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100화 (100/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00)

33. 대해전 (3)

마침내 동부 바다의 주도권을 쥐는 해전이 시작되었다.

시작은 늘 그렇듯 인어족이었다.

자신의 앞마당에 들어온 인간들을 용납할 인어족이 아니었다.

검은 안개가 인간들이 만든 요새를 두껍게 뒤덮기 시작하자 인어족의 습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큰 섬도 아니고, 암초 지대에 지은 요새 정도는 금방 없앨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바다는 자신들의 앞마당이나 다름없었다.

뛰는 것보다 헤엄치는 게 익숙한 인어족의 공격은 굉장했다.

“크라켄이다!”

주력함대를 묶어 둘 크레칸의 등장에 함대에 탄 마법사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메갈로돈과 시 서펜트도 연이어서 등장하자 동부군의 주력함대가 움직였다.

동시에 비룡 부대와 상용 비공선을 개조한 임시 비공선 부대까지 세이렌과 시 드레이크를 막기 위해 움직이면서, 순식간에 암초 지대에서 주력부대가 붙게 되었다.

요새를 점령하기 위해 바다에서 크랩맨과 샤크맨이 기어올라 오고 인어족들 역시 삼지창을 들고 마법을 부렸다.

언뜻 보면 백중세로 보이는 전투 양상.

하지만 인어족 중 누군가가 바다를 이용해 해일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전투 양상이 바뀌기 시작했다.

“사령부를 습격했던 놈이다!”

푸른 머리칼의 인어족을 보면서 한 병사가 소리쳤다.

동부 사령관과 대등하게 싸웠다던 인어족.

마도사급에 필적하는 인어족 특유의 마법을 부릴 줄 아는 놈이었다.

바로 그때 거대한 해일이 통째로 얼기 시작했다.

“동부 사령관께서 합류하셨다!”

대륙 전체에서 손꼽히는 마법 실력을 보유한 이의 등장에 동부군의 사기가 급격하게 치솟았다.

그러자 인어족의 수장이 검은 고래와 함께 나섰지만 곧 북동부 사령관 크림슨의 장기인 폭풍검에 가로막혔다.

이렇게 되자 상황은 장기전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막아라! 요새에 들이지 마!”

“감히 바다를 넘보다니! 더러운 인간 놈들!”

인어족과 기사들의 치열한 싸움 속에서 몰래 움직이는 쪽이 있었다.

바로 상선을 타고 왔던 모험가들과 이세계인들, 용병들이었다.

“아틀란티스……. 손해를 메꾸려면 거기를 털어야 한다.”

김정태의 말에 하얀 고래에 소속된 길드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이곳에 넘어오기 전부터 준비해 왔던 베타테스터들을 모아서 만든 하얀 고래.

이런 길드는 몇 개가 더 있었는데,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김정태를 비롯한 하얀 고래 길드원들은 이곳 동부에서 목표했던 바를 거의 이루지 못한 상황.

적어도 인어족의 기물이라도 확보하고 칭호라도 얻어야 했다.

“동부를 접수하려면 아틀란티스의 심층부에 도달해야 한다. 모험가와 용병을 미끼로 던져.”

김정태의 말에 하얀 고래 길드는 2선에서 움직였다.

가장 먼저 움직이는 건 돈에 눈먼 모험가들이었다.

목숨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용병들은 절대 함부로 움직이지 않았다.

일단 안전이 확보되는지부터 확인했다.

그렇기에 모험가들을 태운 함선이 가장 먼저 안개를 뚫고 푸에르 군도에 진입했다.

동부군의 주력과 북동부군의 주력 모두를 상대하는 인어족 입장에서 모험가들까지 막기는 버거웠다.

처음에야 멋모르고 당했다지만 그동안 수차례 인어족과 해전을 치르면서 동부군도 나름대로 인어족을 분석했고, 그들의 행동 패턴, 어떤 공격 방식이 있는지를 알았기에 주력부대끼리의 싸움은 철저한 백중세로 이어졌다.

그렇기에 바다에서 모험가와 용병, 이세계인까지 막기는 불가능했다.

