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9화 (85/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9)

4. 북동부 군사 아카데미로…… (1)

마력 각성자들에 대한 검사까지 마치자 제이든을 비롯한 훈련생들은 곧바로 기사를 따라서 북부 사령부로 향했다.

거대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그곳에 수많은 군인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그들을 지나서 계단을 타고 위로 계속 올라갔다.

“충성! 훈련생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들어와.”

들어오라는 말과 함께 기사가 조심히 문을 열었다.

안에는 2개의 클로버가 달려 있었다. 그리고 한쪽 명패에 ‘중령 밀워키’라고 적혀 있었다.

“이들이 새로 온 훈련병들인가?”

“그렇습니다.”

“알겠네. 일단 나가 보게.”

남자의 말에 기사가 보고서를 올리고는 군례와 함께 문을 닫고 나갔다.

그렇게 잠깐 문서를 확인해 보다가 싹 치우고는 제이든을 비롯한 훈련병들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다들 북부군에 지원했다는 건 어느 정도 위험성을 감수하겠다는 뜻이겠지?”

“예!”

다들 훈련소 생활을 제대로 했다는 것을 증명하듯 중령의 물음에 곧바로 대답했다.

“좋아. 그럼 말을 하기 쉽겠군. 여기까지 왔다는 건 다들 어느 정도 재능이 있다는 뜻이야. 그런 관계로 난 너희들에게 어느 정도 선택권을 줄 생각이고.”

중령은 종이 한 장을 테이블에 올려놨다.

“이건 군사 아카데미 입학 신청서다. 이곳을 나오면 기본적으로 장교부터 시작하게 된다.”

그렇게 말하면서 마치 그것이 대단한 것이라도 되는 양 흔들어 보이기까지 했다.

“다들 아직 감을 못 잡은 모양이니 이곳에 입학하면 어떤 보상이 따르는지 설명해 주겠다. 가장 먼저…… 군 생활이 최소 2년 정도 줄어든다.”

밀워키 중령의 말에 아이들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반면에 제이든은 평온했다.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이야기이기도 했고, 2년을 대가로 최전선에서 주야장천 복무해야 한다는 사실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이 사실을 아는 게 자신만은 아닌지 몇몇 아이들 역시 크게 관심 없어 보였다.

그러자 밀워키 중령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여기서 추가적으로 군 생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북동부 군사 아카데미에 지원하는 것이지. 그러면 추가적으로 2년을 더 줄일 수 있다.”

밀워키 중령의 말에 이번엔 아이들이 관심이 급격하게 사그라들었다.

이곳에 있는 아이들 중에 북동부의 악명에 들어 보지 않은 아이들은 없었다. 훈련을 받지 않았는데 마력 각성을 했다는 건 어느 정도 부유한 집안 태생이라는 건데, 그렇다는 건 기본적인 정보는 듣고 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추가로 북동부 군사 아카데미에서 좋은 실적을 내면 아카데미를 2년 조기 졸업을 할 수 있게 된다. 그건 2년의 군 생활을 더 단축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총 6년의 군 생활을 단축시킬 수 있는 기회.

20년 복무 생활이 14년으로 줄어들 수 있는 기회였다.

이는 군사 아카데미 생활을 빼면 10년만 하면 된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 정도 조건이라면 해 볼 만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북부 최전선 중 가장 위험다고 알려진 북동부였다. 대륙 전체에서도 가장 위험한 지역 세 손가락 안에 항상 꼽히는 지역이니만큼 이 정도 조건을 내붙여도 다들 기피하려고 했다.

“또 다른 보상이 있습니까?”

제이든의 물음에 근처에 있던 아이들이 다들 그를 이상하게 바라봤다.

설마 북동부의 악명을 못 들어 봤냐는 식으로 바라본 것이다.

반면에 밀워키 중령은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보고서에 나온 아이들 중 가장 훌륭한 녀석이 북동부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일단 북부의 기본 월급이 다른 군대의 2배라는 건 알고 있지?”

“그렇습니다.”

“북동부는 북부 일반 장교 월급의 3배다. 또한 진급 역시 가장 빠를 테지. 특히 북동부는 제국에서 유일하게 군사 아카데미에서도 진급이 가능하다.”

밀워키 중령의 말에 제이든은 별로 관심이 없었다.

일반적으로 북부군의 전역자들은 대륙 어디를 가도 대우를 받았다.

용병으로 활동해도 엘리트 취급이고, 수도로 가면 개인가문의 기사나 상인 가문의 가드로 활동해도 돈을 쓸어 모을 수 있었다.

