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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98화 (98/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98)

33. 대해전 (1)

멀리서 인어족 하나가 검은 물에 잠식당한 몬스터들을 이끌고 임시 병동으로 공격해 왔다.

혹시나 싶어서 배치한 기사가 병사들을 이끌고 그것을 저지하려 했지만, 상공에서 공허충들까지 나타나자 점차 대응하기가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나중엔 의무병들과 부상자들까지 싸우기 위해서 무기를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조금씩 밀렸다. 그때였다.

지이잉!

멀리서 갑작스럽게 날아든 빛줄기.

“케…… 케륵…….”

시원하게 목에 구멍 뚫린 크랩맨 하나가 가래 끓는 소리와 함께 허물어져 내렸다.

크랩맨의 두꺼운 피부를 단번에 뚫어 버린 빛줄기에 모두들 뒤를 돌아봤다.

그때 샤크맨 하나가 날렵하게 움직여서 빛줄기를 날린 당사자를 향해 공격해 들어갔다.

육지라 바다처럼 빠르지는 않았지만 허공에 검은 물을 소환해 서핑을 타듯 물줄기를 타고 단번에 검은 창을 찔러 들어갔다.

바로 그때 찬 바람이 불어오면서 샤크맨이 만들어 낸 검은 물이 통째로 얼어붙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얼음 동상이 된 샤크맨.

“아…… 아이언 중령?”

순식간에 크랩맨 하나와 샤크맨 하나를 죽인 아이언이 뻐근한 목을 풀었다.

‘두둑!’ 소리가 나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인어족이 아이언을 노리고 물의 창을 날렸다.

하지만 중간에 터져 나온 뇌전에 의해 물의 창 자체가 증발되듯 사라졌다.

“효과 좋네.”

천둥새와 고유 능력의 합.

융합된 힘 때문인지 인어족의 공격조차 뇌전의 힘만으로 날려 버렸다.

아이언의 힘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아서일까?

언데드가 병사들을 막고 나머지 샤크맨과 크랩맨이 아이언만 노리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아이언이 멍청하게 당해 줄 리 없었다.

눈에서 푸른 광선이 터져 나오면서 탱커처럼 맨 앞에서 달려오는 크랩맨의 몸뚱어리에 2개의 구멍을 뚫어 주었다.

그리고 뇌전으로 샤크맨을 견제했다.

“크라라락!”

크랩맨 하나가 거대한 두 집게발로 아이언의 공격을 버텨 내면서 끝끝내 돌진해 성공했다.

결국 아이언의 앞에 도달한 크랩맨이 몸통 박치기로 아이언을 날려 버렸다.

부들거리면서 서 있는 게 고작인 아이언이 그것을 피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쿨럭!”

마른기침과 함께 건물 한구석에 처박힌 아이언이 비틀거리면서 일어났다.

크랩맨의 돌진을, 부상당한 상태로 받아 냈음에도 마른기침과 함께 일어난 것이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이들은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돌진했던 당사자인 크랩맨 역시 멍청하게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전력을 다한 자신의 돌진을 맞고 살아 있는 게 이상했기 때문이다.

“강철 마력?”

기사가 아이언의 몸에 휘감긴 검은 마력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그렇게 멍하니 중얼거릴 때, 아이언의 두 눈이 다시금 빛나면서 인어족의 수하들을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두 개의 달처럼 강력한 빛줄기는 아니지만 단단한 크랩맨이라도 방심하면 단번에 뚫려 버릴 정도로 압축된 마력의 힘을 보여 주었다.

거기다 접근하려 하면 뇌전이 몰아치고, 물의 힘을 사용하면 얼려 버렸다.

몇 가지 힘을 사용하는지 쉬이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여러 가지 힘을 사용하면서 압도적인 힘을 발휘했다.

그리고 설령 접근한다 한들 아이언을 죽일 수 있다고 판단하긴 어려웠다.

단단하기로 유명한 강철 마력이 미약하게나마 아이언의 몸을 감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광선.

뇌전.

냉기.

강철 마력.

당장 보이는 것만 해도 네 가지의 힘을 발휘했다.

게다가 미약하지만 초록 빛이 자잘한 상처에 감돌고 있는 걸로 봐서 치유의 힘까지 있는 듯싶었다.

‘잡탕 아니야?’

기사는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했다.

