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112화 (112/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12)

38. 사자성의 혈전! (3)

멧돼지같이 돌진해 오는 오크 챔피언.

일견 단순 무식해 보이는 돌진이지만 강력한 기세와 함께 성문 전체에 붉은 투기가 함께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일반적인 투기가 아닌 광전사의 투기가 섞인 녀석의 기운이 언뜻 멧돼지 형상을 띠면서 아이언을 날려 버리려 했다.

‘6단계 언저리…….’

‘5단계였으면.’ 하고 바랐지만 그건 아이언의 바람일 뿐.

5단계인 오크 전사장들을 이끄는 오크 챔피언답게 6단계에 근접하는 실력을 보여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릴 것 같지 않았다.

쿠우우웅!

-취익!

자신의 돌진을 버텨 낸 아이언을 보면서 오크 챔피언은 흥분했다.

강자와의 싸움을 즐기는 오크답게 붉은 안광을 내뿜으면서 거침없이 공격하기 시작했다.

미친 듯이 날뛰는 오크 챔피언.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아이언이지만 그의 특성은 강철이다.

“날 꺾어 봐라!”

아이언이 지지 않겠다는 듯 오크 챔피언을 자극하면서 검에 강철 마력을 더욱 주입했다.

그러자 검푸른 검이 완전히 검게 변하면서 오크 챔피언의 공격을 견뎌 냈다.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 아이언의 모습에 오크 챔피언이 만족스러운 웃음을 터뜨렸다.

-재밌다! 재밌다! 췩! 췩 췩!

쾅! 쾅! 쾅!

성문에서 벌어지는 두 존재의 싸움에 몬스터들은 섣부르게 진입하지 못했고, 병사들 역시 목책 뒤에서 조금도 나오지 못했다.

성문이 두 존재의 결투장이 된 것이다.

전투를 할수록 강해지는 특성.

피를 볼수록 흉포해지는 특성.

그것이 바로 광전사가 가진 특징이었다.

이대로라면 아이언이 불리해야 할 상황.

하지만 아이언도 믿고 있는 게 있었다.

파지직!

어느새 검에 푸른 뇌전과 함께 서리가 맺히기 시작했다.

“2차전 시작이다.”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이번엔 오크 챔피언에 달려들었다.

신수력을 사용하고 싶지만 하늘에서 기사단을 보조하고 있는 두 신수들에게 줄 것도 모자랐다.

하지만 냉기는 신수력과 달랐고, 뇌전은 고유 능력이다.

-취익! 괴상한 능력을 쓰는군.

“그게 문제인가? 전투에 이기면 그뿐인 것을…….”

-췩! 맞는 말이다!

오크 챔피언이 아이언의 말을 인정하며 더욱 흉포하게 기세를 뿜어냈다.

이제 아이언도 더는 숨기고 있는 힘 따윈 없었다.

서로의 모든 것을 걸고 싸워야 하는 상황.

강력한 충격파를 터뜨리면서 연신 부딪치는 오크 챔피언과 아이언.

하지만 언제까지고 이렇게 싸울 수는 없었다.

아이언 입장에서야 계속 이렇게 시간을 끌고 싶었지만 성을 뚫어야 하는 입장인 오크 챔피언에겐 승부수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거기다 냉기 때문에 점점 몸을 움직이는 것이 힘들어지고 뇌전으로 감각이 끊겨 가고 있었기에 결투하는 입장에서도 시간을 길게 끌 수 없었다.

결심을 한 듯 오크 투사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한번 크게 휘둘러 아이언을 밀쳐 낸 오크 챔피언이 모든 힘을 끌어 올렸다.

-우오오오오!

모든 힘을 쥐어짰는지 일시적으로 오크 챔피언의 뒤로 거대한 멧돼지 형상이 맺히기 시작했다.

6단계에 이른 투사들이 보여 줄 수 있는 불완전한 형상.

마스터의 그것처럼 유형화되진 못했지만, 불완전한 형상이라도 자신의 의지가 담긴 것이기에 폭발전인 힘을 발휘한다.

아무리 고유 능력인 뇌전과 냉기가 있다지만 그건 부수적인 것에 불과할 뿐.

아이언의 진짜 힘은 강철 마력에 있었다.

“후…….”

오크 챔피언의 강렬한 투기에 아이언이 긴 숨을 토해 내면서 마지막 결전을 준비했다.

“와라! 꺾이지 않는 강철이 무엇인지 보여 주겠다!”

-취익!

아이언의 도발에 오크 챔피언이 콧김을 내뿜으면서 발을 굴렀다.

그 순간 거대한 붉은 멧돼지가 아이언을 향해 돌진을 시작했다.

처음의 형상과는 질적으로 다른 강력한 힘이 아이언의 강철의 기세를 뚫고 들어왔다.

