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10)
38. 사자성의 혈전! (1)
아이언의 명령에 시작된 포격 소리와 함께 몬스터 군단의 전방에 포탄 세례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몇 기의 비공선에서 남은 폭탄들을 모조리 지상으로 투하하면서 사자성의 앞은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지옥 같은 모습으로 변모했다.
땅거죽은 여기저기 갈라지고 튀어나왔으며, 초록빛 피가 흩뿌려져 있었다.
일견 대단한 성과를 올린 듯싶었으나 아이언의 표정은 굳어져 있었다.
병사들 역시 처음과 달리 환호성을 내지르지 않았다.
“몬스터 군단…….”
아이언이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처음 다이어 울프들의 공격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지켜봤다.
각종 버프를 받은 몬스터들은 비처럼 쏟아지는 포탄과 폭탄 공격에도 꿋꿋하게 전진했다.
물론 엄청난 폭발이라 죽어 나간 몬스터들도 다수 존재했다.
하지만 쏟아부은 것에 비교하면 한심할 정도의 피해였다.
“포…… 포격을 멈추지 마라!”
“총의 사정거리에 곧 도달한다! 긴장해!”
포탄 세례에 잠시 멈칫했던 몬스터 군단이 다시금 전진해 오기 시작하자 장교들이 부하들을 닦달했다.
그러는 동안 각 문을 지키는 병력이 속속 북문으로 도착하했다.
가장 먼저 은사자 부단장 실베스티앙이 도착했고, 이어서 카이덴, 쥬코프 연대장이 도착했다.
적이 한곳으로 모든 병력을 집결시키는 상황이라면 자신들도 그에 맞춰 주는 것이 맞았기에 할 수 있는 모든 병력을 끌어모아 북문에 배치했다.
그렇게 병력이 한곳에 모이면서 자리를 잡는 동안 사정거리에 다가온 몬스터 군단에게 수천의 병력이 일시에 마탄을 쏘아 냈다.
타다다다당!
일제 사격으로 쏘아지는 수천 개의 마탄들이 선두에서 달려오는 오크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이 오크들은 팔로 얼굴만을 가리면서 미친 듯이 달려왔다.
‘푹! 푹!’ 소리와 함께 마탄이 피부에 박혀 들어갔지만 이 정도로 온갖 버프를 받은 몬스터를 죽일 수는 없었다.
-우오오오!
한 오크가 붉은 깃발을 들어 올리자 모든 오크들의 사기가 일제히 상승하면서 검붉은 기운이 오크들에게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오크 지휘관의 함성으로 인해서 일시적으로 모든 오크들의 힘이 상승하는 것이다.
“지긋지긋한 놈들…….”
전생에 수없이 겪어 본 저 지휘관 스킬을 보고 있노라면, 아이언은 절로 욕이 나왔다.
“모두 전투준비!”
아이언이 고함을 내지르면서 성벽으로 올라올 놈들을 맞이하라고 명령할 때였다.
가만히 지켜보던 쥬코프가 아이언을 불렀다.
“아이언 중령.”
“예.”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무엇이 말입니까?”
아이언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쥬코프가 조심스레 몬스터 군단 쪽을 바라보았다.
“고블린 놈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쥬코프의 말에 아이언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거대한 놈들 사이에 숨어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고블린 군대 자체가 보이지 않았다.
분면 고블린들의 샤먼술이 발동되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했음에도 놈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건 한 가지뿐이었다.
“별동대?”
“그런 듯싶습니다.”
“하필 지금…….”
아이언이 난감한 표정을 지을 때 쥬코프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래도 녀석들이 노리는 건 동문일 확률이 높습니다.”
쥬코프의 말에 아이언이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꾸준히 이루어진 몬스터들의 공격 과정에서 몬스터 군단에 합류한 녀석들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그들의 정보를 취합해 보면 사자성에서 가장 취약한 곳이 영지군이 모여 있는 동문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영지군과 북부군 일부만 데려가겠습니다.”
“차라리 기사들을 데려가십쇼.”
쥬코프의 말에 아이언이 기사를 내주려 했다.
고블린들의 얍삽한 공격이라면 아직 훈련이 미숙한 병사들이 대응하기 어렵다.
반면에 기사들이라면 압도적인 무력 차이로 고블린을 쓸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기사들이 빠지면 이곳은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쥬코프가 그렇게 말하면서 만약을 대비해 성벽 아래에서 대기하고 있는 영지군과 북부군 일부를 바라보았다.
