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109화 (109/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09)

37. 사자성의 임시 지휘관! (2)

사자성의 모든 병력들이 바삐 움직였다.

북동부군에 요청한 물자들이 비룡과 비공선을 통해 하나둘 들어오고 있었고, 북부군과 레온하르트 역시 각자의 방식대로 추가적으로 군수품을 사자성으로 갖고 왔다.

그것을 사자성 곳곳에 배치하고 병사들이 활용할 수 있게끔 훈련시키는 것과 동시에 몬스터의 약점을 공략할 수 있는 훈련까지 전부 해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간간이 몰려오는 몬스터들까지 직접 상대해야 하니 병사들의 피로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들의 피로를 줄여 주기 위해서 기사들을 총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병사들의 얼굴엔 힘들다는 것이 역력히 드러났다.

“후…….”

아이언이 지휘관실에서 한숨을 쉬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정말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그가 생각했던 최악의 상황은 미처 준비가 되기도 전에 대규모 몬스터군이 몰려오는 것.

하지만 그건 아니었다.

어쩌면 이대로 몬스터 군대가 몰려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담긴 상상을 할 수도 있지만 지휘관 입장에선 그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아이언이 사자성의 지휘권을 잡은 후 그에게 직통으로 걸려 오는 통신과 정보는 현재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북동부군의 주력은 북부의 숲 동쪽 방면을,

북부군의 주력은 북부의 숲 중앙을,

레온하르트와 귀족 연합의 주력은 북부의 숲 서쪽 방면을 막았다.

그리고 이 사자성에서 그들에게 가장 빠르게 전달되는 통신을 자신이 받고 있었다.

그 통신들로 판단한 결과, 적어도 며칠 안에는 전선 일부라 뚫리며 대규모 몬스터 군단이 이곳으로 올 것이라는 것.

현재 전선을 지키는 주력 병력은 다크 엘프와 그들의 하수인을 막는 것도 힘에 겨웠다.

그렇다는 건 진짜 위험한 적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몬스터들을 뒤로 흘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북부 사령부와 요새 몇 개를 중심으로 제2의 전선을 만들었는데, 안타깝게도 사자성이 제2전선의 최전방이었다.

그렇다 보니 조금이라도 빨리 병력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북부 전체가 다급한 상황에서 이곳에 많은 병력을 지원해 주기는 어려웠다.

당장 최전선도 병력이 없다고 난리치는 판국에 2선에서 요청한 병력 지원을 들어줄 리 만무한 것이다.

“이 병력으로 몬스터 군단이라…….”

예상되는 몬스터들의 숫자는 최소 7천 이상.

최전선에서 나름 조절해서 5천 이내로 내려 보낸다 했지만 아이언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나마 7천 언저리 수준이면 감당되는 수준이기에 ‘제발 그 정도 숫자 내에서 왔으면.’ 하고 바랄 뿐.

그렇게 불안함 속에서 며칠이라는 시간이 더 흘렀다.

“최근 북문 쪽에 몬스터들이 습격하는 규모가 늘어났는데 다른 곳은 어떻습니까?”

“다른 곳도 마찬가집니다. 거의 2배는 늘었습니다.”

아이언의 질문에 북부군의 연대장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옆을 돌아보자 은기사 부단장 실베스티앙 역시 마찬가지인 듯 표정이 굳어졌다.

최근 며칠 사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몬스터들.

그렇다는 건 그렇게 걱정하던 상황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뜻과 다르지 않았다.

“아직 최전선 쪽에서 의도적으로 흘렸다는 말은 없었습니다.”

레온하르트의 한 수뇌부의 말에 아이언이 무겁게 말했다.

“그게 더 최악의 상황입니다. 의도적으로 흘리지 않았음에도 몬스터들이 이렇게 많이 나온다는 건…… 그만큼 뚫리는 곳이 많다는 뜻이니까요.”

“그렇습니다. 아마…… 최전선은 지금 한계에 직면했을 걸로 추정됩니다. 아마 당장 내일이라도 몬스터 군단이 몰려올 겁니다.”

아이언의 말에 북부군의 연대장 역시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아이언 중령께선 사자성으로 몰려올 몬스터들의 숫자를 어느 정도 보고 계십니까?”

실베스티앙의 질문에 아이언이 잠시 고민하더니 무겁게 열었다.

“7천. 그것도 최소한으로 잡은 겁니다. 어쩌면 1만이 넘어가는 규모로 몰려올지도 모릅니다.”

