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94화 (94/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94)

31. 짜릿한 복수! (1)

유령섬에 도착하자마자 북동부군이 가장 먼저 한 것은 진지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사방에서 몰려드는 공허충들을 죽여 나가면서 유령섬 깊숙한 곳으로 가는 것이 중요했다.

“모두 거점을 만드는 데 집중해라.”

구스타프의 명령에 병력이 사력을 다해 공허충을 저지하면서 거점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북동부 병력 전원이 거점을 만들면서, 속속 상륙하는 병력이 합류해 해안가 근방에 저지선을 만들었다.

“아이언!”

“예.”

“넌 고스트와 같이 천둥새를 수색한다.”

칼 구스타프가 그렇게 말하면서 고스트들을 불러 모았다.

그러자 아이언이 구스타프를 불렀다.

“대장님.”

“음?”

“굳이 수색할 필요는 없을 거 같습니다.”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면서 유령섬 한쪽을 가리켰다.

일시적이긴 하지만 신수력이 무지막지하게 늘어나서 그런지 천둥새가 있는 곳이 명확하게 느껴졌다.

“천둥새는 저기에 있는 거 같습니다.”

유령섬 중턱에 자리한 곳.

돌무더기가 있는 곳을 가리키자 구스타프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길을 뚫어 주마. 가서 천둥새를 만나라.”

“만날 필요까진 없습니다. 지금이라면…… 근처에만 가도 충분히 천둥새와 동기화될 수 있습니다.”

이미 한차례 천둥새와 연결되었던 아이언이다.

그래서 그런지 유령섬에 발을 딛자마자 천둥새의 신수력이 사방에서 느껴졌다.

사방에 퍼져 있는 천둥새의 기운.

그것이 마치 냄새처럼 코로 스며들고 있었다.

천둥새의 체취를 냄새 맡는 것처럼 코로 느끼던 아이언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힘들어?”

-삐이이이이!

아이언이 하늘을 바라보면서 말하자 멀리서 불길을 토해 내던 피닉스가 살짝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막대한 오염된 마나를 흡수한 툴루퍼스를 상대로 피닉스가 밀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본래의 피닉스라면 있을 수 없는 일.

환상종인 피닉스의 본래 힘이라면, 신의 사도가 본래 힘으로 강신한다 해도 상대할 수 있을 터였다.

즉, 지금 저렇게 밀리는 건 순전히 아이언 때문이었다.

아이언의 신수력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제한된 힘만 사용하려고 하니 조금씩이지만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져가.”

-삐이이!

“괜찮아, 더 가져가도. 지금이라면 충분해.”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활짝 웃어 보이자 잠시 고민하던 피닉스가 아이언의 신수력을 한 움큼 가져가 힘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멀쩡한 아이언을 보자 피닉스가 한차례 울음을 토하면서 본격적으로 불길을 토해 냈다.

신성을 띤 불길이 사방을 정화하기 시작하자 오염된 기운을 주 먹이로 삼는 툴루퍼스가 그런 피닉스를 죽일 듯이 공격했다.

하지만 아까와 다르게 피닉스의 불길이 툴루퍼스의 거대한 다리를 태우기 시작했다.

부정한 것을 태우는 정화의 힘이 깃든 피닉스의 불길에 미약하지만 신성까지 깃들자 거대한 툴루퍼스의 다리들이 전부 불에 타기 시작했다.

신의 사도답게 다리가 계속해서 재생되었지만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우워어어어어!

고통에 찬 울음이 유령섬 전체를 가득 메우자 피닉스를 돕던 두 개의 달이 북동부의 진영으로 날아왔다.

-부우우우!

두 개의 달의 거대한 두 눈에서 광선처럼 빛이 뿜어지자 사방에서 몰려들던 공허충들이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부엉이 역시 신성이 깃들었기에 2개의 눈에서 뿜어지는 광선은 공허충들을 순식간에 정화해 순수한 마나로 변화시켰다.

그러자 뱁새 역시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했다.

하늘로 날아오른 뱁새가 몸에 휘감긴 신성한 빛을 사방에 뿌리기 시작했다.

신성한 빛을 머금어서일까?

그 빛가루에 닿은 모든 것들이 정화되어 주변의 부정한 기운들이 사라졌다.

거기다 뱁새의 노래가 유령섬 전체에 울려 퍼지면서 인간에겐 활력과 치유를, 오염된 개체들에겐 신성한 철퇴를 내려 주었다.

