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76)
24. 정식 오픈! (1)
대륙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이상 현상.
북동부에 나타난 몬스터 웨이브와 차원 균열로 인해서 혼란스러웠던 대륙.
하지만 황제가 직접 북동부를 위로차 방문했고 북동부 역시 위기를 넘긴 만큼 혼란은 가라앉을 거라 봤다.
실제로 황제는 공식적으로 제국의 위기가 종식되었음을 알리기 위해 파티를 계획했다.
다름 아닌, 그곳에서 제국의 신성으로 불리는 모든 이들을 참석시키고, 몬스터 웨이브에서 활약한 영웅들을 전부 초대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황제의 야심찬 계획이 시작부터 무너졌다.
‘성국의 성녀가 계시를 받았다!’
제국의 수도를 강타한 소식.
그건 바로 성녀가 신의 계시를 받았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답이 없던 신이 성녀를 통해 계시를 내렸다.
신이 계시를 내릴 때면 어김없이 위기가 찾아오고는 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높았기에 학자들은 이 사실을 기뻐하지 않았다.
그런 그들의 판단이 정확하다는 걸 증명하듯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신께서 말씀하셨다.
앞으로 이 대륙에 큰 환난이 일어날 것이다.
대륙이 환난에 견딜 수 있도록 특별한 존재가 대륙에 올 것이다.
이국적인 외모의 그들은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으니
그들을 도와 대륙을 위기로부터 구하거라.]
성녀가 신의 계시를 읊어 주자 이 내용이 그 즉시 모든 국가들에 퍼져 나갔다.
그리고 얼마 후 대륙 곳곳에서 이상한 이들이 나타났다.
이상한 언어를 사용하거나, 이상한 차림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처음엔 이국인인 줄 알았지만 곧 그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다른 세상의 사람이 나타났다!”
“허! 다른 대륙이 아니고? 정말 다른 세상?”
“어떻게 이런 일이……. 정말 신의 계시대로 이루어지는 건가!”
많은 사람들이 혼란에 빠졌다.
신의 예언대로 특별한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니, 환난 역시 온다는 것이 확실해졌기 때문이다.
곧이어 종말론을 비롯해 온갖 종교들이 나타나면서 대륙의 멸망을 예언했고, 국가에 불만이 있는 세력들마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든 국가들이 진통을 겪을 무렵, 국가와 귀족은 바삐 움직였다.
예언대로 특별한 능력을 갖춘 자들이 나타났으니, 그런 그들을 영입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더 많은 이세계인들을 영입할수록 귀족들이나 국가의 힘은 강해진다.
그걸 눈치챈 이들이 달콤한 말로 낚으려 했다.
아직 이곳에 대해 잘 모르는 지금이야말로 이세계인들을 낚을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생각과 다르게 몇몇 이세계인들은 의외로 이곳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었고 곧, 그들을 중심으로 이세계인들이 하나둘 뭉치기 시작했다.
그런 혼란 속에서 당연히 황제가 열려던 파티 역시 연기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의 관심이 이세계인들에게 쏠려 있는 상황에서 파티가 열린다 한들 관심도가 낮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자 북동부 사람들은 아쉬워했다.
파티가 연기되면서 정식으로 귀족 작위를 받는 날 역시 미뤄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후…… 미치겠네.”
북동부의 많은 군인들이 파티가 미뤄진 것을 아쉬워하고 있을 때, 아이언은 다른 일로 고민에 빠졌다.
처음 회귀했을 때 예견되었던 것처럼 정식 오픈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융합이라니…… 융합이라니!”
아이언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얼마 전에 있던 정식 오픈 날을 회상했다.
-정식 오픈으로 이정후 님의 본래 육체와 제이든 레온하르트의 몸이 융합됩니다.
처음 이 알림음이 들려올 때 미친 소리가 들려온 줄 알았다.
그리고 이어서 들려오는 알림음.
-베타테스터 최후 생존자 특전으로 인해 메인 퀘스트가 완료될 경우 본래 몸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본래 몸과 영혼이 만났습니다. 억제되어 있던 신수력에 대한 재능이 최대치로 상승합니다.
