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07)
36. 레온하르트령 (3)
서걱! 서걱!
섬뜩한 소리와 함께 여기저기가 작게 잘려 나가는 오우거의 살덩이.
-쿠어어엉!
오우거가 괴성을 지르면서 자신을 농락하는 청년을 바라보았다.
그는 간신히 몽둥이를 맞혀도 꿋꿋하게 버텨 내면서 자신을 농락했다.
간간이 날아오는 빛줄기는 맞으면 너무나도 아팠고, 자신의 주먹을 검으로 막는 것을 넘어서 그대로 갈라 내는 것도 너무 아팠다.
게다가 이상한 곳을 쿡쿡 찌르는데, 그러면 아파 미칠 것 같았다.
차라리 그냥 한 번에 죽여 줬으면 좋겠는데 이 인간은 그러지 않았다.
마치 실험하듯 이곳저곳을 찔러 보면서 자신의 몸 어디가 제일 아픈지 알아보는 것 같았다.
아까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약한 놈들도 미친놈들 같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놈은 악마였다.
-쿠어엉! 쿠엉!
이제는 아프다고 괴성을 지르는 걸 넘어 울고 있는 오우거.
“자…… 잔인하다.”
“그러게.”
흉포하기로 유명한 레온하르트 사람들마저 잔인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철저하게 유린하는 강철의 검.
하지만 아이언 입장에서는 방심할 수 없기에 이러는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
5단계 막바지라도 방심했다가는 골로 가는 게 오우거다.
그러니 안전하게 처리하려고 완벽을 기하는 것뿐인데, 사람들 입장에서는 약점만 골라 찌르며 노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결국 지독한 괴롭힘으로 울고 있는 오우거의 목을 따는 것으로 마무리한 아이언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몬스터들조차 아이언의 모습에 질렸는지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음…….”
아이언이 침음성을 터뜨리며 주변을 바라보았다.
몬스터들은 뒷걸음질 치고 있었고 병사들마저 자신을 이상하게 보았다.
그래서 다시금 오우거를 바라봤더니 거의 넝마가 되어 죽어 있었다.
“좀 심했나?”
자신 딴에는 오랜만에 만난 오우거를 완벽을 기해 죽일 참이었다.
전생에도 오우거를 잡기는 했지만 그때는 온갖 도구들을 이용하고 마지막을 검으로 장식했었다.
이처럼 순수하게 무력으로 잡은 적이 없었고, 북동부에서는 레인저들과 고스트들과 함께 잡았기에 별 감흥이 없었다.
게다가 여기는 레온하르트의 사자성.
그러다 보니 더 감정적으로 된 것 같았다.
“흠흠…….”
헛기침을 하면서 걸리적거리는 몬스터들을 베어 낸 아이언이 다시금 부서진 성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오자 다들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래서 곤란하던 차에 멀리서 북동부의 병사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충성! 안개 군단 6사단 12연대 소속…….”
“아! 거기까지. 일단 같이 가지.”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병사와 함께 북문 쪽으로 움직였다.
멀리서 레온하르트의 직계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게 느껴졌지만 무시하고 일단 북문으로 달려갔다.
그러자 거기서 몬스터들이 성벽 일부를 점령한 게 보였다.
게다가 지휘관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 상황.
그것을 본 아이언이 마력을 이용해 순식간에 성벽 위쪽으로 올라가 몬스터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이곳에 배치된 아이언 카터 중령이다! 사령부의 명령으로 지금부터 이곳의 지휘권은 내가 가진다!”
“예!”
아이언의 고함 소리에 모든 병사들이 일제히 대답하면서 무기를 들었다.
“너희들에게 내릴 가장 첫 번째 명령은 적들의 소탕이다! 일단 이 북문부터 사수하도록!”
“명을 받듭니다!”
아이언의 명령과 함께 우렁차게 대답한 병사들이 힘을 짜내 적들을 소탕하기 시작했다.
북동부에서 가장 유명한 아이언 카터가 자신들의 지휘관으로 왔다.
그 사실만으로도 병사들의 사기는 올라갔다.
게다가 아이언이 보인 신위는 그런 병사들의 사기를 하늘 끝까지 솟구치게 만들었다.
최연소 고스트.
겨울산을 지킨 영웅.
북동부에서 가장 유명한 영웅.
동부에서 가장 높은 활약을 보인 영웅.
이 타이틀이 가져다주는 힘은 장난이 아니었다.
“와아아아!”
병사들이 고함을 지르면서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몬스터들을 죽여 나갔다.
그러는 동안 아이언 역시 눈깔 광선으로 휩쓸고, 검으로 베어 죽이면서 적들을 쓸어 나가기 시작했다.
간혹가다 오염된 기운을 사용하는 녀석들은 피닉스의 정화능력으로 녹여 버렸다.
신수력이 강해지면서 피닉스의 정화 능력도 업그레이드되었는데 오염된 존재에 한해서 불에 타 죽이는 것처럼 존재 자체를 녹여 버릴 수 있었다.