“이거, 우리가 할 일이 없겠는걸.”

뒤에 서 있던 린텔이 신수들의 압도적인 활약에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시간이 없습니다.”

아이언이 멍하니 서 있는 고스트들을 보면서 말했다.

그가 활약할 수 있는 시간인 3시간 중 벌써 1시간 가까이 소모되었다.

이제 2시간 좀 넘는 짧은 시간 안에 천둥새를 깨워 결판을 봐야 했다.

“정신 차려라!”

구스타프의 호통에 고스트들이 정신을 차렸다.

북동부 병력 역시 멍하니 구경하던 것을 멈추고 구스타프를 바라봤다.

“신수들의 활약으로 우리에게 여유가 생겼다. 그러니 작전을 변경하겠다.”

구스타프가 그렇게 말하면서 북동부 병력 전체를 바라봤다.

“전 병력은 지금부터 아이언 카터 중령의 호위 임무로 작전을 변경한다. 천둥새가 있는 지역까지 움직인다.”

구스타프의 명령이 전달되자 병력이 일제히 움직였다.

가장 먼저 움직인 건 레인저였다.

그들은 정화되는 범위 밖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움직인 건 기사들이었다.

그들은 쐐기 대형으로 아이언이 가리킨 돌무더기까지 돌파할 기세로 전력으로 움직였다.

엄청난 마력 소모 상태가 계속됐지만 신기하게도 뱁새의 노랫소리를 들으면 실시간으로 마나가 몸 안으로 들어와 회복되었다.

게다가 아무리 움직여도 지치지 않았다.

피융~ 펑!

“돌진!”

앞서 나간 레인저들이 쏘아 올린, 전방에 공허충들이 있다는 뜻의 불꽃이 터지자 기사들이 일제히 돌진 대형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그 뒤를 고스트들이 함께했다.

남은 병력은 포병, 지원병 등을 제외하고 아이언과 함께 주변을 정리하면서 산을 올랐다.

두 개의 달이 대부분의 공허충들을 정리해서 그런지 몰라도 손쉽게 유령섬을 정리하면서 목표 지점인 돌무더기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레인저들이 돌무더기 주변을 장악하고 기사들이 진형을 구축해 혹시나 있을 습격에 대비했다.

그리고 고스트들이 돌무더기에 모여서 아이언을 기다렸다.

이제 아이언이 도착하는 순간 목표했던 임무는 끝나는 상황.

바로 그때 돌무더기가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달그락! 달그락!

딱딱딱딱!

들썩이는 돌무더기를 비집고 나오는 뼈다귀들.

그것을 본 순간 린텔이 외쳤다.

“언데드다!”

“위에 차원 물고기들이 나타났습니다!”

기사 하나가 하늘을 보며 외치자 다들 황급히 무기를 쥐면서 적의 공격에 대비했다.

지상에서는 언데드가, 하늘에서는 차원 물고기가 나타나면서 더 이상의 접근을 차단하려 했다.

그러자 두 개의 달이 나타나 광선으로 상공의 차원 물고기들을 죄다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건방진 것.”

차원 물고기들이 쓸려 나가는 순간, 허공에 검은 물이 솟구치면서 검푸른 머리의 남자가 뼈다귀로 만들어진 지팡이를 들고 나타났다.

“네놈이 북동부에서 마녀를 죽였다는 녀석이구나!”

부엉이를 잘 아는 듯한 남자가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오염된 기운이 물씬 풍기는 검은 물이 허공에서 뭉치기 시작하면서 그 안에서 거대한 검은 고래가 모습을 드러냈다.

“타락한 인어왕의 수호 기사여, 이곳에 모습을 드러내 적들을 섬멸하라.”

검푸른 머리칼의 진언에 천천히 등장하는 거대한 검은 고래.

인어왕을 지키는 검은 고래는 그 본래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오염된 기운에 완전히 잠식당한 상태였다.

본래의 맑은 눈 대신 핏빛 눈을 번뜩이면서 나타난 검은 고래를 향해 두 개의 달이 달려들었다.

오염된 기운을 내뿜는 고래와 신성한 기운을 두른 거대 부엉이가 허공에서 격돌하자 지상에서는 차원 물고기와 그들을 통해 더 강력해진 언데드가 북동부군과 전투를 시작했다.

“막아라! 힘만 센 머저리들이야! 머리를 써!”

“힘으로 상대하지 마! 기술로 승부해!”

“멍청한 놈들이다! 맞상대하지 마!”

