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87화 (84/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87)

28. 동맹과 배신 (1)

동부 사령관이 사자가주를 두 팔 벌려 환영한 이후 사령관실의 분위기는 매우 무거워졌다.

두 마탑주는 물론이고 4황자 역시 계산이 어긋났는지 내내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으며, 북동부와 북부의 사령관들 역시 사전에 사자가주의 합류에 대해 듣지 못했기에 굳어 있었다.

여유로운 것은 사자가주뿐이었다.

그는 힐끔힐끔 아이언을 쳐다보면서 재밌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그렇게 동부 사령관은 부담감에 식은땀을 흘리고 모두가 심기 불편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사이에서, 사자가주만이 이 상황을 즐겼다.

그리고 며칠 후.

사자가주의 합류로 인해서 동부 사령부가 다시 한번 시끌벅적하게 변했다.

유령섬에 열릴 것으로 추정되는 차원 균열.

그곳에 사자가주가 참여하기로 예정되면서 동부로 제국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몰렸다.

그때쯤, 유령섬에 열릴 차원 균열의 규모가 역사상에도 몇 없을 엄청난 규모가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증거들이 나왔는데, 대체 이런 것을 어디서 구했을지 모를 증거들이 신문사를 통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또 하나의 소문이 퍼졌다.

북동부에서는 다크 엘프와 마녀가 차원 균열을 일으킨 주범이었던 것처럼, 동부 역시 그런 세력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세력으로 추정되는 존재는 무려 인어족.

오래전 제국에 의해 멸족당했다 알려진 인어족이 차원 균열을 일으키는 배후 세력으로 알려진 것이다.

그렇다 보니 제국의 관심이 동부 사령부로 향했고, 결국 수많은 신문사에서 에이스 기자들을 보내왔다.

그리고 오늘!

리처드 버튼의 주도하에 기자회견장에 많은 기자들이 모였다.

“인어족이 차원 균열을 일으키는 주범이라는 게 확실한 겁니까?”

“거의 7할 이상은 확실합니다.”

기자의 물음에 리처드 버튼이 진중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럼 살아남은 인어족이 얼마나 될까요?”

“그건 알 수 없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북동부에서 온 전문가 역시 동부의 차원 균열이 상당히 위험한 수준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아…… 혹시 그 전문가가 아이언 카터 중령입니까?”

리처드 버튼의 대답에 기자가 눈을 빛냈다.

북동부의 영웅이 하는 말이라면 굉장히 신뢰할 수 있다.

수도에서도 매번 거론되지만, 북동부에서 내보내질 않는 데다 고스트라는 신분 때문에 취재하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그런지 기자들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변했다.

동부에서도 한바탕 크게 한 것을 알기에 모두들 기대감을 갖고 리처드 버튼을 바라보았다.

“맞습니다. 현재 동부 유령섬의 차원 균열은 알려진 바와 같이 신수와 연관되어 있는데, 이 분야에 있어선 아이언 카터 중령이 제국 최고라고 보고 있습니다.”

“호…… 그렇군요.”

기자들은 감탄사를 내뱉으면서 추가적으로 아이언에 대해 물으려 했다.

하지만 리처드가 그걸 눈치채고 곧바로 말을 이어 나갔다.

“현재 동부 사령부는 다양한 곳에서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예정이며 차원 균열이 봉합되는 즉시 보상할 예정입니다.”

딴 길로 새지 못하도록 기자들에게 큼지막한 기삿거리를 제공하자 기자들이 눈을 빛내면서 동부 사령관이 내민 미끼를 덥석 물었다.

“호…… 어떤 보상이 있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일단 인어족이 확실하다면 그들이 갖고 있을 바다의 보주도 그중 하나가 될 겁니다.”

리처드 버튼의 말에 기자의 눈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바다의 보주라면…….”

“마나 코어 이상의 마력 집합체이죠. 거기다 바다 속성까지 담겨 있는, 대륙에도 몇 없는 보물입니다.”

“아! 그거라면 다들 눈에 불을 켜고 참여할 만하군요.”

맨 앞에 있는 기자가 들어 봤는지 알은체를 했다.

그런 기자에게 리처드 버튼이 미소를 지으면서 추가적으로 말했다.