그러니 돈에 큰 관심이 없는 게 당연했다.

“또한 기본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무기를 지급해 주지. 최소 미스릴이 10% 이상 들어간 무기로 말이야. 이건 전역해도 가져갈 수 있다.”

미스릴이 들어간 무기를 가져갈 수 있다는 말에 아이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일반적으로 미스릴이나 레어 메탈 등은 시장에 잘 풀리지도 않고, 굉장히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점 역시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 일단 북동부는 대륙에 사는 모든 이들에게 악명 높을 정도로 위험하지. 실제로 사망자 비율도 제국의 모든 군대들 중 압도적으로 높고.”

“또 있습니까?”

“그래, 앞서 말한 높은 연봉은 전역까지 사용하지 못할 거야. 대신 연 5% 이자를 쳐서 전역 날까지 보관해 주지. 또한 휴가를 쓸 수가 없다.”

그 말에 제이든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험지에 위치한 북동부에서 휴가를 나가려면 최소 한 달 이상이 필요한데, 그렇게 가 봤자 고작 며칠 정도 집에 머무는 게 전부일 테니 의미가 없었다.

“대신 전역 전에 6개월의 휴가를 몰아서 쓸 수 있지. 그럼 최대로 6년 6개월 정도는 군 생활을 안 할 수 있다는 이야기야. 또 봉급이 묶이는 대신 특수 임무비를 따로 지급한다. 그걸 모아서 무기를 사든 술을 사든, 알아서 할 수 있지.”

밀워키 중령이 말을 끝마치고 가만히 제이든을 바라보았다.

“내 입장에선 자네가 북동부에 지원해 주면 고마울 테지만 함부로 추천하긴 어려워. 그만큼 위험한 곳이니까. 단! 이것 한 가지는 알아줬으면 좋겠군.”

“무엇입니까?”

“적어도 그곳에 있는 자들은 동료를 버리진 않는다.”

제이든이 잠시 고민에 빠졌다.

북동부가 위험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전생에 몬스터 웨이브를 겪어 본 제이든 입장에선 그 정도로 위험하다고 판단되지는 않았다.

게다가 자신이라면 최대치인 6년의 복무 기간 단축을 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6년이라…….’

그 시간이면 뭐든 준비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버텨 본다.’

제이든이 그렇게 정한 후 밀워키 중령에게 말했다.

“지원하겠습니다.”

“다시 묻겠네. 정말 북동부 아카데미에 지원하겠나?”

마지막으로 번복할 기회를 준 중령에게 제이든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예, 지원하겠습니다.”

“좋네. 여기에 서명하게.”

밀워키 중령이 그렇게 말하면서 넘겨준 서류에 제이든은 곧바로 서명을 하고 뒤로 물러났다.

사실 제이든도 웬만하면 위험한 곳은 피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레온하르트 가문을 나온 이유도 미친 가문에서 살아남기 힘들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를 생각해 봤을 때 마냥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단 북동부는 위험지역인 것만 강조된 것과는 다르게 수많은 특수한 생물들이 자생하는 곳이다.

그렇다는 것은 어쩌면 또 다른 신수가 자신과 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북동부의 군대는 철저하게 감춰져 있는 만큼 천하의 레온하르트 가문조차도 감시망을 뻗을 수 없는 곳이기도 했다.

즉, 자신이 전역했을 때, 그만큼 안전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너희들에겐 왜 북동부 아카데미에 대해 묻지 않느냐고 서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그만큼 위험한 곳이라는 걸 상기해 주고 싶군.”

밀워키 중령의 말에 살짝 서운함이 서려 있던 아이들의 얼굴에 진지함이 깃들기 시작했다.

재능도 없는 자가 괜히 북동부에 가서 죽는다면 그것만큼 억울한 일이 없을 것이다.

북부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부족한 병력이 무리하게 북동부로 가서 죽는다면 그것도 골치가 아팠기에, 항상 병력 부족에 시달리는 북동부지만 아무나 받아들이지 않는다.

“너희들이 정 북동부에 가고 싶다면 북부 군사 아카데미 중 한 곳으로 가서 실적을 쌓아라. 본래 북동부 아카데미는 그렇게 해서 들어가는 것이다.”

“그럼 1223번은 무엇입니까?”

“이 녀석은 그만큼 재능이 있는 것이다. 너희도 봐서 알 텐데?”

밀워키 중령의 말에 모든 아이들이 입을 다물었다.

기사와의 대련에서 제이든의 실력을 모두가 보았기 때문이다. ‘내가 2~3년 지난 후에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위엄을, 제이든은 벌써부터 보여 주고 있었다.

