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80화 (77/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80)

25. 동부로! (2)

아이언의 소개에 리처드 버튼이 미소를 지었다.

“오! 11번 검이라……. 이제는 제대로 소개하는 건가?”

“무슨 말씀이신지…….”

아이언이 순간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리처드 버튼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가 웃기 시작했다.

“그 양반, 아직 그 성격 못 고쳤군.”

리처드 버튼이 그렇게 말하면서 아이언을 향해 말했다.

“크림슨 사령관님이 자네가 소개할 때 매번 소속을 빼먹고 말한다고 걱정이 많았네.”

“……예?”

아이언이 벙찐 표정으로 동부 사령관을 바라보았다.

그런 아이언의 표정을 보면서 그는 미소를 지었다.

“매번 소속을 빼먹고 말하거나 ‘11번 검’이란 단어를 말하지 않고 소개하는 걸 볼 때마다 고스트에 미련이 없거나 언제든 미련 없이 북동부를 떠날 건가 하는 의심을 했다네.”

“아…….”

“최근엔 중앙에서 자네를 노골적으로 노리지 않았나? 그래서 그런지 불안 증세가 도졌다네.”

리처드 버튼이 그렇게 말하면서 나아 가던 불안 증세가 다시 도졌다면서 크림슨을 걱정했다.

어쩐지 최근 들어서 중앙 군부를 욕하는 일이 많아졌다 생각했다.

게다가 칼 구스타프 역시 아이언을 붙잡기 위해 평소라면 하지 않을 말들을 나열하는 것도 이상했었다.

나중엔 고스트들까지 동원해서 북동부에 남으면 좋은 점을 매일같이 아이언에게 주입했었다.

“덕분에 자네를 요청하면서 욕도 많이 먹었지.”

“……죄송합니다.”

“자네가 죄송할 일은 아니지.”

리처드 버튼이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다른 이들도 소개하도록 하지.”

“동부 사령부 소속 다니엘 세바요르 대위입니다.”

“알란 리쇼어입니다. 남부 마탑 소속입니다.”

“중앙 마탑 소속 피터 마르비오입니다.”

전부 스무 살 언저리에 위치한 얼굴로, 상당히 젊었다.

“자네만큼은 아니지만 이 친구들도 상당히 유명한 친구들일세. 전부 4단계 이상이니 도움도 될 것이고.”

열아홉 살에서 스무 살 언저리에 있는 신성들.

전원 4단계 이상의 에이스들이라 불리는 존재들이 아이언을 향해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런 그들의 기세를 의도적으로 막지 않은 사령관이 재밌다는 듯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즐겼다.

그러다 사령관이 살짝 한숨을 쉬면서 부관을 돌아봤다.

“그자는 아직 안 왔나?”

“……그렇습니다.”

부관의 대답에 리처드 버튼이 한숨을 쉬었다.

“사실 북동부에 욕먹을 걸 알면서도 자네를 요청한 건…… 동부에 나타난 신수 계약자 때문일세.”

“이세계인이라고 들었습니다.”

아이언의 말에 다른 청년들 역시 궁금한 표정으로 사령관을 바라보았다.

그들 역시 이세계인 출신의 신수 계약자를 보지는 못했는지 눈에 궁금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후…….”

동부 사령관이 골치 아프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세계인에게 문제가 있습니까?”

아이언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묻자 리처드 버튼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좀 거만하네.”

“거만하단 말입니까?”

거만이라는 단어는 제국 군부의 핵심인 동부 사령관의 입에서 나올 단어가 아니었다.

적어도 사령관 앞에서는 설설 기어야 정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이세계인 출신의 신수 계약자가 그 앞에서 무례하게 행동했음을 보여 주고 있었다.

“사령관님, 긴줭퉤 이세계인이 사령부에 진입했다고 합니다.”

부관의 보고에 아이언은 미간을 찌푸렸다.

발음이 구리기는 했지만 못 알아들을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김정태? 설마…… 그 사이코 새끼?’