-이정후의 몸에 잠들어 있던 재능 일부가 깨어납니다.
아이언의 몸과 이정후의 몸이 융합되어 버린 것.
어차피 살아남긴 할 테지만 그래도 마지막 보험으로 들어 놨던, 이 몸이 죽어도 현실의 몸은 살아 있을 거라는 믿음이 박살 났다.
사실 교통사고를 당해서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몸이긴 하나 이 몸이 자신의 진짜 ‘목숨’이 되어 버린 충격은 상당했다.
“그래도 용케 살아 있긴 했네.”
그의 본래 몸과 융합된 지금의 몸을 생각해 보면 신기하긴 했다.
그 당시 교통사고로 정말 죽을 날만 받아 놓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살아 있었다.
‘신과 자신과의 계약’.
바로 이것 때문에 살아 있는 것이다.
신이 준 보상 덕분인지 아니면 융합으로 인한 특전 덕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자신의 영혼이 빠져나간 육체의 기억, 그 기억이 융합되면서 흘러들어 왔고 간략하게나마 자신이 이곳에 구르는 동안 현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알 수 있었다.
2년.
자신이 10년간 이곳에서 구르는 동안 지나간 현대의 세상의 시간이었다.
문제는 그 2년이란 시간 동안 현대 세상에서는 엄청난 변혁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정후 님의 육체에 베타테스트 완료로 인한 임시 보상을 드립니다.
이 문구.
언뜻 보면 말이 되지 않았다.
그는 이미 보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면 말이 된다.
이곳에서 받았던 보상은 오스리아 대륙의 신이 내린 보상.
육체가 받았던 보상은 지구의 신이 내린 보상.
이렇게 생각해 보면 말이 된다.
이 가설이 말이 되는 게, 지금 이세계인들의 현상이다.
정식 오픈으로 넘어온 이세계인들은 시작부터 고유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고 상당한 숙련도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들이 이곳에 와서 새로운 뭔가를 빠르게 익히거나 빛을 발하며 능력을 새로이 개화하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두 신이 서로 다른 보상과 능력을 내려 준다는 것.
하지만 이게 현재 알 수 있는 정보의 전부였다.
현실 세계의 2년간 병실에만 갇혀 있었기에 얼마나 변한 건지, 베타테스트를 겪었던 이들이 어느 정도의 힘을 개화한 건지는 알 수가 없었다.
확실히 알려면 이세계인이라 불리는 현대인들을 만나야 했다.
하지만 이건 너무 위험했다.
현대인들이 본래 몸으로 갓 게임에 들어오면서 그는 완전히 제이든 레온하르트가 되어 버린 상황이었다.
아마 베타테스터들 역시 그를 현대인으로 생각하긴 힘들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본인의 상황을 들춰내는 짓은 위험한 일이었다.
“수도로 가 봐야 하나?”
지금 이세계인들에게 가장 핫한 곳은 수도였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딱 알맞게 혼란에 빠져 있다.
게다가 황실의 힘이 불안해지면서 귀족들이 파벌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세계인들이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이다.
‘때마침 이세계인들은 고유 능력을 하나씩 갖고 있는 상황’.
‘현대의 지식으로 무장한 사람들’.
‘베타테스트에 참가했던 자들은 추가로 다른 정보들까지 갖고 있는 상황’.
지금의 상황을 이용해 먹으려면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었다.
거기다가 베타테스트처럼 깔짝깔짝 오는 것도 아니었다.
북동부에 들리는 소문만으로도 족히 만 단위가 넘어가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지금도 하나둘 나타나는 걸 보면 앞으로도 계속 넘어오려는 모양.
거기다 다른 사람의 몸에 기생하는 것처럼 들어온 것도 아니고 본래 몸으로 온 것이다.
당연히 그 자체만으로도 대륙인들에게는 신비롭게 볼 여지가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아이언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머리를 굴려 봤지만 제한적인 정보로는 더는 알아낼 수 있는 게 없었다.
“왜 이렇게 심각해?”
아이언이 며칠 동안 계속 심각한 표정으로 있자, 보다 못한 린텔이 다가와 물었다.
