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105화 (105/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05)

36. 레온하르트령 (1)

동부 사령부에서 시상식이 끝나고 예의상 축제 첫날만 참석한 북동부군은 곧바로 북동부 사령부로 복귀하기 위해 출발 준비를 했다.

워프 게이트를 이용하기 위해 움직이는 북동부군과 그들을 배웅하러 나가는 동부 사령부의 중요 간부들.

그들이 사령부에서 이어진 길을 따라 움직일 때였다.

“호외요! 호외! 하얀 고래가 일을 냈답니다!”

“하얀 고래? 그 이세계인들?”

“그렇소. 망나니 김정태가 푸에르 군도에서 일을 냈답니다!”

“뭔 일?”

“전쟁은 끝난 거 아니었나?”

사람들이 신문을 파는 한 소년에게 몰려들었다.

그러자 그 소년이 활짝 웃으면서 돈을 담는 바구니를 슬쩍 들어 올리며 말했다.

“글쎄, 그 이세계인이 인어족의 보물을 발견했지 뭐예요?”

“호…… 그래?”

“이건 하얀 고래와 긴밀히 연락하는 우리 신문사 특종인데요. 글쎄, 그 이세계인의 고유 능력? 그걸로 바다에 잠들어 있는 인어족의 보물을 대량으로 끌어 올렸다 하더라고요.”

“보물이라……. 어떤 건데?”

사람들이 흥미가 생겼는지 물었지만 소년은 더 이상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자세한 건 신문으로 보세요!”

소년의 말에 사람들이 할 수 없다는 듯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돈 바구니에 넣고는 한 부씩 신문을 사 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멀리서 본 아이언은 피식 웃었다.

‘결국 챙겨 가네.’

이번 동부의 전쟁에서 하얀 고래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못 미치는 전공과 보상을 얻었다.

하지만 결국 김정태의 악바리 같은 근성이 해냈다.

여기서 얻은 보물들을 바탕으로 다른 지역의 이세계 길드들과 힘을 겨루며 성장할 것이 분명했다.

다른 이세계 연합도 분명히 강하겠지만 하얀 고래라면 그들과 견주어도 크게 문제없을 만큼 성장할 역량이 있었다.

그것은 전생에 김정태를 겪어 본 아이언이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그 지독한 놈이 결국 보물을 얻어 가는군.”

리처드 버튼도 멀리서 그 소리를 들었는지 쓴웃음을 지었다.

새삼 아이언이 오기 전에만 하더라도 김정태가 유일한 신수 계약자라는 것 때문에 자신이 어떤 오욕을 참아야 했는지 떠올랐다.

동부의 다른 장교들 역시 김정태가 사령부에 있을 때를 떠올리며 표정을 구겼다.

그렇게 기분 나쁜 소식을 들었다는 듯한 동부군의 분위기 속에서 북동부군이 워프 게이트를 타고 하나둘 북동부 사령부로 이동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남아 돌아가길 기다리는 아이언을 향해 리처드 버튼이 다가왔다.

“이제 북부로 가겠군.”

“아마……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이언이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하자 그런 그를 보면서 리처드 버튼이 악수를 청했다.

“무운을 비네.”

무운을 빈다는 그의 말에 아이언은 마주 악수하면서 인사하고는 워프 게이트에 올랐다.

“북부의 상황이 길어지면 다시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군.”

리처드 버튼의 말에 아이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그가 웃으면서 말했다.

“받은 게 있으면 돌려줘야지. 동부의 싸움에 북부가 도움을 줬으니 이제 동부가 도울 차례가 아니겠나?”

“아…….”

“하지만 그 전에 남부와 서부부터 도울지도 모르겠군. 그쪽은 해군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서 말이야. 아마 그들의 일이 끝날 때까지 북부가 전쟁을 계속하게 된다면 다시 보게 될 걸세.”

“그렇다면 사령관님의 얼굴을 보지 않길 빌어야겠습니다.”

아이언이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하자 그가 웃으면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그러기를 바라네. 부디 몸 성히 전쟁을 끝마치길 기도하겠네.”

사령관의 인사에 아이언이 작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뜻을 전하고는 워프 게이트에 올랐다.

