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16)
40. 오합지졸 부대 (1)
사자성에서 워프 게이트를 타고 이동한 아이언의 눈에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현장이 보였다.
임시로 만들어진 워프 게이트 근처에도 전투가 벌어질 만큼 치열하게 전투가 일어나고 있었다.
‘전생으로 돌아온 것 같네.’
사방에서 몬스터들이 난입하고, 그들을 막기 위해 소총부터 마법까지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전선을 지키는 군인들.
그들의 모습은 전생에 자신이 겪었던 것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북동부 때와는 다르게 여기저기 전선이 뚫리고 그것을 막기 위해 전우의 시체를 밟아 가면서 돌격하는 모습들.
체계 따윈 개나 줘 버린 채 오로지 전선의 유지만을 위해 싸우는 모습은 전생의 몬스터 웨이브를 막던 모습과 똑같았다.
그나마 이곳이 최전선 중 후방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몬스터들이 쳐들어오지는 못하고 있지만 부상자를 옮기고, 물자를 옮기는 등 최전선만큼 바쁘기는 마찬가지였다.
포격음과 마법이 날아다니면서 시끄러운 와중에 아이언은 한쪽 귀를 막으면서 한 장교에게 다가갔다.
열심히 군수물자 등을 확인하며 돌아다니는 군수장교 하나가 아이언이 다가오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이언 혼자 한가하게 걸어왔기 때문이다.
“특수작전대는 어디 있습니까?”
위프 게이트 담당 장교에게 묻자 그가 조심히 물었다.
“혹시 아이언 중령님 되십니까?”
“그렇습니다.”
“충성! 특수작전대는 저쪽 방향으로 쭉 가시면 됩니다.”
중위가 각 잡힌 경례와 함께 알려 주자 한창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엔 포병, 기사단, 레인저, 병사가 모여 있었다.
문제는 그들의 전투가 개판이라는 점이었다.
멀리서 보기에도 다른 전선과는 다르게 어리바리한 모습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곳에서 고군분투하는 몇몇 장교과 부사관이 보였지만 그걸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일단 전투가 끝날 때까지 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봤다.
다행히 큰 전투는 아니고 구멍 난 전선을 임시로 메꾸는 것뿐이라 사상자는 없었다.
“대대장님을 뵙습니다!”
한 장교의 경례에 근처에 있던 모든 병사들이 일제히 경례를 올렸다.
그리고 뒤이어 아리엘이 오면서 경례를 했다.
“특수작전대 기사단장 아리엘 파브리스 대위! 인사드립니다.”
“레인저 대장 닉스 콜 대위! 인사드립니다!”
특수작전대의 핵심 인물인 두 사람의 인사를 시작으로 중대장들과 포병대장이 인사를 했다.
그들의 경례를 받은 아이언은 손을 내리라고 손짓하면서 병사들과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개판이네.”
아이언의 목소리에 다들 흠칫했다.
처음 오자마자 하는 소리가 ‘개판이네.’라면 다들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경험 많은 장교들의 경우 그저 고개만 숙일 뿐이었다.
신참들을 굴려서 빠른 시간 내에 쓸 만하게 만들어 보려 했으나 될 리가 없었다.
부상자들 역시 외상은 그럭저럭 나았다지만 문제는 내상이었다.
아직 다 낫지 않았는데 이런 중요하지도 않은 전투에서 무리하는 꼴을 보니 한숨부터 나왔다.
어떻게든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은 칭찬할 만한 일이지만 그것도 때를 봐 가면서 해야 했다.
“일단 부상자들은 전부 치료사들에게 보내.”
아이언의 말에 부상당한 병사들과 기사들이 움찔거렸지만 아이언의 싸늘한 눈빛에 얌전히 고개를 숙이고 장교를 따라 의무대로 빠졌다.
그렇게 남은 이들은 대부분이 신참들뿐이었다.
병사들 같은 경우 훈련소에서 막 나왔는지 적응하지 못하고 얼타고 있었다.
“일단…… 포병 부대를 제외하고 전부 최전선의 빈자리를 메꾼다.”
“아직 훈련이 덜 되었습니다!”
“나도 알아.”
중대장 중 하나가 다급히 말했지만 아이언도 그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까 지켜본 바, 병사들 대부분이 몬스터에게 겁먹어서 몸이 굳어 있는 상황이다.
훈련소에서 몬스터들을 상대해 봤다고 하지만 그래 봤자 소규모 전투뿐이다.
대규모 전투는 치러 본 적도 없을 병사들을 곧바로 이곳에 배치하는 정신 나간 짓을 계획한 수뇌부를 죽여 버리고 싶었지만 아이언은 간신히 살심을 참아 내고 냉철하게 판단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잘 가르쳐 놔도 제대로 된 전투를 기대할 수 없다.’