“마도 공방과 마탑에 가장 필요한 보주지만, 다른 세력도 그리 나쁠 게 없습니다.”

“이유가 무엇입니까?”

“바로 유령섬을 임대해 줄 것이기 때문이죠. 거기를 중간 기지로 활용하든지 공장을 짓든지,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동부에서 약간의 임대료만 받고 오랜 기간 임대해 줄 것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대박이군요!”

리처드 버튼의 말에 기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거기에 방점을 찍겠다는 듯, 리처드 버튼이 다시 입을 열었다.

“게다가 차원 균열 연구소를 지어 줄 것이고, 상인회와 협의해서 많은 혜택을 줄 예정입니다. 또한! 동부 사령관 직권으로 향후 함대 지원을 요청할 시 조건 없이 들어줄 예정입니다.”

라치드 버튼의 엄청난 조건에 기자들이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상인회와 협의 중이라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일단 동부가 도움을 받은 만큼 동부에 있는 모든 상단들의 물품을 30%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게끔 할 것입니다. 또한 마도 공방과 장인 연합과도 협의해서 무기 가격을 최대한 낮출 생각입니다.”

“그렇다는 건, 현재 제국에 나타난 이세계인들도 겨냥한 발언입니까?”

“물론입니다.”

리처드 버튼이 기획한 이번 기자회견의 목적.

그건 단순히 두 마탑과 두 사령부, 사자가문의 개싸움을 홍보하려는 게 아니었다.

바다의 보주? 유령섬 임대?

그런 건 어차피 세력이 동부 사령부에 방문했을 때 어느 정도 생각하고 오는 것이다.

하지만 상인회와 다른 길드들의 할인은 말이 달랐다.

가장 큰 것은 바로 이세계인들의 관심을 동부로 끌어오는 것.

두 번째는 용병이었다.

제국에서 가장 큰 무역 항구인 이곳에 마도 공방과 장인 연합, 연금술사 연합, 기계 공방 등 수많은 연합체들을 끌어들인다면 용병들까지 품을 수 있었다.

게다가 최근 공허충의 껍질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엄청난 돈을 만질 수 있는 일이었다.

모두에게 좋은 상황.

이런 리처드 버튼의 의도는 제대로 먹혀들어 갔다.

[마도 공방 큰 결심을 하다

동부 마리카 마도 공방 연합에서 큰 결단을 내렸다.

차원 균열이 끝날 때까지 모든 물품을 30% 할인된 가격으로 판다는 것.

단, 조건이 있다!

1. 차원 균열 방어전에 합류할 것.

2. 공허충 및 오염된 몬스터들의 사체를 공방에 팔아 줄 것.

이 두 가지만 지켜 준다면 여러분은 평소라면 만져 보지 못할 무기와 방어구를 얻을 수 있다.

돈도 벌고 좋은 무기도 얻는 일석이조!

이 기회를 놓칠 호구는 없겠지?]

마도 공방에서 돈을 받고 썼다고 오해해도 좋을 기사.

하지만 이런 기사는 이것 1개만이 아니었다.

[기계 공방에서 차원 균열 방어전에 참여하는 분들을 무려 40% 할인된 가격으로 모십니다!]

[동부 마탑의 통 큰 결단! 마도구 대폭 할인!]

[상인회! 지금 이 순간부터 30% 할인에 들어간다. 모두 동부로 오세요!]

이게 지금 기사인지 홍보 문구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자극적인 문구들.

이에 제국은 미칠 수밖에 없었다.

중앙의 파이는 이미 넘칠 정도로 많은 이세계인과 고위 기사, 마법사로 인해서 죄다 빼앗긴 상황이다.

그런데 동부에 엄청난 규모의 차원 균열이 예정된 상황.

거기다가 용병과 이세계인을 자극하는 대규모 할인까지?

솔직히 여기에 낚이지 않으면 용병 생활을 접어야 했다.

[동부로 가즈아!]

[아직도 동부로 안 간 호구 없겠죠?]

[개미들의 힘을 보여 줍시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마지막 기차를 놓치는 것. 함께 막차 탑시다!]

용병들은 물론이고 이세계인조차 팀을 만들기 위해 곳곳에서 이런 문구로 연합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 중앙은 물론이고 제국 각지에 있는 용병과 이세계인이 동부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 엄청난 일이 발생했다.

