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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48화 (87/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48)

16. 개판이 된 겨울산 (1)

아이언이 고블린들을 유인해 잔인하게 죽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수의 아이스 고블린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끽…….

잔인하게 죽은 고블린들의 사체를 보면서 하얀 가죽옷을 입고 있는 고블린의 눈에 분노가 깃들었다.

부하의 보고대로 잔인하게 고블린들이 죽은 것이다.

그것도 비열하게, 평범한 사람인 척 다가와서 자신들을 유인하여 죽였다.

지능이 있는 몬스터들도 어린이는 건드리지 않는다.

그런데 인간은 비열하게 그것을 이용해 자신들을 죽였다.

-끼익…….

아이스 고블린 대장은 비열한 작전으로 선을 넘은 인간을 죽이고자 했다.

그동안 자신들이 약해서 유격전을 한 것이 아님을 비열한 인간들에게 보여 주고 말 것이다.

그렇게 다짐한 족장이 아이스 고블린들을 보면서 외쳤다.

-동료들의 복수를 하자!

-비열한 인간들에게 똑같이 고통을 주자!

-우리의 위대함을 보여 주자!

대장의 외침에 아이스 고블린들의 눈에 살기가 깃들기 시작했다.

고블린들 간에 주술로 엮인 감정 공유에 분노만이 가득 들어차면서 평소 힘의 2배가 넘는 강력한 마력이 형성되었다.

특수한 조건하에 생성되는 이 주술은 정당하지 않은 방법, 혹은 동료들이 겨울산의 법칙에서 벗어난 죽음을 맞이할 때만 발동된다.

죽은 동료의 영혼이 복수를 원할 때, 그들의 사체와 남은 넋을 불태워 일시적으로 힘을 증폭시킨다.

곧 고블린들은 눈이 빨갛게 물들면서 이성을 잃기 시작했다.

오직 대장만이 제정신을 유지하며 모든 고블린들을 이끌었다.

“옵니다.”

잔뜩 흥분해서 몰려오는 고블린들을 보면서 찰스 상병이 보고했다.

“준비해.”

아이언의 말에 병사들이 재빨리 각자의 위치로 달려갔다.

겨울산의 언덕에 자리를 잡고 구덩이를 팠다.

그리고 자루에 흙을 담아 진지를 구축하고 주변에 폭탄을 깔아 뒀다.

유격전을 하는 고블린들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이런 진지가 필수적이었다.

“최대한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 진지를 구축한 이상 우리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알겠습니다!”

아이언의 명령에 찰스 상병이 고개를 숙이고는 다른 상병들과 함께 병사들에게 명령을 전달했다.

치고 빠지기를 잘하는 고블린들을 흥분시켜서 전면전으로 나서게끔 했고, 동시에 가장 유리한 지대를 점령했다.

고블린 역시 몬스터인지라 총알 몇 발 맞는다고 죽지는 않는다.

게다가 마법까지 사용하는 놈들이니 더더욱 까다로웠다. 괜히 초소들이 유격전에 당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렇게 압도적인 우위에 있는 싸움이라면 양상이 달라진다.

폭탄에 한번 당하고, 총알 세례에 접근조차 못 하고 당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변수가 있다면 녀석들의 얼음 마법이다.

“얼음 마법입니다!”

크게 뭉쳐진 얼음덩어리들이 날아들기 시작하자 찰스 상병이 다급하게 보고했다.

그것을 본 아이언이 귀찮다는 표정으로 직접 나섰다.

파캉!

검을 뽑는 것과 동시에 가장 거대한 얼음덩어리를 그대로 베어 냈다.

일반적인 얼음이 아닌 마력이 담겨 있는 얼음답게 맞으면 즉사할 가능성이 높았다.

-너……구나.

고블린이 인간의 말로 아이언을 노려보면서 말하자 아이스 고블린들의 시선이 일제히 아이언에게 꽂히기 시작했다.

자신들을 농락한 인간이 아이언임을 알아본 고블린 대장의 눈이 조금씩 붉게 물들었다.

“차라리 스노(Snow) 고블린을 먼저 공략할 걸 그랬나?”

어느새 사방에서 얼음 조각들이 비산하는 것을 본 아이언이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스노 고블린들 역시 눈 마법을 사용하지만 기껏해야 스노 골렘, 눈뭉치 등을 던지는 게 전부였다.

