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95화 (95/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95)

31. 짜릿한 복수! (2)

아이언의 조류형 신수에 대한 압도적인 친화력.

게다가 신의 축복에 의한 강대한 신수력까지 뒷받침되자, 그것은 천둥새를 구속하고 세뇌하던 해신의 영향력을 완전히 날려 버렸다.

가뜩이나 조류형 신수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인데 아무런 방해 없이 지하에 있는 천둥새와 연결할 수 있는 시간까지 벌어 주자 그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아이언이 천둥새와 다시 연결되는 순간, 세뇌되어 잠들어 있던 천둥새의 육체가 깨어났다.

물론 잠시 연결된 것뿐이라 천둥새를 구속하는 오염된 사슬은 여전했지만, 강대한 천둥새를 사슬만으로 묶어 두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끼룩!

하늘로 솟구친 천둥새가 사방으로 뇌전을 뿜어내면서 해신의 속박에 저항하자 뼈 지팡이를 쥔 남자가 인상을 찡그렸다.

천둥새의 저항이 거세질수록 해신과의 연결이 약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의 다 되었거늘…… 다 온 것을!”

검푸른 머리칼의 사내가 분노한 표정으로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신수 계약자라고 하더라도 한낱 인간에 불과했다.

절대적인 해신에게 길들여진 천둥새를 어찌할 수 있을 거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그의 생각이 산산이 부서졌다.

완벽한 차원 게이트.

그리고 세뇌된 천둥새.

마지막으로 제물이 될 인간들.

거의 다 왔다.

동부 사령부는 혼란에 빠졌고, 주력함대는 인어족에게 묶여서 하나둘 죽어 나가고 있었다.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차원 게이트에 제물을 바쳐서 그토록 원하는 해신을 강림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그 계획을, 한낱 인간이 어그러뜨리고 있었다.

“네놈이!”

분노한 표정으로 아이언을 공격하려던 남자를 향해 칼 구스타프의 참격이 날아들었다.

강력한 충격파에 튕겨 나간 남자가 다시금 아이언을 공격하려 하자 이번엔 린텔의 검이 날아들었다.

“으아아아아!”

자꾸만 방해하는 고스트들을 보면서 검푸른 머리칼의 사내가 고함을 질렀다.

처절하리만큼 끔찍한 비명 소리에 모두들 귀를 막으면서 뒤로 물러났다.

어느새 남자의 두 눈에서는 피눈물이 흘러내리고, 처절한 비명 소리는 절규가 되어서 유령섬에 메아리쳤다.

“악마보다 더한 제국 놈들아! 내 생명을 바쳐서라도 네놈들을 나락으로 끌어내릴 테다! 반드시 그리할 것이다!”

절규와도 같은 남자의 울부짖음에 갑자기 유령섬에 해일이 몰아쳤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유령섬 위로 차원 게이트가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유령섬 안쪽에 감춰져 있던 차원 게이트가 하늘로 떠오르면서 완전히 타락해 버린 바다의 보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보주는 절규하는 남자의 감정에 반응하듯 강력한 파장을 뿜어내 바다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주변에 있는 바닷물이 거대한 해일로 변해 유령섬 위에 떠오른 차원 게이트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그 막대한 양의 바닷물을 차원 게이트가 모조리 흡수하기 시작했다.

유령섬을 감쌀 정도로 많은 양의 물이 솟아올라 꾸역꾸역 빨려 들어가길 몇 분, 충분히 흡수되었는지 잠시 멈추더니 잠시 후 도리어 문에서 물이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그건 더 이상 평범한 바닷물이 아닌 오염된 검은 물이었다.

그리고 그 검은 물이 뭉치기 시작하면서 하나의 거대한 형상을 이뤄 냈다.

마치 인어족처럼 하반신은 물고기의 그것에, 삼지창을 들고 있는 모습.

-신들이 정한 규칙을 어기며 해신이 강림했습니다. 대가를 산정합니다.

(……)

-불완전한 강림으로 대가가 줄어듭니다.

-오염된 마나와 공허충, 차원 물고기를 제물로 산정합니다.