냉기와 뇌전의 힘을 퍼뜨렸음에도 순식간에 소멸시키면서 오로지 아이언을 날려 버린다는 의지만으로 돌진해 왔다.

쿠우우웅!

“크으으…….”

-취익!”

어마어마한 돌진력에 뒤로 물러났지만 목책 앞에서 끝끝내 버텨 낸 아이언이 오크 챔피언과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으아아아아아!”

아이언이 괴성과 함께 강철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아 냈다.

오크 챔피언이 모든 것을 건 것처럼 자신 역시 모든 것을 건 것이다.

순간적으로 신수력과 함께 딸려 들어온 자연의 기운이 일시에 아이언의 검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것이 굳건한 대지의 기운이 되어 강철로 변모했다.

-취익! 인가아아안!

오크 챔피언이 끝끝내 버텨 내는 아이언을 향해 괴성을 지르면서 도끼를 내리쳤다.

하지만 아이언의 검은 그것을 버텨 냈다.

차가운 강철.

그 안에 흐르는 뇌전.

그리고 자연의 기운.

이 모든 것이 강철 안에서 존재감을 발휘했다.

검에 모든 힘이 담기는 순간, 아이언의 머릿속에 가장 익숙한 검형이 떠올랐다.

자신이 환생하고 나서 가장 많이 수련한 검술.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기초적인 검술.

어떤 검술보다 단순하기에 선택한 검술.

기초 검술

그 검술 중에 가장 먼저 수련했던 종 베기가 아이언의 몸에서 펼쳐졌다.

카각! 카가가각!

-크으…….

“후…….”

점점 밀려가는 오크 챔피언과 달리 아이언의 얼굴은 점차 편해졌다.

강철 마력이 담긴 검에서 가장 단순한 검로가 펼쳐졌지만 오크는 막지 못했다.

종 베기에 밀려나고

횡 베기에 도끼가 튕겨 나갔으며

사선 베기에 멧돼지 형상이 찢겼다.

그리고 마지막 찌르기.

-쿨럭!

심장이 뻥 뚫린 오크 챔피언이 멍하니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조…… 좋은…… 승부…….

오크 챔피언이 피를 토하면서 말하자 아이언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용맹했던 무인을 상대한 예우를 담아 그의 목을 베어 주었다.

성문에서 벌어진 두 존재의 혈투.

그 승자는 아이언이었다.

성문 근방에 있는 몬스터들과 인간들 전원이 이 결투를 바라봤는지 인간에겐 함성이 터져 나왔고, 몬스터들의 사기는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전쟁은 이 결투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췩! 대장의 복수를!

-복수를! 췩!

오크 전사장의 외침에 모든 오크들이 투기를 흘리면서 일제히 돌격했다.

오우거들은 문이 닫히지 않도록 고정했으며 다이어 울프들은 오크들과 함께 돌진했다.

“전부 베어 주마.”

어느새 곁에 내려와 활력을 불어 넣어 준 뱁새 덕에 부상 입은 곳까지 치유되면서 쌩쌩해진 아이언은 몬스터들의 돌격을 홀로 막아 냈다.

성문에서 고군분투하는 아이언을 봤기 때문일까?

목책 뒤에만 있던 병사들이 창을 잡고 아이언을 보조했다.

굳이 두 번 힘쓰지 않도록 뒤로 빠져나가는 몬스터들을 병사들이 막아서며 진을 형성하자, 그때부터 아이언은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무아지경으로 춤을 추듯 검을 휘두를 때마다 몬스터들이 죽어 나갔다.

이미 아이언의 몸은 온몸이 초록빛 피로 칠해졌으며, 그 주위로는 몬스터들의 사체가 쌓여 나갔다.

그러면 그럴수록 아이언의 검로는 더욱 간결해지고 빨라졌다.

마치 새로 지은 옷을 몸에 맞추는 것처럼 아이언의 강철 마력에 검이 점차 맞춰 나갔다.

기초 검술은 점차 제국식 기본 검술로 변해 가며 복잡해지고 다양해졌다.

그리고 그 검술은 강철 마력의 특성에 맞게 점차 변하면서 아이언이 원하는 방향으로 약간씩 변해 갔다.

검술의 근원은 기초 검술.

기본 틀은 제국식 기본 검술로 만들어졌다.

거기다 아이언의 경험이 녹아들어 다양함을 추구했다.

마지막으로 강철 마력과 그의 의지가 더해지며 아이언만의 검술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검술 각인.

6단계 경지에 오르려면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

지금 아이언은 그것을 행하고 있었다.

몬스터 군단을 성문에서 단독으로 막아서며 자신만의 검술을 각인시키는 모습은 실로 경이로웠다.

실전 상황에서 자신만의 검술을 각인하는 자가 세상에 과연 몇이나 될까?

그 광경을 바로 뒤에서, 그리고 위에서 목격하는 병사들과 장교들은 경외심을 느꼈다.

