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75)
23. 위기를 극복한 북동부 (2)
사령관의 말에 아이언의 표정이 굳어졌다.
‘황제?’
황궁에 콕 박혀서 절대 나오지 않는 인간이 북동부까지 온다는 말에 의아해진 것이다.
그건 그만큼 현 상황이 안 좋다는 뜻이었다.
“폐하가 직접 오신단 말입니까?”
“그러네.”
“혹시 직접 상을 내리고자 오시는 것입니까?”
아이언의 물음에 크림슨 사령관이 갸웃거렸다.
“잘 모르겠지만 아마 그럴 것 같네. 아직 정식 공문이 내려오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이곳에 모인 이들에게 훈장을 내려 주려면 폐하 정도가 아니면 불가능하지.”
“으음…….”
크림슨의 말처럼 당대 신검과 사자가주까지 모여 있는 북동부에서 사령관이 직접 상을 주는 것도 애매한 일이기는 했다.
“사실 폐하께서 여기에 오는 이유 중 가장 유력한 건 자네를 데려가려는 건데…….”
“절 말입니까?”
아이언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자 크림슨이 빙그레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크림슨의 모습에 아이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북동부의 영웅이니 탐이 나시겠지.”
“하하…… 그럴 리가요.”
아이언이 쑥스러운 표정으로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크림슨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표정으로 뜨겁게 아이언을 바라봤다.
이번엔 정말 위험하다는 듯 몇 번이고 북동부에 남겠다는 확언을 듣고 나서야 멈추는 크림슨을 보며, 아이언은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깨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소문은 많이 들었다.
자신이 봉인되어 있는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활약했는지를.
그리고 그런 사람들 중에 익숙한 이름들도 보였다.
언젠가는 따라잡히는 걸 넘어 저 멀리 사라질 거라 생각한 아리엘.
비록 자신보다 뒤처졌지만 결국엔 자신을 넘어설 게 분명한 카드로.
아카데미 동기인 이 두 사람도 반가웠지만 더 반가운 건 막내 녀석이었다.
어느새 커 버린 녀석이 전장에서 활약하고 있었다.
형제들의 괴롭힘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결국 이겨 냈다.
이 상태로 잘 커 준다면 무난히 마스터까지는 오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빠른 성장이었다.
문제는 이런 천재들보다 자신이 훨씬 더 앞서 있다는 것이다.
대충 고스트들에게 들은 공훈만 봐도 자신은 다른 신성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차이가 많았다.
게다가 아직 어리고 구슬리기 쉬웠다.
황제 입장에서는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으로 보일 터였다.
‘귀찮아지겠네.’
황태자처럼 귀찮게 할 것을 예상한 아이언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아이언을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쉰 크림슨이 빙그레 웃었다.
“폐하가 직접 오시니 아이언 자네도 일찍 사령부에 복귀해서 폐하를 뵐 준비를 해야 하네.”
“준비할 게 있습니까?”
아이언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그런 아이언을 보면서 크림슨이 웃으며 말했다.
“황제 폐하가 직접 오시니 예절 교육도 속성으로 받아야 하고, 시상식을 거행할 수 있으니 그에 따른 준비 절차도 연습해야지.”
“아…….”
크림슨의 말에 아이언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북동부 아카데미에서 기초적인 예절 교육을 받는다지만 그건 완전 기초일 뿐이다.
다른 아카데미와 달리 귀족이나 고위 장교들이 배우는 예절 교육은 거의 건너뛰는 만큼 아이언도 그런 교육을 대충이라도 받아야만 했다.
“음…….”
전생에 수없이 봐서 굳이 필요 없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애써 참아 내며 크림슨과 함께 움직였다.
그러자 크림슨의 명으로 더 이상 검은 숲에 머물 필요가 없어진 고스트들도 함께 사령부로 복귀했다.
사령부까지 비룡을 타고 갔는데, 도착해서 내리는 그 순간 수많은 장교들의 눈길이 아이언에게 향했다.
겨울산에 있을 때보다 몇 배는 큰 관심에 아이언이 살짝 부담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공작가에서는 경멸 어린 눈길만 받았던 것과 달리 지금은 부러움과 존경심이 가득한 눈빛들이 공존하고 있었기에 잘 적응되지 않은 것이다.
겨울산 때는 가까운 사람들 위주로 축하받았던 것과 달리 지금은 사령부 전체에서 관심이 높아졌다.
