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78화 (75/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78)

24. 정식 오픈! (3)

칼 구스타프의 말에 모든 고스트들의 표정이 굳었다.

하지만 신문이나 다른 정보 매체에서는 어떤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

이 정도 사실이면 대서특필을 해도 모자랄 소식인데 조용한 것이 이상한 것이다.

그런 고스트들의 의아한 표정에 칼 구스타프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후…… 아직 외부에 이 사실이 알려지지는 않았다.”

칼의 설명에 모든 이들이 표정을 구겼다.

지금 이 사실을 정부에서 통제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중앙에 차원 균열이 열렸다는 것.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제국 중심부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고, 그건 곧 제국 전체가 혼란에 빠진다는 뜻이다.

북동부에 차원 균열이 열린 것만으로도 불안에 떨었는데 제국의 중심부가 위험에 빠진다면?

그건 곧 제국 전체가 위험하다는 뜻이 될 수도 있었다.

“차원 균열이 한 곳입니까?”

“……아니, 발견된 곳은 총 세 곳이다.”

아이언의 물음에 칼이 골치 아프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규모는 어느 정도입니까?”

“다행히 북동부만큼 크지는 않았다. 게다가 차원 균열이 완전히 열린 것도 아닌 듯싶다.”

“불완전하다는 겁니까?”

칼의 대답에 린텔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칼의 대답에 다들 고개를 갸웃거렸다.

불완전한 것도 아니라면 대체 어떤 식으로 열렸다는 것인가?

다들 의아한 표정으로 칼을 바라볼 때 아이언은 뭔가 짐작이 갔다.

전생에서도 비슷한 걸 보긴 했다.

“임시로 연 것인가?”

아이언이 혼잣말로 중얼거리자 칼이 그걸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마법사들은 차원 균열이 계속 유지될 것 같지는 않다고 하더군. 그 대신 균열의 규모가 상당히 크다.”

“그게 가능한 겁니까?”

린텔이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가능은 할 겁니다.”

“어떻게?”

린텔이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막대한 힘으로 일시적으로 공간을 찢어발긴다면 가능은 할 겁니다.”

차원과 차원을 이어 주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차원 균열을 일으키는 것이라면, 막대한 힘으로 공간 자체를 찢으면 가능은 하다.

그 정도라면 매개체도 필요 없으니 임시나마 차원 균열을 열어 놓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그 막대한 힘을 어떻게 조달하느냐다.

“그 막대한 힘은 어디서 조달하고? 그랜드 마스터조차 공간을 잠깐 가른 것 정도가 한계 아니었나?”

현실적으로 단독으로 차원 균열을 만들어 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정설이다.

마녀도 긴 시간을 들여서 매개체를 이용해 차원 균열을 열었고, 그조차 본인의 모든 힘을 쏟아부어 가능한 것이었다.

신수라는 매개체가 아니라면 마나 코어를 이용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서리산맥과 대균열에 있는 마나 코어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겨울산이나 검은 숲의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작았다.

그만큼 차원 균열을 열고 유지시키는 게 어렵다는 뜻이었다.

유지는 고사하고 여는 것조차 힘들어 포기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 긴 시간 동안 수많은 악의 세력들이 차원 균열을 열 생각조차 못 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대가를 지불하면 임시로 공간을 찢는 건 충분히 가능합니다.”

“대가? 누구에게?”

“신적인 존재라면 가능하겠죠.”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면서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갓 게임이 신들의 게임이라면 분명 다른 존재들 역시 이 대륙에 넘어왔을 것이다.

당연하게도 그들이 차원 균열을 열 때 신에게 대가를 바쳤을 터였다.

린텔의 말처럼 그랜드 마스터조차 완벽한 차원 균열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신적인 존재가 개입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다만 다른 고스트들은 그걸 모르니 그저 아이언이 신적인 존재를 언급한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매개체가 없으니 장시간 유지는 힘들 것입니다. 다만 일시적으로 공간을 벌려 놓는 건 가능할 겁니다. 크게 벌릴수록 서서히 줄어들다 보니 어느 정도 시간은 유지가 가능할 거고요.”

아이언의 설명에 칼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사들도 그렇게 설명했다. 다만 그게 신적인 존재라는 설명은 없었지. 마왕급 혹은 그에 준하는 초월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칼이 그렇게 말하면서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어딘가 확신에 찬 표정.

마치 어디선가 이렇게 될 것을 듣기라도 한 것 같은 아이언의 표정에 칼이 의심에 찬 표정으로 바라보자, 아이언은 살짝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마녀에게 들었습니다.”

