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104화 (104/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04)

35. 동부의 영웅 (3)

천둥새의 활약으로 푸에르 군도에서 할 일을 모두 끝마친 북동부군은 본래의 진영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그동안 열심히 싸워 준 덕분일까?

동부군의 격렬한 감사 인사를 받으며 무려 주력함대와 함께 동부 사령부로 복귀했다.

인어족을 몰아냈고, 차원 게이트도 임시로 막아 둔 덕분에 1차적으로 모든 전투는 끝났다.

아직 차원 게이트에서 지속적으로 새어 나오는 오염된 마나와 공허충, 괴 생명체가 있지만 그건 어차피 장기적으로 처리해야 할 문제였다.

즉, 동부의 전쟁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전쟁이 끝나면 이어지는 것이 뭘까?

바로 ‘논공행상’.

공식적으로 동부군의 전쟁은 끝난 셈이니 그에 따른 보상을 줘야 했다.

그리고 이번 전쟁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자는 바로 아이언이었다.

동부 사령관 역시 엄청난 공을 세웠기에 황제 혹은 황태자가 직접 와서 공을 치하해야 했지만 북동부군은 그럴 수가 없었다.

지금 북부의 전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부에서의 일이 마무리된 지금 하루라도 빨리 복귀해서 북부구군의 전선에 투입되어야 할 처지였다.

그렇다 보니 북동부군에 대한 논공행상은 간소하게 진행되어야 했다.

동부 사령부에 도착하자마자 급히 떠나야 하는 북동부군을 위해서 동부군은 바삐 움직였다.

간소하게나마 정식으로 훈장과 표창, 간단한 보상을 해 주는 식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덕분에 사령부에서 하루 정도 쉬고 곧바로 올라가려던 북동부군은 동부 사령부에 잠시나마 발이 묶였다.

그러는 동안 동부의 중소 상인회, 소규모 마도 공방, 기계 공방, 금융 연합회 등등 사방에서 아이언을 찾았다.

동부에서 치열한 전쟁을 벌이는 동안 먼저 북동부로 올라간 자들이 제 세상을 만난 것처럼 날아다니고 있다는 것일 들었기 때문이다.

자신들도 그곳에 발끝이라도 집어넣어 이익을 창출하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회는 이미 지나갔다.

기차는 이미 떠났고, 막대한 혜택을 받는 것은 처음에 북동부로 떠난 자들에 한해서 이뤄질 것이다.

지금 아이언을 찾아오는 자들은 푸에르 군도를 통한 새로운 항로에 끼어들지도 못하는 쭉정이들이다.

예전이었다면 이들도 아쉬웠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대륙에서 가장 안전한 지역 중 하나가 되면서 북동부도 나름 살림살이가 나아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이언을 만나고자 하는 이들을 죄다 거절하면서 오랜만에 육지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마침내 간소하게나마 수여식이 이루어졌다.

하늘에서 활약하며 아틀란티스로 침입하는 데 막대한 공을 세운 비룡 부대.

푸에르 군도 내부에서 주요 괴물들을 처치하는 데 큰 공을 세운 레인저 부대.

주요 전선마다 활약하며 전선 유지에 큰 공을 세운 기사단.

그 외에 많은 북동부군이 활약했지만 그들은 지금 여기 없었다.

그렇기에 이곳에 남은 이들이 대표로 상을 받았다.

그리고 마지막…….

북동부의 특수부대이자 이곳에 마지막까지 남은 고스트 1인.

아이언이 시상식장에 올랐다.

“더 화려하게 해 주어야 하는데……. 미안하네.”

“아닙니다.

리처드 버튼이 미안한 표정으로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동부에서 북동부군의 역할이 얼마나 컸는지는, 함께 싸웠던 이들이라면 전부 알고 있었다.

특히 고스트들이 얼마나 많은 활약을 했는지 알고 있었다.

전원 5단계 이상의 그들은 가장 어려운 지역만 찾아다니면서 싸웠다.

그렇기에 리처드는 동부 사령관으로서 그들을 대표하는 아이언에게 표창과 동부 사령부의 훈장을 수여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고스트들을 대표하는 상에 불과했다.

동부 사람들 누구에게 물어도 이번 전쟁의 최고 공로자는 똑같았다.

‘아이언 카터 – 중령’

이 이름은 동부 사람들 특히 동부 사령부에 있는 군인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유령섬에서 자신을 희생하며 싸우는 전투 정신.

부상당한 몸으로 싸워 동료를 살리는 희생정신.

푸에르 군도에서 보여 주었던 냉철한 판단력.

엄청난 힘을 가진 신수들을 부리는 막강한 힘.

차원 균열에 관해서 압도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지혜.