그러자 환한 빛무리가 아이언의 몸 전체를 감싸더니 순식간에 동부 사령부에서 북동부 사령부로 이동시켰다.

빛무리가 맹렬히 회전하는 소리와 함께 북동부의 워프 게이트에 도착한 아이언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랜만에 온 것 같은 북동부 사령부의 풍경은 예전과는 또 다르게 변해 있었다.

거대한 마나석은 예전보다 몇 개나 늘어 안정성이 늘어나고 더 먼 거리와 더 많은 인력을 이동할 수 있게끔 진화해 있었고, 방호력도 수많은 마법진 덕에 높아져 있었다.

“충성! 아이언 카터 중령님의 복귀를 환영합니다.”

“고맙다.”

병사가 경례를 올리면서 말하자 아이언이 고맙다는 말과 함께 곧바로 사령부로 이동했다.

사령부로 이동하는 내내 북동부군을 환영하는 사람들이 왁자지껄 떠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령부에서도 이미 아이언과 동부에 남은 북동부군이 어떤 공을 세웠는지 들어서 그런지, 모두 큰 공을 세운 이들을 부럽다는 듯 말하면서 복귀한 걸 환영했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어딘가 불안한 표정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전황이 많이 어려운가?”

아이언이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사령부에 들어가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정보장교가 아이언에게 다가왔다.

“아이언 카터 중령님?”

“예.”

20대 후반은 되어 보이는 중령 계급의 사령부 직속 정보장교가 다가왔다.

“이런 말씀 드려서 죄송하지만 곧바로 이동할 준비를 하셔야겠습니다.”

“북부입니까?”

“예. 여기, 가셔야 할 곳의 정보입니다.”

아이언은 정보장교가 건네준 정보가 담긴 서류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북부가…… 많이 어렵군요.”

정보장교가 건네준 현재 북부 상황을 읽어 보면서 아이언의 표정이 굳어졌다.

겨울산에서 사라졌던 다크 엘프들이 칼을 갈았는지, 이번 공격은 매서웠다.

북부의 일이라 레온하르트가 본격적으로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그리 좋아지지 않았다.

레온하르트의 정예라 할 수 있는 기사단.

혈사자.

철사자.

은사자.

이 3개의 기사단이 전부 출동하고 레온하르트 방계까지 전부 참여했다.

하지만 북부에서 만들어진 제2의 몬스터 웨이브는 북부 장벽을 한계까지 몰아붙이고 있었다.

북부 전체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최악인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레온하르트령이었다.

제국 최강을 다투는 사자가주가 있는 가문이 힘들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될지 모르지만 북부의 숲에서 일직선으로 내려오면 레온하르트령이었기에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었다.

전생에서야 북동부에서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했기에 마지막까지 요새화해서 버티는 최후의 기지 역할을 했던 것이지만, 지금은 북부의 숲에서 발생한 것이기에 가장 먼저 위험지역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래도 제국 최강의 가문을 다투는 사자가문답게 6단계에 이른 세 명의 기사단장과 정예 기사단으로 꾸역꾸역 막고 있는 듯싶었다.

“최악이군요.”

“……예. 그래서 동부에서 하루빨리 주력 병력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습니다.”

비룡 부대야 날아서 온다지만 레인저, 기사단, 마법 병단 같은 주력 병력은 워프 게이트를 통해야만 돌아올 수 있었다.

소수라고는 하지만 주력 병력이 돌아오는 것이기에 위험지역에 투입하면 북부 연합으로도 한숨 돌릴 수 있기에 최대한 빨리 돌아오기를 희망한 것이다.

“그런데 전 고스트들과 합류하지 않는 겁니까?”

“그들은 이미 숲 깊숙한 곳에서 작전하는 중이라 지금 합류하기는 늦은 감이 있습니다. 그 때문에 사령관께서도 아이언 중령이 돌아온다면 곧바로 가장 위험한 전선에 투입하기를 희망하셨습니다. 물론……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셨다는 전제하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정보장교 역시 아이언이 동부에서 어떤 활약을 펼쳤는지 잘 알았다.

그 과정에서 내상을 입은 것으로 보고받았기에 몸 상태가 안 좋다면 강제로 작전지역에 투입할 생각은 없었다.

“몸은……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지만 작전을 수행할 정도는 됩니다.”