어째서 6단계 무인들이 존경받는지를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는 셈이었기 때문이다.

“쿨럭!”

바닥까지 쥐어짜 내 검술을 각인한 아이언이 작게 피를 토했다.

“하아…… 하아…….”

손이 덜덜 떨리고 몸에는 힘이 없어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으나 이를 악물고 버텼다.

홀로 수백을 베어 낸 괴물 같은 신위에 몬스터들이 돌진을 멈췄다.

-업적! ‘철벽’을 달성하셨습니다. 어떤 상황에도 뚫리지 않는 강철 같은 당신의 모습에 그동안 무시당했던 강철의 길을 새로이 바라보게 만들 것입니다.

-철벽의 업적 효과로 방어 시에 일시적으로 강철 마력이 2배 상승합니다.

-업적! ‘불굴의 의지’를 달성하셨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당신에게 불굴의 의지가 깃듭니다. 위기 상황 시 능력치가 일시적으로 30% 상승합니다.

연이어서 떠오르는 업적 알림음.

하지만 업적의 효과에도 불구하고 아이언의 몸이 휘청거릴 수밖에 없었다.

-췩! 돌격하라!

“마…… 막아라!”

아이언의 몸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느낀 몬스터들이 일제히 돌격을 감행했고, 병사들과 장교들은 황급히 문을 닫으며 돌격해 오는 몬스터들을 밀어냈다.

성문을 중심으로 다시금 전투가 시작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짹짹짹!

뱁새가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면서 병력의 사기를 올리고, 부상당한 이를 치유했다.

그리고 아이언 역시 휘청거렸던 몸을 바로 하고 다시금 전투에 복귀했다.

쥐꼬리만큼 남은 마력을 이용해 병사들과 함께 몬스터를 밀어내는 데 사력을 다했다.

모두들 다리가 후들거릴 것같이 힘든 상황 속에서도 모든 힘을 끌어모아 사자성을 지키는 데 힘을 쏟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인간 측이 밀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신수들이 역소환되어 도움을 주지 못하게 되자, 로드들과 주술사들을 잡기 위해 갔던 기사들이 점점 궁지에 몰린 것이다.

“반드시! 죽여야 한다! 우리를 여기까지 보낸 사자성의 희생을 생각해라!”

“개 같은 몬스터 새끼가!”

피를 토하는 듯 외치는 실베스티앙과, 욕설을 내뱉으면서도 검을 움직이는 카이덴.

두 사람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사단은 점차 밀리고 있었다.

압도적인 힘을 보여 주는 오우거 로드.

그 하나를 묶기에도 벅찬 실베스티앙.

나머지 오크 로드와 고블린 로드, 트롤 로드 등을 기사단이 묶어 두어야만 했다.

게다가 주술사까지 힘을 보태니 더더욱 힘든 싸움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 상태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전멸할 위기에 처할 것이 분명한 그 순간.

두두두두!

멀리서 말들이 달려오는 소리와 함께 마법 폭격이 주술사들 위로 떨어져 내렸다.

동시에 상공에서 비공선 수십 대가 날아오면서 몬스터 군단 위로 폭탄 비를 떨구기 시작했다.

콰과과광!

엄청난 양의 폭탄들에 의해서 몬스터 군단들이 죽어 나가자 로드들이 분노하면서 기사단을 단번에 쓸어버릴 기세로 모든 힘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그것 역시 저지될 수밖에 없었다.

“북동부군 제4기사단 조장! 아리엘 파브리스! 구원 왔습니다!”

“북부군! 특수작전대 지원 왔습니다!”

“윈스텔에서 도우러 왔소!”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지원군의 외침과 함께 사자성을 몰아붙이던 몬스터 군단에 사방에서 들이닥쳤다.

그러자 몬스터 군단의 전열이 순식간에 와해되면서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던 로드들이 기사단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췩! 물러난다.

오크 로드의 말과 함께 뿔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지고 몬스터 군단이 후퇴를 시작했다.

이 상태라면 전멸밖에 남지 않음을 아는 것이다.

“쫓지 마라!”

“쫓지 마!”

여기저기서 물러나는 몬스터 군단을 추격하지 말라는 명령과 함께 황급히 사자성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반쯤 무너진 북문과 여기저기 무너진 성벽.

사력을 다해 지켜 내다 죽은 병사들의 시신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을 보였다.

“아…….”

한 장교가 감탄 어린 표정으로 무너진 성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아이언을 중심으로 뭉쳐 있던 장교들과 병사들이 보였다.

하나같이 극심한 부상을 입었는데도 몬스터의 피로 피 칠갑을 한 채 끝끝내 버티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 감탄했다.

사자성을 지킨 영웅들의 모습을 지원하러 온 모든 이들은 그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끝끝내 사자성을 지킨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일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엔 가는 곳마다 파란을 일으키는 아이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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