게다가 불꽃도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정말로 잡캐처럼 이것저것 사용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 가고 있었다.
푹! 푹! 푹!
“아는 녀석들이 나오니 편하네.”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이 익히 알고 있는 몬스터들의 약점만 골라서 찔러 죽였다.
큰 힘 들일 필요 없이 약점만 베어 주면 치명타가 터지면서 피를 흠뻑 쏟아 내고는 지 혼자 죽어 나갔다.
그러다 보니 아이언의 검은 더욱더 매서워지고 빨라졌다.
“미…… 미쳤다!”
“귀신 아녀? 몬스터 쓸어버리는 귀신!”
“전생에 몬스터 학살자였나?”
“아녀. 몬스터랑 원수졌을걸.”
병사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하면서 몬스터를 학살하는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그저 툭툭 검으로 베고 찔러 대면 알아서 죽어 나가는 몬스터들.
그건 소수 파견된 기사들과 병력을 지휘하는 장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름대로 무력을 쌓은 그들이기에 지금 아이언이 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병사들보다 더 잘 느끼고 있었다.
“괴물이다.”
“소문이 과소평가됐는데?”
지근거리에서 아이언의 활약을 본 이들은 오히려 그의 능력이 평가절하되었다고 느꼈다.
영웅이라 불리지만 사실상 신수들에 대해서만 소문이 퍼져 나가, 그의 다른 부분은 상당히 과소평가가 되었다.
그래서일까, 지금 이 자리에서 본 아이언의 모습은 어째서 북동부 지휘관들이 아이언을 서로 데려가려 하는지 여실히 보여 주고 있었다.
“후…… 얼추 끝났네.”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의 주위 여기저기에 널려 있는 몬스터들의 사체들.
그리고 그 몬스터의 피로 온몸을 적신 아이언의 모습은 정말 살벌하게 느껴졌다.
“응? 아차!”
멀리 성벽 언저리에 병사들이 모여 있는 것을 확인한 아이언이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황급히 그곳으로 달려갔다.
“헉……헉…….”
달려간 곳에는 성벽 한쪽에 기대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자신과 같은 중령 계급을 단 남자가 피투성이가 된 제복으로 앉아 있는 것을 확인한 아이언이 조심히 다가가서 말했다.
“아이언 카터 중령입니다.”
“소…… 솔샤르 중령입…….”
“말씀 안 하셔도 됩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바로 후방으로 옮겨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회복되시는 대로 워프 게이트를 타고 후방으로 빠지시라는 명령입니다.”
아이언이 품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서 보여 주자 그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생하셨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중상을 입은 채로 고생한 지휘관에게 예우를 갖춰 경례를 올렸다.
그러자 근처에 있던 병사들 전원이 솔샤르 중령에게 일제히 군례를 올렸다.
모두의 예우를 받은 솔샤르 중령이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로 경례를 받고선 아이언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뒤로 빠졌다.
그사이에도 예우를 갖춰서 몇 분간 경례 자세로 유지하던 아이언은 중령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자 그제야 경례를 거두고는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다.
연대의 지휘관으로 정식 교체되면서 아이언이 가장 먼저 한 것은 중상자와 경상자를 나누고 온전한 전력을 재편하는 일이었다.
“여기서 여기까지 합쳐. 쓸데없이 나눠 봤자 효율 떨어진다. 그리고 경상자들끼리 모아서 새로 재편해.”
어디서 지휘관 생활 좀 해 봤는지 빠르게 군을 재편하는 것을 본 장교들은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아이언의 명령을 따르기 바빴다.
듣기로는 소초장 한 번 한 뒤로는 고스트 생활만 했다는데, 예상보다 훨씬 군을 잘 지휘하자 그때부터는 장교들도 아이언을 믿고 따르기 시작했다.
어디서 짬밥을 잔뜩 먹고 왔는지 광속으로 일 처리하는 아이언을 따라가기 위해 장교들은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어다녔고, 자정이 되어서야 얼추 병력 정리가 끝났다.
하지만 그들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부터 이것을 필사해서 소대장들에게 나눠 주고 병사들에게 익히라고 해.”
“이건…….”
아이언이 임시로 마련된 지휘관실에 들어온 장교들에게 자신이 만든 교본을 던져 주었다.
“몬스터들의 약점, 그리고 공략 방법이다.”
“그것이라면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대로 못 싸우던데? 병사들뿐이라면 그런가 보다 싶지만 부사관, 장교 둘 다 형편없었다.”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눈짓으로 그걸 읽어 보라고 했다.
그러자 장교들이 황급히 자신들에게 던져 준 것들을 읽어 보기 시작했다.
“허…….”
“이건…….”
너무나도 상세하게 적혀 있는 약점들.
그리고 그것을 공략하는 손쉬운 방법들이 적혀 있었다.
“약점은 한 군데가 아니다. 몬스터들이라도 생명체인 이상 약점은 여러 곳이 있고, 모든 약점을 파악해야만 다양한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적에 대응할 수 있다.”