전생에서 베타테스터들이 정체를 드러내기 전에도 자신이 이세계인임을 드러낸 또라이들이 몇 명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김정태였다.

그의 이명 중 하나는 바로 ‘물에 미친 놈’.

물과 관련된 능력이라면 일단 습득하고 보려는 미친놈이었다.

그것이 똥물에 들어가는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는 또라이.

세계 각국에서 모이는 베타테스터 중에 미친놈으로 톱 5에 들어가는 놈이었다.

능력이 없다면 모르겠으나 머리는 또 비상해서 그를 추종하는 자들까지 만든 놈이었다.

‘설마 아니겠지…….’

자신이 잘못 들었을 거라 애써 생각하며 아이언은 설마 하는 표정으로 가만히 기다렸다.

그러자 얼마 후 사령관실의 문을 열고 한 명의 남자가 등장했다.

“맞네.”

아이언이 작게 중얼거렸다.

현실 세계의 얼굴은 처음 보는 것이지만 아이언은 단번에 확신할 수 있었다.

일부러 드러낸 신수의 모습.

게다가 마법까지 익힌 것인지 일부러 물방울들을 몸에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다.

‘신수에 정령까지? 대체 어떻게?’

저 미친놈은 신수로 보이는 물고기 한 마리와 작은 물의 정령을 동시에 갖고 있었다.

아이언은 신수 계약자 중에 정령까지 다루는 자가 있다는 건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물의 마법까지 다루는 녀석의 모습은 굉장히 신기했다.

문제는 사령관실에서 저걸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기 말로는 친화력 향상을 위해 항상 함께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대체 저게 뭐 하는 짓거리인가 싶었다.

때와 장소 정도는 가릴 줄 알아야 하는데 전생에서도 그랬지만 저놈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오랜만입니다, 사령관님.”

“저…… 저!”

오만하게 악수를 청하는 김정태를 보면서 부관이 뒷목을 잡았다.

분노한 표정으로 이세계인을 향해 한마디 하려 했지만 사령관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손짓으로 물러나라 명령했다.

이딴 무례 정도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었다.

지금 김정태라는 인물의 가치는 차원 균열이 나타난 이상 굉장히 높았기에 사령관의 권위 따위는 잠시 내려놔야만 했다.

“다시 만나 반갑네, 긴줭퉤 군.”

“김정태입니다.”

김정태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그렇게 말하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보다, 북동부에서 신수 계약자가 왔다고 들었습니다.”

“아이언 카터 중령입니다.”

“반갑수.”

곤란해하는 사령관을 대신해서 아이언이 먼저 나섰다.

초면부터 무례하게 구는 김정태를 보면서 아이언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눈을 바라보면서 가만히 살펴보는 것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본 얼굴인데…….”

김정태가 그렇게 말하면서 아이언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하필 이 자식이라니…….’

전생에 자신의 얼굴을 본 녀석이니, 지금 자신의 신분이 레온하르트 장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와는 다르게 머리색도, 눈 색깔도 약간씩 변했다.

검은 숲에서 봉인당한 이후 눈 색깔이 검붉은 색으로 변하면서 머리카락 역시 그렇게 변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전생에선 강해지기 위해서 마법 타투부터 온갖 실험을 해서 얼굴의 형태 역시 변했을 당시에 만난 것이니 쉽사리 알아보기는 힘들었다.

“흠…… 아닌가?”

자신의 예상대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김정태를 향해 물었다.

“정령과 신수 둘 다 부리시는군요?”

“크~ 역시 신수 계약자답게 그것부터 물어보시는군. 내가 이놈들을 둘 다 계약하려고 고생 좀 했수.”

김정태가 그렇게 말하면서 아이언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다 피식 웃었다.

“그쪽은 이해가 안 갈 거요. 이게 가능한 건 고유 능력 덕분이니까.”

김정태가 그렇게 말하면서 물을 뭉쳤다.

‘마법이 아니었군.’

