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08)
37. 사자성의 임시 지휘관! (1)
카이덴의 말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경악했다.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알고 막아 보려 했지만 어디 그게 쉬울까?
수뇌부뿐이라면 모르겠지만 근처에 병사들도 잔뜩 있는 상황.
결국 사자성 전체로 카이덴의 말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아이언 중령이 사실 제이든 도련님이래.”
“정말?”
“카이덴 도련님이 직접 말했다니까?”
“그럼 그 가출하신 첫째 도련님이 전쟁 영웅이라고?”
“그래!”
“허~ 역시 혈통은 어디 안 가는 것인가?”
병사 둘이서 쑥덕거렸지만, 바로 옆에서도 이 이야기를 똑같이 하고 있었다.
어느새 사자성에서는 아이언에 관련된 이야기만 나돌고 있는 상황.
순식간에 퍼진 이 소문은 북동부군에서도 퍼져서 너도나도 이야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 이 미친 새끼.”
어느새 이 소문을 접한 아이언은 책상을 내리쳤다.
언제까지고 비밀로 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이런 식은 아니었다.
적어도 자신이 직접 밝히고자 했는데 무슨 대단한 곳도 아니고 카이덴이 홧김에 말한 것으로 인해 밝혀지게 생긴 것이다.
결국 북동부 군사들도 정말 아이언이 제이든인지 아닌지 내기하거나 안줏거리 삼아서 쑥덕거렸다.
그러는 찰나 사자성의 장로들이 아이언을 찾아왔다.
수뇌부만 찾아올 줄 알았는데 사자성의 원로들까지 지휘관실로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그중 몇몇 늙은이들은 아이언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기까지 했다.
그들의 모습에 한숨을 쉬며 자리를 권했다.
“앉으시죠.”
아이언의 권유에 다들 헛기침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저를 찾아오신 연유가 무엇입니까?”
“북동부군이 요즘 사기가 높은 이유가 연대장께서 힘 쓴 덕분이라 들었습니다. 송구하지만 저희들에게도 그 노하우를 가르쳐 주셨으면 합니다.”
수뇌부 중 하나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 다들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르쳐 드리는 건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병사들에게 배포한 것 중 하나를 가져가 가르치신다면 병사들의 생존율은 올라갈 겁니다.”
아이언의 말에 이번엔 원로가 나섰다.
“저희는 아이언 중령께서 직접 가르쳐 주셨으면 합니다.”
원로의 말에 아이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굳이 제가 직접 가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아이언의 물음에 원로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속내를 밝혔다.
“만약의 상황이 온다면 사자성을 임시로 지휘해 주셨으면 합니다.”
원로의 말에 아이언이 잠시 벙찐 표정을 지었다.
“저보고 사자성의 임시 지휘관이 되어 달란 말씀이십니까?”
“……예.”
“사자성의 수뇌부가 허락할 리가…….”
아이언이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말하자 레온하르트의 수뇌부 대표가 얼른 품속에서 서류 한 장을 꺼냈다.
“여기 저희 전원이 찬성했다는 증명서입니다.”
“원로들은요?”
“원로들 역시 전부 찬성했고 제가 대표로 찾아왔습니다.”
늙은 원로의 말에 아이언이 한참을 늙은이를 바라보았다.
전생에 그렇게 깐깐하게 굴었던 양반이 지금은 자신에게 지휘관이 되어 달라고 요청하고 있었다.
특히 그 자존심 센 양반들이 전원 찬성했다는 말에 아이언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가 방향을 돌렸다.
“직계들은요? 그들이 가만있겠습니까?”
자신이 아는 직계들이 이걸 찬성할 리가 없었다.
아이언이 장자라는 걸 아는 이상 여기에 찬성하게 되면 괜히 밀린다는 이미지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배신자의 지휘를 받는다는 걸 더욱 끔찍해할 것이다.
사자성의 고된 훈련을 버티지 못하고 떠났다고 생각할 놈들이 자신의 명령을 들을 리가 없었다.
“남아 있는 직계분들 역시 상관없다 하셨습니다.”
원로의 말에 아이언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자존심 강한 미친놈들이 이걸 인정했다고?’
레온하르트에서 도망간 놈 취급할 게 뻔한 놈들이 갑자기 돌아온 도망자 새끼가 사자성 주인 노릇 하는 걸 인정하는 게 이상했다.
아이언이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정말…… 직계들이 인정했습니까?”
아이언이 다시 한번 확인차 묻자 수뇌부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수뇌부도 아이언의 이런 반응이 이해가 간다는 듯 쓴웃음을 지었다.
직계들 중에 또라이 아닌 놈은 한 놈도 없었다.
그나마 정상에 가까운 사람이 막내였는데, 그마저도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이 어딘가 나사 하나 빠진 또라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걸 보면 직계 중에 정상은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 보이는 아이언의 반응은 지극히 타당한 것이었다.
