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103화 (103/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03)

35. 동부의 영웅 (2)

아이언의 말에 인어족의 수장은 두 눈을 감았다.

“배신……자라…….”

아이언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는 듯 그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공허했던 눈에 빛이 감돌면서 일시적으로 악마에 먹혔던 정신이 돌아왔다.

“나의 신을 만났는가?

인어족의 수장의 말에 아이언이 어이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나의 신이라……. 당신에게 그 말이 가당키나 한가?”

마지막까지 인어족의 멸망을 꿈꾸었던 신에게 ‘나의 신’이라는 말이 가당키나 할까?

아이언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당신의 신이었던 자는 인어족의 멸망을 꿈꾸며 소멸되었다.”

“아…… 자네가 보내 주었던 것인가?”

인어족의 수장이 이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바다의 보주가 환하게 빛날 무렵 아이언이 거기에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인어족의 수장이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은 외롭지 않게 가셨군.”

인어족의 수장의 말에 아이언은 미간을 찌푸렸다.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자의 표정이었기에 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째서 너의 신을 버린 거지?”

“나의 신은 복수할 생각이 없었으니까.”

“복수가 너의 신을 배신할 정도로 중요한가? 너와 너의 동족들을 희생시킬 만큼 중요해?”

아이언의 물음에 인어족의 수장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이해를 바라진 않는다. 누구나 각자의 신념이 있는 법. 그것이 그릇된 것이든 아니든 각자의 신념대로 살아가는 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자들 아니겠나?”

“…….”

인어족의 수장의 말에 아이언은 침묵했다.

때론 잘못되었다는 걸 알아도 묵묵히 걸어갈 때가 있었다.

하지만 아이언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게 너희 동족의 미래를 걸고서 할 만한 짓인가? 인어족의 멸망을 대가로 고작 이런 결과물을 만들고 만족하나?”

아이언의 말에 인어족의 수장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복수로 얼룩진 삶……. 나의 신을 배신하고 이 세상에 암흑을 끌어들였지만 후회는 없다.”

“이런 미친…….”

아이언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과 함께 검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이내 다시금 팔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인어족의 수장은 이미 마지막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검은 피를 토하며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자신과 대화한 것이 생애 마지막 불꽃이었음을 깨달은 아이언은 그의 마지막을 기다려 주었다.

“쿨럭! 쿨럭!”

연신 검은 피를 토해 내던 인어족의 수장이 가만히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이것으로 구시대는 끝나고 새 시대가 도래할 것인즉…… 혼돈의 씨앗은 새 시대를 열 것이노라.”

“무슨……?”

갑자기 예언 같은 말을 하는 인어족의 수장을 보면서 아이언은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수장은 그런 아이언의 말을 팔을 들어 막고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배신자들은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 그들의 종말을 시작으로 바다를 괴롭혔던 자들에게 재앙이 시작될 것이노니 영웅이 아니고서는 막을 수 없으리라. 영웅의 탄생을 간절히 바라거라! 그러지 않으면 이 세계는 멸망의 길을 걸을 것이도다.”

인어족의 수장이 내뱉는 말에 아이언이 멍하니 그의 말을 해석했다.

“우리의 예언자가 건네준 말이다. 우리의 멸망은 제국의 재앙의 시작이 될 것이니 결국엔 우리의 복수가 완성될 것이다.”

“당신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알고 있었군.”

아이언의 말에 인어족의 수장이 빙그레 웃었다.

“신의 힘이 그대에게 깃들었는가? 후후…… 그리 갈망했음에도 얻을 수 없었던 것이 하필 원수인 제국인에게 갔다라…….”

인어족의 수장은 죽음이 다가오자 아이언의 몸에 깃든 선명한 바다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몸은 오염되었을지언정 정신만큼은 살아 있는 인어족의 수장은 그리운 바다의 기운을 느끼며 아이언에게 말했다.

“제국인이여…… 나의 신을 외롭지 않게 보내 준 보답으로 말해 주는 것이니 잘 듣거라.”

인어족의 수장의 말에 아이언이 가만히 입을 다물고 그를 바라보았다.

“우리의 멸망은 재앙의 시작이니라. 재앙을 막고 싶거든 바다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라. 그리하면 예정된 멸망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

인어족의 수장이 그 말을 끝으로 숨이 멎었다.

