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79화 (76/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79)

25. 동부로! (1)

아이언이 유령섬 조사를 위해 동부의 요청서를 받아들인 후, 칼 구스타프는 즉시 사령관실로 보고하러 출발했다.

매도 일찍 맞는 게 낫다고, 일단 빠르게 보고하면 조금이라도 덜 털릴 거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칼 구스타프의 판단은 오판이었다.

“대장…… 괜찮습니까?”

아이언이 미안한 표정으로 칼 구스타프에게 물었지만 대답은 없었다.

그저 초췌한 표정으로 애써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괜히 저 때문에……. 죄송합니다.”

“괜찮다.”

칼 구스타프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면서 괜찮다고 말하며 품속에서 서류를 꺼냈다.

“자네를 임시로 동부에 배속시킨다는 명령서일세.”

“아…… 그럼 고스트 신분은 없어지는 겁니까?”

“아닐세. 임, 시, 로 동부에 배속시키는 것이니 원소속인 고스트 신분은 유지해야지.”

칼 구스타프는 이 부분을 확실하게 설명해야 한다면서, 동부에 가서도 자신이 고스트임을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알겠습니다.”

아이언이 애써 웃으면서 말하자 구스타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이어서 설명하자면 자넨 동부 사령부 직속 조사단에 소속될 걸세.”

“직속 조사단 구성은 어떻게 됩니까?”

“동부 최강의 기사단인 파도 기사단과 최강의 함대 소속 푸른 고래와 함께 움직일 걸세.”

구스타프가 그렇게 말하면서 대략적인 구성을 알려 주었다.

“앞서 말했던 이세계인 출신인 신수 계약자 한 명과 정령사들이 세 명 정도? 그중에 동부 출신의 신성이 포함되는 정도 되겠군.”

“동부의 신성 말입니까?”

“그러네. 아마 자네랑 비교하려는 사람들이 많을 걸세.”

아이언이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랑 말입니까?”

“우리 북동부가 자네를 과대 포장했다고 생각하거든.”

“아…….”

“자네만 깎아내리면 자연스레 다른 북부 신성들까지 끌어내릴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니겠나?”

칼 구스타프의 설명에 아이언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군부의 정치적인 행보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전생에서도 차원 균열로 북부가 초토화되는 와중에 끝까지 정치 세력을 안고 가는 쓰레기들을 많이 봐 왔다.

“골치 아플 것 같습니다.”

“후…… 그러게 내가 가지 말라고 그랬잖은가.”

칼 구스타프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하지만 겨우 이런 거에 포기하기엔 보상이 너무 컸다.

아직 피닉스의 힘을 제대로 다루지는 못하고 있지만 단순히 계약한 것만으로도 엄청난 성장을 이뤄 냈던 것을 생각해 보면, 그곳에서 계약한 새로운 신수 역시 기대되었다.

게다가 다음 신수 역시 상당히 희귀한 종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도 그럴 것이 뱁새와 계약할 당시 분명히 보았기 때문이다.

-남은 계약 가능한 숫자 : 희귀(1)-전설(2)-신화(1)

뱁새와 계약할 때 남은 계약 가능한 숫자였다.

희귀종을 두 개의 달로 가정하면 피닉스가 환상종인 전설급이니 남은 녀석들도 최소 전설급 이상일 것이다.

환상종이거나 그에 준하는 무언가.

그러니 아이언 입장에서는 포기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신수가 연관된 차원 균열은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가는 게 맞았다.

이젠 북동부와 북부만 잘나간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여기서 죽으면 끝이야.’

육체가 융합된 이상 여기서 죽으면 끝이기에 이곳을 진짜 세상으로 생각하고 움직여야 했다.

아이언은 굳은 표정으로, 추가적으로 말해 주는 칼 구스타프의 설명을 들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들뿐이지만 처음 듣는 것처럼 열심히 경청하는 척했다.

동부의 특징 하면 크게 세 가지였다.

1. 제국에서 무역로가 가장 활발한 곳.

2. 제국 최강의 함대를 보유한 곳.

3. 제국 최대 규모의 마도 공방이 있는 곳.

이 세 가지가 중심이 되는 곳이었는데, 특히 마도 공방의 경우 마탑이 있는 남부와 대립하는 곳이기도 했다.

“후…… 이보다 자세한 건 동부에서 듣게나.”