게다가 그때보다 몇 배는 커진 규모에 수많은 상인과 학자, 관련 인원들이 모여 있었기에 겨울산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관심을 받고 있었다.
그렇게 부담스러울 정도로 관심을 받는 와중에 황제가 온다는 소식이 정식 공문으로 내려왔고, 북동부 사령부가 오랜만에 바빠지기 시작했다.
여느 군부대가 그러하듯 높으신 분이 오시면 때 빼고 광 내는 게 기본이었기에 다들 청소하고 사열하는 걸 반복하면서 황제가 왔을 때를 대비해 노력했다.
그러는 와중에 아이언은 기초적인 황실 예법 등을 급하게 배우면서 황제가 시상할 때를 대비해 연습을 시작했다.
“오랜만이야.”
“소식 들었다. 내가 잠들어 있는 동안 엄청 활약했다며?”
북부의 신성 중 하나로 특별히 황제에게 직접 훈장을 하사받을 예정인 아리엘이 아이언을 찾아왔다.
카드로 역시 받을 예정이었으나 아직 짬밥이 차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여기가 사령부라는 특성 때문인지 근무에 들어가서 아직 보지 못했다.
“너야말로 미쳤던데?”
아리엘이 부럽다는 듯 아이언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이언을 따라잡기 위해 미친 듯이 노력했던 아리엘이다.
겨울산에서부터 미친 활약상을 보인 아이언을 공훈으로 따라잡는 건 일찌감치 포기했다.
다만 적어도 아이언의 경지 정도는 따라잡기를 바랐다.
아니, 솔직한 심정으로는 검술만큼은 넘어서기를 바랐다.
‘마스터 후보’.
몬스터 웨이브를 무사히 막아 낸 후 아리엘에게 붙여진 또 하나의 칭호였다.
솔직히 이렇게 불렸을 때는 부끄럽기도 했지만 아이언이 봉인되면서 어쩌면 자신이 아이언을 검술로는 넘어설 수 있을지 모른다고, 아리엘은 생각했다.
2년 가까이 자신은 실력이 상승한 반면 아이언은 그대로 멈춘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도착하기 전까진 자신의 목표가 거의 실현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본 아이언의 기세는 결코 그녀 못지않았다.
은연중에 보낸 살기를 아무런 표정의 변화 없이 받아 내는 아이언의 모습에 아리엘은 또다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동안 실전을 엄청 치렀나 보네?”
아리엘의 살기를 느끼면서 아이언이 묻자 그녀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몬스터 웨이브에서 살아남기 위해 미친 듯이 발버둥 쳤고, 그 결과로 지금의 경지를 이룩할 수 있었다.
5단계까지 고작 반걸음도 남지 않은 상태.
이미 다음 단계에 대한 감을 잡아 놓은 상태였다.
이미 벽은 넘었고, 나머지는 감을 잡아 마력을 자신의 특성으로 변환만 하면 되는 단계였다.
지금도 아이언에게 보내는 찌를 듯한 기세가 그걸 증명했다.
문제는 아이언 역시 똑같다는 것이었다.
강철 같은 그의 마력이 은연중에 아리엘의 기세를 받아 내는 것과 동시에 튕겨 내 버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기끼리 기 싸움은 그만하고 연습 준비를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데…….”
“재밌는데 뭐 하러 말려?”
오랜만에 보는 짐 로저스가 아이언과 아리엘의 기 싸움을 멈추게 하자 멀리서 구경하던 스카이 랭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언 기수의 졸업생들 이전에 북동부 최고의 재능이라 평가받던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아이언과 아리엘이 살짝 경례했다.
“후배님! 나 알지? 내가 여기로 데려왔잖아.”
“예, 기억합니다.”
스카이 랭스가 과거를 상기시키자 아이언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때도 범상치 않더니…… 엄청난 후배님이 되어 버리셨네.”
“그 정도는 아닙니다.”
“인정해도 됩니다. 아이언 소령이 북동부를 구한 겁니다.”
스카이 랭스의 말에 아이언이 겸양을 표하자 옆에 과묵하게 있던 짐 로저스가 살짝 미소를 그리며 말했다.
옆에 있는 아리엘 역시 스카이 랭스가 칭찬하면서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영관급이 돼서 자신들을 추월하면 어떡하냐고 호들갑을 떨어 댔다.