“그 정도나 말입니까? 아무리 최전선이 급박하다고 해도 그 정도 규모를……. 정말입니까?”

실베스티앙이 놀란 표정으로 묻자 아이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언의 의견에 북부군의 연대장 역시 동의한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최전선을 유지하는 병력들은 몬스터들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렇기에 최대한 후방으로 몬스터들을 보낼 것이다.

길게 늘어선 전선에서 찔끔찔끔 보낸다 치더라도 모이면 수백인데, 의도적으로 문을 열어 줘 버리면 무조건 수천 이상의 규모가 될 수밖에 없었다.

다급하게 돌아가는 최전선이야 대충 이만큼 보냈다 하고 발표한다지만 실제 모이는 몬스터들은 훨씬 많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를 아이언은 전생에 숱하게 보았다.

이곳에 파견된 북부군의 연대장 역시 경험 많은 노장이었다.

장성에 올라가지 못했지만 경험이 많았는지 아이언과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쥬코프 연대장께서도 같은 생각이시라니…….”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한 걸 인지했는지 실베스티앙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젠 제발 며칠이라도 더 늦게 와 달라고 빌어 볼 뿐 다른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희망은 그날 자정이 되자 산산이 부서졌다.

-아우우우~.

야밤에 들려오는 늑대들의 울음소리.

하지만 늑대들의 하울링은 단순히 소리만 들리는 것이 아니었다.

마력이 담겼는지 그들의 울음소리를 들은 병사들의 사기가 급격하게 저하되기 시작했다.

몇몇 약한 병사들은 식은땀을 흘리기도 했다.

“다이어 울프.”

아이언이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리자 성벽 부근에 뿔 나팔 소리와 함께 군의 경보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뿌우우우우~.

전통을 중시하는 레온하르트의 뿔 나팔 소리와 군의 경보음이 같이 울려 퍼지면서 순식간에 사자성의 모든 병력들이 성벽을 중심으로 집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상공으로 마법의 불꽃이 솟아올랐다.

“헉! 저…… 저게!”

마법의 불꽃이 하늘로 솟구치면서 보이는 몬스터들의 숫자.

지상에 수많은 다이어 울프들이 성벽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것과, 그 뒤로 거대한 뭔가가 지축을 울리면서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몬스터 군단의 선봉대…….”

다이어 울프들을 보면서 그렇게 중얼거린 아이언은 표정을 굳혔다.

이건 그냥 이곳저곳에서 몰려든 몬스터 집단이 아니었다.

전생에 수차례 겪어 본, 잘 정돈된 몬스터 군단.

그것이 이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남문은 최소한의 병력만 배치하십쇼. 그리고 동문과 서문 역시 최소한의 병력만 남기고 북문으로 집결해 주십쇼!”

“예!”

“알겠습니다!”

“……그러죠.”

아이언의 말에 각 문을 지키는 지휘관들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남문의 지휘관인 은기사 실베스티앙.

서문의 북부군 연대장 쥬코프

동문의 북부 영지 연합군 임시대장 카이덴.

그들이 각자의 병력이 있는 곳으로 흩어졌다.

그렇게 그들이 각 문에서 병력을 몰고 올 동안 아이언은 곧장 북문으로 향했다.

새까맣게 몰려드는 다이어 울프들.

“다이어 울프만 천 마리는 넘겠군.”

오로지 한곳만 파겠다는 듯 북문으로 몰려드는 녀석들을 보면서 아이언이 명령을 내렸다.

“포격 준비!”

아이언의 외침에 성문에 있는 포들이 일제히 발사 준비를 했다.

“발사!”

쾅! 쾅! 쾅!

큰 울림과 함께 일제히 마력포들이 발사되고 선두에서 달려오던 다이어 울프들이 나가떨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다이어 울프들은 많았고 재빠른 움직임으로 포격을 피해 냈다.

그렇지만 현대의 화기들은 장거리에 특화된 무기.

타다다당!

어느새 마탄이 날아들면서 선두에서 오던 다이어 울프들이 부상을 입거나 죽어 나갔다.

아무리 두꺼운 가죽을 갖고 있는 다이어 울프라도 많이 맞으면 죽을 수밖에 없었다.

마력 포탄에 맞고 마탄까지 추가적으로 맞다 보면 부상 입은 놈들이 생길 수밖에 없으니 결국 성벽까지 오는 것은 반은 줄어든 규모가 될 것이다.

거기다가 미리 준비한 폭탄까지 아낌없이 곁들여 주자 여기저기서 폭발음과 함께 다이어 울프들이 날아다녔다.

