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77)
24. 정식 오픈! (2)
두 줄기의 빛을 반사적으로 받아 낸 린텔이 그대로 쭉 밀려 나갔다.
“큭! 뭔 파괴력이…….”
린텔이 덜덜 떨리는 손을 털어 낼 때, 어느새 접근한 아이언이 그대로 검을 내리쳤다.
캉!
쾌검의 린텔답게 반사적으로 막아 냈지만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용케 막아 냈긴 했지만 생각 이상의 힘 때문인지 뒤로 튕겨 나갔다.
그러자 린텔도 여유로운 마음을 접고 전력을 다해 마력을 끌어 올렸다.
쾌검의 진수를 보여 주려는 듯 엄청난 속도로 아이언을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
“이걸 반응했어?”
아이언의 굳건한 방어에 튕겨 나간 자신의 검을 보면서 린텔이 눈을 커다랗게 떴다.
전력을 다한 자신의 검은 칼 구스타프조차 막기 까다로워할 정도였다.
그렇기에 사전에 충격파로 자신의 행동반경을 제한할 정도였다.
그것을, 아이언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상태로 그대로 막아 낸 것이다.
“얻은 게 있다 이거지?”
검술 실력은 그대로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더 이어질 수 없었다.
어느새 아이언의 두 눈에서 다시 빛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런데 이번엔 일직선으로 뻗는 게 아니라 자신이 이동하는 그대로 따라왔다.
그냥 린텔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는 것뿐이지만 피하는 린텔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었다.
캉! 캉! 캉!
짬밥을 허투루 먹은 게 아닌지라 린텔 역시 빛줄기들을 피해 내면서 기어코 아이언을 공격했다.
하지만 억지로 빈틈을 만들어 공격한 것에 당할 아이언이 아니었다.
결국 예상과는 다르게 장기전으로 흘러갔다.
쾌검을 가진 린텔과 강력한 빛을 쏘아 대는 아이언의 장기전으로 흘러가는 묘한 상황.
“헉…… 헉…… 너 뭐냐?”
린텔이 지친 표정으로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아이언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몸에 감도는 초록 빛을 바라보았다.
마치 좀비처럼 회복하는 아이언을 보면서 린텔이 질린 표정을 지었다.
“뱁새의 능력입니다.”
“마력이 넘쳐 나냐?”
린텔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하자 아이언은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신수력과 마력은 다릅니다.”
아이언의 설명에 린텔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한마디로 마력은 마력대로 쓰고 신수력은 신수력대로 이중으로 쓴다는 것이었다.
“어휴…… 이딴 식으로 싸우면 결국엔 네가 이기겠네.”
린텔이 그렇게 말하면서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검술 실력은 아직 자신을 따라오기에 한참 부족했고, 신수의 능력이라고 말한 광선 역시 못 막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두 가지가 조합되자 상당히 까다로워졌다.
문제는, 못 이길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바로 제압 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점.
결국 체력전으로 가게 되고, 자신은 점점 지치는 데 반해 저 녀석은 여전히 쌩쌩하다는 점이 승부를 갈랐다.
“대장 정도가 아니면 널 제압하는 건 어렵겠어.”
“그건 네가 약해서 그런 거다.”
어느새 뒤에서 나타난 빌리 브란트가 그렇게 말하면서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마치 린텔이 진 걸 비웃는 듯한 표정.
매우 드물게 웃기 때문에 평소 잘 보지 못하는 빌리 브란트의 웃는 모습이 하필 린텔이 졌을 때라 아이언은 표정 관리를 하면서 침묵을 지켰다.
“벌써 막내한테 지다니 한심하군.”
“하! 넌 이길 것 같냐?”
“당연하지.”
빌리 브란트가 그렇게 말하면서 아이언이 회복되길 기다렸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뚫어져라 쳐다보는 통에 아이언은 결국 대련하기로 하고 마력과 신수력을 회복했다.
그러자 오랜만의 이벤트라 구경꾼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고스트들은 물론이고 평소 친하게 지내던 레인저들까지 몰려들었다.
거기다 부담스럽게도 칼 구스타프가 직접 심판까지 해 주었다.
가운데에 선 칼 구스타프가 근엄한 얼굴로 아이언과 빌리 브란트를 보더니 손을 위로 올렸다.
“시작.”
그리고 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빌리 브란트가 먼저 움직였다.
한껏 압축한 마력이 거대한 참격이 되어 아이언을 향해 날아든 것이다.
아직 빠르게 강철 마력으로 변환시키지 못하는 아이언의 약점을 파고든 것.
“우우우! 비겁한 놈.”