“저곳이 아틀란티스?”

배에 탄 수많은 모험가 중 하나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인어족의 보금자리.

수많은 보물들이 잠들어 있는 곳.

이상향.

꿈의 섬.

많은 별명들을 갖고 있는 곳.

아틀란티스!

하지만 모험가의 눈에 보이는 건 굉장히 더럽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거대한 검은 구체 위로 차원 게이트가 열려 있고 그 아래로 공중에 떠 있는 거대한 검은 섬이 보였다.

마치 유령섬처럼 검은 안개에 뒤덮여 있는 섬.

하지만 단순히 검은 안개와 오염된 마나로 뒤덮여 있던 유령섬과 달리 아틀란티스의 공중섬은 끈적한 액체를 쉼 없이 흘려 산호초와 암초로 이루어진 군도를 오염시키고 있었다.

게다가 차원 물고기와 공허충으로 인해 완전히 오염된 지역이 생겨나, 그 안에 차원 게이트에서 넘어온 수많은 괴생명체들을 품고 있었다.

척 봐도 거대한 무언가들이 꿈틀거리는 게 먼 거리에서도 보였다.

“저런 곳에 보물이 있을 거라고?”

모험가의 물음에 주변에 있던 다른 모험가들 역시 멍하니 그걸 지켜봤다.

어째서 인어족이 사력을 다해 자신들을 막지 않았는지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안 갈 거야?”

한 모험가의 질문에 다들 그를 바라보았다.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갈 거냐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우린 가야 돼.”

“그래,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갈 순 없지.”

“우리가 용병도 아니고, 언제부터 목숨 줄을 신경 썼다고.”

모험가들이 하나둘 눈을 빛내면서 아틀란티스가 떠 있는 군도로 갈 준비를 했다.

일부러 만든 건지, 아니면 무슨 이유가 있는 것인지는 몰라도 아틀란티스가 떠 있는 섬 중앙에 검은 액체가 굳어져서 만든 길이 군도까지 이어져 있었다.

즉, 아틀란티스로 진입하기 위해선 저곳으로 향해야 한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몇몇 비공선들이 하늘로 진입하려 했지만 차원 게이트의 공허충들이 사력을 다해 막고 있었다.

모험가와 용병 입장에선 하늘을 막느라 정신없는 사이 군도 내부로 진입해야 했다.

그렇게 푸에르 군도 내부로 모험가들의 함선이 진입하자 뒤이어 용병들 역시 푸에르 군도로 진입했다.

모험가들이 멀쩡히 들어가는 걸 확인하자 욕심에 불을 지핀 것인지 속도를 높여 산호초로 이루어진 작은 섬들로 향한 것이다.

“보물이다!”

“보물을 발견했다!”

몇몇 모험가들이 보물을 발견했다고 소리치자 그때부터 사람들이 미친 듯이 몰려가기 시작했다.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던 이세계인들 역시 빠르게 배를 대서 달려 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하얀 고래 같은 경우 아틀란티스 쪽을 바라보았다.

“우린 저곳으로 간다.”

김정태의 말에 하얀 고래 길드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런 것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진짜는 아틀란티스에 있을 확률이 높았고, 저런 자잘한 것들을 깔아 둔 것 역시 함정일 확률이 높았다.

-키야아악!

“심해인이다!”

고대 심해인의 등장에 기물에 눈이 팔렸던 모험가와 용병, 이세계인이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심해인은 고대에 멸종되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흉측한 이빨과 거대한 아가리를 가진 심해인은 인간처럼 걸어 다니지만 모습 자체가 인어족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흉측했다.

그런데 충격적인 것은, 그들로 끝이 아니었다.

“저건 뭐야!”

“저게 정찰하러 갔던 애들이 봤다는 건가?”

“해…… 해파리?”

보랏빛으로 빛나는 해파리들이 물에서 나와 멀쩡히 걸어 다니는 것도 경악할 일인데, 하나같이 보라색 뇌전을 뿜어내고 있었다.

