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106화 (106/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06)

36. 레온하르트령 (2)

워프 게이를 타고 레온하르트령으로 도착한 아이언에게 가장 먼저 들려온 건 굉음이었다.

쾅! 쾅!

“전투 중?”

빛무리로 아직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포격음이 들려오는 것을 확인한 아이언은 인상을 찌푸렸다.

레온하르트령의 워프 게이트라면 사자성 안에 있는 것인데, 그곳에까지 포격음이 들려온다는 것은 가까운 곳에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는 건 자신의 생각 이상으로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아이언 카터 중령 되십니까?”

“예.”

빛이 사라지고 기사 하나가 아이언에게 다가와 묻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죄송하지만 바로 실전을 치러야 할 것 같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상관없습니다. 그보다 북동부군은 어디 있습니까?”

아이언의 물음에 기사가 곧바로 대답했다.

“현재 북동부군 전체가 사자성의 북문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북문도 전투가 벌어지고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아이언의 물음에 기사는 곧바로 북문으로 갈 줄 알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지금 당장 급한 곳은 북문보다 동문 쪽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사자성의 위쪽에 위치한 워프 게이트에서 사자성의 전경을 한눈에 바라봤을 때 전투가 가장 치열한 곳은 동문이었다.

“저곳은 주력이 배치되지 않은 겁니까?”

“안타깝게도 그렇습니다. 레온하르트의 주력 병력은 서문을 지키고, 북동부군은 북문을, 북부군은 남문을 지키고 있는 상황이라…….”

“저곳은 주변 영지의 병력으로 막고 있겠군요.”

아이언이 단번에 상황을 파악했다는 듯 인상을 찡그렸다.

북부의 영지군이 제아무리 다른 영지군에 비해 훌륭하다지만 정예 병력이나 레온하르트의 병력과 비교할 순 없었다.

게다가 숫자를 불리기 위해 징집까지 했는지 계속해서 이곳저곳에서 뚫리는 것이 보였다.

“절 데려다주고 동문으로 지원하러 가시려는 겁니까?”

“예.”

아이언의 물음에 기사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아이언이 그런 기사에게 말했다.

“같이 갑시다. 일단 저 동문부터 막고 봐야겠군요.”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곧바로 움직이자 기사는 그 뒤를 따라왔다.

“기사단은 어디 있는 겁니까?”

“가주와 함께 북부 숲에 있습니다.”

“세 기사단 전부가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방금 전에 다크 엘프가 나타났다는 첩보가 들려와서 모든 기사단을 이끌고 움직이셨습니다.”

기사의 말에 아이언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 사자성에 남아 있는 건 레온하르트 소속의 일반 기사와 각 군의 지원군, 그리고 사자성을 지키는 병력이 전부라는 뜻이었다.

“미치겠군.”

아이언이 인상을 찡그리면서 더욱 앞으로 내달렸다.

그러자 기사가 아이언을 황급히 쫓아왔다.

하지만 워낙 경지 차이가 커서 그런지 점점 뒤로 처질 수밖에 없었다.

점점 처지는 기사를 내버려 두고 곧바로 동문으로 향하자 그곳에서 의외의 인물들을 볼 수 있었다.

여기저기 숭숭 뚫리는 와중에도 끝끝내 버틸 수 있었던 근원.

그것은 여기저기에 난입한 몬스터들과 용맹하게 싸우는 어린 기사들이었다.

“쌍둥이들인가?”

아이언이 멀리서 보이는 풍경에 피식 미소를 지었다.

미친놈들이지만 여전히 실력 하나는 좋은 놈들이라는 걸 증명하듯 검에 맺힌 마력이 흉포했다.

그런데 그 쌍둥이들보다 더 흉포한 놈이 보였다.

“카이덴…….”

레온하르트의 둘째이자 현 가주 라이너의 자식 중 가장 광폭한 놈인 카이덴이 성벽 위에서 몬스터들을 썰어 대고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서 사자성이 뚫릴 것 같다는 걸 알고서 달려오는 사이코패스 한 명이 보였다.

몬스터의 눈만을 노려서 파내 씹어 먹은 사이코패스.