아이언의 말처럼 몬스터 하나당 여러 곳의 약점이 적혀 있었다.
어떻게 이 모든 것을 외우고 다니는지 신기할 정도.
거기다 각 약점의 특징들까지 상세하게 적혀 있고,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활용해야 하는지 추가적인 주석까지 달려 있었다.
그것을 본 장교들이 존경 어린 눈빛으로 바라볼 때 아이언은 애써 무게를 잡으면서 말했다.
“그것들을 모두를 숙지하고 공략할 방법을 안다면 다양한 상황에서도 생존 확률이 급격히 올라가겠지. 현재 병사들의 숫자가 부족한 지금, 이걸 숙지하고 활용하는 건 필수적인 일이다.”
아이언의 말에 장교들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령부에서 지원군이 올 때까지 이 상태로 버텨야 하는 것이 현실.
게다가 이곳보다 더 어려운 곳도 많았기에 이곳의 지원은 후순위인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지금 병력으로 상당히 오랜 기간 버텨야 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다음 전투 때까지 반드시 숙지하도록. 시간 관계상 연습은 실전으로 대처한다.”
“예!”
“좋다. 다음 전투는 더 잘할 것이라 기대하지.”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지휘관실을 나가자 장교들이 황급히 부사관들과 병사들에게 나눠 주기 위해서 움직였다.
“후…… 나름 괜찮았나?”
나름대로 보여 준 카리스마 있는 모습이 제대로 먹힌 것을 본 아이언이 히죽 미소를 지었다.
“흠흠…….”
자신도 모르게 올라간 입꼬리를 다시금 가다듬고 그는 바삐 움직였다.
지금 사자성에 있는 병력 꼴을 보니 앞으로 더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언의 예상은 다음 전투가 시작되자 여지없이 맞아 들었다.
북동부군을 제외한 다른 군에서 계속해서 구멍이 뚫린 것이다.
그렇다 보니 가뜩이나 모자란 북동부군에서 일부 병력을 보내 지원을 보냈다.
컹! 컹!
“진짜로 한방이네.”
“와…… 신기하구먼.”
변종 울프의 옆구리 아래쪽과 사타구니 사이를 창으로 찔러 넣자 곧바로 나자빠진 것을 본 병사들이 신기해했다.
정확한 위치만 가격하면 상대하기 까다로운 몬스터들이라도 힘들이지 않고 사냥할 수 있다는 것을 실전에서 확인하자, 그때부터 병사들은 죽자 살자 아이언이 죽은 공략집을 읽어 나갔다.
제목부터가 가관이었다.
《손쉬운 몬스터 사냥법》
부제 : 이것만 익히면 몬스터 사냥을 식은 수프 먹기보다 쉽다!
어디선가 약 파는 것 같은 제목이지만 실전에서 확인해 본 결과 정말 그러했다.
게다가 실전이 끝나고 아이언이 말한 대로 전부 익힌 병사들부터 훈련을 실시했는데 그것이 또 효과가 기가 막혔다.
공략 방법을 토대로 발전시킨 아이언의 전투 방법들.
그리고 병사들이 익힌 북동부의 기본 대형과 융합시켜 독특한 형태의 기본 전투 체계를 만들었는데 일주일 동안 북동부의 사상자가 기존보다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
거기다 북동부 병사 전체가 엘리트가 된 것처럼 이곳저곳에서 지원하러 나가 활약하기 시작하니 사자성 내부에서 소문이 돌았다.
“아이언 중령이 가르치는 대로 하면 살 수 있다는데?”
“그게 기깔난다고 하더라고?”
“약점만 다 외워도 생존 확률이 몇 배는 올라간대.”
병사들 사이에서 이런 소문이 돌면서 북부군, 레온하르트군, 주변 영지군 할 거 없이 북동부군에 배포된 교본을 웃돈 주고 사려고 난리였다.
그러다 보니 레온하르트의 수뇌부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자존심은 상하지만 북동부의 장교에게 머리를 숙이고 가르쳐 달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그랬다가 가주가 돌아오면 자신들 목이 떨어지진 않을까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는데, 그게 두려웠다.
그것을 본 카이덴이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가르쳐 달라고 해! 뭔가 문제야?”
“하지만…… 가주께서 아시면…….”
“내가 책임진다.”
카이덴의 말에 수뇌부가 한숨을 쉬면서 미적거리자 그것을 본 카이덴이 분노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이언 그 새끼, 도망간 제이든 그놈이니까 자존심 걱정하지 말고 데려오라고!”
카이덴의 외침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하필 병사들이 훈련하는 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자리에서 저질러 버린 것이다.
카이덴도 그걸 느낀 것인지 평소 당황이라고는 모르고 살던 그답지 않게 식은땀을 흘렸다.
그러자 근처에서 그걸 본 세리덴은 상황이 재밌게 돌아간다고 중얼거리면서 히죽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