자연스레 물이 뭉치는 것을 본 아이언은 진중한 표정으로 김정태의 손에 모인 물방울을 살폈다.

다들 김정태의 설명을 들으면서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마력도, 정령력도, 신수력도 아닌, 순수하게 물 자체가 김정태에게 모여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게 가능하다는 건 어디서도 들어 보지 못했다.

‘이 정도 능력이 있으니 사령관이 무례를 참아 내면서까지 탐낼 만하지.’

김정태의 고유 능력을 직접 겪어 본 아이언이 이제야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중앙에 있는 다른 이들도 이 정도 고유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면 결코 무시할 수 없겠다 싶었다.

지금이야 이 정도지만, 추후 성장한다면 엄청난 존재가 될 가능성이 다분한 것이다.

“그런데 그쪽은 신수를 내놓고 다니지 않나 보네?”

“봉인당한 상태입니다.”

“봉인? 아! 그 검은 숲에서 오염된 마나를 정화한다고?”

김정태의 물음에 아이언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소문을 들었는지 충분히 납득한 얼굴이었다.

전생에 김정태 역시 오염된 마나라면 지긋지긋하게 겪어 봐서 그걸 정화하려면 얼마나 많은 힘이 소모되는지 뻔히 아는 입장이니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아쉽네. 엄청난 신수와 계약했다고 들었는데……. 계약자라도 언제쯤 깨어날진 모르겠수?”

“예, 아쉽게도…….”

아이언의 대답에 김정태가 진심으로 아쉽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래도 뭐…… 연결만 되어 있으면 언제든 깨어나긴 한다는 거니까…….”

김정태가 날치 같은 물고기를 쓰다듬으면서 말하자 아이언은 미소를 지었다.

또라이 같은 면이 있기는 하지만 자신의 신수에 대한 애정만큼은 진심인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아이언이 김정태와 얘기를 나누는 것을 지켜보던 사령관이 손뼉을 짝짝 쳤다.

“일단 안면은 텄으니 다들 쉬도록 하지. 본격적인 팀 구성과 작전 설명은 내일부터 하겠네.”

사령관의 말에 가장 멀리서 온 아이언부터 부관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곧이어 김정태 역시 볼일 다 봤다는 듯, 사령관실을 나섰다.

“자네들은 안 나가는가?”

“할 말이 있어 남았습니다.”

남부 마탑 소속의 알란 리쇼어가 불만 어린 표정으로 동부 사령관을 바라보았다.

“흠…… 다른 이들도?”

“그렇습니다.”

“예.”

사령관의 질문에 다른 이들 역시 그렇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말해 보게.”

가장 불만이 많은 것 같은 알란 리쇼어에게 발언권을 주자 그가 곧바로 입을 열었다.

“아이언 카터 중령이 현재 신수도 불러낼 수 없는 상황이라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닙니까?”

“문제?”

동부 사령관이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신수가 봉인되었는데 앞으로의 작전에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이런 자를 굳이 저희 팀에 끼울 필요가 있습니까?”

알란의 말에 동부 사령관이 그제야 이해했다는 표정으로 알란을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엔 아이언이 쓸모없이 자신들의 공적만 가져가는 존재라는 생각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다른 이들 역시 비슷한 표정이자 그들을 설득할 생각으로 사령관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음…… 그래도 신수 계약자인 만큼 그의 도움이 꼭 필요할 걸세. 게다가 이미 차원 균열을 닫아 본 경험이 두 번이나 있으니 그의 경험은 이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네.”

동부 사령관의 대답에 중앙 마탑 소속의 피터 마르비오 역시 입을 열었다.

“북동부에서 세운 공훈은 분명 대단한 일입니다. 하지만 신수가 봉인된 지금 현장에서 그 경험이 도움이 되겠습니까?”

“흠…….”

피터의 말에 사령관이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돌려 다니엘 세바요르를 바라보았다.