레온하르트의 셋째인 세리덴이었다.

“폴덴과 에이든은 안 보이네.”

여섯째인 폴덴과 막내가 보이지 않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사자가주가 어째서 사자성에 주력 기사단을 전부 끌고 가는 판단을 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으니까.

각각 열일곱 살과 열여섯 살로 아직은 다 여물지 못한 녀석들이 일반 기사 이상의 활약을 보여 주고 있었다.

카이덴은 흉포한 발톱을, 세리덴은 물어뜯는 것 같은 형상의 검흔은 남기며 죽이고 있었고, 쌍둥이들 같은 경우 깊은 상흔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4단계에 들어섰다는 뜻이 되었다.

쌍둥이 같은 경우 아직은 미숙했지만, 두 녀석은 확실히 4단계에 올라 있었다.

문제는 그 경지에 이른 놈들이 일부러 잔인하게 검흔을 남기며 몬스터들을 죽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여전히 미친놈들이군.”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검을 뽑아 들었다.

많은 전투를 치르면서 완전히 자신에게 맞게 길들여진 검이 차가운 기운을 뿜어냈다.

둘째와 셋째는 4단계 초입, 쌍둥이들은 4단계 언저리에 오른 강자들이지만 워낙 몰려오는 몬스터들이 많다 보니 힘에 부치는 게 보였다.

게다가 병사들이라도 제대로 서포트해 준다면 모르겠지만 하필 그들 곁에 있는 게 징집병들인지라 제대로 대응 못하고 그저 장창으로 찔러 대기만 할 뿐이었다.

저럴 경우 차라리 없는 게 나을 정도였다.

그것을 증명하듯 쌍둥이들이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징집병 하나를 발로 차 버렸다.

과격하지만 그 행위 자체가 징집병을 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문제는 아무리 쌍둥이들이라도 사방에서 오는 몬스터들을 상대로 싸우기엔 경험이 부족해 체력을 더욱 소진한다는 점이었다.

그렇기에 점점 둔화되어 가는 쌍둥이들의 검속 때문에 위기가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

“아 씨! 걸리적거리는 새끼들 때문에!”

쌍둥이 하나가 오크의 도끼에 자잘한 경상을 입으면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잔부상 때문에 멈칫거리며 욕지거리를 내뱉은 쌍둥이 하나가 물러서자 옆에 있던 쌍둥이도 영향을 받아서인지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부서진 성문 일부로 들어온 몬스터들이 진형을 갖추고 쌍둥이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전장이란 기세였다.

한번 밀리면 계속 밀릴 수밖에 없는 법.

이 상태라면 쌍둥이들이라도 계속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때 한 줄기 검광이 번뜩이면서 쌍둥이 앞에 있는 오크들의 목을 날려 버렸다.

“어?”

“누구?”

쌍둥이들이 그렇게 말하는 순간 누군가가 자신들을 지나쳐 앞으로 나아갔다.

자신들과는 정석적인 자세.

하지만 누구보다 깔끔한 검로가 하나하나 오크들의 목을 날려 버리고 있었다.

가장 빠르고 가장 손쉬운 검로로 목을 날려 버리면서 부서진 성문 사이를 사수하는 인물.

어딘가 익숙한 뒤태.

하지만 머리 색도, 군복을 입은 모습도 낯설었다.

그런데 그 낯선 사람이 귀신같은 솜씨로 몬스터들을 썰어 버리고 있었다.

“좀 하네?”

“그러게.”

사자가문에서도 저 정도 솜씨는 흔치 않았다.

하지만 흉포한 사자가문의 검술과는 다르게 기초에 충실한 깔끔한 검격.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시할 수 없는 기세가 느껴졌다.

바로 그때, 멀리서 거대한 존재가 다가왔다.

-크와아앙!

거대한 울음소리에 성벽이 진동하면서 떨리기 시작했다.

“오…… 오우거?”

한 병사가 성벽 위에서 멍하니 중얼거리는 순간 열심히 몬스터를 썰어 버리고 있던 카이덴이 히죽거리며 웃었다.

“오우거라……. 재밌겠는걸.”