아이언이 이들을 보자마자 내린 결론은 이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고육지책으로 일단 실전부터 치러서 몬스터와의 전투에 익숙하게 만들어 놔야 했다.
“잔말 말고 따라와.”
아이언의 말에 모든 병력들이 고개를 숙이며 뒤를 따랐다.
“아리엘 대위.”
“예!”
“이 근방에서 몬스터에게 뚫린 곳이 어디지?”
“동쪽 41-14소초 부근입니다.”
“거기로 이동한다.”
아이언의 명령에 아리엘이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곧바로 이동했다.
전투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여기저기 죽은 시체들이 널려 있었고, 의무병들이 하나둘 들것을 가져와 옮기고 있었다.
“특수작전대 아이언 대위다. 이곳을 메꿀 병력이 언제쯤 당도하지?”
“하루에서 이틀 정도 걸린다 했습니다. 그동안 저희가 어떻게든…….”
“됐다. 너희는 뒤로 빠져 있도록. 지원 병력이 올 때까지 여기는 우리가 막고 있도록 하지.”
힘겹게 살아남은 초임 하사의 말을 끊고 아이언은 직접 병력을 배치했다.
겨우 살아남은 병력 백여 명으로 이곳을 막기란 어려웠다.
전부 작게나마 부상 입고 지친 병력으로, 다시 몬스터들이 쳐들어온다면 무조건 뚫릴 가능성이 높았기에 아이언은 그들을 뒤로 물리고 신참 병력들을 배치했다.
“지금부터 몬스터들이 얼마가 오든지 너희는 여길 지켜야 한다.”
아이언의 말에 신참 병력들의 눈에 두려움이 서리기 시작했다.
“난 모두를 끌고 갈 생각이 없다. 여기서 살아남는 자들만 데리고 갈 생각이야. 그러니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아남아라. 알겠나?”
“예!”
아이언의 물음에 대답한 것은 장교들뿐이었다.
신참 병력들은 두려움에 떨면서 간신히 대답을 하거나 목이 메어 눈이 시뻘게져 있었다.
기사들은 그나마 나았다.
신참들이라도 수없이 몬스터를 베어 봤기에 적어도 두려움은 없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곳은 최전선이라는 것.
북부에서 가장 위험한 놈들이 올 것이 분명하기에 멍청하게 행동했다가는 기사들이라도 죽어 나갈 것이다.
뿌우우우!
멀리서 다시 몬스터가 나타났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까의 전투는 전초전에 불과했는지 더 많은 몬스터들이 몰려오기 시작하자 다시금 포격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쾅! 쾅! 쾅!
“몰려온다. 자세 잡아라. 안 그러면 일격에 죽을 거다!”
“소총수 뭐 해! 준비 안 해?”
“기사들은 뭐 하나! 대형 갖춰!”
“레인저들은 대비하라!”
중대장들과 장교들이 고래고래 소리치면서 곧 있을 실전을 위해 미친 듯이 외쳤다.
그렇게 장교들의 노력에 간신히 대형을 갖추는 순간 포격을 뚫고 몬스터들이 몰려왔다.
“저건 뭐야?”
공허충과 비슷한데 문제는 나무들이 얽혀 있었고, 그 위에 수많은 벌레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다크 엘프들이 만든 신종 몬스터인가?’
아이언이 그렇게 생각할 때, 병사들이 일제히 사격을 실시했다.
‘타당!’ 소리와 함께 선두에 선 무리가 죽어 나갔다.
하지만 한두 마리도 아니고 족히 수천은 될 법한 녀석들이 각 소초를 향해 몰려들고 있었다.
“기사들, 전원 발검!”
아리엘의 명령에 기사들이 일제히 발검을 하면서 몬스터들을 베어 냈다.
그 뒤를 레인저들이 기습적으로 튀어 나가 추가적으로 몬스터들을 죽여 나갔다.
그리고 병사들은 무기를 잡고 그들을 보조했다.
당황하면서 부상을 입은 병사들이 속출했고, 방심하다가 부상을 입은 기사들이 생겼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죽은 자들은 없다는 점.
아이언이 나서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장교들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죽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기뻐하는 것은 나중에. 전투는 이제 시작이다.”
공허충들의 습격을 막아 낸 것에 기뻐하는 병사들을 향해 아이언은 냉혹하게 말하며 다음 전투를 준비하라 일렀다.
최전선에 부상자가 속출하고 죽어 나가는 병사들이 많은 건 고작 이런 전투 때문이 아니었다.