그렇게 스카이 랭스가 희생하면서 경직되어 있는 분위기가 풀리자 그들은 시상식 준비를 위한 연습을 시작했고, 얼마가 지나자 칼 구스타프를 비롯해서 각 부대의 최고 지휘관들 역시 하나둘 들어와 연습에 합류했다.
그러다 열심히 굴려지던 카드로마저 도착하자,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못 했던 이야기를 하면서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동기 사랑이란 이런 것일까?
아카데미 때는 그렇게 많이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는데 막상 밖에서 만나니 반가운 마음에 별로 없는 추억까지 꺼내 가면서 이야기했다.
그렇게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시상식 준비를 한 지가 어느덧 며칠째.
마침내 황제가 오기 바로 전날이 다가왔다.
“어?”
아이언은 어딘가 익숙한 얼굴이 보이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멈춰 섰다.
자신이 알던 막내의 얼굴이 언뜻 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엔 지나치게 성숙했고, 무엇보다 몸이 엄청났다.
막내는 이제 겨우 열다섯 살일 텐데 체격은 이미 성인보다 훨씬 크고 온몸이 근육질로 덮여 있는 상태였다.
그가 기억하던 유약한 막내의 모습이 아닌 것이다.
“에이……든?”
“응? 형님?”
아이언의 부름에 고개를 돌린 에이든이 아이언의 얼굴을 유심히 보더니 이내 확신했는지 활짝 웃으면서 다가왔다.
“형님!”
“너 맞아? 몸이 왜 이렇게 변했어?”
“수련하다 보니 이렇게 변하더라고요.”
온몸이 근육질로 변한 에이든의 몸을 질렸다는 듯 바라보는 아이언에게 에이든이 말했다.
“제이든…… 아니, 여기선 아이언이었던가요?”
“응.”
“활약상은 들었어요. 역시 형님이에요. 가문을 나가서도 잘 지내셨네요?”
“잠깐…… 나인 줄은 어떻게 알았어?”
아이언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에이든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버지가 말씀하셨어요. 형님이 북동부에서 어떤 활약을 하시는지 간간이 말씀하시면서 더욱 노력하라고 하시더라고요.”
“하…… 다른 녀석들한테도?”
“아마 형님들 중 몇 명은 알고 있을지도요? 그래도 다들 함구하고는 있어요.”
에이든이 그렇게 말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직까진 비밀로 해야 하죠?”
“……응.”
“그럼 오늘은 일단 본 것으로 만족해야겠네요. 헤헤~ 나중에 대련이나 한판 해요! 저 진짜 실력 많이 늘었으니까 예전처럼 쉽게 당하진 않을 겁니다.”
에이든의 말에 아이언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친구도 소개시켜 줄게요.”
“친구?”
“예, 몬스터 웨이브 때 만났는데 저랑 같이 다니면서 친해진 녀석이거든요.”
에이든은 그렇게 말하면서 한참을 친구 자랑을 늘어놓더니 주변 눈치를 보면서 나중에 다시 만나자는 말과 함께 멀어졌다.
그런 것치곤 얼마 안 가 시상식 연습 때 다시 만났지만 애써 아이언을 모르는 척해 주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자신에게 눈길을 주지 않으려고 애쓰는 에이든을 아이언은 귀엽게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동생도 만나고 동기들도 만나 즐거웠지만 밤늦게까지 반복되는 연습은 지루했다.
그래도 황제를 본다는 생각에 다른 사람들은 나름 열심히 했지만 아이언은 지루한 것을 넘어 짜증만 났다.
자신이 왜 그딴 자식을 위해 이런 연습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 툭툭 튀어나올 정도였다.
그런 짜증 속에서 겨우겨우 연습을 마친 아이언은 마침내 다음 날이 되어 시상식 준비를 시작했다.
제대로 된 정복을 입고서 자신의 자리에 각 잡고 한참을 서 있자 한참 뒤에 상공에서 거대한 비공선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금으로 꾸며진 화려한 비공선에서 보석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비룡 하나가 황제를 태우고 천천히 하강하기 시작했다.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크림슨 헤일로의 선창과 함께 모든 군인들이 일제히 군례를 올렸다.
동시에 폭죽이 펑펑 터지면서 황제가 북동부 사령부에 방문한 것을 축하하는 군악대의 음악이 울려 퍼졌다.
반면 크림슨의 양옆에 선 신검가주와 사자가주는 그저 가볍게 고개만 숙일 뿐이었다.
황제가 왔음에도 가장 간소한 예만을 올린 두 가주였지만 그 누구도 그들에게 뭐라 하지 않았다.