“속보요! 속보! 사자가문이 동부 마탑과 손잡았소!”

누구도 예상치 못한 전개.

북부 아니면 북동부 사령부와 손잡을 거라는 생각과 달리 사자가문이 동부 마탑과 손잡았다.

다들 처음엔 거짓이라 생각했다.

이런 이들의 생각에 코웃음 치듯 라이너와 동부 마탑주가 손잡았다.

“서로 좋은 거래가 되었으면 좋겠소.”

“물론입니다.”

공식적으로 콘셀 마탑주와 라이너와 손잡는 모습을 기자들에게 대놓고 보여 주었다.

사실상 사자가문이 북부를 배신한 셈이었다.

하지만 원래 독불장군식으로 막 나가던 사자가문이 그딴 걸 신경 쓸 리 없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북부와 북동부는 다급했다.

서로 간 보면서 누가 사자가문에 접근할 건지 재고 있던 터라 마음이 급해진 것이다.

그리고 남부와 중앙도 다급해졌다.

설마하니 사자가문이 누군가와 손잡을 거라곤 생각을 못 한 것이다.

결국 가장 먼저 움직인 건 북부였다.

자신들을 배신(?)한 사자가문에 이를 갈면서 북부는 서부를 끌고 왔다.

서부의 비공선 함대와 북부의 기갑부대, 포병 전력으로 힘을 합해 유령섬을 쓸어버리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자 밀릴 위기에 처한 북동부는 그렇게 싫어하던 중앙 마탑과 손잡았다.

중앙 마탑 입장에선 현실적으로 황실과 손잡는 것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렇게 되면 대부분의 이권을 황실에 넘겨줘야 되었기에 이득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북동부가 먼저 연락해 주니 옳다구나 하고 바로 손잡은 것이다.

설마 북동부가 중앙과 손잡을 줄 몰랐던 남부 마탑은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시에라 마탑주가 향한 곳은 신검세가였다.

“우리와 손잡아요. 그럼 50%를 떼어 주겠어요.”

“필요 없습니다.”

“우리가 판 다 짜고 가장 많이 지원하는 판국인데 절반을 주겠다는 거예요!”

“우린 그딴 이득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무슨 성자처럼 검에만 관심을 보이는 검성 테리언 시구르드를 보면서 시에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 멍청한 소리 할 건가요? 지금 사자가문이 동부에 온 거 몰라요?”

“그게 무슨 상관이오?”

“역사에 기록될 정도의 차원 균열이 예정되어 있어요. 그럼 거기서 뭐가 나올까요?”

시에라의 물음에 테리언 시구르드가 움찔거렸다.

그러자 입질이 왔다는 걸 느낀 시에라가 다급히 입을 열었다.

“강한 존재, 그게 아니더라도 배후 세력 중에 마녀만큼 강한 존재가 있을 수도 있겠죠.”

“흠…….”

북동부에 갔을 때, 시구르드는 고작 마나 코어만 처리하고 돌아와야 했다.

다행히 사자가주 역시 같은 꼴이라 별말은 하지 않았지만 못내 아쉬웠다.

역사에 기록될 정도의 강력한 마녀라면 꼭 싸워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을 만나지 못한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음?”

“바다의 보주. 그 강대한 마력의 깊이…… 궁금하지 않나요?”

마나 코어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정순하고 강대한 코어.

그걸 들어 본 적 있는 테리언 시구르드의 눈에 호기심이 깃들기 시작했다.

“같이 확인해요.”

시에라의 말에 한참을 고민하던 테리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함께합시다.”

테리언의 대답에 활짝 웃은 시에라는 계약서를 작성하고 곧바로 동부로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 후 신검세가와 남부 마탑이 손잡았다는 소식과 함께 동부는 제국에서 가장 뜨거운 곳으로 변했다.

엄청난 세력의 동맹과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

덕분에 중앙은 자잘한 차원 균열이 수없이 열리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서서히 이슈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가장 크게 웃고 있는 건 두 사람이었다.

“좋은 거래였네.”

“저 역시…… 앞으로도 자주자주 이런 기회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리처드 버튼과 아이언 카터가 서로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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