“이 녀석 역시 천재는 아니다. 다만 북동부에 가서 그럭저럭 버틸 수준은 되지.”

“그럭저럭 버틸 수준요?”

순간적으로 ‘요?’자를 붙이면서 묻는 아이를, 밀워키 중령은 크게 탓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북동부 아카데미로 가는 자들은 죄다 괴물들뿐이다. 정 그곳에 가고 싶다면 너희들도 괴물이 되어라.”

그렇게 말을 끝마친 밀워키 중령이 아이들에게 맞는 아카데미를 추천해 주면서 하나하나 상담해 준 후 모두에게서 아카데미 입학 신청서에 사인을 받았다.

“북부는 군사 아카데미에 들어갔다고 끝이 아니다. 이곳에서 살아남는 것이 진짜이기에 끝까지 살아남아 북부군 장교가 되기를 바란다.”

밀워키 중령이 그 말을 끝으로 문을 열자 기사가 들어와 제이든을 비롯한 훈련생들을 다시 인솔했다.

다들 생각에 잠겨 있는 표정이었기에 기사도 다급히 걷지도 않았고, 재촉하지도 않았다. 특히 밖에서 북동부에 지원한 것을 들은 것인지 고심에 잠겨 제이든을 터치하지 않았다.

그만큼 북동부는 위험한 곳이기에 지원한 것 자체만으로 찬사받을 일이었기 때문이다.

“어! 왔다!”

“우리 조의 자랑이 왔다!”

조에서 유일하게 마력 각성자로 나온 자신을 보고 환호하는 조원들을 보면서, 제이든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1223번! 군사 아카데미로 가는 거야?”

“그럴 것 같아.”

“어디로 가기로 했어?”

“북동부.”

눈이 초롱초롱하게 변해 가지고 물어보던 아이들이 일제히 침묵했다.

이곳에 모인 이들 중 북동부의 악명에 대해서 모르는 아이들은 없는 듯, 모두들 제이든을 안쓰럽게 바라봤다.

“왜 거기로 가? 그냥 다른 데 가지.”

“거기 미친 곳이래.”

“거기 갔다 온 사람들 다 미쳐서 나온다던데?”

“반 이상이 죽는다고 했어.”

아이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지만 제이든은 괜찮다고 말하면서 은근히 다른 조원들에 대해서 물었다.

“다들 어떻게 됐어?”

“1225번이랑 1221번이 잘하면 군사 아카데미에 갈 수 있다고 했어.”

“너는?”

“나도 잘하면 병 생활하다 부사관이 될 수 있대! 나머지도 통과는 될 거라고 했어.”

그가 검사하러 간 이후 차례차례 마력 각성 실험을 했던 모양이었다.

북부는 특이하게 부사관은 전원 병 생활을 하다가 뽑는 게 관례였는데, 부사관은 병사 생활에 잘 알아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장교와 병사를 이어 주는 계급인 만큼 누구보다 병사와 친밀해야 한다는 것이다.

“1230번은 탈락할 수도 있다고 했어.”

“아! 맞다.”

한쪽 구석에서 우울하게 있는 녀석을 보면서 제이든이 1230번에게 다가갔다.

“왜 그렇게 우울하게 있어?”

“여기서 쫓겨나면 또 거지 생활 해야 하니까.”

“그럴 일 없을걸. 마력 각성을 못 하더라도 강제 각성을 하면 되잖아.”

“그것도 어려울 수 있다고 했어.”

우울해 보이는 1230번에게 제이든이 한숨을 쉬었다.

“해 보기 전까진 모르잖아. 그러니 남아 있는 거지. 정 어려우면 마력석을 이식해서 강제로 회로를 만들어 주기라도 할 거야.”

“그럴까?”

“그럼. 북부는 재능 있는 자를 절대 버리지 않아.”

재능 있는 자라면 바닥까지 긁어서 사용하는 게 북부군이었다.

애초에 조금의 재능도 없는 자라면 벌써 대연병장에서 걸러졌을 것이다.

“맞아. 네가 여기에 남아 있는 거 보면 너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뜻일걸.”

“내가 몰래 봤는데 다른 조원들은 막 나가고 그러던데?”

“응. 어떤 조는 절반 이상이 나갔다고 했어.”

“들었지?”

“응.”

제이든의 말에 우울했던 아이의 표정에 조금씩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이들답게 다시금 떠들면서 다른 곳으로 가서도 잘 생활하자고 서로 응원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제이든도 동기들을 응원하며 훈련소에서의 마지막 생활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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