“사자가주께서 곧 돌아오시는 거 아니었습니까?”
“그것이…… 북부의 숲에서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 같습니다.”
“무슨 말입니까?”
아이언이 뭔가 싸한 느낌에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곧 연대장께서도 북동부군에서 연락이 오겠지만…… 다크 엘프들의 군대의 규모가 갑자기 커졌습니다. 그래서 이 부근의 북부의 숲 역시 몬스터들의 군대가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그렇다면…….”
“……예. 가주께선 한동안 못 돌아오십니다.”
원로의 말에 아이언이 눈을 질끈 감았다.
“그렇다는 건 사자성에도 대규모 몬스터들이 몰려올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군요.”
“……그렇습니다.”
원로의 대답에 지휘관실에 있는 모든 이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대규모 몬스터들의 공격.
그건 지금 사자성의 병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았다.
아마 수뇌부와 원로들도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자신에게 찾아온 것일 터였다.
북동부군을 수준 높게 재정비하고 있는 아이언을 보고선 지휘부를 맡기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냐는 생각일 것이다.
그들 역시 자신들의 사자성이 어떤 상태인지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아이언 입장에선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지금도 한계에 다다른 상황인데 여기서 더 많은 병력을 어떻게 감당하라는 소리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당장이라도 후퇴하자고 말하고 싶지만 사자성을 목숨보다 아끼는 이들이 그걸 받아들일 리 없었다.
아이언은 ‘후퇴’라는 말을 애써 삼켜 내면서 눈앞이 깜깜한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일단 그 제안은 받아들이겠습니다. 북동부군에서 연락이 오는 대로 곧바로 사자성의 지휘부로 찾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원로들과 수뇌부가 돌아가자 아이언은 장교들에게 명령했다.
“다들 들었겠지?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 모두 만반의 준비를 하도록. 알겠나?”
“예!”
“병사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고 오늘부터 빡세게 훈련할 준비 하라고 해. 아무래도 일정을 앞당겨야겠다.”
그런 뒤 아이언은 곧바로 밖으로 나갔다.
사자성의 상황으로 전반적으로 점검하기 위해서 나간 것이다.
“형편없네. 그래도 전생에 막 들어왔을 때보다야 낫긴 한가?”
아이언이 사장성의 전경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전생 막바지에는 이 사자성이 온갖 무기들로 도배됐을 정도로 효과적으로 몬스터들을 막기 위한 장치들로 가득했다.
그랬던 것이 현재는 거의 전무한 상황.
오로지 검에 살고 검에 죽는 곳이 레온하르트라는 무식한 가문이었으니 어찌 보면 있는 것이 이상했다.
그래도 북동부에서 뭔가 느낀 것은 있는지 최소한의 것들은 달아 놨다.
마법이 부여된 대포나 다연장 마법 폭탄 같은 것들이 군데군데 배치된 모습.
하지만 북동부군에 비하면 정말 최소한으로 배치한 것에 불과했다.
걱정 속에서 사자성 곳곳을 살펴본 아이언은 곧바로 북동부에 연락해, 임시 지휘관의 제안을 받았다는 것과 앞으로 대규모 습격이 있을 예정이니 병력 지원은 어렵더라도 최소한 물자라도 보내 달라는 요청을 전했다.
그러자 병력은 나중에라도 보내 주겠다면서 일단 물자라도 며칠 안으로 보내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 날, 아이언은 곧바로 레온하르트의 저택으로 찾아갔다.
“아이언 카터 중령입니다. 안에 기별 좀 넣어 주시죠.”
레온하르트의 저택 앞에서 말하자 기사가 말없이 문을 열었다.
“오시면 바로 안내하라는 전갈이 있었습니다.”
그 말에 아이언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기사와 함께 레온하르트의 수뇌부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거기에는 북부군의 연대를 이끄는 연대장과 레온하르트 직계, 수뇌부 그리고 소수지만 저택을 지키기 위해 남은 기사가 모여 있었다.
“반갑습니다. 은사자 실베스티앙이라고 합니다.”
“아이언 카터 중령입니다. 부족하지만 임시로 연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아이언이 가볍게 실베스티앙과 인사를 나눴다.
그는 일반 은사자가 아닌 듯 제복에 사자 모양의 갈기가 두 갈래로 나뉘어 있었는데, 그것은 부단장을 뜻하는 것이었다.
단장의 경우 사자의 갈기가 나뉘어 있지 않았고, 일반 기사의 경우 세 갈래로 나뉘어 있었다.
이건 혈사자나 철사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최소한의 방비는 해 놨네.’
사자가문의 핵심 인력 중 하나를 이곳에 배치해 놓음으로써 만약을 대비하려는 것 같았다.
가주 직속 친위대 혈사자.
레온하르트의 혈족 중심의 기사단 은사자.