“저런 게 2위라니!”
“추잡하다!”
여기저기서 빌리 브란트를 욕했지만 그는 조금도 꿈쩍하지 않고 계속해서 참격을 날렸다.
6단계가 아니라서 그 역시 빠른 속도로 참격을 날릴 수는 없었다.
자신의 특성에 맞게 마력을 변화하고 압축해서 참격하는 과정을 절대 줄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약점을 강력한 한 방으로 커버했기 때문에 아이언에게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몸을 굴려 피하고 스텝으로 물러나며 시간을 벌었지만 참격은 그가 멀어지는 곳까지 여지없이 날아들었다.
이 상태라면 빌리 브란트가 무난하게 승리를 가져갈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공격이 날아들었다.
지이잉!
“큭!”
“그래! 그거지!”
린텔이 방금 전 대련에서 자신이 숱하게 당했던 광선에 적중당한 빌리 브란트를 보며 비웃었다.
자신이 당한 것처럼 빌리 브란트도 똑같이 당하는 모습에 통쾌해하는 린텔.
그런 그와 함께 평소 빌리 브란트에게 당한 고스트들이 입 모아 외쳤다.
“아주 그냥 조져 버려!”
“크하하! 나뒹구는 꼬라지 보소!”
“큭큭! 비웃더니 꼴좋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잠깐 당황한 빌리 브란트는 곧이어 연속적으로 날아오는 광선을 피해 바닥을 구를 수밖에 없었고, 그것을 본 고스트들이 한껏 그를 비웃은 것이다.
어느새 흙먼지가 온몸에 묻어서 더러워진 빌리 브란트가 이를 갈면서 일어났다.
그사이 아이언은 강철처럼 변한 마력검을 들고 빌리 브란트를 직접 공격했다.
빌리 브란트가 처음에 그러했던 것처럼 아이언 역시 승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몰아붙이려는 것이다.
캉! 캉! 캉! 캉!
근접전의 우위를 바탕으로 몰아붙이는 아이언을 향해 짧게 참격을 날린 빌리 브란트가 거리를 벌렸다.
하지만 그러면 여지없이 아이언의 두 눈에서 빛줄기가 날아들었다.
그것을 참격으로 커버하면 다시금 들러붙어서 빌리 브란트를 압박했다.
이런 공방 속에서 점점 지쳐 가는 건 빌리 브란트였다.
“너…….”
자신과 쉼 없이 합을 나누었음에도 불구하고 멀쩡한 아이언을 보면서 빌리 브란트의 눈이 커졌다.
“큭큭큭~ 너도 당해 보니까 엿 같지?”
린텔이 빌리 브란트를 놀리면서 말했지만 주변 고스트들은 웃지 못했다.
아이언과 빌리 브란트가 대련하는 것을 보니 자신들 역시 저렇게 당할 수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직 미숙하다고 하더라도 강철화를 할 수 있는 아이언을 쉽게 제압할 수는 없었다.
그러는 사이 빛줄기가 견제하고 그렇게 지지부진하게 시간이 끌리면 결국 지는 것은 자신들이었다.
“하…….”
빌리 브란트가 질렸다는 표정으로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목숨 걸고 싸우면 변수가 발생하고, 그러면 경험 많은 자신이 이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련에 한해서는 저 녀석을 이기기란 불가능했다.
게다가 시간이 갈수록 5단계에 익숙해져 갈 텐데, 그러면 더더욱 이기기 힘들어질 것이다.
“벌써 따라잡힌 건가?”
빌리 브란트가 씁쓸한 표정으로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5단계에 올랐어도 다 같은 경지가 아니었기에 시간이 남아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강력한 신수가 없어도 아이언은 강했다.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며 빌리 브란트는 아이언에게 악수를 청했다.
그런 빌리와 악수를 나눈 아이언은 축하해 주는 동료들 앞에서 쑥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신수는 어떻게 된 거지?”
칼 구스타프가 궁금하다는 듯 아이언을 향해 물었다.
“봉인의 여파가 있어서…… 아직 잠들어 있습니다.”
“이런……. 그런데 신수가 잠들어 있음에도 그 정도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건가?”
“신수들과 더 가까워지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아이언의 대답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칼 구스타프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신수가 온전한 상태라면 재밌는 대련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의 실력으로는 피닉스는커녕 두 개의 달조차 어림도 없겠지만 오히려 그럴수록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법이었다.
