
그것을 증명하듯 세 번의 전투에서 아이언이 직접 움직인 건 단 한 번도 없었다.
정말 지휘관처럼 뒤에서 명령만 내리면서 병력의 경험치를 쌓게 해 줬다.
그렇게 세 번의 큰 전투를 끝내고 자잘한 몬스터들까지 쓸어버리면서 첫 번째로 고립된 부대에 도착했다.
“정말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는지 지휘관이 눈물을 글썽이면서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길을 뚫어 놨으니 저희가 온 방향으로 후퇴하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고립되었던 지휘관이 몇 번이나 감사 인사를 하면서 병력을 데리고 후퇴할 준비를 했다.
그동안 아이언은 근방의 고립된 부대들을 하나둘 점검하면서 라인을 만들고, 고립되었던 병사들의 도움으로 어디 어디에 무슨 몬스터가 있는지를 파악했다.
그렇게 지도에 대강의 작전과 상세한 몬스터 지도가 만들어진 순간 아이언의 눈이 빛났다.
“이곳부터 시작인가?”
전생에 자신을 지겹도록 괴롭힌 몬스터들.
몬스터 군단이 되어 성을 공격하고, 몬스터 웨이브가 되어 북부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든 놈들.
하지만 이번엔 몬스터 웨이브도 전생에 비하면 별거 아닌 수준이다.
게다가 이제 막 군단을 만들려는 놈들이기에 강하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지금이 기회였다.
전생에 자신을 괴롭혔던 놈들이 몬스터라면 이번엔 자신이 그들을 괴롭혀 줄 시간이었다.
“어느 놈부터 죽여 줘야 할까?”
숲 전체에 퍼져 있는 수많은 몬스터 부족들.
고블린들만 해도 수십 개의 부족들로 나뉘어 있었으며, 하나둘 흡수되고 있는 상황.
고립된 부대를 통해 통합 과정이 상당히 진행되었음을 알게 되었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아직 절반도 진행되지 못한 상황이라 방해하기엔 시간이 충분하니 아이언은 자신의 몬스터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활용한다면 군단이 완편되기 전에 와해시킬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이번엔 내가 악마가 되어 줄게.”
아이언이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손가락으로 첫 번째 먹잇감이 될 오크 부대를 쿡 찍었다.
그렇게 아이언의 목표가 된 오크 부대는 그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날을 시작으로 북부의 숲 쪽 한구석에서 악마 부대가 나타났다는 소식이 몬스터들에게 퍼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악마가 아닌 그렇게 무시하던 인간에 불과했으나, 그들과 한 번이라도 전투를 치러 본 몬스터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놈들은 우리를 학살하기 위해 찾아온 악마야!”
이러한 소문과 함께 인간들의 부대에도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한때는 ‘오합지졸’에 불과했으나 몬스터를 학살하며 ‘악마 부대’로 탈바꿈한 아이언의 부대의 명성이.
그리고 그 명성의 중심엔 이미 영웅으로 알려진 아이언 카터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