실력 위주로만 뽑는 기사단 철사자.
레온하르트를 대표하는 이 3개의 무력단체.
어찌 보면 직계부터 방계까지 혈족 중심으로 구성된 은사자가 약할 수 있지만 사자가문의 높은 혈족 능력은 오히려 실력 위주로만 뽑은 철사자를 압도했다.
그렇기에 은사자의 부단장이라면 사실상 최고 수뇌부 중 한 명이라 봐야 했다.
수뇌부를 일시적으로 대표하는 은사자 부단장의 권유에 아이언이 상석에 앉은 후 곧바로 회의가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말문을 연 것은 아이언이었다.
“저택에 정예 기사들은 몇 명이나 있습니까?”
“혈사자는 없고, 은사자는 열 명, 철사자는 스무 명입니다.”
가주의 최정예 전력인 혈사자는 단 한 명도 남아 있지 않고 오로지 은사자와 철사자만 남았다.
사자가주가 이런 결정을 내릴 정도라면 그만큼 급박하다는 뜻.
“후…… 오기 전에 살펴봤는데 사자성에 남은 일반 기사는 백 명 정도. 그렇다면 레온하르트 병력 1,200여 명, 방계 귀족들이 긁어모은 사병 2,300명, 북부군 1,700명, 북동부군 1,600명. 이 전력에 고작 은사자 열 명과 철사자 스무 명 그리고 직계분들 정도만이 전부라는 뜻인데…….”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많은 사상자 때문에 거의 반토막 나기 직전인 2개 연대와 오합지졸을 간신히 면한 방계가 끌어모은 군대.
그리고 정예라지만 고작 천 명 언저리의 병사만을 보유한 레온하르트군.
이걸 가지고 몬스터들과 대규모 전투를 치러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직면했다.
아이언 입장에서는 속이 탈 수밖에 없었다.
“후……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사자성 전체를 북동부군의 요새처럼 만들 생각입니다.”
아이언의 말에 모든 이들이 눈을 커다랗게 떴다.
“만약 정말 대규모 몬스터가 온다면…… 고작 약점 몇 개 더 아는 걸로 해결이 안 됩니다. 대규모 화력! 그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사자성에 있는 병력들에게 마탄이 장전된 총기와 폭탄을 쥐여 줄 겁니다. 만약 이게 싫으시다면…… 전 이 자리를 박차고 나서 곧바로 제 병력을 후퇴시킬 생각입니다.”
아이언이 배수의 진을 쳤다.
여기서 물러나면 정말 대규모 몬스터가 몰려왔을 때 대응이 안 될 것이다.
검 하나로 무쌍 찍는 건 어느 정도 실력이 되는 기사들에게나 가능한 거지 병사들에게 통용되는 얘기가 아니다.
아무리 레온하르트 병사들이 정예라고 해도 기껏해야 마력 각성이나 신체 강화 일부를 할 수 있는 수준.
그 수준에 현대의 무기가 들린다면?
그들의 무력 수준은 곧바로 배는 늘어날 것이다.
아이언의 강경한 의지를 읽은 것일까?
은사자 부단장이 자리에 일어나면서 정중하게 말했다.
“지휘관을 부탁드린 건 이쪽입니다. 아이언 님께 모든 걸 맡겼으니 하고자 하시는 대로 하십시오.”
“북부군 역시 찬성입니다.”
은사자 부단장과 북부군의 연대장이 찬성하자 아이언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직계들을 바라보았다.
뭔가 불만스러운 표정이었지만 다들 침묵하고 있었다.
“직계분들은 반대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아이언의 물음에 다들 숨죽이며 카이덴을 바라보았다.
설마 이렇게 물을 줄은 몰랐던 터라 다들 놀란 표정으로 이 상황을 지켜봤다.
그러자 카이덴이 불퉁한 표정으로 말했다.
“형 알아서 하쇼, 지휘는 내 체질이 아니니. 한 가지 원하는 게 있다면 최전방에 날 세워 달라는, 그거뿐이오.”
카이덴의 말에 아이언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직계분들 역시 중요한 전력. 가장 위험한 곳에 배치될 것이니 각오하시길…….”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이것으로 첫 회의는 마치기로 하죠. 다음 회의는 물자가 오고 나서 진행될 겁니다. 몬스터가 언제 몰려올지 모르니 그동안 북동부군의 도움을 받아 몬스터의 약점과 공략 방법 숙지에 전력을 쏟아야 할 겁니다.”
“예, 그리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은사자 부단장과 북부군의 연대장이 대답하면서 자리에 일어났다.
그렇게 무사히 첫 번째 회의를 마친 아이언과 사자성의 수뇌부.
그리고 바로 당일.
사자성의 전 병력들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이언이 만든 몬스터의 공략 방법을 익히기 위해서 구슬땀을 흘리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