-최종 산정된 대가는 차원 게이트입니다. 단! 피의 제물이 많아질수록 대가는 더 낮아질 수 있습니다.

이세계인뿐만 아니라 유령섬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들리는 알림음.

인어족과 인간 모두가 그 알림을 듣는 순간 눈에 살기가 가득 맴돌기 시작했다.

상대를 죽여야 한다는 걸 명확히 인지한 것이다.

그건 강림한 해신 역시 마찬가지였기에 거대한 검은 손이 유령섬을 내리치려 했다.

“천둥새!”

검은 물의 거인이 공격하려 하자 아이언이 다급히 천둥새를 불렀다.

그러자 그의 부름을 기다렸다는 듯 뇌전을 뿜어내던 천둥새가 아이언을 향해 날아들었다.

-끼룩.

거대한 천둥새의 부리에 아이언의 손이 닿는 순간, 둘은 그들만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뱁새를 처음 봤을 때

두 개의 달과 정식으로 계약했을 때

피닉스와 동기화되었을 때

그때 경험했던 그 풍경이 다시금 아이언의 눈앞에 펼쳐졌고, 그건 천둥새 역시 마찬가지였다.

둘의 생각이 공유되면서 서로의 감정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둘의 신수력이 완전히 연결되는 순간, 해신에 의해 만들어진 사슬들이 바스라지기 시작했다.

천둥새의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면서 해신의 속박이 그 힘을 잃은 것이다.

-전설급 신수와 계약하셨습니다. 이제 남은 계약 칸은 신화급뿐입니다.

-더 이상 환상종 이하의 신수와 계약할 수 없습니다.

2개의 알림음이 들려왔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천둥새의 복수심을 마음 깊이 공감한 아이언이 천둥새를 바라보았다.

“복수해야지?”

-끼룩!

아이언이 부드럽게 천둥새의 부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미소를 짓고는 결판을 지으라고 속삭였다.

그러자 천둥새가 눈을 크게 깜빡이더니 하늘로 날아올랐다.

“대장님!”

천둥새가 하늘로 올라간 것을 확인한 아이언이 다급히 구스타프를 불렀다.

그러자 열심히 싸우던 구스타프가 황급히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지금부터 저 좀 지켜 주십쇼!”

아이언의 외침에 구스타프가 멀리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언의 외침을 들은 고스트들이 일제히 그를 중심으로 방어 진형을 갖췄고, 기사들 역시 방진을 형성하면서 호위 대형을 짰다.

동시에 병사들과 레인저들도 아이언을 중심으로 방어 진형을 형성한 순간, 아이언이 검을 땅에 박아 넣고 눈을 감았다.

“마음껏 싸워 봐. 신수력은 바닥까지 긁어서라도 내줄 테니까.”

아이언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신수들과의 동기화에 전력을 다하는 순간, 하늘에 떠 있는 네 마리의 신수들이 눈을 빛냈다.

가장 먼저 피닉스가 길게 울었다.

온몸을 뒤덮은 불길이 파랗게 변하면서 피닉스는 주변을 맴도는 툴루퍼스의 다리들을 모조리 재로 만들기 시작했다.

완전한 강림이 아닌 툴루퍼스 입장에선 온전한 힘을 발휘하는 피닉스를 감당하긴 어려웠다.

두 개의 달 역시 온전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두 눈이 달빛처럼 금빛과 은빛으로 변하며 유령섬 전체로 빛이 뻗어 나갔다.

그런데 신기한 건, 그 빛은 인간들에겐 아무런 해가 없었다. 오히려 주변의 마나가 인간들을 도와주게끔 마나 친화력을 올려 주었다.

하지만 적일 경우는 가차 없이 죽여 나갔다.

검은 숲의 사신이라는 이명에 걸맞은 압도적인 위용.

뱁새 역시 엄청난 힘을 보였다.

작은 몸을 휘감은 신성이 유령섬 전체로 퍼져 나가면서 삿된 것에는 정화를, 인간들에겐 결코 지치지 않는 불굴의 용기를 심어 주었다.