기사들이 고래고래 소리치면서 뒤늦게 도착한 병사들과 함께 언데드들과 싸웠다.

첫 합으로 단번에 언데드들의 약점을 파악한 기사들이 공략 방법을 알려 주자, 병사들 역시 그에 발맞춰서 대응해 나갔다.

기사들은 물론이고 병사들까지 마력을 활용할 줄 아는 덕에 오염된 마나로 강화된 언데드들은 그들을 밀어내기는커녕 속절없이 밀려났다.

게다가 상공에서 계속되는 뱁새의 빛 가루와 노래 덕분에 병사들의 마력에 신성한 기운이 감도는 것도 컸다.

언데드들에게 쥐약과도 같은 신성력이라, 아무리 미약하게 깃들었다 해도 해골 병사들 입장에선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뒤에서 지켜보던 검푸른 머리칼의 남자가 무언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어딜!”

린텔이 어느새 검푸른 머리칼의 뒤를 잡으며 단번에 머리를 베어 내려 했다.

하지만 이미 영창이 끝났다는 듯 다시금 검은 물이 솟아올라 린텔의 앞을 막았다.

“늦었느니라.”

“큭!”

고스트 중 가장 빠른 검속을 가진 린텔의 검에 반응하는 검푸른 머리칼의 남자.

검은 물이 휘감긴 지팡이로 린텔의 검을 튕겨 내면서 말했다.

“유령섬의 악령들이여…… 그대들의 원한을 저들에게 풀거라.”

검푸른 머리의 남자가 말을 끝마치는 순간 오염된 기운으로 한층 더 강력해진 언데드들이 유령섬의 악령들까지 흡수하면서 더 흉포해졌다.

비어 있던 눈에 붉은 빛이 감돌면서 마치 진짜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였다.

강력해졌지만 단순했던 해골 병사들이 머리를 굴릴 줄 알게 되자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싸움이 전개되었다.

“간악한 제국인들이여…… 그대들은 결코 해신이 계획하신 재앙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검푸른 머리칼의 남자는 이곳을 무조건 사수하겠다는 듯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런 남자를 향해 칼 구스타프가 직접 나섰지만 6단계에 이른 칼 구스타프마저 그의 검은 물을 뚫어 내지는 못했다.

주술사 혹은 흑마법사로 추정되는 검푸른 머리칼의 사내.

그를 죽이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판단에 모든 고스트들이 앞에 나섰다.

하지만 그때마다 남자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고스트들을 따돌렸다.

전원 5단계에 이른 열 명의 고스트들이 전부 달라붙었음에도 검은 물에서 튀어나온 검은 꽃게, 거북이, 물고기 등이 무기를 들고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전부 타락했는지 오염된 마나를 물씬 풍기면서 고스트들에게 대응했다.

“그대들은 결코 신수에게 닿을 수 없음이니…… 얌전히 해신께 보내는 제물이 되어라.”

검푸른 머리칼의 사내가 그렇게 말하면서 미소를 짓는 순간.

갑자기 유령섬 전체가 떨리기 시작했다.

마치 툴루퍼스가 나타났을 때처럼 유령섬 전체를 뒤흔드는 진동.

그리고 동시에 해신에게서 내려오던 막대한 힘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해신과 자신을 연결해 주는 매개체에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한 검푸른 머리칼의 남자가 천둥새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려 했다.

“어딜 가려고?”

린텔이 쾌검을 날려 도망치려는 사내를 붙잡았다.

“막내가 그러더라고. 굳이 천둥새가 있는 곳까지 갈 필요 없다고…….”

린텔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자 검푸른 머리칼의 남자가 표정을 구겼다.

눈앞의 사내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깨달은 것이다.

바로 그때 돌무더기가 터져 나오면서 무언가가 하늘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검은 사슬에 묶인 거대한 푸른 새.

천둥새라 불리는 그 새가 검푸른 머리칼의 남자를 노려보면서 강력한 번개를 쏘아 보냈다

“어떻게…… 해신의 세뇌를 풀었지?”

남자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천둥새를 바라보는 순간 뒤늦게 나타난 아이언이 웃으면서 말했다.

“해신보다 내가 더 마음에 든다네?”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면서 투명하게 비치는 알림음을 바라보았다.

-조류 박사의 친화력이 해신의 세뇌를 풀었습니다. 천둥새의 당신을 향한 마음을 받아 주세요♥

-동기화될 시 해신의 속박이 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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