칼 구스타프가 짧게나마 동부의 특성을 설명해 주고는 지친 표정을 지었다.

가뜩이나 사령관한테 털려서 멘탈이 간당간당한 상태였기에 아이언은 구스타프를 얼른 보내고 동부로 떠날 준비를 했다.

간단하게 짐을 챙기고, 동부로 가기에 나오는 활동비 등을 챙겼다.

“동부라…….”

전생에서 그렇게 탐났던 곳이기는 했다.

무역, 함대, 상인회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아이언이 탐내는 건 단 하나뿐이었다.

‘마도 공방’.

전생엔 마도 공방을 북부에 안착시켜서 북부를 독립시키고자 했던 꿈이 있었다.

결국 실패했지만, 지금도 탐날 만큼 매력적인 곳임은 분명했기에 이참에 가서 한번 보고 오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마도 공방이라……. 현대인들이 온 시점이라면 활발해질 시기인가?”

현대의 공학과 마도 공학이 결합하면서 발생할 시너지를 생각하면 어떻게든 북부로 끌어와야 했다.

동부만의 특징인 제국 최고의 상인들이 모여 있는 집단인 상인회의 자금력.

막대한 교역으로 인한 재료 수급의 용이성.

오래전부터 구축된 공방 라인.

이것들을 전부 이겨 내고 북부에 마도 공방을 안착시킬 수 있는 힘.

예전이라면 몬스터밖에 없었을 것이다.

막대한 양의 몬스터 사체와 마석.

하지만 이 두 가지만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그런데 북동부에 그 이상 가는 메리트가 생겼다.

‘차원 균열’-‘마나 코어’

학자들의 탐구욕을 자극하는 차원 균열을 미끼로 이미 마탑 지부들이 세워지고 있었고, 몇몇 고위 마법사들을 꾀어내 북부만의 마탑이 세워질 가능성도 높았다.

그런 상황에서 몬스터들이 빠져나가고 마나 코어를 확보한 지금, 마도 공방이 군침을 흘리면서 이곳에 지부를 세우기 위해 접촉해 오고 있었다.

차원 균열도, 마나 코어도 전부 공짜가 아니다.

이것을 연구하고 사용하는 데 매년 막대한 돈을 지불해야 한다.

그 모든 돈이 북동부 사령부로 들어올 예정이고, 북부 역시 일정량 이상의 혜택을 보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게다가 지금의 북동부라면 마도 공방과 마탑을 중심으로 수많은 공방에 세워질 가능성이 높았다.

여전히 몬스터들은 많고, 공허충이나 다른 희귀종들을 이용하려는 자들이 북동부에 들어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북부와 자금력이 넘쳐 나는 동부가 연결된다면?

‘곧바로 중부를 나락으로 처박을 수 있겠지.’

동부와 북부가 연결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시너지가 날 거다.

그것도 아이언이 초기에 계획했던 동부와 북부, 서부를 연결해서 얻는 이득 이상의 시너지가 날 터였다.

왜냐?

그때는 차원 균열을 이 정도로 극복하는 것도, 마나 코어가 2개나 북동부에 남아 있는 것도 가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금의 북부는 동부와 연결되지 않아도 초창기 아이언이 계획한 것 이상의 발전을 이뤄 낼 것이다.

한데 이런 상황에 동부와 연결되고 레온하르트의 지원으로 서부까지 연결되는 무역로마저 새로이 만들어진다면 중앙은 더 이상 북부를 넘보지 못할 것이다.

지금도 자신들의 앞마당을 지키느라 여념이 없기에 도저히 신경 쓸 여력이 없긴 하지만.

“틈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현 동부의 체제에 불만이 있는 자들.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고자 하는 이들.

‘그런 이들이 자신에게 접근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과 함께 아이언은 동부에서 해야 할 일들을 간략하게 정리했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친 아이언에게 마침내 동부로 떠나는 날이 다가왔다.

“얼른 돌아와라.”

“그래, 타지에서 오래 생활해 봤자 좋을 거 하나 없어.”

빌리 브란트와 린텔이 아이언을 배웅하며 얼른 돌아오라고 재촉했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아이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래, 괜히 무시당하지 말고 강하게 밀고 나가. 알았지? 우리 고스트는 어디 가서 무시당하는 그런 곳이 아니야.”

“예.”

린텔의 마지막 당부에 아이언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고는 워프 게이트로 올라섰다.