“마녀? 그 존재가 살아 있는 건가?”

칼이 화들짝 놀라면서 묻자 아이언이 고개를 저었다.

“죽었습니다.”

마녀가 죽은 건 아이언뿐만 아니라 고스트 전원이 목격한 사실이다.

모든 힘을 소모하고 스스로의 영혼과 육체마저 대가로 지불해 가루가 되어 사라지지 않았나?

“그저…… 죽기 전에 변덕이 생겼다며 가르쳐 주었습니다.”

“변덕이라……. 언제?”

“사령관님과 부엉이와 싸우는 과정에서 저의 정신만 빼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대화?”

아이언의 말에 모든 고스트들이 놀랐다.

마스터와 두 개의 달과 싸우면서 그런 게 가능할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는 것에 새삼 마녀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다시 한번 느낀 것이다.

“신수 계약자가 궁금했다는군요. 저한테 이것저것 묻는 대가로 가르쳐 줬습니다.”

“마녀는 마녀인가?”

사소한 뭔가를 묻는 것조차 대가를 지불한다.

가장 계약에 민감한 고대의 존재 중 하나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전부인가?”

“아뇨. 몇 가지 더 있었습니다.”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고는 칼을 바라보았다.

“일단 북동부에 더는 차원 균열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도 알려 주었습니다.”

“어째서?”

“마녀가 속한 세력의 판단으론 북동부가 성공 확률이 낮다고 했습니다. 설사 성공한다 한들 대륙에 혼란을 주기엔 부족할지도 모른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아이언의 설명에 칼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다크 엘프들이 추가로 보이지도 않았고 마녀 이후에 또 다른 세력이 보이지 않은 게 이상하긴 했다.

2년간 이 잡듯 뒤졌음에도 북동부에서 수상한 세력이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 중앙으로 간 것인가?”

“아마 그랬을 거라고 판단된니다.”

“또 있나?”

칼의 물음에 아이언은 살짝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어쩌면 지금 일어나는 상황이 초월적 존재들의 싸움일지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초월적 존재의 싸움?”

“예, 솔직히 그 당시 들었을 때는 믿기지 않았지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상황들을 보면 충분히 의심될 만했다.

자신이야 확신할 수 있는 일이지만 다른 이들이 볼 때 믿기 힘든 이야기들.

하지만 지금이라면 충분히 납득 가능하다.

‘성녀를 통한 신의 경고.’

‘이세계인들의 출현.’

‘다크 엘프 같은 위험 존재들의 등장.’

‘다수의 차원 균열.’

이 모든 것이 너무 갑작스럽게 나타나고 있었다.

“어쩌면 지금 이세계인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을 중심으로 더 많은 차원 균열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가장 위험한 지역에 이세계인들을 소환했다는 것인가?”

“제 생각에는 그렇습니다.”

대륙에서 이세계인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중앙 지역.

그곳에 차원 균열이 나타났다.

만약 이세계인들이 모여 있는 곳에 차원 균열이 또다시 일어난다면 아이언의 가설은 맞게 되는 것이다.

“신이라…….”

칼 구스타프가 초월적 존재에 대해 생각하면서 머리 아프다는 표정을 지었다.

“후…… 생각하는 것만으로 골치가 아프군. 뭐…… 신들은 신들끼리 알아서 하라고 하고 우린 우리 할 일이나 하지.”

칼 구스타프가 그렇게 말하면서 품속에서 한 장의 종이를 꺼내 아이언에게 건넸다.

“이게…… 뭡니까?”

“중앙에서 자네를 데려가고 싶다고 보낸 요청서네.”

“전출 명령서입니까?”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이 받은 종이를 가만히 들여다봤다.

하지만 명령서가 아니었다.

황실에서 개인적으로 아이언에게 보내는 초대장.

“사령관님이 결사반대 중이시네. 그래서 황실에서 자네를 공략하려는 듯싶군.”

칼 구스타프가 그렇게 말하면서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눈빛으로 ‘제발 거절해라!’라고 간절하게 외치는 듯한 표정.

그건 다른 고스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들의 협박(?)에 아이언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정식 명령서가 아닌데 갈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아이언의 대답에 고스트들이 하나같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칼 구스타프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네. 정식 명령도 아닌데 함부로 데려갈 수는 없지.”

칼이 그렇게 말하다가 조심히 또 한 장의 종이를 꺼냈다.

“이건 뭡니까?”

아이언이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칼 구스타프가 헛기침을 하면서 말했다.

“그건 동부에서 온 요청서네. 차원 균열이 의심되는 곳이 있는데 정식으로 북부에 지원 요청을 보낸 것일세.”