잘못 걸렸다가는 그대로 즉사할 정도의 뇌전에, 보랏빛 마력을 품고 있는 거대 해파리들이 다리를 이용해서 공격해 오자 다들 개별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아무도 내리지 않았던 하얀 고래의 배는 그대로 직진해서 아틀란티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들 역시 가로막혔다.

“뭐…… 뭐야! 개복치?”

“근데 뭐 저렇게 커!”

“숫자도 너무 많아!”

엄청난 크기의 개복치들이 배가 앞으로 가지 못하게 막자 하얀 고래 길드는 그것들을 죽이기 위해서 힘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워낙 많은 양의 개복치들 때문에 앞으로 가는 건 쉽지 않았다.

그렇게 모험가와 용병, 하얀 고래가 전부 가로막혀서 가지 못하고 있을 때.

그때를 틈타 상용 비공을 개조한 비공선 부대가 힘쓰기 시작했다.

개조한 비공선에서 발사한 수많은 마도포와 마법에 일시적으로 길을 비킨 시 드레이크와 세이렌 부대를 뚫고 소수의 비룡 부대가 접근에 성공한 것이다.

“저것인가?”

비룡 기사 뒤에 탄 구스타프가 아틀란티스 맨 꼭대기에 있는 거대한 구를 바라보았다.

검은색 구는 아틀란티스 꼭대기에 아슬아슬하게 얹혀 있었다.

그 위로 거대한 차원 게이트가 열려 있어, 아틀란티스와 차원 게이트를 연결해 주는 것 같았다.

“저게 바로 바다의 보주인가?”

마나 코어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바다의 보주를 본 구스타프가 질린 표정을 지었다.

“어때, 아이언!”

“이상합니다.”

멀리서 린텔이 물어보자 아이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바다의 보주가 맞나 싶었지만 이상하게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유령섬의 불완전한 마나 코어가 더 많은 오염된 마나를 내뿜었다.

그건 다른 마법사나 신관도 마찬가진 듯싶었다.

“일단 가까이 달라붙어야 합니다.”

신관의 고함 소리에 비룡 기사들이 일제히 편대비행을 하면서 바다의 보주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그러자 몇몇 차원 게이트에서 넘어온 괴생명체들이 날아들어 비룡 부대가 바다의 보주로 향하는 걸 막으려 했다.

“여긴 우리에게 맡기고 가시오!”

구스타프가 고스트들을 이끌면서 그들이 탄 비룡과 비룡 기사들과 함께 차원 게이트의 생명체들을 막으려 했다.

툴루퍼스와 비슷하지만 크기가 작은 녀석들이 발로 비룡들을 낚아채려 하거나, 상어처럼 생겼는데 아래는 뱀처럼 생긴 괴상한 녀석들이 허공으로 날아올라 비룡들을 공격했다.

그것을 비룡 기사들이 고스트들과 힘을 합쳐 막는 동안 아이언과 마법사들, 신관들이 탄 비룡들은 빠르게 바다의 보주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그러자 그것을 본 세이렌들은 비공선을 상대하던 걸 멈추고 반대편 방향으로 날아가려 했다.

하지만 그걸 가만히 두고 볼 비룡 기사들이 아니었다.

“막아라! 신관들과 아이언 중령이 바다의 보주까지 도착할 때까지 무조건 막아!”

그러나 기어코 몇몇 몬스터들이 근접해 왔고, 그들을 막기 위해 마법사들과 기사들이 자진해서 뒤로 빠지면서 신관 몇 명과 마법사들, 그리고 아이언이 탄 비룡만이 겨우 바다의 보주 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저희는 접근해 오는 적을 막겠습니다.”

거대한 바다의 보주 위에 착지한 마법사들과 신관들, 아이언을 본 비룡 기사들은 일제히 비룡을 몰고 적들을 막기 위해 움직였다.

보주 위에 선 사람들은 다급하게 조사를 시작했다.

“정말 텅 비었군요.”

“……허! 이게 어찌 된 일인지…….”

“바다의 보주가 문제가 아니었단 말인가?”

마법사들과 신관들이 예상과는 다른 상황에 다들 당황할 때, 아이언은 멀리 하늘에 떠 있는 차원 게이트를 올려다보았다.