카이덴이 그렇게 말하면서 성벽 아래로 내려가려 하자 뒤따라오던 세리덴 역시 히죽거리면서 따라붙었다.

“저건 내 거다.”

산의 제왕이라 불리는 몬스터.

그 오우거를 보고선 겁먹기는커녕 달려들 생각부터 하는 전투에 미친 놈들.

“뭐 하냐! 따라와서 몸빵이라도 해라.”

카이덴이 그렇게 쌍둥이들을 불러내며 먼저 성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러자 쌍둥이들이 재빨리 낯선 사람을 스쳐 지나가며 부서진 성문 사이로 달려 나갔다.

이제 4단계에 진입하거나 4단계 언저리에 머무는 자들로는 공격하기 힘든 대형 몬스터.

하지만 사자가문의 혈통답게 두려워하기는커녕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

만약 힘의 차이가 심하지 않았다면 카이덴이나 세리덴 모두 서로 잡겠다고 싸웠을지도 모를 정도로 그들은 전투에 굶주려 있었다.

“힘들 텐데 오기 부리네.”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며 성문 안으로 진입하는 몬스터들을 베어 죽이면서 전진했다.

아무리 천재적인 전투 센스와 4단계치고는 많은 양의 마나를 보유했다고 하더라도 그 경지로 오우거를 공략하는 건 어려웠다.

막기는커녕 시간 버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오우거는 막강한 몬스터였다.

그것을 증명하듯 쌍둥이들은 오우거가 휘두르는 방망이를 피하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고, 카이덴과 세리덴 역시 오우거의 몸에 잔상처를 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대로라면 사자가문의 직계는 일곱에서 셋으로 줄어들 게 될 것이다.

그마저도 한 명은 가출했으니 둘만 남게 되는 셈이었다.

“맘에 안 드는 녀석들인데…….”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도 몬스터들을 베면서 부서진 상문 사이로 성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선명하게 보이는 오우거와 직계들의 전투.

5단계인 아이언이라도 정면 승부라면 버거울 정도의 오우거였기에 서서히 직계들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사자가문의 스텝으로 피하는 것도 한계가 있기에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하나둘 죽어 나갈 것이다.

“죽더라도 내 손에 죽어야지.”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다리에 힘을 주었다.

그 순간 아이언의 신형이 튀어 나가면서 그대로 오우거의 목덜미에 검을 박아 넣으려 했다.

하지만 명색이 오우거였기에, 녀석은 엄청난 반사 신경으로 그것을 피해 내면서 뒤로 물러났다.

아이언의 일격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인지했는지 오우거는 경계 어린 눈빛으로 물러나면서 아이언을 탐색했다.

“아쉽네.”

아이언이 아쉽다는 듯 혀를 차면서 착지했다.

그것을 본 직계들이 흉흉한 안광을 뿜으면서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전투에 미친 놈들답게 살기를 줄줄 흘리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그들에게 아이언이 말했다.

“안되는 거 알면 뒤로 빠져.”

아이언의 말에 카이덴이 울컥했다.

“뭐, 이 새끼야? 너 누구냐?”

“아이언 카터.”

“뭐?”

아이언의 대답에 카이덴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가출했던 형님이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머리색과 눈 색깔이 변하고 훌쩍 자라서 왔기 때문인지 바로 알아보지 못했으나 가주한테 이름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

“너…….”

카이덴이 반말로 아이언에게 뭔가 말하려는 순간 그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누군지 들었으면 뒤로 꺼져. 방해된다.”

“이 개새…….”

“카이덴.”

세리덴이 카이덴의 어깨를 붙잡았다.

사이코패스인 세리덴이 고개를 저었다.

자신들은 아직 오우거에 안 된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자신보다 더한 또라이인 세리덴이 막아서자, 카이덴이 혀를 찼다.

그러고는 오우거를 바라보았다.

방금 오우거를 상대해 본 결과, 녀석은 어중이떠중이가 아닌 경험 많은 놈이었다.

어리거나 경험 없는 오우거의 경우 간혹 4단계 기사 몇 명이 사냥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놈에겐 필패였다.

레온하르트가 아무리 광폭한 집단이라지만 사자가문답게 물러설 때도 귀신같이 파악하는 곳이었다.