아이언이 계약한 세 신수의 압도적인 위용에 유령섬에 있는 공허충과 차원 물고기이 하나둘 스러져 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검은 물의 거인이 하늘에 떠 있는 세 신수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수백 수천의 물줄기를 날리거나, 수십만 개의 물의 창으로 인간들을 공격하려 했다.

바로 그때 새롭게 아이언과 계약한 천둥새가 온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들고 바다에서 용오름이 솟아나며, 해신이 만들어 낸 모든 공격을 빨아들였다.

동시에 천둥새의 울음소리에 굉음과 함께 수백 줄기의 번개가 해신의 몸을 강타했다.

온 힘을 다한 천둥새의 공격은 불완전한 해신이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피닉스와 함께 환상종의 반열에 든 천둥새답게 유령섬 전체에 폭풍을 만들고 수백 수천의 번개를 내리쳤다.

가히 재앙에 가까운 힘.

“저것이 환상종…….”

피닉스와 천둥새가 보여 주는 막강한 힘에, 한 병사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뱁새의 빛에 공허충과 차원 물고기가 바스라지면서 싸울 일이 줄어든 병사들은 멍하니 신수들의 싸움을 구경했다.

전설에서나 등장하는 신수들의 싸움.

비록 환상종에 들지는 못했지만 두 개의 달 역시 말도 안 되는 강함을 보여 주면서 유령섬 전체를 쓸고 다녔다.

어째서 검은 숲의 주인이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

마스터가 포함된 군단급 전력조차 검은 숲에서는 목숨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이해가 갈 정도였다.

게다가 더 놀라운 건 저 막강한 신수들의 계약자가 단 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신수들과 해신, 툴루퍼스의 싸움은 현실감이 없을 정도였고, 두 개의 달 역시 거대한 검은 고래와 싸우면서 공허충들까지 쓸어버릴 정도로 현실감 없는 전투력을 보여 주었다.

이대로만 간다면 압도적인 싸움이 이어지면서 차원 게이트에서 나온 존재들을 소멸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세상일이 그렇게 쉬울 리 없었다.

휘청!

아이언이 휘청거리더니 무릎을 꿇었다.

“천둥아!”

아이언이 다급하게 천둥새를 부르자 그의 생각을 읽은 신수들이 본인들의 힘을 줄이며 물러났다.

그러자 모든 신수력이 천둥새에게 쏟아지며 천둥새의 모든 힘을 사용할 수 있게끔 했다.

-끼오오오!

천둥새가 하늘을 보며 울부짖는 순간, 거대한 번개가 창으로 변하며 검은 물로 이루어진 해신의 몸을 관통했다.

그 순간 오염된 물이 천둥새의 번개에 모조리 정화되면서 그대로 바닷물로 변해 흘러내렸다.

유령섬 전체를 감쌀 만큼 거대한 거인이 바닷물로 변하자 해일이 되어 유령섬을 덮쳐 왔지만 피닉스의 불길에 모조리 증발되어 버렸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한계였는지 하늘에 떠 있던 신수들 전원이 전부 사라져 버렸다.

-신의 축복 시간이 끝났습니다. 10초 뒤에 기절하실 예정입니다. 하실 말씀이 있다면 빨리 끝마치시길…….

친절한 알림음과 함께 아이언의 몸에 있던 신성력이 모조리 사라졌다.

“뒤를 부탁합니다.”

아이언이 그 말과 함께 쓰러지자 린텔이 재빠르게 달려가 아이언을 부축했다.

“감히…… 감히!”

불완전하지만 그래도 해신이다.

어떻게 강림시킨 해신인가.

그런 해신을 역소환시킨 천둥새를 보면서 검푸른 머리칼의 사내가 분노했다.

“모조리 죽여 주겠다!”

사라진 건 해신 하나뿐.

아직 검은 고래도, 툴루퍼스도 유령섬에 남아 있었다.

게다가 차원 게이트 역시 불완전하지만 남아 있는 상황.

“다시 하면 된다. 너희들을 제물로 삼아서 다시 하면 돼!”

남자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수백 수천의 언데드들을 소환했다.

오염된 마나를 가득 머금은 수많은 언데드들과 허공을 배회하는 검은 고래.