“수도에 못 가서 그러냐?”
“그럴 리가요.”
린텔의 물음에 아이언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했다.
번개같이 대답하는 아이언을 보면서 린텔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런 반응으로 보면 딱히 귀족 작위를 못 받아서 아쉬운 건 아닌데, 뭐 때문에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혹시 성녀의 계시 때문에 그러냐?”
“음…… 뭐 그렇죠.”
성녀의 계시가 갓 게임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전혀 상관없는 일은 아니었다.
“이세계인들이 나타났다지? 한번 보고 싶기는 하네.”
린텔은 그렇게 말하면서 대륙 곳곳에서 나타난 이세계인들에 대해 생각했다.
신기하게도 북동부에는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주로 나타난 곳은 제국의 수도와 왕국의 수도 그리고 북동부를 제외한 대륙의 위험지역들이었다.
“왜 여기는 안 나타날까?”
“글쎄요…….”
린텔의 물음에 아이언은 애매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아이언도 이곳에 몇 명 정도는 나타날 줄 알았다.
아직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나고 있는 중이고 차원 게이트 역시 닫히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큰 위험은 끝났다는 뜻 아닐까요?”
“그런가?”
아이언의 말에 린텔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했다.
“아마…… 그들이 많이 모인 곳일수록 위험지역일 가능성이 높은 거겠죠.”
“흠…… 일리 있는 말 같네.”
린텔이 그렇게 말하면서 턱을 문질렀다.
생각해 보니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성녀가 말한 것을 토대로 볼 때 이세계인들은 대륙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온 것일 테니 신 입장에서 위험지역에 더 많은 이세계인들을 배치하는 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뭔가 복잡한 표정이다?”
“예?”
“머리가 복잡해 보인다고.”
린텔의 말에 아이언은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머리가 복잡할 땐 움직이는 게 최고야.”
린텔이 그렇게 말하면서 아이언을 강제로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그러고는 수련장에 있는 연습용 철검을 아이언에게 던졌다.
그것을 반사적으로 받아 든 아이언에게 린텔이 철검을 겨누었다.
“대련이나 해 보자. 너 깨어나고 한 번도 안 했잖아.”
“아…… 그렇긴 하네요.”
여러 일들이 겹쳐서 그런지, 아직 아이언의 몸이 회복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인지 아이언은 깨어난 직후 단 한 번도 대련을 하지 못했다.
“신수를 꺼내든 뭐든 다 해 봐. 네가 잠들어 있는 동안 이 몸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여 주마.”
린텔이 그렇게 말하면서 활짝 웃었다.
그런 린텔을 향해 아이언이 조용히 마력을 끌어 올렸다.
그러자 아이언의 검에 검은 마력이 차곡차곡 쌓여 나가기 시작했다.
“아직은 시간 좀 걸리네?”
“예.”
5단계에 입문하기는 했지만 숙련도 부족으로 완벽히 경지에 들어서지 못한 자의 특징이었다.
전생의 아이언도 강제로 화염이 휘감긴 마력을 검에 맺히게 하긴 했지만 끝내 자연스러운 구사는 하지 못했었다.
검의 경지로만 따지자면 지금이 딱 전생의 경지와 동급에 이른 것이나 다름없었다.
“신수는?”
“잠들었습니다.”
아이언이 심장 부근을 어루만지면서 말하자 린텔이 턱을 문질렀다.
“흠…… 검만 갖고 되겠어?”
린텔이 실망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하자 아이언이 빙그레 웃었다.
“신수가 없다고 능력을 못 쓰는 건 아닙니다.”
“그래?”
린텔이 신기하다는 듯 아이언을 바라볼 때였다.
“조심하세요. 잘못하다간 저한테 집니다.”
“설마.”
자신감이 넘치는 린텔을 보며 아이언은 마력을 끌어 올렸다.
그러자 린텔 역시 마력을 끌어 올리면서 언제든 검을 출수할 준비를 했다.
린텔이 준비가 되었다는 걸 확인한 그 순간 아이언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어? 그건…….”
린텔이 놀란 표정으로 말하는 순간 아이언의 두 눈에서 섬광이 뻗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