“자네 생각은 어떤가?”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아이언 중령의 경험은 대단하지만 현장에서 뛰기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차라리 사령부에 남겨 그의 경험과 정보를 토대로 작전을 세우는 것에 집중시키는 게 어떨지요?”

피터 마르비오의 말에 동부 사령관이 다니엘 세바요르에게 물었지만 그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신수가 봉인된 상황에서 아이언이 유령섬에서 유의미한 작전 성과를 내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게다가 지금 사령관실에 남아 있는 세 사람은 각 지역에서 에이스라 불리는 이들이다.

두 사람은 남부와 중앙의 마탑의 마법사들이자 정령과 계약한 자들이며, 다니엘 세바요르 역시 물 계열 정령사로, 장교 출신으로 어렵다는 항해사 자격증까지 취득한 에이스였다.

분명 이들은 실력적인 측면으로는 아이언에게 크게 밀리지 않는다 생각할 것이다.

정령사도 신수를 감지하는 것 정도는 가능하니 신수가 봉인된 상태라면 아이언은 쓸모없다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거기다 건방지긴 해도 김정태 역시 신수 계약자이니 굳이 신수 계약자를 두 명이나 데리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 틀림없었다.

괜히 쓸모없는 자를 팀으로 끼워 공훈만 나눠 주는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가?”

“그렇습니다.”

“예!”

“네!”

세 명이 동시에 대답하자 사령관이 골치 아프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직 젊은이들이라 앞선 자에 대한 질투, 투쟁심 같은 것이 강할 수 있다 생각했지만 자신의 생각 이상이었다.

이럴 줄 알고 좀 더 경험 많은 정령사들을 요청했으나 그런 이들은 지금 각 지역의 중요한 임무에 투입된 상태였다.

가뜩이나 얼마 없는 정령사들인데 경험 많은 이들이라면 더더욱 내줄 수가 없었다.

그나마 이 젊은 신성들이라도 보낸 것은 공훈을 세워 각 지역에서 명성을 높이기 위한 것과,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함이 컸다.

“일단 나가 보게.”

사령관은 알았다며 신성들을 보낸 후 골치 아프다는 표정을 지었다.

신수가 봉인된 상황이어도 경험 많은 아이언이 큰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불렀지만, 만약 억지로 끌고 가 팀 자체가 분열된다면 그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었다.

“골치 아프군.”

동부 사령관은 아직 어린 신성들을 어찌 다독여야 할지 막막했다.

신수가 봉인되었다 한들 고스트다.

고스트라는 신분상 무력의 수준, 특징 같은 중요한 정보는 당연히 기밀이고 사소한 취미 생활 하나까지도 기밀로 처리되지만, 동부 사령관 정도 되면 대충은 알 수 있었다.

특히 아이언을 요청하면서 크림슨이 넘긴 정보를 본 동부 사령관 입장에선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잘못 걸리면 뒈질 텐데…….”

다니엘 세바요르, 알란 리쇼어, 피터 마르비오 역시 4단계라 하지만 초입 수준.

하지만 아이언의 무력 수준은 드러난 것만 4단계 후반이다.

크림슨에게 받은 정보로는 이미 5단계 입문 수준에 도달했고, 약간이지만 신수 능력까지 본인이 사용할 수 있는 것 같았다.

그 외에는 동부 사령관인 그조차 받을 수 없는 정보로 기밀 처리되었다.

즉, 그가 받은 정보만으로도 세 명의 신성을 발라 버릴 수준이라는 것.

그렇다 보니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다니엘이야 몇 대 맞는다 해도 자신의 선에서 처리가 가능하지만 피터 마르비오와 알란 리쇼어는 달랐다.

괜히 시비 걸었다가 죽기 직전까지 처맞을 수도 있는 상황.

게다가 만약 선이라도 넘었다간?

그대로 저승길 티켓 예약이었다.

거기다 오만하기로 유명한 김정태까지 포함된 팀.

한마디로 그가 구성한 이 팀은 현재 박살 나기 직전의 상황이었다.

“부디 아이언 중령이 차분한 사람이었으면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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