그리고 재앙과도 같은 툴루퍼스까지.

아무리 정예라지만 북동부군, 그리고 동부군의 함선 하나만으로는 대항하기 어려운 전력이었다.

바로 그때, 상공에서 뭔가가 떨어져 내렸다.

콰아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상공에서 폭풍이 몰아치며 툴루퍼스의 거대한 다리 일부가 잘려 나가더니, 거대한 검과 사자 형상의 오러에 나머지 다리들 역시 잘려 나갔다.

“어떻게?”

유령섬에 주력함대의 병력이 등장하자 검푸른 머리칼의 사내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러다 유령섬을 둘러보았다.

어느새 검은 안개도 전부 사라지고, 힘겹게 오염시켜 놨던 오염된 바다 또한 깨끗하게 정화되어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덕분에 인어족의 힘이 대폭 약화되면서 주력 병력이 유령섬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다.

“아직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그렇게 말하면서 본래 모습을 드러내는 남자.

흉측한 얼굴과 변이된 물고기 모습을 한 하반신.

그의 모습만큼이나 끔찍한 오염된 마나까지.

해신을 위해 억제되었던 모든 힘이 개방되자 마스터에 필적할 만큼 막강한 힘이 주변에 뿌려졌다.

“너희들이라도 바다의 먹이가 되어 줘야겠다!”

마스터급 힘에 칼 구스타프가 죽음을 각오하며 검을 들어 올린 순간.

갑자기 한쪽에서 또 다른 힘이 느껴졌다.

아이언이 보여 주었던 신성력과 비슷한 기운에, 검은 물과 반대되는 푸른 물결.

“하얀…… 고래?”

칼 구스타프가 멍하니 중얼거리자 하얀 고래의 두 수장인 에바스톨과 김정태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래도 신수는 사라진 거 같은데…….”

“그럼 남은 건 보주뿐인가?”

두 남자가 그렇게 얘기를 나누면서 이쪽을 바라봤다.

“인어족의 수장인 거 같은데……. 그쪽들, 감당되겠수?”

김정태의 물음에 구스타프가 눈살을 찌푸렸다.

마치 자신들은 감당할 수 있다는 듯한 오만한 말.

“공훈은 제대로 챙겨 드릴 테니 물러나는 게 어떻겠수?”

“부상자도 많은 거 같은데 저쪽은 우리한테 맡기시죠.”

김정태의 말에 에바스톨이 그의 입을 막고 정중하게 구스타프에게 말했다.

그러자 아이언을 비롯해 부상자들을 바라보던 구스타프가 한숨을 쉬면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마스터급에 준하는 힘이라면 자신들의 힘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맡기죠.”

구스타프의 허락에 김정태가 히죽 웃으면서 인어족의 수장을 바라봤다.

“건방진 인간 놈들 주제에 감히!”

인어족의 수장이 뼈 지팡이를 들어 올리는 순간 검은 고래가 북동부군을 향해 날아들었다.

동시에 검은 물줄기와 언데드, 공허충이 수없이 많이 몰려들면서 인간들을 포위했다.

단 한 명도 살려 두지 않겠다는 그의 의지.

하지만 그의 의도는 철저하게 박살 났다.

어느새 나타난 하얀 고래의 길드원들이 언데드와 공허충을 사냥했고, 같이 따라온 이세계인들이 본격적으로 인어족의 수장을 ‘공략’했기 때문이다.

특히 에바스톨의 신성력은 오염된 마나와 상극이었고, 물이라면 절대적인 재능을 갖고 있는 김정태도 있었기에 검은 물의 지배권을 두고도 싸워야 했다.

여러모로 악재가 겹치면서 그는 본래 힘의 절반도 쓰지 못한 채 이세계인들에게 공략당할 위기에 처했다.

그사이 북동부군은 무사히 퇴각하면서, 후방에 진지를 세우고 대기 중이던 포병과 지원부대의 도움으로 부상자들을 옮겼다.

동시에 주력함대의 부대가 속속 도착하면서 본격적으로 유령섬에서 인어족과 인간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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