“이미 자리 잡은 사람들을 빼 가는 건 혼란만 야기할 뿐입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이래 봬도 숱한 전장을 구른 사람입니다. 한번 믿어 보시죠.”
쥬코프가 그렇게 말하면서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자 아이언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이 호전되면 바로 지원을 보내겠습니다.”
아이언의 말에 쥬코프가 쓴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경험 많은 지휘관인 아이언과 쥬코프, 둘 다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리란 건 잘 알고 있었다.
“아침 식사나 하시죠.”
“늦지 않게 가겠습니다.”
아이언과 쥬코프는 그렇게 말하면서 악수를 하고는 헤어졌다.
마지막 인사가 될지도 모르기에 쓴웃음을 지으면서 서로를 바라보다가 다급히 움직였다.
쥬코프는 고블린의 별동대를 막기 위해서 움직였고, 아이언은 정면에서 오는 몬스터 군단을 막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어느새 포탄과 마탄 세례를 뚫은 오크 부대 일부가 성벽 아래에 도달해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몇몇 수준 높은 오크들은 높이 점프해서 손도끼를 성벽 중턱에 박아 넣으며 곧바로 성벽 위로 올라왔다.
오크 중에서도 전사급에 해당되는 놈들이 올라오자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기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자성의 수준 높은 기사들이 움직이자 성벽 위에 올라온 오크 전사들이 별다른 힘을 써 보지도 못하고 아래로 추락하기 일쑤였다.
이것을 보면서 전황이 좋다고 착각할 수 있겠으나 전쟁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었다.
아직 밤은 길었고, 해가 뜰 때까지 이 몬스터들의 공격은 계속될 것이다.
그것을 증명하듯, 오크들의 공격을 기점으로 트롤과 오우거들이 합류하면서 사자성의 북문에서 치열한 혈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선봉에 섰던, 살아남은 다이어 울프 떼까지 성벽 위로 기어오르는 순간 아이언 역시 더 이상 명령하지 않고 직접 검을 뽑아 들었다.
그렇게 북문에서 치열한 혈투가 시작될 무렵, 쥬코프가 이끄는 북부, 영지군 연합은 황급히 동문에 도달했다.
“늦지 않았다! 곧바로 자리 잡고 고블린들의 공격에 대비하라!”
쥬코프가 명령을 내리자 북부군의 병사들을 대장 삼아 영지군이 일제히 움직였다.
거기다 쥬코프가 직접 곳곳에서 사자성의 거리를 지키던 경비대까지 모조리 모아서 직접 이끌고 동문 주변의 거리를 돌아다녔다.
동문이 뚫렸을 때를 대비해서 건물 곳곳에 폭탄을 심고 경비대에게 무기를 쥐여 주며 난전을 유도하게끔 명령을 내렸다.
동시에 성문 안쪽에는 함정을 설치해서 고블린들의 공격을 대비했다.
영악한 녀석들이면 어떻게든 틈을 찾아 성 안쪽으로 들어와 혼란을 주려 할 것을 대비한 것이다.
북부군에 오래 복무했던 쥬코프는 몬스터들의 습성이라면 지긋지긋하게 겪어 본 사람이었다.
비록 검술에 재능이 크지 않고, 아이언처럼 혁신적인 뭔가를 만들지도 못했지만 그의 경험은 어디 가지 않았다.
다른 장교들에 비해 특출하지 않는 재능이었지만 그 숱한 전쟁을 치르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대령까지 오른 사람이었다.
물론 군대의 별이라는 장성급에는 능력 부족으로 오르지 못해 나이 먹고도 대령 신분에 멈춰 있지만, 그의 오랜 경험과 지휘 스킬은 고블린들의 얍삽함 따위로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
“고블린들입니다!”
“머리를 숙이고 사격으로 대응해라!”
“예!”
쥬코프의 명령에 북부군과 영지군이 성벽 위에서 고블린들에게 사격을 시작했다.
‘탕!’ 소리와 함께 고블린 군대를 향해 일제히 마탄이 발사되었으나 고블린들 역시 그저 막고 있지만은 않았다.
주술로 강화된 독침이 믿을 수 없는 거리를 뚫고 어둠 속에서 성벽을 강타했다.
팅! 팅! 튀기는 소리와 함께 고블린들의 독침이 성벽 위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몇몇 미숙한 영지군이 고개를 들다가 그 독침에 맞는 경우가 발생했지만 쥬코프는 노련하게 명령했다.
“독침에 맞은 병사는 신경 쓰지 말고 전투에 집중해라!”