물론 아이스 고블린들보다 기동성은 훨씬 좋았다.

눈 마법을 사용하는 족속들답게 스키를 타고 다니면서 유격전을 펼치면 더 까다롭기는 했다.

다만 진지를 구축한 지금의 상황에서는 오히려 아이스 고블린보다 스노 고블린이 상대하기 편했다.

“소초장님!”

고블린들이 대놓고 아이언만 노리며 달려들기 시작하자 찰스 상병이 고함을 지르면서 도우러 달려왔다.

“신경 쓰지 말고 네 할 일에 집중해!”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검에 마력을 집중했다. 그러고는 대놓고 자신을 노리며 공격해 들어오는 고블린들을 베어 냈다.

선두에서 미친 듯이 대검을 찔러 넣는 고블린의 검격을 튕겨 내고는 그대로 목을 베어 냈다.

그러자 뒤에 있던 고블린들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옅은 마력검으로 어떻게 자신들의 아이스 마법이 걸린 검을 그토록 쉽게 쳐 낼 수 있는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뒤이어 오는 고블린들은 정예들이었고, 이번엔 확실히 아이언을 죽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서걱! 서걱! 서걱!

그러나, 불행히도 한 놈씩 베이면서 동시에 그들이 자랑하는 얼음검 역시 두 동강이 난 채 나뒹굴었다.

-네놈의 검…… 마력 압축검인가?

자신이 4단계인지를 묻는 고블린 대장을 보면서 아이언이 말없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끝까지 기만하는구나. 비열한 인간 놈!

아이스 고블린들의 대장이 그렇게 말하면서 주변에 얼음덩어리 수십 개를 만들어 냈다.

그것을 본 아이언이 자세를 잡았다.

“비열하다라……. 그러는 네놈들도 유격전, 이간책 다 쓰지 않나?”

-……인간.

“그냥 네놈들이 멍청하기에 걸려든 것이고, 몰랐기에 당하는 것뿐. 전쟁에선 당하는 놈이 바보 아닌가?”

아이언의 물음에 아이스 고블린의 대장이 수십 개의 얼음덩어리를 일제히 발사했다.

그러자 아이언 역시 자세를 잡고 그것들을 하나하나 베어 내면서 순식간에 아이스 고블린의 대장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녀석은 단순 마법사가 아닌지 얼음검을 만들어 내면서 아이언의 검에 대항했다.

카앙!

-네놈…….

손쉽게 자신의 얼음검을 베어 내는 아이언을 보면서 아이스 고블린 대장이 황급히 얼음벽을 세우고는 뒤로 물러났다.

동시에 수십 개의 얼음덩어리를 생성했다.

“어설퍼.”

-큭!

수십의 얼음을 베고는 곧장 접근한 아이언이 검을 휘둘렀다.

아이스 고블린 대장은 수천수만 번을 휘둘러 얻은 깔끔한 검 선에 미처 피하지 못하고 어깨를 내주었다.

아이언의 검에 어깨를 살짝 베인 고블린 대장이 팔을 부여잡으면서 다급하게 얼음 마법을 발동했다.

“늦었어.”

-쿨럭!

아이스 고블린 대장의 배에 검을 찔러 넣은 아이언이 푸른 피를 토해 내는 녀석에게 말했다.

“억울해하지는 마라. 가까운 시일 내에 동료들도 잔뜩 보내 줄게.”

-……인……간.

“한 가지 물어볼 게 있다.”

아이언의 말에, 증오를 담은 눈으로 바라보던 아이스 고블린 대장이 입을 꾹 다물었다.

너한테는 어떤 것도 말해 주지 않겠다는 의지로 가득했다.

그런 아이스 고블린 대장을, 아이언이 바라봤다.

다른 고블린들은 모르겠지만 이 녀석이라면 뭔가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위족의 끄트머리에 존재하는 아이스 고블린 중에서도 대장 격이라면 겨울산에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신수의 실종에 대해서 뭔가 알고 있나?”

아이언의 물음에 아이스 고블린 대장이 피식 웃었다.

하지만 대답은 해 주지 않았다.

마치 스스로 알아내라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고블린 대장을 보면서 아이언이 한숨을 쉬었다.

이놈의 몬스터들은 인간들에게 뭐 하나 말해 주는 법이 없었다.

전생에서도 나름 챙겨 줬던 몬스터들도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다물고 어느 것 하나 말해 주지 않았다.