그냥 폭탄도 아니고 전부 마법이 부여된 것들이니 아무리 오염된 마나에 강화된 몬스터라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상태에서 사자성 안에 단 두 대뿐인 비공선이 날아올랐다.

공중형 몬스터가 없는 상황.

그렇다면 제공권이 확보된 상황이라는 뜻이다.

현대전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제공권이 이곳에서 이미 확보된 상황이라는 것.

그건 그냥 무차별 폭격을 가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건 이곳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현대에서 미국이 제공권을 장악하고 압도적인 위력을 보여 주는 것처럼 한시적이나마 이곳에서도 그 비슷한 것을 흉내 낼 수 잇다는 뜻이었다.

무자비하게 쏟아지는 폭탄들은 제아무리 몬스터라도 버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콰과과과광!

비공선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폭탄들.

그것이 지상에 있는 다이어 울프에게 닿는 순간 어마어마한 폭발 소리와 함께 성벽에 접근하던 녀석들이 떼죽음을 당하기 시작했다.

대형 몬스터라면 모를까, 다이어 울프 정도 되는 몬스터들 따위가 버텨 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사자성 앞의 대지를 뒤집어 놓는 폭격 세례에 다이어 울프들로 이루어진 파도가 폭격에 쓸려 나갔다.

그것을 본 병사들이 눈을 휘둥그렇게 뜨면서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

전쟁이 다 끝난 것처럼 환호하는 그들.

천 단위의 다이어 울프들을 부상자 없이 쓸어버리는 풍경에 병사들은 환호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아이언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심각해진 표정으로 정면을 주시했다.

다이어 울프들이 떼죽음을 당했지만 어차피 그들은 선봉대에 불과했다.

“후…… 이제 진짜가 오는 건가?”

아이언이 그렇게 중얼거리자 멀리서 지축을 흔들면서 뿔 나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레온하르트의 것과는 다른 기이한 소리.

하지만 그것은 폭격으로 부상을 당한 다이어 울프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더욱 흉포하게 만들었다.

동시에 몬스터들의 기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괴하지만 독특한 음률에 따라 퍼지는 몬스터의 노랫소리.

그것은 인간들에게는 사기를 떨어뜨리고 몬스터들에게는 더욱 힘을 나게 하는 노랫소리였다.

그리고 아이언은 이 노래의 정체를 잘 알고 있었다.

“샤먼의 노래.”

오크 샤먼의 노래.

그것은 몬스터들을 집결시키는 힘을 가졌으며 동시에 그들의 힘을 증폭시켜 주기도 한다.

이것만으로도 인간들에게는 충분히 힘든 상황이지만 몬스터 군단이 최악이라고 평가받는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트롤 주술사의 주술로 인한 피의 강화.

고블린 주술사의 흑주술.

그리고 처음 뿔 나팔을 불었던 오우거 로드의 전장의 외침.

각기 다른 몬스터들의 주술사들과 로드들의 버프들이 모든 몬스터들에게 중첩되면서 더욱 강하게 변모한다.

오염된 마나에 의해 조종당하는 그들이지만 몬스터 개개인의 능력은 더욱 강화된 상황.

그런 상황에서 버프까지 받는다면?

가히 최악의 상황이 도래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다이어 울프의 하울링, 오크 샤먼의 노래, 트롤의 주술, 고블린의 주술인가? 오우거의 뿔 나팔도 있었으니 최소 다섯 종족이군.”

보통 7천 이하의 규모에서는 2~3개의 종족뿐이지만 만 단위가 되면 5개의 몬스터 종족 이상이 뭉치는 게 평균적이었다.

전생에 수없이 경험해 봤기에 눈감고도 예상할 수 있는 몬스터 군단의 규모였다.

그리고 전생의 경험으로 추론한 몬스터들의 숫자는 최소 만 단위.

그가 생각한 최악의 시나리오가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쿵! 쿵! 쿵!

어마어마한 숫자의 몬스터들.

한눈에 파악하기 힘든 숫자의 몬스터들이 몰려오자 환호하던 병사들이 일시에 조용해졌다.

그렇게 고요해진 사자성에서 냉철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아이언.

“후…… 전쟁은 이제 시작인가?”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면서 마법의 불꽃에 비치는 새까만 몬스터 군단을 바라보았다.

만 단위의 몬스터 군단이 완편된 채 사자성으로 진격해 오는 모습을 보며, 아이언은 검을 들어 올렸다.

“포격 준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