다른 고스트들 역시 칼 구스타프의 의도에 동감하는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언제쯤 깨어날 것 같나?”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피닉스 같은 경우 차원 균열을 정화하는 데 너무 많은 정신력을 소모했기에 오래 걸릴 것 같고, 두 개의 달 역시 마녀와의 싸움에서 무리하고 나서 저와 같이 봉인되다 보니…….”
“아쉽군.”
칼 구스타프가 매우 아쉽다는 표정을 팍팍 지으면서 아이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러니 이 아쉬운 마음을 자네에게 풀어야겠네.”
“……예?”
칼 구스타프의 말에 순간 이해하지 못한 아이언이 되묻자 그런 아이언을 향해 구스타프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아까 보니 제법 잘 싸우더군. 하지만 아직 검술은 미숙한 것 같은데……. 오늘부터 내가 친히 검술을 봐주도록 하지.”
“어…… 굳이 그러지 않으셔도…….”
“고스트의 수장으로서 책임감이 생기는군. 마력을 회복하는 대로 나와 대련하지.”
칼 구스타프의 말에 아이언의 표정이 굳어졌다.
5단계도 겨우겨우 이기는 판에 칼 구스타프와의 대련이라니!
이건 죽으라는 말과 다름없었다.
예상대로 아이언은 칼 구스타프의 대련에서 미친 듯이 얻어터졌다.
5단계가 능력을 쓰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과 다르게 검술을 펼칠 때마다 충격파가 터져 나오는 6단계의 경지는 도저히 넘볼 수 없는 간극이 있었다.
게다가 신수력으로 체력을 회복하는 통에 맞는 시간만 더 늘어났다.
강철 마력으로 버티고 회복 능력으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다 보니 패는 맛이 있었는지 칼 구스타프는 오랜만에 웃으면서 아이언을 팼다.
덕분에 주변에선 재밌는 구경 한다면서 열심히 아이언을 응원했다.
좀 더 버텨 보라고 계속해서 외쳐 대면서 아이언이 맞는 시간을 좀 더 늘려 주길 바라는 것이다.
“아이언! 고작 그 정도냐?”
“야, 아직 30분밖에 안 지났어.”
“더 물고 늘어져야지! 대장 얼굴에 마력검 한 방은 맞혀 줘야 하지 않겠냐?”
고스트들의 일방적인 응원과 함께 무려 1시간을 처맞고 나서 대자로 뻗었을 때에야 비로소 대련이라고 쓰고 두드려 팬다고 읽는 지옥 같은 시간이 끝났다.
“후…… 오랜만에 제대로 몸을 푸는군.”
칼 구스타프가 오랜만에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앞으로 자네는 내 책임지고 지도해 주겠네.”
오랜만에 느낀 손맛이 만족스러웠는지, 그는 아이언을 지도하겠다는 열망에 찬 눈빛으로 말한 후 사라졌다.
이제부터 매일같이 지옥 같은 구스타프와의 대련 시간이 예정되자 고스트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그런 아이언을 위로했다.
물론 아이언은 자신이 개같이 처맞는 동안 웃고 있던 고스트들을 원망을 담아 째려볼 뿐이었다.
그렇게 첫날의 대련이 끝나고 다음 날.
칼 구스타프가 아이언을 지도하기 위해 시간을 내주었다.
그냥 말뿐인 줄 알았는데 아이언을 지도한다는 명목으로 시간을 낸 것이다.
수련 방식은 간단했다.
열심히 몰아붙이면서 아이언이 강철 마력으로 변환시키는 데 더 빠르게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말만 지도일 뿐 사실상 개 패듯 패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지만 이게 효과가 없는 것도 아닌 게, 맞을수록 점차 변환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몸이 자연스레 반응하는 것이다.
안 맞기 위해 본능적으로 마력이 반응하고, 마력 운용 역시 빨라졌다.
미친 듯이 몰아붙이는 칼 구스타프의 충격파에 대응하기 위해서 몸 자체가 반응하며 마력, 육체, 검술 모든 것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아이언 역시 그 감각에 익숙해져 가면서 빠르게 강해져 갔다.
하지만 매일같이 처맞는 고통을 느끼는 건 힘든 일이다.
하루는 언제쯤 이 고통이 끝날 수 있을지 물었다가 평균수준까지 올라가면 그만두겠다는 칼 구스타프의 대답에, 아이언은 최소 몇 달간은 처맞겠다 싶어 절망했다.
신도 이런 아이언이 불쌍했던 것일까?
칼의 지도가 멈추는 사건이 발생했다.
“무슨 일입니까?”
자유롭게 수련 중이던 고스트들을 불러 모은 칼에게 린텔이 물었다.
그런 린텔의 물음에 칼이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중앙에…… 차원 균열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