이 말을 내뱉기 위해 마지막까지 정신을 붙잡고 있었는지 곧바로 그의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한 아이언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영웅이라…….”

인어족의 수장이 말한 영웅이란 갓 게임에 의해 온 이세계인들 중 하나일 것이다.

멸망의 예언을 들은 아이언이 착잡한 표정을 지을 때 머리를 스쳐 가는 뭔가가 떠올랐다.

“잠깐…… 멸망과 함께 재앙의 시작?”

아이언이 인어족의 수장이 한 말을 되뇌면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그 말의 뜻을 파악하고는 재빨리 동굴을 빠져나왔다.

“인어족의 수장은…….”

“동굴 안에 있습니다.”

“확보하겠습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곧장 차원 게이트로 가야 합니다!”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재빠르게 달려 나갔다. 그러자 기사가 눈짓으로 병사 몇 명에게 동굴에서 인어족의 수장을 확보하라고 말하고는 아이언의 뒤를 따라 달려갔다.

곧장 밖으로 나온 아이언은 재빨리 하늘에 떠 있는 차원 게이트를 바라보았다.

“미친!”

차원 게이트가 더욱 확장되면서 뭔가가 튀어나오려 하는 걸 본 아이언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재빨리 비룡 기사를 불렀다.

인어족의 수장이 유언처럼 내뱉은 재앙의 시작.

그것은 유령섬에서 보았던 해신을 의미하는 듯싶었다.

하지만 그는 그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몸이 좁은 차원 게이트를 비집고 나오려는 것이 보였다.

팔 한 짝만 나와도 재앙이 될 것 같은 크기.

동부 사령관은 거대한 상어를 막느라 여유가 없었다.

그렇다고 아이언이 막을 수 있는 존재도 아니었다.

지금도 비공선에서 포격을 때려 붓고 비룡 기사들이 화염과 마법을 쏟아붓어도 꿈쩍도 안 하는 존재였다.

강제로 차원 게이트를 벌리고 있는 괴물을 막기 위해선 한 가지밖에 없었다.

“지금 당장 바다의 보주로!”

아이언이 비룡 기사를 보면서 말하자 그가 황급히 아이언의 팔을 붙잡고 끌어 올려 비룡에 태우고는 비상했다.

“막아라! 저것이 바다의 보주를 쥘 수 없게 막아!”

“절대 닿게 해서는 안 된다.”

마법사들이 사력을 다해 막고 있는 것을 본 아이언이 비룡에서 훌쩍 뛰어내려 바다의 보주 위에 착지했다.

인어족의 신이 죽은 이후로 처음 와 보는 바다의 보주.

익숙한 힘을 느껴서일까?

바다의 보주가 반갑게 맞이하며 빛을 뿜어냈다.

그런 보주를 보면서 아이언이 힘을 불어 넣었다.

인어족의 수장이 말했던 바다의 심장이란 바다의 보주를 말하는 것일 터.

이 바다의 보주만 본래의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면 해신을 저지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지금으로썬 이 방법밖에 없었다.

“제발!”

아이언이 간절한 바람이 닿아서일까?

차가운 바닷바람이 주변을 휘감으면서 방대한 마력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바다의 의지가 아이언의 몸을 거처 바다의 보주로 흘러들어 가며 막대한 힘이 보주를 중심으로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아이언이, 눈이 하얗게 빛나면서 멍하니 중얼거렸다.

“이 힘은 순수한 자연이요.

악을 멸하는 정화의 힘이니.

공통의 적을 섬멸하기 위해 바다가 그대의 부름에 응답하노라.

잊힌 신을 품은 자의 간절한 바람이.

악신을 처단할 것이노라.”

아이언의 입에서 나왔으나 마치 성녀가 신언을 내뱉는 것과 같이 모든 이들의 귀에 꽂혔다.

그리고 그 신언은 검은 물을 휘감은 해신의 주먹을 막았으며 차원 게이트에서 뿜어져 나온 모든 오염된 기운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단지 막아 줄 뿐, 그것을 쫓아내지도 없애지도 않았다.

마치 해신을 처리할 자는 자신이 아니라는 듯, 푸르스름한 기운은 그저 막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사이에도 해신은 차원 게이트를 벌리면서 자신의 몸을 들이밀었다.

어느새 그의 몸은 절반가량이 넘어와 하늘을 뒤덮기 시작했지만 그 이상은 가지 못했다.