“어…… 그런데 저 개인한테 온 것 같습니다.”

아이언이 칼 구스타프가 준 지원 요청서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말했다.

그러자 칼이 헛기침을 하면서 말했다.

“동부 사령부에서 조사하려는 곳이 신수가 있는 곳이라더군.”

“아…….”

“그래서 자네 혼자만 개인적으로 보내 줄 수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네.”

고스트 전원이 아닌 자신 혼자만 보내 달라는 요청서에 아이언은 입을 다물고 잠시 침묵했다.

중앙도 그렇고 동부군도 그렇고, 갑자기 자신이 인기가 많아진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 인기가 이 정도였나?’

아이언이 속으로 자뻑에 취해 있을 때 칼 구스타프가 조심히 물었다.

“갈 것인가?”

칼의 물음에 아이언은 고개를 저으면서 거절하려다가 멈칫했다.

“유령섬?”

요청서에서 적힌, 조사할 곳의 이름이었다.

[버그랜의 유령섬]

자신이 조사해야 될 곳의 이름이 떡하니 적혀 있었는데,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마치 이곳은 반드시 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자 칼 구스타프를 향해 물었다.

“혹시…… 이곳이 폭풍우가 몰아치고 번개가 자주 치는 곳 아닙니까?”

아이언의 물음에 칼 구스타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떻게 알았나? 안 그래도 그 때문에 위험해서 작전 기간도 굉장히 짧다고 들었네. 그 시간 안에 작전을 마치지 못하면 그냥 돌아와야 하거나, 때를 놓치면 한동안 거기서 살아야 될 수도 있다고 하더군.”

칼 구스타프의 설명에 아이언은 다시 한번 종이를 바라보았다.

“유령섬…….”

아이언이 지원 요청서를 한참이나 들여다보더니 칼에게 말했다.

“여긴 가야 될 것 같습니다.”

아이언의 말에 칼이 말없이 침묵했다.

“중앙의 요청에도 안 가더니……. 굳이 동부까지 갈 필요가 있겠나?”

칼의 물음에 아이언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신수가 연관되었다면…… 제가 뭐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아이언의 말에 칼이 한숨을 쉬었다.

“그곳에 간다 해도 자네는 주도적인 역할을 못 할 걸세.”

“예?”

칼의 말에 아이언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곳에 신수 계약자가 생겼다고 들었네.”

“생겼다?”

뭔가 이상한 설명에 아이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세계인이라더군.”

“아…….”

이세계인이라면 신수에 관한 고유 능력을 받았으리라 추측할 수 있었다.

신수와 연관된 유령섬.

그리고 신수 계약자인 이세계인.

이 두 가지 때문에 아이언은 동부 쪽으로 가는 것에 점점 마음이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아이언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느낀 칼 구스타프가 불안한 표정을 짓다가 황급히 말을 이었다.

“자네뿐만 아니라 신수 계약자와 정령사라면 죄다 모으고 있을 걸세. 자네가 간다고 한들…… 주도적으로 뭔가를 하긴 힘들 걸세.”

칼 구스타프의 설명에 아이언은 잠시 침묵했다.

마치 이래도 갈 거냐고 묻는 듯한 칼의 모습에 잠시 고민하던 아이언은 결심을 굳힌 듯 말했다.

“그래도 가겠습니다.”

아이언의 대답에 칼이 눈을 질끈 감았다.

“굳이 고생을 사서 할 필요는 없지 않나?”

“자네가 아니어도 유령섬의 일을 해결한 인재는 많을 걸세.”

“외지인은 은근히 차별하는 곳일세.”

“정 급하면 정식으로 고스트를 지원해 달라고 하지 않겠나?”

칼 구스타프가 다급하게 아이언을 설득하려 했고, 구스타프의 눈총을 받은 다른 고스트들도 황급히 아이언을 설득하려 했다.

신수 계약자이자 비상한 머리로 북동부 핵심 인력이 된 아이언이 빠져나간다면 필시 사령관이 뒷목을 잡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아이언은 마음을 굳힌 듯 미안한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결국 설득시키지 못한 칼 구스타프가 긴 한숨을 쉬었다.

설득을 못 시켰으니 사령관실로 가자마자 깨질 것이 눈에 훤했기 때문이다.

그런 칼의 모습에 아이언은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건 그로서도 양보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다음 신수라…….’

어쩌면 자신의 다음 신수가 될지도 모르는 존재가 잠들어 있을지도 모를 유령섬.

그곳엔 어떤 존재가 있을지 궁금증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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