이 모든 것이 한 사람에게 담겨 있었다.

그리고 전장에서 전투를 지근거리에서 봤던 군인들에게, 그는 동부 사령관 이상의 경외심을 느끼게 했다.

“아이언 카터 중령, 그대가 동부에서 보여 준 공은 누구보다 뛰어났소. 이에 그대에게 부족하나마 보답하고자 하오.”

동부 사령관이 그렇게 말하면서 푸르스름한 보석이 박힌 훈장을 꺼냈다.

그것을 본 장교 하나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바다의 눈…….”

바닷속에서 극도로 희귀하게 발견된다는 바다의 정령석을 가공해 만든 동부 최고의 훈장.

그것이 아이언의 왼쪽 가슴에 달렸다.

이미 하늘색 보석이 박힌 동부의 훈장이 박힌 자리 위에 동부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가진 최고의 훈장이 달린 것이다.

그 순간 아이언이 기다리던 알림음이 들려왔다.

-동부에서 믿을 수 없는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이제 동부 사람들은 당신을 영웅으로 부를 것입니다.

-칭호 ‘동부의 영웅’을 획득하셨습니다. 다만 북동부의 영웅과 겹치는 관계로 일시적으로 2개의 칭호가 함께 사용됩니다.

-영웅의 칭호가 중복됩니다. 칭호 효과가 중첩되어 북동부의 영웅 효과가 2배가 됩니다.

-동부에서 이룬 업적으로 제국 사람들은 더 이상 당신의 업적을 폄훼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로써 당신의 명성은 제국에 올바르게 퍼져 나가게 될 것입니다.

-당신의 믿을 수 없는 업적으로 히든 퀘스트가 발동됩니다.

-영웅의 길 : 당신은 이제 누구나 아는 영웅이 되었습니다. 이제 당신이 옮기는 걸음마다 영웅의 행적이 되고 업적이 되어 줄 것입니다. 대륙에 길이 남을 전설이 되어 보세요.

-퀘스트 완료 조건 : 영웅을 노래하는 시에 당신의 이름이 담겨야 함.

수많은 알림음과 함께 최고 공훈자인 아이언까지 시상이 끝나자 그때부터 축제가 시작되었다.

공훈자들은 연회장에서 술과 노래와 함께 축제를 즐겼고, 일반인들은 마리카 항구 전체를 돌아다니면서 떠들썩하게 노래했다. 마치 이제는 재앙이 끝나고 꿈같은 날들이 도래할 것처럼 사람들의 입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고 어린아이들은 꿈을 노래했다.

펑! 펑!

폭죽이 터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왁자지껄 떠들면서 전쟁의 끝남을 즐거워할 때, 한 인물은 사령부 옥상에서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딘가 울적해 보이는 그는 바다 너머에 있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표정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바다를 바라볼 때, ‘끼익!’ 하고 옥상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여기에 계셨군요.”

멀리서 옥상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한 인물의 목소리에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사내가 놀란 표정으로 사내를 뒤돌아보았다.

“아이언 카터 중령께서 여긴 어떻게……?”

“궁금한 게 있어서 다니엘 대위를 찾았습니다.”

아이언의 말에 다니엘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연회의 주인공인 아이언이 자신을 찾기 위해 옥상까지 올라왔다는 사실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에게 궁금할 게 있느냐는 표정에 아이언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마테오 가르시아 대위, 그에 대해 물을 게 있습니다.”

“…….”

아이언의 말에 다니엘이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아이언은 자신의 예상이 어느 정도 맞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역시 이자가 도와준 거였나?’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니엘을 바라보았다.

“듣기론 마테오 가르시아 대위가 사고로 죽었다고 들었습니다.”

“……예.”

“동부 사령부 습격 사건 때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맞습니다.”

다니엘 대위의 단답형 대답에 아이언은 한숨을 푹 쉬었다.

이 상태로는 얘기가 되지 않을 것 같았기에 그는 먼저 속내를 꺼내 놓았다.

“얼마 전 인어족의 수장의 마지막을 보았습니다.”

“들었습니다. 큰 공을 세우신 거,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후…… 축하 인사를 받고자 말한 것이 아닙니다.”

“그럼…….”

“전…… 그곳에서 인어족의 수장에게 수상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들었던 말에 의문이 남아 다니엘 대위를 찾아온 것이구요.”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인어족의 수장이 한 말을 그대로 읊어 주었다.

인어족 수장을 만나서 한 얘기들을 쭉 설명하면서 그가 한 예언에 관해서도 들려주자 다니엘 대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자신에게 이런 얘기를 해 주는지 알 수가 없어서였다.