“차원 균열…… 그것과 관련 있지?”

-글쎄…….

죽어 가는 아이스 고블린 대장이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언이 재밌다는 듯 한껏 비웃었다.

“신수의 실종에 분명 뭔가가 있다. 그리고 그건 차원 균열과도 연관되어 있어. 맞나?”

-어린 인간치곤 제법…….

자신의 추론이 그럴듯했다는 표정으로 미소를 짓는 아이스 고블린을 보면서 아이언의 표정이 굳어졌다.

-궁금하면 우리 족장님을 잡아 보거라.

그 말을 끝을 숨이 끊어진 아이스 고블린 대장을 보면서 아이언이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이 겨울산에는 그가 모르는 뭔가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건 북동부 전역에서 일어나는 일과도 연관성이 있는 듯싶었다.

‘전생에선 몰랐던 일이 벌어지고 있어.’

어쩌면 전생에 일어났던 몬스터 웨이브가 단순한 사건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이언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일단 몬스터들을 족치면서 조금씩 알아보는 수밖에 없나?”

아이언은 혼자서 중얼거린 후 다른 아이스 고블린들을 하나하나 죽여 나가기 시작했다.

다른 병사들 역시 본격적으로 근접전을 하면서 아이스 고블린들을 쏘고 베어 냈다.

자신들을 이끌던 대장이 죽은 것도 모자라서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아이스 고블린들은 하나둘 후퇴하기 시작했다.

아이언은 막대한 피해를 입으면서 후퇴하는 아이스 고블린들을 그대로 둔 채 병사들을 시켜서 그들의 사체를 검사했다.

“없네.”

“예?”

아이언의 중얼거림에 옆에 있던 병사가 잘 못 들었는지 멍청하게 되물었다.

“아니다.”

아이언은 병사에게 아니라며 손짓하고는 다른 아이스 고블린의 사체도 뒤져 보았다.

하지만 몬스터 웨이브, 즉 차원 균열에 오염된 흔적들은 나오지 않았다.

차원 균열에 의한 오염이라면 나와야 할 흔적들이 나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꺼림칙했다.

주술 그 이상의 광폭화된 모습이 아이스 고블린들에게 보였다. 그래서 혹시나 싶어서 차원 균열에 의한 오염 현상인가 싶어 사체를 조사한 것이다.

그러나 검은 마석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오염된 피부가 나타나지도 않았다.

하지만 몬스터 웨이브의 특이성이 잠시지만 비슷하게 발현됐다.

“뭘까…….”

아이언은 심각한 표정으로 아이스 고블린들의 죽은 사체들을 훑어보았다.

언뜻 보면 그냥 주술을 통해 광폭화된 현상 같지만 증폭된 얼음 마법에서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특히 아이스 고블린의 대장과 전투를 벌였을 때 미약하지만 이질적인 기운을 분명히 느꼈다.

전생의 경험이 없었다면 그냥 지나갔을 정도로 미약한 기운이었지만 분명히 느껴진 것이다.

게다가 아이스 고블린의 대장이 말한 것도 꺼림칙했다.

“단순 차원 균일이 아닐 수도 있는 건가?”

아이언이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겨울산을 바라보았다.

분명 이곳에서 자신이 모르는 뭔가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은 뭐 하나 아는 게 없으니 짜증이 일어났다.

주변에서 뭔가가 일어나고 있는데 자신만 모를 경우 그것만큼 짜증 나는 게 없었다.

“이 잡듯 뒤지다 보면 뭐라도 나오겠지.”

겨울산의 위험지역에서 첫 전투를 끝낸 아이언은 병사들에게 휴식을 준 후 그곳을 중심으로 정찰 작업에 들어갔다.

동시에 스노 고블린 영역 침투 작업을 실시했다.

실버 울프들을 자극하려면 고작 아이스 고블린 몇 마리로는 어림도 없었다.

아이스 고블린, 스노 고블린, 화이트 고블린 등 다양한 고블린 부족들을 끌어내야 했다.

그것뿐만 아니라 이 영역 주변에 있는 다른 몬스터들 역시 자극해야 했다.

“겨울산을 개판으로 만들어서라도 알아내고야 만다.”

아이언이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주먹을 불끈 쥐자 멀리서 희미한 인영이 나타났다.

그리고 마치 지금 아이언이 행하고 있는 방향이 맞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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