“다행입니다.”

정보장교가 아이언의 말에 다행이라는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이언의 가치는 무력에만 있지 않았다.

그의 전술, 지휘관으로서 능력 역시 높이 평가하는지라 일단 작전지역에 투입되는 것이라도 가능했으면 하는 것이 고위층의 생각이었다.

“중령의 작전지역은 레온하르트령에 있는 북동부군입니다.”

“규모는 얼마나 됩니까?”

“연대급 병력입니다만…… 완편은 아닙니다.”

정보장교의 말에 아이언이 그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 중에 사상자가 발생하는데 완편되는 것이 이상했다.

“그곳에서 제가 할 일이 뭡니까?”

“지휘를 맡게 되실 겁니다.”

정보장교의 말에 아이언이 눈이 커다랗게 떠지면서 그를 바라보았다.

대령 중에서도 짬밥 좀 차야 가능한 것이 연대장이었다.

아무리 중령이라지만 짬밥으로 따지면 말석에 있는 게 자신인데 임시 연대장을 맡는 게 이상했다.

그러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정보장교가 바로 설명을 이어 나갔다.

“현재 임시 연대장이 중상을 입은 상태입니다. 그 상태로 어렵사리 지휘를 맡고 있지만 하루빨리 뒤로 빠져 치료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럼 제가 임시 연대장을 맡게 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본래 연대장이었던 분은 사망하셨기에 한동안은 계속 지휘를 맡게 되실 것 같습니다.”

정보장교의 말에 아이언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연대장이 사망했을 정도라면 레온하르트령 자체가 전장이라고 봐야 했다.

“준비되는 대로 출발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정보장교가 아이언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고선 아이언이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부상당한 자신이 투입되는 것을 반길 정도로 북부의 사정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역사는 변하지 않는 건가?”

홀로 남은 아이언은 자신의 숙소로 걸어가면서 중얼거렸다.

내심 북동부를 막았다고 해서 안심하고 있던 아이언이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북부가 위협받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다크 엘프를 놓쳤을 때 꺼림칙하기는 했는데 그래도 원흉이 되었던 북동부의 몬스터들을 중앙으로 많이 보내 버려서 안심했었다.

하지만 그건 아이언의 오판이었다.

“후…….”

아이언이 긴 한숨을 토해 내면서 동부에서 받았던 훈장을 보관함에 넣었다.

북동부처럼 목걸이 형식에 전투에 도움이 되는 훈장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여벌옷까지 가져갔음에도 동부의 짠바람에 찌들다 못해 절여진 옷들을 빨래 통에 넣어 버리고 새 전투복으로 갈아입었다.

무기를 점검하고 북부로 떠날 만반의 준비를 갖춘 후 다시 밖으로 나오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정보장교가 워프 게이트 앞에서 아이언에게 추가적으로 정보가 담긴 서류를 건넸다.

“이건…….”

“레온하르트령 근방에 나타난 몬스터들의 종류입니다. 대부분 일반 몬스터의 변이종이지만, 최근 들어 특수한 식물형 몬스터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다크 엘프의 짓이군요.”

“그런 걸로 추정됩니다.”

정보장교가 아는 정보를 박박 긁어 왔는지 통일되지 못한 문서들이 여러 개나 있었다.

그런 장교의 노력에 아이언이 미소를 지으면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감사합니다.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무운을 빕니다.”

정보장교는 이 정도밖에 못 도와주는 것이 미안했는지,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하고는 사령부로 후다닥 달려갔다.

급한 일이 있음에도 아이언에게 이것을 챙겨 주기 위해 온 것 같았다.

그런 정보장교의 노력에 보답하듯 그가 준 정보가 담긴 서류를 품속에 집어넣고 다시금 워프 게이트에 올랐다.

하루가 가기 전에 연이어서 두 번이나 장거리 워프 게이트를 이용하게 생겼다.

“아이언 카터 중령, 확인되었습니다. 작전지역으로 바로 워프하겠습니다.”

마법사는 아이언을 확인하고 곧바로 워프 게이트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아이언 카터 중령, 작전지역 레온하르트령. 워프.”

마법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워프 게이트가 가동하면서 아이언을 순식간에 레온하르트령으로 보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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