“그가 한 말 중 하나는 맞았습니다. 멸망 후 재앙이 온다. 실제로 그가 죽고 난 후 귀신같이 해신이 나타났습니다. 그것을 운 좋게 바다의 보주를 통해 막았고요.”

아이언의 말에 다니엘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머리가 좋은 그는 아이언이 무슨 말을 하고자 한 것인지 단번에 파악했다.

그런 그를 보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남았습니다. 배신자들이 멸망하고 인어족의 새 시대를 연다는 부분……. 그게 어떤 건지 이곳에 오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다니엘을 바라보았다.

“동부 사령부가 뚫린 건 내부의 배신자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봤습니다. 그리고 전 내부의 배신자를 마테오 가르시아 대위로 보고 있습니다.”

“…….”

아이언의 추측에 다니엘은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그는 죽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어디론가로 사라졌을 겁니다. 마침 동부 사령관께서 고생하시던 푸른 머리칼의 인어족도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하더군요. 유령섬에서 인어족의 수장을 구했던 여인 역시 사라졌구요.”

아이언의 말에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는 다니엘을 보면서 그가 추측한 것을 말했다.

“마테오 대위는 이곳에 있는 인어족의 혼혈들을 데리고 떠난 것입니다. 배신자들이 아닌 자들과 함께 새로운 터전으로 떠나 새로운 인어족의 시대를 여는 것. 제가 생각한 바는 여기까지입니다.”

아이언의 추측에 다니엘이 말없이 바다를 바라보았다.

“……중령께서 추측하시는 게 맞습니다. 제가…… 녀석을 놓아주었습니다.”

다니엘 대위의 말에 아이언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이 말했습니다, 인어족의 혼혈들은 마리카 항구에서 가장 밑바닥에 있다고. 그리고 직접 보았습니다.”

다니엘이 자신이 직접 보았던 그날을 회상했다.

길거리에 떨어진 음식을 주워 먹고 구걸하며, 온갖 범죄에 시달리는 인어족의 혼혈들을…….

그들은 자신이 혼혈인지도 모르고 그저 생김새가 이상하다는 이유로, 혹은 고아라는 이유로 처절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다니엘은 그동안 자신이 생각하던 마리카 항구의 모습과 마테오가 생각한 항구의 모습이 얼마나 다른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의문이 들었다.

이런 이들을 돕고자 하는 마테오를 과연 자신이 막을 수 있을까?

사령부와 군인으로서 임무를 생각하면 마테오를 막아야만 했다.

하지만 과연 그에게 이들이 처절한 삶을 벗어던지고 새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을 막을 권리가 있을까?

그렇게 고민하던 때, 자신의 친우의 어머니가 인어족이 준 약을 먹고 나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그는 그 고민을 끝냈다.

미력하나마 이 녀석을 돕기로.

그리고 혼혈들이 이제라도 평화롭게 살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그렇게 그들이 항구를 빠져나가 새로운 터전으로 가는 것을 도왔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상인회의 도움을 받아 소량이나마 식량과 물자를 지원했다.

거기까지 회상한 다니엘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녀석은 그들에게 새 삶을 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와 계약한 자는 그의 어미를 살려 주고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도운 겁니까?”

“……예.”

다니엘의 말에 아이언이 한숨을 쉬었다.

“그와 계약한 자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마테오가 그러더군요, 그는 새 시대를 이끌어 갈 인어족의 왕자라고. 말씀하신 여인은 인어족 수장의 왕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니엘의 추측에 아이언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로써 그동안 궁금했던 모든 의문이 풀렸다.

“그냥 가십니까?”

모든 걸 알았다는 듯 등을 돌려 옥상을 내려가려는 아이언을 보면서 다니엘이 떨리는 눈으로 물었다.

그런 그를 향해 아이언이 미소를 지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배신자를 도운 저를…… 잡으려는 거 아니었습니까?”

“갑자기 무슨 말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군요. 다니엘 대위, 죄 지었습니까?”

아이언의 능청스러운 말에 다니엘의 표정이 멍청하게 변했다.

“전 이곳에 와서 바다 이야기밖에 들은 게 없습니다만?”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다니엘에게 윙크를 했다.

“다음에 올 때는 이곳에 맛있는 음식 좀 알려 주세요.”

그렇게 말하고 옥상을 내려가는 아이언을 멍하니 바라보던 다니엘이 피식 웃었다.

“재밌는 사람이네.”

다니엘이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다시금 바다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떠나 버린 오랜 친구를 생각하면서 언젠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희망했다.

그렇게 떠나 버린 친구를 그리워하는 한 장교와 모든 의문을 푼 한 장교는 각자 만족스러운 밤을 보내면서 실로 오랜만에 열린 축제의 밤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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