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111화 (111/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11)

38. 사자성의 혈전! (2)

동문에서의 혈투가 이뤄질 무렵, 아이언 역시 미친 듯이 몬스터들을 베어 내면서 분전하고 있었다.

사자성의 정예들만 모여 있는 북문이라지만 상황은 좋지 않았다.

기사급이 상대해야 하는 오우거만 수백이요, 거기에 트롤과 다이어 울프, 오크까지 전부 상대하기 까다로운 녀석들뿐이었다.

게다가 몬스터 군단답게 중첩된 버프로 인해 강화된 그들의 힘은 막는 입장에서는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강했다.

하지만 모두가 포기하지 않고 분전했다.

“포기하지 마라!”

“성벽을 사수해라!”

“절대 놈들을 안으로 들여보내지 마라!”

이곳저곳에서 장교들이 악을 쓰면서 병사들을 독려했다.

몬스터들의 파상 공세에도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 병사들을 보면 대견스러웠으나 이 상태라면 얼마 버티지 못하고 뚫릴 수밖에 없었다.

저 멀리 몬스터들을 강화시키면서 오연하게 바라보고 있는 주술사들과 로드들.

저들을 처리하지 못하면 이 싸움에 희망이 없었다.

휘이익!

아이언의 휘파람 소리가 들려오자 사방에 흩어져 있던 기사들이 일제히 아이언에게 집결하기 시작했다.

사자성의 기사들을 부르는 사자가문의 독특한 휘파람 소리.

그것을 들은 사자가문의 모든 기사들이 한곳으로 집결한 것이다.

성벽 이곳저곳에서 달려드는 몬스터들을 베어 내면서 중앙으로 집결하는 기사들.

그곳엔 직계들과 은사자 부단장 실베스티앙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상태라면 답이 없습니다.”

아이언이 모두가 모이자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어쩌시려는 겁니까?”

“도박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실베스티앙의 물음에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면서 저 멀리 로드들이 모여 있는 곳을 보았다.

몬스터들을 강화시키는 주범.

그들을 없애지 않는 이상 이 전쟁에 희망은 없었다.

“저곳으로 가십쇼. 길은…… 제가 뚫겠습니다.”

아이언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들이 모르는 마지막 패, 그걸 꺼낸 시점인 것 같습니다.”

“그 패가 뭡니까?”

실베스티앙의 물음에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신수력을 약간 끌어 올렸다.

그러자 무슨 뜻인지 깨달은 실베스티앙이 고개를 끄덕였다.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아이언의 신수들.

그것이 아직 나오지 않았음을 깨달은 것이다.

“죽음을 각오해야 할 겁니다.”

“그 정도는 이미 전쟁 전부터 각오했습니다.”

실베스티앙이 그렇게 말하면서 기사들을 바라보자 그들이 굳은 표정으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직계들도 전부 포함시킬 겁니다. 괜찮겠습니까?”

“사자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아이언의 물음에 카이덴이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그러자 쌍둥이들 역시 기세를 끌어 올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자신들이 활약할 수 있는, 그리고 마음껏 날뛸 수 있는 지금의 작전이 마음에 든다는 듯 직계들 전체가 흥분했다.

“재밌겠는걸. 죽을지도 모르는 전장이라…….”

세리덴이 이번엔 정말로 죽을지도 모르는 전투가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에 흥분했다.

사이코패스 같은 그의 모습에 아이언이 질렸다는 듯 작게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사자의 기사들만 믿겠습니다.”

“예, 믿어 주십쇼.”

아이언의 말에 모든 기사들이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했다.

그러자 작게 고개를 끄덕인 아이언이 손가락으로 로드들을 가리켰다.

“모두 기사들을 위해 길을 뚫어라!”

아이언의 외침에 정신없이 전투를 하던 장교들이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 명령을 내렸다.

“모두 화력을 중앙에 집중시켜!”

“기사들을 위해 길을 뚫는다!”

병사들의 화력집중.

그리고 기사들이 빠진 자리를 장교들이 직접 메꾸면서 북문의 전투는 더욱 치열하게 변해 갔다.

그사이 북문으로 집결한 사자성의 기사들.

수백의 기사들이 나란히 도열한 채 순식간에 중심부를 뚫기 위해 실베스티앙을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은사자 부단장답게 6단계 언저리에 이른 실베스티앙이 중심이 돼서 일시에 뚫어 버릴 생각으로 가장 강한 기사들이 선두에 섰다. 그것을 확인한 아이언이 명령을 내렸다.