중앙의 막대한 지원 속에서 이제는 그럴듯하게 생긴 거대한 워프 게이트에 올라서자 동부로 향하는 상인들과 장교 몇 명과 함께 환한 빛무리에 휩싸였다.

“아이언 카터 중령님?”

빛무리가 사라지자 동부의 독특한 건축양식이 눈에 들어오면서 아이언의 귀에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시선을 돌리자 함께 온 사람들 중 가장 어린 모습을 한 아이언을 발견한 한 남자가 ‘혹시 아닌가?’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신지…….”

“맞으시군요. 전 임시로 동부의 안내역을 맡을 마테오 대위입니다.”

아이언은 자신과 나이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마테오를 바라보았다.

끽해야 자신보다 두세 살 정도 많아 보이는 마테오가 벌써 대위를 달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언은 범상치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북동부라는 특이한 환경에서 운 좋게 공훈을 쌓아 중령을 달았지만, 일반적으로 자잘한 공훈을 쌓아 차근차근 진급하는 과정 중 가장 빠른 코스가 지금 보이는 마테오 대위가 밟는 과정이었다.

“동부 사령부까지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이언은 옆으로 다가와서 안내하는 마테오에게 감사하다고 말한 뒤 그를 따라 걸어갔다.

바다 근처에 지어진 사령부답게 도착하자마자 바다 내음이 코로 몰려들었다.

“바다는 처음이십니까?”

“……예.”

본래 세계에서야 본 적 있다지만 전생에서도, 현생에서도 바다는 본 적이 없었다.

특히 이번 생에선 북동부에만 갇혀서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바다는커녕 북동부 자체를 벗어나 본 적이 없었다.

“예쁘군요.”

아이언은 언덕에 지어진 워프 게이트와 사령부로 연결된 다리를 지나면서 바다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선박들이 정박되어 있었고, 하늘에는 기러기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이렇게 평화로울 땐 정말 아름답지요.”

마테오도 지금의 풍경은 인정한다는 듯 말했다.

평생 바다를 봐 왔던 마테오조차 가끔 바라보는 바다의 풍경은 반할 만큼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부 사령부는 이렇게 감상에 젖을 만큼 여유가 있는 곳이 아니었다.

“해적들이 많습니까?”

아이언의 물음에 마테오가 쓴웃음을 지었다.

동부 하면 흔히 상인과 공방, 수많은 배를 생각할 테지만 실제로는 하나가 더 있었다.

바로 악명 높은 해적들이었다.

수많은 상선들이 사령부 근방으로 몰려드는 만큼 해적들도 많았다.

그런 해적들을 막기 위해 군함들이 수시로 출동해야 할 만큼 줄기차게 상선을 노렸다.

해적들 입장에선 한탕만 제대로 하면 엄청난 돈을 벌기에 당연했다.

자잘한 상선 수십, 수백 번 할 바에 큰 거 한 방에 목숨을 거는 것이다.

당연히 그런 상선들을 지키기 위해 이곳을 중심으로 무역로를 철통같이 지키지만 아무리 막강한 해군이라도 넓은 바다를 전부 지킬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곳 사령부는 항상 바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지금도 한계입니다.”

“아…….”

“이런 상황에서 차원 균열이라도 일어난다면…… 동부는 감당하기 힘들겠지요.”

마테오가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하자 아이언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곳이든 군인들을 갈아 넣는 것은 똑같았다.

“고생이 많으십니다.”

“북동부에서 오신 분 앞에서 쓸데없는 소릴 했군요. 하하…….”

“아닙니다. 군대에서 안 힘든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면서 수척해 보이는 마테오를 위로했다.

그런 아이언을 향해 머쓱하게 웃은 마테오는 잡담을 건네면서 사령부로 향했다.

그렇게 사령부에 도착하자 아이언이 가장 늦게 도착했는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뿜는 어린 청년들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묘한 분위기 속에서 동부 사령관이 아이언을 환대했다.

“반갑네. 동부 사령관 리처드 버튼이네.”

반갑게 인사하는 리처드 버튼을 보면서 아이언은 애써 미소를 지으면서 인사했다.

“북동부 사령부 직속부대 고스트 소속 ‘11번 검’ 아이언 카터 중령입니다.”

아이언 카터의 소개에 리처드 버튼이 살짝 눈을 동그랗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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