완성된 차원 게이트에서 공허충들이 쉴 새 없이 나왔고, 동시에 곧바로 터져 죽으며 이곳에 오염된 마나를 퍼뜨려서 차원 게이트를 유지하는 양분이 되었다.

즉, 차원 게이트는 더 이상 바다의 보주가 없어도 유지된다는 뜻.

거기다 아틀란티스는 차원 게이트에서 나오는 오염된 마나로 유지되고 있는 듯했다.

그렇다면 바다의 보주가 하는 역할은 뭘까?

“중계기 역할인가?”

“하지만…… 필요하겠습니까, 차원 게이트가 저렇게 완전히 열렸는데?”

마법사들끼리 저마다 추론하는 동안 아이언은 가만히 바다의 보주에 집중했다.

그러자 그 중심부에서 무언가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두근!

“천둥아?”

아이언이 심장의 울림 소리를 들으면서 천둥새를 부르는 순간 녀석이 답을 주었다.

“증폭하는 역할인가?”

“무슨 소립니까?”

“말 그대롭니다. 이건 오염된 마나를 증폭시켜서 널리 퍼뜨리는 역할을 하는 거 같습니다.”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면서 저 멀리까지 퍼진 검은 안개를 바라보았다.

“그럼 이걸 부숴야 하는 겁니까?”

“부서지지도 않을 거고, 소용없을 겁니다. 답은…… 기존의 계획대로 정화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언의 말에 마법사들과 신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답을 찾지 못한 이상 기존의 계획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마법사들이 거대한 보주를 감싸는 마법진을 만들고 신관들은 신성력을 불어 넣어서 정화할 준비를 시작했다.

그동안 아이언은 천둥새와 동기화하면서 보주 안에 있는 무언가를 감지하는 데 사력을 다했다.

그리고 곧, 신관들이 성물을 이용해 신성력을 퍼뜨렸고, 마법사들의 정화 마법진이 그 힘을 증폭해 바다의 보주 전체를 하얀 빛으로 감싸기 시작했다.

그러자 바다의 보주로 스며들던 오염된 마나가 반발하면서 주변에 있는 모든 마나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 바다의 보주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던 뭔가가 아이언의 감각에 걸려들었다.

“잡았다.”

아이언이 그렇게 중얼거리는 순간, 오염된 마나를 피해 숨어 있던 뭔가가 아이언에게 접근했다.

-날…… 죽여 줘.

정신이 마모되어 소멸하고자 하는 의지밖에 남지 않은 불쌍한 존재.

그것이 천둥새를 통해 자신의 의지를 전달했다.

미약하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정순한 힘.

그렇기에 과거 고귀한 존재로 추측되나, 지금은 한없이 나약해져 소멸되기만을 바라는 존재.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존재가 아이언을 마지막 희망이라며 간절히 바라보았다.

아이언은 이 불쌍한 존재의 소원을 들어주고자 했다.

고귀했던 무언가가 절망 속에서 찾은 희망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기에……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기나긴 고통 속에서 더 이상 삶의 의지마저 느껴지지 않는 이 불쌍한 존재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은 정화나 힘이 아니었다.

바로 ‘안식’이었다.

“……그래, 반드시 소멸시켜 줄게.”

아이언의 말에 눈물을 흘리던 나약한 존재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순간 천둥새를 길로 삼아 아이언과 나약한 존재 간에 계약이 이루어졌다.

-한때 바다의 심장이자 인어족의 신 아테르가티스가 그대와 계약하노니, 나의 소멸의 대가로 그대의 신수에게 바다의 힘을 선물하노라.

신의 언령인 것일까?

심장에 박히는 무언가가 아이언 안에 있던 천둥새를 일깨웠다.

동시에 미약한 힘이 흘러들어 오며 아이언의 신수력을 증폭시키기 시작했다.

-부디 나에게 죽음의 선물을 내려 줘.

모든 힘을 넘긴 신이 작은 아이의 모습으로 아이언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아이를 향해, 아이언은 슬픈 눈으로 손을 뻗었다.

그가 간절히 바라는 ‘안식’이라는 선물을 주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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