실제로도 그는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아이언의 주변의 오염된 마나 역시 피닉스의 힘에 의해 정화되고 있었다.

그 정도로 아이언이 사용하는 힘이 많은 것이다.

이러한 아이언의 모습을 보면 어째서 신수 계약자가 희귀한지, 그리고 고대에도 높은 평가를 받았는지 알 수 있었다.

“북동부 때보다 훨씬 강해졌는데?”

기사가 멍하니 아이언의 모습을 보았다.

부상당한 상태여서 그런지 부들거리면서 간신히 서 있었지만 어느 때보다 압도적인 힘을 보여 주고 있었다.

신수는 물론이고, 주특기라 알려진 강철검을 사용하지 못하는데도 인어족이 이끄는 별동대가 힘을 못 쓰고 막히고 있었다.

결국 이대로 뚫지는 못하겠는지 인어족의 별동대가 물러나기 시작했다.

풀썩!

기사와 병사들이 힘을 합쳐서 시간을 벌긴 했지만 사실상 인어족과 크랩맨, 샤크맨으로 이어지는 주력은 아이언이 혼자 막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헉……헉…….”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계단에 걸터앉은 아이언이 기둥에 기댔다.

아직 회복되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한 것인지 풀썩 주저앉은 아이언이 덜덜 떨리는 팔다리를 진정시키면서 주변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제때 깨어나서 인어족의 별동대를 막아 낼 수 있었다.

부상자들과 의무병들까지 부상을 감내하면서 막은 덕분일까? 이곳에 있는 모든 자들이 살아남는 데 성공했다.

“고생하셨습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기사가 대표로 와서 아이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뒤에 있는 병사들도 존경 어린 표정으로 군례를 올리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아이언이 쑥스럽다는 표정으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겸양의 말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지쳐 있다는 걸 눈치챈 기사가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하고 비켜 주었다.

그러자 아이언이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면서 치유의 힘을 육체에 부여했다.

물러나면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기사.

“신수의 힘을 쓸 수 있다더니…… 엄청나군.”

유령섬 멀리서 봤던 거대한 불새와 천둥새.

그리고 어두운 유령섬을 환하게 비추던 2개의 큰 눈을 가진 새.

마지막으로 유령섬 전체를 정화하던 작은 빛.

막강한 그들의 힘을 조금이나마 빌릴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강력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거기다 경지는 부족하지만 명색이 기사답게 아이언이 보인 강철 마력을 단번에 파악했다.

검에 꾸역꾸역 넣는 초입은 한참 전에 넘어선 게 분명했다.

몸 전체에 휘감을 정도라는 건 그만한 컨트롤이 된다는 것.

크랩맨의 돌진에 순간적으로 한곳에 집중해 충격을 줄였다는 건 무의식적으로 강철 마력을 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두 가지는 곧 강철 마력을 마력처럼 다룰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저 어린 천재는 벌써 6단계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6단계로 향할 때 필요한 두 가지 중 하나인 특성 마력의 완전 활용은 이뤄 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건 특성 마력에 맞는 검술을 체화하고 완벽하게 각인시키는 것뿐이었다.

물론 그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평생을 벽 주변만 배회하는 존재들이 수없이 많았지만, 왠지 저 어린 천재라면 그 벽마저 금방 뚫을 수 있을 것이라 봤다.

“부럽군.”

기사는 자신도 모르게 아이언에게 부러움을 느꼈다.

자신은 도저히 쫓아갈 엄두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압도적인 재능.

모두가 이 기적 같은 일을 봤기 때문일까?

순식간에 이 전투가 퍼져 나갔다.

인어족과 한창 전투를 벌이고 있는 동부군에도.

차원 균열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허충들과 싸우는 북동부군에도.

진지 공사 중인 지원 병력에게도.

유령섬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소식이 퍼져 나가면서 사기가 오르기 시작했다.

반면에 인어족 같은 경우 별동대가 실패하고 사기가 가라앉기 시작하자 결국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주력함대를 크라켄, 시 서펜트, 메갈로돈으로 견제하고 남은 병력을 유령섬에 집중하려 했는데 초장부터 어그러진 것이다.

동부 사령부의 주력부대가 오기 전에 빈틈을 비집고 공격해 온 것인데 실패한 셈이었다.