“문을 열어라!”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는 명령을 내리는 순간 굳게 닫혀 있던 북문이 ‘끼리릭!’ 소리를 내면서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오크 군대들.

하지만 실베스티앙이 가볍게 휘두르는 검에 의해 그대로 죽어 나갔다.

동시에 기사들이 마력을 끌어 올리면서 실베스티앙의 뒤를 따르기 위해 움직였다.

서걱! 서걱!

오크들의 목이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기사들이 성문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몬스터 군단답게 끝도 없이 기사들을 향해 몰려들었고, 이 상태라면 아무리 기사들이라도 돌진하기 전에 지쳐 나가떨어질 것이 분명했다.

바로 그때, 성벽 위에 있던 아이언이 조용히 말했다.

“애들아, 아직 힘들겠지만 나와 줘야겠다.”

아이언의 부탁에 응답하듯 허공에 빛이 뿜어지면서 그의 친구들이 튀어나왔다.

안타깝게도 동부에서 너무 많은 힘을 쓴 탓에 천둥새는 나오지 못했지만 피닉스와 두 개의 달, 뱁새가 차례로 나오면서 주변에 신수력을 흩뿌렸다.

물론 동부에서처럼 거대한 몸집으로 나타나진 못했다.

신수들 역시 힘을 많이 소모했고, 아이언이 그때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급격하게 성장한 아이언의 신수력은 동부에서 보여 주었던 피닉스의 절반에 해당하는 몸으로 소환할 수 있었고, 두 개의 달 역시 마찬가지였다.

-삐이이이!

-부우우!

두 신수가 불과 빛을 뿜어내면서 허공에서 기사들을 위해 길을 뚫어 주기 시작했다.

두 개의 달의 거대한 눈에서 뿜어지는 두 줄기의 섬광.

그것을 맞은 몬스터들은 제아무리 강화되었다고 하더라도 흔적도 없이 녹아내렸으며, 피닉스의 울음소리와 함께 뿜어지는 화염은 그 주변을 태워 기사들이 돌진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었다.

기사들의 돌진을 막기 위해 몬스터들이 접근했지만 피닉스의 불길을 뚫고 접근하는 건 극소수에 불과했고, 그것들은 기사들이 손쉽게 처리 가능한 것이었다.

두 신수의 엄청난 활약에 기사들이 무리 없이 돌진하자 병사들이 사기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언의 신수는 두 개의 달과 피닉스만이 아니었다.

어느새 기사들이 빠진 자리를 메꾸느라 힘들었던 병사들에게 뱁새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째재잭! 짹! 짹!

뱁새의 노래와 함께 초록빛 힘이 사자성의 북문을 휘감았다.

그러자 활력과 치유를 가져다주는 힘이 병사들과 장교들의 몸에 스며들면서 밀려가던 전황을 뒤집기 시작했다.

상처 입었던 몸에 치유의 빛이 스며들어 회복되면서 몸 안으로 스며든 초록빛으로 인해 활력이 넘쳐 나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지금이라면 단독으로 몬스터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병사들 사이에서 샘솟았다.

실제로 마나를 다루는 병사들은 극소량의 마나가 증폭되며 평소보다 강한 힘을 발휘했다.

뱁새의 활력은 단순히 육체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마나에까지 영향을 미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것이…….”

“동부에 보인 영웅의 신수들?”

갑작스럽게 전황이 바뀌는 것을 경험한 장교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금방이라도 밀릴 것 같은 전투가 신수의 등장과 함께 달라지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멍 때리면서 신수들의 활약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시간은 길지 않았다.

신수들의 등장으로 잠시 당황했던 몬스터들이지만 사기를 끌어올리면서 공격을 재개했기 때문이다.

“우오오오!”

오크의 외침과 함께 오크 군대 전체가 괴성을 지르면서 가라앉았던 사기를 끌어 올렸다.

동시에 다이어 울프들이 오크들을 등에 태우고, 돌진하는 기사들을 피해 성문으로 진격하기 시작했다.

“성문을 막아라!”

성문을 지키는 장교가 황급히 활짝 열린 성문을 닫고 있었지만 이 상태라면 성문이 완전히 닫히기 전에 몬스터들이 도달할 것이 분명했다.

그런 장교의 불안이 적중하듯 다이어 울프가 먼 거리를 점프해서 성문이 완전히 닫히기 전에 몸을 집어넣었다.