제국의 오랜 역사에서 항상 최강을 다투는 두 가문이고 현 가주들 역시 대륙에서 가장 그랜드 마스터에 가까운 인물들이었기에 황제 본인조차도 그들의 예를 뭐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 낸 영웅들을 직접 두 눈으로 보니 이곳까지 오면서 느낀 피로감이 전부 사라지는 것 같군.”
황제가 그렇게 말하면서 군인들을 바라보았다.
“다들 나에게 불만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황제의 발언에 다들 각 잡고 서 있던 군인들의 눈이 일제히 크게 떠졌다.
현재 북동부가 자신에게 불만이 있음을 안다고 솔직하게 드러내는 황제의 모습에 놀란 것이다.
‘또 시작이군.’
그러나 아이언은 일찍이 겪어 본 패턴에 짜증 난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미 전생에 수차례 겪어 본 황제의 패턴.
먼저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내면서 불만 세력에 다가가 큰 보상으로 그들의 불만을 잠재운다.
그 후 몇몇을 골라서 자신의 심복으로 만들어 내부에서 이간질시키는 패턴.
황태자가 바로 황제의 이러한 모습을 닮아 있었다.
“짐의 양심상 그동안의 불만을 잊으라고는 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그대들에게 그동안 있었던 울분과 불만을 잠재울 만큼 큰 보상을 내려 줄 것은 약속하마.”
황제는 그렇게 말하면서 북동부에 앞으로 어마어마한 지원을 약속하고 병력 개개인에 대한 보상 역시 더욱 크게 해 줄 것을 약속했다.
구체적인 액수까지 말해 주자 듣고 있던 장교들과 병사들의 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반면 신검가주와 사자가주 그리고 레오폴드 전 중앙 사령관은 별다른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황제의 보상은 반드시 독을 품고 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건 북동부와 북부 사령관들 역시 마찬가지였고, 고위 장교들 역시 다 알고 있다는 듯 큰 표정 변화가 없었다.
“그럼 다음으로 공훈을 세운 자들에 대한 시상이 있겠습니다. 먼저 북동부 사령관…….”
“짐이 직접 할 것이다.”
“예?”
“다오. 내 직접 영웅들의 시상을 도울 것이니라.”
황제가 그렇게 말하면서 시상이 예정된 가장 낮은 공훈의 장교들부터 하나하나 직접 표창을 수여하고 훈장을 달아 주었다.
그 모습에 몇몇 병사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으며, 평소 불만을 갖고 있던 장교들마저 이번만큼은 감동적인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평소에 욕하는 황제라지만 직접 와서 시상을 해 준다는 건 개인적으로는 영광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손수 한 명 한 명을 직접 챙기면서 네 명의 신성들과 마스터들까지 전부 시상이 끝나자 남은 건 아이언뿐이었다.
“자네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네.”
단상에 오르자마자 황제가 아이언의 손을 두 손으로 꼭 잡으면서 말했다.
“북동부를 구한 영웅을 꼭 한 번은 보고 싶었네.”
정말로 아이언을 보고 싶었다는 듯이 말하는 황제의 모습에서 2년 전에 보았던 황태자가 생각났다.
가면을 쓴 것처럼 기계 같은 표정으로 말하는 모습.
그 모습은 지금 보이는 황제의 얼굴과 똑 닮아 있었다.
“영웅을 직접 시상하게 되어 영광이네.”
아이언은 황제의 말에 대답 대신 군례를 올렸다.
말을 아끼는 아이언의 모습에 살짝 꿈틀한 황제였지만 노련한 성격답게 순식간에 표정을 갈무리하고는 그를 바라보았다.
“축하하네.”
황제가 직접 클로버를 견장에 하나씩 더 달아 주고는 아이언의 목걸이에 마법이 각인된 보석을 넣어 주었다.
이미 2개의 보석이 박힌 아이언의 철십자 훈장에 적색의 보석이 추가되는 것을 본 황제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한번 축하의 말을 전하며 표창장까지 건네주었다.
“여기서 끝내면 서운하겠지.”
모든 시상식이 끝나자 황제가 내려가려는 아이언을 붙잡으며 말했다.
그러자 사령관들과 두 가주가 의아한 표정으로 황제를 보았다.
아이언 역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솔직히 시상이 끝나는 순간 미친 듯이 알림음이 울릴 거라 생각했는데 조용해서 이상했기 때문이다.