그렇게 인어족의 군대가 다시금 자신들의 보금자리인 아틀란티스로 후퇴하자 고스트들이 아이언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막내야!”

가장 먼저 도착한 린텔이 아이언에게 다가왔다.

“괜찮은 거냐?”

“아뇨. 아직 안 괜찮습니다.”

“뭐, 인마? 다 나은 거 같고만!”

아이언과 린텔이 가볍게 장난치고 있을 때 고스트들이 하나둘 도착했다.

“그보다 활약이 대단했다며?”

“대단한 정도는…….”

“눈깔 광선부터 얼음, 번개까지 쐈다는데?”

“맞긴 해요.”

린텔의 말에 아이언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근데 갑자기 강해진 거 같다?”

“이번 일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이언의 말에 고스트들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런 그들의 궁금증을 풀어 주기 위해서 아이언은 입을 열었다.

“한번 신수력이 확장돼서 그런지 전보다 늘어나는 게 많아졌습니다. 게다가 그 여파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면서 강철 마력을 끌어 올렸다.

그러자 그의 손을 타고 검은 마력이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걸 본 고스트들의 눈이 커졌다.

소문으로 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설마 했다.

하지만 막상 눈으로 확인하니 그보다 더했다.

경지가 낮은 기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 법.

전원 5단계인 고스트들이 본 아이언은 완숙한 단계였다.

고스트들 중 대장을 제외하고 가장 강하다는 빌리와 린텔 두 사람의 실력에 거의 근접한 것이다.

“너…… 벌써 그 단계냐?”

“하! 너무 빠른 거 아니냐?”

린텔은 물론이고 빌리 브란트마저 머리를 헝클어뜨리면서 말했다.

“검술은 감 잡았어?”

“그냥 제국식 검술로 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흠…… 뭐, 네 선택이니까.”

린텔의 말에 답한 아이언을 보면서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지금 단계부터는 명확한 답이라는 게 없었다.

자신이 선택한 길을 믿고 꾸준히 갈고닦는 것밖에.

“어쩌면 우리 중에 네가 제일 빨리 6단계에 오를지도 모르겠다.”

린텔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아이언이 찾은 단순한 검술이 답이라면 누구보다 빨리 6단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복잡하고 많은 것이 담긴 검술은 우위를 점하게 해 주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같은 단계일 때의 이야기였다.

그런 의미에서 단순한 검술은 좋은 선택일 수 있었다.

단지 다른 이들이 이런 선택을 하지 않는 것은, 복잡한 검로에 담겨 있는 정수와 수많은 경험을 토대로 하나하나 완성된 의미를 기본적인 검술로 이루려면 그만큼 많은 경험을 쌓고 이해해야 했다.

하지만 그렇기에 아이언에게 맞을지도 몰랐다.

고스트로서 수없이 많은 전장을 돌아다니며 경험을 쌓을 것이고, 전생에 얻은 경험들까지 하나하나 거름이 되어 줄 테니 기초 검술을 택한다 한들 아이언에겐 문제없을 것이다.

“이 정도면 현장 복귀 가능?”

“아! 갑자기 현기증이…….”

“아픈 척? 허~ 하늘 같은 선배님이 일하시는데?”

“쯧쯧! 요즘 신입들은 예의를 모르는군.”

“선배들은 구르는데 막내가 침상에서 쉬려고 하네?”

아이언이 머리를 부여잡자 린텔이 키득거리면서 웃었다.

고스트들은 아이언에게 장난스럽게 말하면서 툭툭 쳤다.

아이언도 고스트들도 전부 장난스럽게 말한 현장 복귀지만, 운이 없었던 것일까?

그들의 장난은 현실이 되었다.

“아…….”

아이언은 배에서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는 마치 나는 누구이며 여긴 어디인지를 자문하는 철학자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흠흠…… 힘내게.”

구스타프가 멍하니 서 있는 아이언의 어깨를 두드려 주고는 지나갔다.

고스트들 역시 애써 아이언을 피해 갔다.

그렇게 멍한 표정으로 바다를 바라보는 아이언.

그가 이렇게 곧바로 현장 투입이 된 이유는 단 하나였다.

“움직일 만한 것 같군. 복귀하게.”

고스트와 장난치는 것을 멀리서 지켜보던 북동부 사령관 크림슨 헤일로의 한마디.

수하인 칼 구스타프는 말없이 고개만 숙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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