쿠웅!

-크르르…….

몸으로 성문이 완전히 닫히는 것을 막아 내자 그 사이로 오크들과 다이어 울프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 이런!”

장교가 당황한 표정으로 병사들을 불러 모아 진형을 갖출 때였다.

성벽 아래로 뛰어내린 아이언이 선두에서 달려오던 오크의 목을 베어 냈다.

성문의 좁은 틈.

그곳을 아이온이 굳건하게 지키면서 말했다.

“여기는 내가 지킬 테니 성벽 위를 막아라.”

아이언의 말에 성문을 담당하던 장교가 고개를 숙이고는 병사들을 데리고 위로 올라갔다.

성문을 닫기 위해 당기는 병사들을 제외한 모든 병사들이 성벽 위에 있는 병력을 돕기 위해 올라가자, 성문에 남은 건 아이언과 만약을 위해 목책을 만들어 대기하고 있는 병사들뿐이었다.

-크르르…….

아이언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 다이어 울프들은 경계 어린 표정으로 성문 밖에서 맴돌았지만, 오크들은 고함 소리와 함께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전투에 미친 종족.

그런 이명을 달고 있는 오크답게 아이언이 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성문 사이로 계속해서 진입했다.

“한 놈.”

-쿠룩…….

단숨에 목을 찔러 넣어 목을 베어 낸 아이언은 뒤이어 달려드는 오크의 목을 다시 베어 냈다.

부드럽게 목이 잘려 가며 쓰러지는 오크.

그 뒤로 또 한 놈이 괴성을 질러 대며 아이언에게 달려들었다.

“두 놈!”

일부러 들으라는 듯 고함을 지르면서 하나하나 죽일 때마다 숫자를 세었다.

그 기세에 몬스터들이 잠시 움찔거렸지만 그건 잠시뿐이었다.

곧이어 오우거가 달려오면서 완전히 닫히지 못한 문을 강제로 비집고 열기 시작했다.

그러자 더 많은 몬스터들이 아이언을 향해 몰려들었다.

“서른셋! 서른넷!”

순식간에 서른 마리 이상의 몬스터들을 베어 낸 아이언이 온몸을 초록빛 피로 흠뻑 적신 채로 살벌한 안광을 뿜어냈다.

가장 기초적인 움직임이지만 누구보다 빠르고 안정적으로 적들을 베어 넘겼다.

결코 꺾이지 않은 강철의 의지가 마력에 담기면서 오우거의 무식한 주먹을 견뎌 내고, 전투에 미친 오크의 살기마저 베어 내면서 죽였으며, 다이어 울프가 빈틈을 노린 공격조차 버텨 냈다.

“나를 넘어서지 않는 한! 여기는 한 발자국도 넘어갈 수 없다!”

아이언의 우렁찬 외침과 함께 성문의 중앙에 굳건히 버티고 서자 몬스터들이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분명 한 명뿐이었다.

하지만 그 한 명이 성문 전체를 막고 있는 것 같은 모습에 전투에 미친 오크조차 잠시 머뭇거리게 만들었다.

철벽과도 같은 그의 모습에 몬스터들이 주춤거릴 때였다.

강렬한 모습을 보여 주는 아이언의 기세를 뚫고 한 몬스터가 등장했다.

-쿠룩! 여기에 대단한 놈이 남아 있을 줄은 몰랐다. 췩!

견고한 갑옷을 입은 오크 한 마리가 투기를 줄기줄기 뿜어내면서 아이언의 앞에 섰다.

“오크 챔피언…….”

혈광과 붉은 투기를 뿜어내는 오크.

4단계 이상의 오크만이 될 수 있는 오크 전사.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오크 전사장들.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존재에게 주어지는 이명이 바로 오크 챔피언이었다.

굳건한 기세로 몬스터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아이언을 직접 처단하기 위해 오크 챔피언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후…….”

오크 챔피언의 강력한 기세에 아이언이 긴 숨을 토해 냈다.

전생이었다면 무조건 후퇴해야 할 상황.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할 수 있다.’

은사자 실베스티앙이 상대해야 할 녀석이 자신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녀석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덤벼.”

-췩! 좋다!

아이언의 기세가 마음에 들었는지 콧김을 뿜어내면서 좋아한 오크 챔피언이 거대한 도끼를 휘두르며 맹렬한 속도로 아이언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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