“황제 직권으로 명한다. 이 시간부로 아이언 카터 중령을 명예 자작에 봉한다. 또한 이번 시상식에서 짐이 직접 시상한 이들 역시 귀족에 봉할 것이다. 본래 귀족이라면 승작을, 아니라면 준남작 이상을 봉할 것이다. 또한 내 개인적으로 이들에게 더 큰 보상을 내릴 것이다.”
황제의 발언에 모든 이들이 경악 어린 표정을 지었다.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는 두 가주들과 이미 최고직위에 오른 사령관들을 제외한 모든 이들에게 추가적으로 보상을 하려 한다는 말에 모두들 부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아이언 카터 중령, 부디 나의 성의를 받아 주겠나?”
“……예, 폐하.”
“받아 주어 고맙군.”
“폐하의 은혜에 감읍, 또 감읍할 따름이옵니다.”
고개를 숙이는 아이언의 모습을 만족스러운 미소로 바라본 황제가 나직이 말했다.
“그대를 비롯한 시상자들을 정식으로 황궁에 초대하겠네. 그곳에서 짐이 직접 귀족에 봉하고 막대한 보상을 안겨 줄 것이네.”
그렇게 말한 황제가 병사들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북동부의 군대여! 그대들 역시 내 잊지 않겠다. 황궁으로 돌아가는 즉시 오늘 약속한 바를 이행할 것이니 기다리라! 내 반드시 그대들의 희생을 보상할 것이노라!”
“와아아아아!”
황제가 우렁찬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한번 약속하자 병사들이 일제히 함성을 외쳤다.
인간들 중 돈 싫어하는 놈 없다는 말처럼, 평소엔 그렇게 미울 수 없었던 황제가 보상을 약속하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성자와 같았다.
그렇게 황제의 보상에 열광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시상식이 끝나는 순간.
마침내 기다리던 알림음이 들려왔다.
-메인 퀘스트급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보상으로 겨울산의 영웅의 칭호가 북동부의 영웅으로 변경됩니다.
-메인 퀘스트 업적에 들어가진 못하지만 추후 메인 퀘스트 클리어 시 지금의 업적들은 반영될 수 있습니다.
-북동부의 영웅의 칭호 효과로 기존 영웅 효과가 2배 더 강화됩니다.
-메인 퀘스트급 업적을 이룬 당신에게 특전으로 환상종이 잠든 곳에 대한 힌트를 드립니다.
-※번개가 몰아치는 유령섬을 찾아라.
생각보다 적은 알림음에 아이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이 정도만 해도 충분했다.
다음 신수에 대한 힌트.
그리고 더욱 강력해진 칭호 효과만으로도 그동안의 고생에 대한 보상은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이언이 만족하려 할 때였다.
-당신이 북동부에서 보인 활약에 대한 보상이 미흡합니다. 추가 보상 산정 계산 중……
-업적 북동부의 신성이 제국의 신성으로 업그레이드됩니다.
-제국의 신성 효과로 영웅으로 성장 시 칭호 효과가 2배 상승합니다.
-이미 영웅의 반열에 올랐기 때문에 이 칭호 효과는 곧바로 반영됩니다.
예상치 못한 추가 보상에 아이언이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기뻐하자 그런 그를 보며 같이 기뻐해 주는 고스트들.
그리고 아리엘과 카드로, 멀리서 몰래 기뻐해 주는 막내 녀석까지.
모두의 축하를 받으면서 시상식이 마무리되었다.
그렇게 북동부에서 예정되었던 몬스터 웨이브를 막고 시상식까지 끝냈지만 이곳에 모인 이들은 곧바로 해산하지 않았다.
차원 균열이 서서히 안정되어 가면서 북동부는 꿈의 땅이 되어 가고 있었다.
게다가 황제가 약속한 보상 문제 때문에라도 움직일 수 없었다.
각 가문, 군부의 유력한 인재들이 황제에게 직접 시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두 달 가까이가 흘렀을 무렵.
마침내 황제가 직접 황궁으로 초대하는 초대장을 발송했다.
초대장을 받은 모든 이들이 흥분하며 황궁으로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릴 정도의 빅 이벤트.
하지만 운이 없게도 황제의 이러한 이벤트는 곧 묻힐 수밖에 없었다.
몬스터 웨이브조차 가릴 정도로 거대한 이벤트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언의 눈앞에 그 이벤트를 알리는 알림음과 함께 푸른 창이 나타났다.
-갓 게임이 정식 오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