계속되는 전투, 그리고 그로 인해 쌓여 가는 피로감, 동시에 점차 무뎌지는 감각에 의해 부상을 입으면서 전선에 구멍이 뚫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런 패턴은 전생이 지겹도록 겪은 일이기에 잘 알았다.
끝도 없는 전투의 반복.
그로 인해 병사들은 점차 희망을 잃어 가며 전선의 사기 전체가 가라앉기 시작한다.
아이언의 특수작전대 역시 여기에 죽치고 앉아 있으면 그리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반복되는 전투에도 도움이 되는 점이 있었다.
대형 몬스터나 거대한 몬스터 군단과의 전쟁이 아니기에 목숨을 잃을 확률이 초반엔 낮은 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계속 반복되는 전투에 신참이라도 빠르게 전투에 익숙해질 수 있다는 점.
그런 아이언의 계획이 들어맞았는지 전투가 반복될수록 병사들의 눈에 두려움이 사라졌다.
“배를 찔러라. 약점을 공략해!”
간간이 아이언이 병사들에게 조언하면서 정말 위험할 경우 나서서 도와주었다.
정말 가볍게 휘두르는 것 같지만 그 행동 하나하나에 공허충이 두 조각 나서 죽어 나갔다.
그리고 아이언의 도움을 받을 때면 어김없이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
“멍청하게 잊지 마! 전투하는 내내 생각해라! 다쳤으면 뒤로 빠져서 소총으로 지원해!”
아이언의 조언 하나하나가 당장에 와닿지는 않을지 몰랐다.
하지만 이런 아이언의 반복되는 조언은 결국 병사들의 머릿속에 하나둘 새겨지기 시작했다.
전투가 반복되면서 아이언이 했던 말을 따라 하다 보니 몸이 편해지기 시작하면서 조언들을 떠올리려 노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임시로 막아 주었던 41-14소초에서의 전투가 끝이 났다.
며칠간 미친 듯이 몰려오는 몬스터들과 반복되는 전투를 하면서 끝끝내 살아남은 병사들.
비록 신참들이지만 전부 센스 있는 자들로 뽑았는지 부상을 입을지언정 전부 살아남긴 했다.
그런 병사들에게 첫 전투를 무사히 치른 것을 칭찬할 때 아이언이 차가운 음성으로 말했다.
“이틀간 휴식을 취하고 다시 움직인다. 그 시간 동안 이것을 숙지하도록.”
아이언이 장교들에게 던져 준 것은 직접 최전선을 돌아다니며 몬스터들의 종류를 보고 약점과 전술을 나름대로 파악해 정리해 둔 것이었다.
그는 기존에 최전선 장교들에 의해 만들어진 전술과 정보들을 조합해서 다시 새롭게 만든 것들도 장교들에게 나눠 준 후 말했다.
“앞으로 쉬는 동안은 전술훈련과 몬스터들의 약점을 숙지한다. 그리고 전선의 구멍 난 곳을 우리가 메꾸는 것을 반복할 거다.”
“언제까지 그래야 합니까?”
한 장교가 물었다.
자신들의 주 임무는 고립된 아군을 돕기 위한 병력이었기에 충분히 물을 수 있는 문제였다.
“너희들이 쓸 만해질 때까지.”
아이언의 말에 장교들과 병사들이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고작 첫 전투가 끝났을 뿐이다.
아직 특수작전대는 오합지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기에 아이언은 스스로가 악마가 되어야겠다 생각했다.
자신이 악마가 된다면 장교들은 중간에서 천사 역할을 하며 병사들을 다독이며 이끌 것이다.
“부상자들도 슬슬 복귀시켜라.”
“……예.”
아이언의 명령에 1중대장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리고 며칠 후, 아이언의 특수작전대는 최전선의 구멍 난 곳을 메꾸기 위해 다시 움직였다.
처음이 힘들지 두 번째부터는 쉽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특수작전대는 반복되는 전투에 익숙해지면서 점차 노련해졌다.
아직은 미숙한 두 번째 전투.
하지만 세 번, 네 번, 다섯 번 반복할수록 병사들이 점차 노력해지면서 아이언의 전술을 실전에서 사용해 나갔다.
기사단 역시 대형을 갖추며 몬스터를 상대하는 데 익숙해졌고, 레인저들 역시 특기를 살리기 시작했다.
“아직 부족해.”
각자의 특기는 살리기 시작했으나 이것들이 서로 융합되는 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했다.
문제는 아이언에게 시간이 없었다.
자신이 최전선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도 몬스터들은 약한 세력을 잡아먹으며 군단을 만들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믿고 따라와 준 덕분일까?
생각보다 빨리 쓸 만하게 변해 가고 있기는 했다.
그것을 증명하듯 어느새 최전선에 아이언의 특수작전대의 이름이 조금씩 알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