오우거를 상대할 자가 없다면 모를까, 있는데도 오기 부리는 건 레온하르트의 명예에 흠집만 내는 일이었다.

결국 자존심을 꺾고 물러나는 카이덴과 직계들.

“잘 생각했다.”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전력으로 검에 마력을 불어 넣었다.

그러자 검의 색깔이 검푸르게 변하면서 강철의 특성을 가진 마력검으로 변해 갔다.

거기다 은은하게 풍겨 오는 냉기.

뚜둑! 뚜둑!

간단하게 목을 돌리면서 스트레칭을 한 아이언이 본격적으로 오우거를 상대하기 위해 집중했다.

그동안 바다에서만 있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몬스터 웨이브 이후 오우거를 찾아보기 힘들어서 그런 걸까?

그도 아니면 현생에서는 처음으로 홀로 상대하는 것이라서?

어찌 되었든 실로 묘한 기분이 감돌았다.

여전히 자신을 탐색하는 머리 좋은 오우거를 보면서 어떻게 저놈을 요리할까 고민했다.

“후…… 오우거라……. 오랜만이라 그런지 떨리네.”

5단계라도 동부로 떠나기 전이었다면 부담이 되었을 상황.

하지만 그때와 지금의 아이언은 또 수준이 달라졌다.

온몸을 감도는 묘한 떨림은, 두려움이나 긴장감보다는 기대감이라는 표현이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일단 눈깔 광선부터 날리고 시작할까?”

여전히 자신을 탐색하면서 쉬이 달려들지 못하는 오우거를 향해 아이언이 먼저 공격을 시작했다.

오우거를 향해 두 눈에 마력을 집중한 채 두 줄기의 광선을 날렸다.

하지만 명색이 오우거답게 바로 반응하면서 두 팔로 눈깔 광선을 가로막았다. 두껍기로 유명한 오우거 가죽답게 아이언의 눈깔 광선을 막아 낸 것이다.

그렇지만 완벽하게 막지는 못했는지 팔뚝 깊숙이 상처를 만들었다.

그러자 위기감을 느꼈는지, 오우거가 포효를 터뜨리며 재빠르게 달려와 몽둥이를 내리쳤다.

“그런 거에 맞아 주겠냐?”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요리조리 피하면서 오우거의 약점을 공략했다.

“아킬레스건.”

서걱!

-크와아앙!

“복숭아뼈 옆쪽.”

서걱!

“종아리 왼쪽 30cm.”

서걱!

아이언이 오우거의 약점을 줄줄 읊어 대면서 다리를 공략했다.

그럴 때마다 오우거는 고통에 괴성을 질러 댔다.

광분해서 미친 듯이 팔을 휘저어도 이놈은 잘도 피해 내면서 약점만 골라 베어 냈다.

게다가 검게 물든 마력검은 어찌 된 일인지 오우거의 피부를 예리하게 잘라 냈다.

-쿠어어엉!

이제는 반쯤 울음 섞인 목소리로 괴성을 질러 대는 오우거를 보면서 아이언이 묘한 미소를 지었다.

마치 흥미로운 장난감을 만난 것 같은 미소.

‘재밌네.’

오우거를 상대로 재밌다는 감정을 느낄 줄은 몰랐는데 이번 생에서 그것을 느껴 보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투가 시작되고 나서 오우거의 몸 구석구석이 초록빛으로 빛나며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고 있었다.

거기다 아이언의 업적 ‘몬스터 학자’ 때문인지 그곳을 공략할 때마다 오우거가 괴성을 지르면서 괴로워했다.

또 다른 업적인 ‘짬밥은 어디 가지 않는다’ 역시 어디 가지 않았다.

오우거의 약점 곳곳을 파헤칠 때마다 치명타가 터지면서 순식간에 다리 부근이 초록 피로 범벅이 되었다.

“벌써 나자빠지면 곤란해. 좀 더 놀아 줘야지?”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히죽 웃었다.

마치 좀 더 놀아 달라고 떼쓰는 아이처럼 순수한 미소처럼.

“좀 더 힘내 보자, 오우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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