냉혹할 정도의 명령.
하지만 곧 전장이 시작되는데 병사 하나하나를 신경 쓰기는 무리가 있었다.
암살자와 닮은 고블린들의 공격에 당한 병사들은 의무병이 조용히 성벽 아래로 보내고, 남은 병력은 고블린을 상대하는 데 집중했다.
-키릭!
“성벽 위로 올라오는 놈들을 밀어서 떨어뜨려라. 죽일 생각 하지 말고 떨어뜨리는 데 집중해!”
고래고래 소리치면서 고블린 부대에 대응하는 쥬코프.
하지만 절대적인 숫자의 부족과 아무리 소형 몬스터라도 고블린은 몬스터였다.
주술과 마력으로 강화된 녀석들의 움직임을 영지군이 제대로 상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포기하지 마라!”
쥬코프가 늙은 나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 큰 음성으로 병사들을 독려했다.
하지만 절대적인 숫자의 무력의 차이를 완전히 극복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하나둘 성벽 위가 뚫려 나가면서 고블린들이 사자성 안쪽으로 진입했다.
녀석들이 원하는 건 사자성의 혼란.
그로 인해 북문의 주력 병력이 몬스터 군단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걸 뻔히 아는 쥬코프는 고블린들이 사자성을 휘젓게 놔둘 생각이 없었다.
쾅! 쾅!
-키에엑!
건물 일부가 터져 나가면서 수십의 고블린들이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졌다.
하지만 강화된 몬스터답게 폭탄을 직격으로 맞지 않은 녀석들은 살아 있었고, 그것들은 경비대가 직접 확인 사살해 주었다.
사전에 설치한 함정과 숨어 있는 경비대들의 공격으로 성 내부에서 난전이 시작되자 고블린들은 당황했다.
“너희들의 얕은 수를 내 모를 것 같으냐!”
쥬코프가 노성을 터뜨리면서 직접 검을 들고 고블린들을 죽여 나갔다.
검에 담긴 마력이 강화된 고블린을 단번에 베어 내면서 비록 그는 늙었지만 아직 현역이라는 걸 여실히 증명했다.
하지만 사방에서 날아드는 독침과 비열한 고블린들의 잡기술에 쥬코프와 소수의 북부군이 완전히 대응하기는 어려웠다.
“이곳이 내가 죽을 자리인가?”
쥬코프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여기저기서 몰려드는 고블린들을 바라보았다.
영악한 녀석들답게 쥬코프가 숨겨 둔 패까지 전부 드러내자, 그제야 그들의 주력이 등장했다.
고블린 챔피언에 고블린 주술사까지.
그들 전원이 고블린 전사들과 함께 성벽 위로 올라 오만한 표정으로 쥬코프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쥬코프는 노성을 터뜨렸다.
“오거라! 내 죽어서도 너희들을 여기서 막을 것이니라!”
쥬코프의 노성과 함께 고블린들의 주력이 그를 향해 돌진했다.
그러자 소수의 북부군 장교들이 그에게 붙으면서 고블린들을 막기 위해 생애 마지막 전투를 시작했다.
아무리 고블린이라고 하더라도 주술사와 챔피언이 조합된 고블린들의 힘은 막강했기에 오합지졸의 영지군으로는 이기기 힘들었다.
결국 조금씩 죽어 나가면서 동문의 병력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쿨럭! 이놈들…… 못 간다!”
여기저기에 검상을 입은 쥬코프가 노성을 터뜨리면서 마지막까지 고블린들을 붙잡고 늘어졌다.
이미 동문에 배치된 대다수의 병사들이 죽거나 중상을 입은 상태였고, 성문은 반쯤 뚫린 상황.
그런 상황에서 고블린의 진격을 막는 건 성안에 배치된 경비대와 쥬코프뿐이었다.
자신과 함께했던 장교들 전원이 죽었음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서 있는 쥬코프를 보면서 고블린 챔피언이 질린 표정으로 단번에 목을 베어 버리려 했다.
바로 그때, 아이언이 힘든 와중에도 동문으로 뺀 기사 수십이 동문에 도착했다.
“쥬코프 연대장님! 괜찮으십……!”
쥬코프 연대장에게 접근한 고블린들을 단번에 베어 버린 기사가 황급히 연대장에게 다가갔다.
피 칠갑을 한 쥬코프의 상태를 보고 다급히 달려갔으나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눈을 부릅뜬 채 고블린들을 바라보며 멈춰 있는 용맹한 노장이 보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