거대한 바다의 기운이 그의 몸이 더 이상 나오지 못하게끔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막대한 양의 기운을 모으던 바다의 보주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아…….”

마지막 희망이었던 바다의 보주가 깨져 나가기 시작하자 아이언의 입에서 저절로 탄식이 나왔다.

이대로 타 차원의 해신이 나오는 걸 지켜만 봐야 하는 걸까?

그렇게 생각한 순간 바다의 보주 안으로 아이언의 모든 신수력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끼룩!

“천둥아?”

아이언이 갑자기 튀어나온 천둥이를 멍하니 부르는 순간 바다의 보주 안으로 스며들듯 사라져 버린 천둥새와 함께 보주가 깨져 나가면서 푸른 빛이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크윽!”

그리고 높은 상공에서 보주가 깨져 나가며 지상으로 추락하는 아이언의 몸 주위에 갑자기 물방울이 만들어지더니 지상으로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 모든 현상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아이언은 황급히 위를 바라보았다.

“천……둥이?”

하늘을 뒤덮은 거대한 푸른 새.

-바다의 심장을 품어 천둥새가 일시적으로 격이 높아집니다.

-일시적으로 천둥새는 신의 격을 갖습니다.

-강제로 격을 끌어올린 대가로, 천둥새는 1년간 알의 형태로 봉인됩니다.

-일시적으로 신화급의 신수를 보유하여 업적 ‘신화급 신수를 보유한!’을 획득하셨습니다. 추후 신화급 신수를 만날 시 친화력이 상승합니다.

연이어서 들려오는 알림음과 함께 거대한 천둥새가 움직였다.

거대한 해신에게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그 새는 차원 게이트 앞을 가로막으면서 싸우기 시작했다.

검은 물로 이루어진 거대한 회오리가 만들어지자 그것을 부숴 버리는 천둥이 내리꽂히고, 새의 날개와 해신의 거대한 팔이 부딪치면서 거대한 충격파를 만들었다.

근처에서 반항하던 거대한 상어는 천둥새의 일격에 나가떨어졌고, 동부 사령관 역시 내상을 입으며 지상으로 추락했다.

그사이에도 천둥새와 해신의 싸움은 계속되었다.

해신은 완벽하게 강신하기 위해 발버둥 쳤고, 천둥새는 사력을 다해 그것을 막아 냈다.

며칠 동안 푸에르 군도는 두 초월적 존재들의 싸움터가 되어 비바람이 몰아치고 폭풍이 일었다.

그리고 마침내…… 며칠간의 싸움 끝에 결말이 맺어졌다.

-업적! ‘신을 돌려보내다!’를 획득하셨습니다. 앞으로 악신의 추종자를 만날 경우 공격력이 5배 상승합니다.

-바다의 의지가 빠져나가 천둥새가 봉인됩니다.

-바다의 심장이 천둥새에게 귀속됩니다.

며칠 만에 들려오는 알림음과 함께 하늘에서 푸른 알이 떨어지며 아이언의 심장 속으로 스며들었다.

아이언은 해신을 막기 위해 고생한 천둥새의 심장 부근을 토닥이며 말했다.

“고생했어, 천둥아.”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해신이 강제로 역소환된 여파로 차원 게이트는 반쯤 뭉개졌고, 끔찍한 인어족 역시 말끔히 사라졌다.

이제 남은 건 반쯤 뭉개진 차원 게이트 사이로 나오는 공허충과 괴 생명체, 그리고 군도 내부에 남아 있는 변종 몬스터뿐이었다.

이 정도라면 동부군이 시간을 들여서 차근차근 처리할 수 있을 터.

거기에 군도 내부에 머물고 있는 모험가, 용병, 이세계인도 있으니 문제 될 건 없었다.

아틀란티스의 보물들이 전부 발굴되기 전까진 죽치고 앉아 있을 놈들이기 때문이다.

“이제 정말 끝났네.”

이곳으로 오게 된 원인인 천둥새의 확보도 끝났고, 인어족도, 차원 게이트 문제도 처리했으니 이제 동부에서 해결할 일은 전부 마무리된 셈이었다.

“돌아갈 때가 된 건가?”

아이언이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머리를 스쳐 가는 의문이 생겼다.

인어족의 수장이 한 마지막 말 중에 풀리지 않은 의문.

그것이 남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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