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74)
23. 위기를 극복한 북동부 (1)
4개의 차원 균열 폭주.
처음 이 사실이 제국에 퍼져 나갔을 때 모든 제국민들은 혼란에 빠졌다.
무려 4개의 차원 균열 폭주로 제국 전체가 괴멸적인 타격을 입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단 북동부의 멸망은 확정적이고, 북부도 머지않아 멸망할 거라 생각했다.
[멸망을 앞둔 제국]
이런 자극적인 신문 기사들이 나올 정도로 제국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암울했다.
위기는 곧 기회!
황실은 이번 기회에 더 큰 권력을 쥐기 위해서 발 빠르게 움직였다.
마침 신검과 사자가 북동부에 발이 묶인 상황이고 입안의 가시 같았던 레오폴드 역시 북동부로 보내 버린 상태였기 때문에 황실 입장에서는 절호의 기회였다.
[나라가 멸망을 앞두었는데 제 살길만 찾는 귀족들]
[황실은 북부를 버리는가?]
[썩을 대로 썩은 중앙 정치]
이런 신문 기사들이 하나둘 튀어나왔지만 이런 신문사들은 메이저가 아니라 금방 묻혀 버렸다.
하지만 이런 황실이라도 중앙을 지켜야 한다는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었고, 북부의 멸망이 예정되었다면 전선을 중앙에 두고 최대한 몬스터 웨이브를 저지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시간을 벌기 위해 북동부와 북부에 지원하는 양을 더욱 늘리고, 중앙에 방어선을 구축하기 위해 막대한 양의 세금을 걷기 시작했다.
“이대로 쭉 진행된다면 사자와 신검의 힘도 대폭 깎을 수 있겠군.”
황제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미소를 짓자 중앙 귀족들 역시 미소를 지었다.
몬스터 웨이브라는 거대한 재앙보다 더 골치 아픈 것이 사자와 신검이라는 절대적인 두 가문의 힘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앙 귀족들은 이런 생각을 곧 고쳐먹을 수밖에 없었다.
북동부 전체를 멸망으로 몰아갈 몬스터 웨이브가 있을 거라는 학자들의 판단과 달리 북동부와 북부 연합군은 훌륭히 몬스터들을 ‘통제’했다.
[북동부의 영웅이 탄생하다!]
북동부에 탄생한 어린 영웅.
중앙으로선 전혀 예상치 못한 한 명의 영웅으로 인해 몬스터 웨이브가 ‘통제’ 가능한 수준에서 끝나 버렸다.
게다가 자신들을 버림패로 사용하려던 중앙이 괘씸하다는 듯 그들은 장벽을 세워 막기보다 몬스터들을 흘려보냈다.
중간중간 길목마다 요새와 방어선을 구축해서 ‘길’을 만들었다.
견고한 요새와 방어선을 뚫기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바로 뒤에서 공허충들이 몰려오기 때문인지 몬스터들은 웬만하면 그 길을 따라 중앙으로 가 버렸다.
그것이 반복되자 그것이 곧 몬스터가 다니는 길이 되어 버렸다.
덕분에 엄청난 숫자의 몬스터들이 북동부에서 북부로, 북부에서 중앙으로 흘러들어 가기 시작했다.
[영리한 북동부, 잔머리 굴리던 중앙에 철퇴를! <부제 : 몬스터 로드>]
멸망이 예정된 북동부가 미래를 바꿨다.
그 중심엔 아직 어린 청년 장교가 있었다.
스스로를 희생해 오염된 마나를 정화시킨 고귀한 장교의 희생정신으로 인해 북동부는 구원을 받았다.
하지만 영웅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북동부에 모인 수많은 병력이 목숨을 걸고 막았고 그건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그들 모두가 영웅이요, 전설의 한 조각들이다.
반면 중앙 정치는 썩었다.
썩은 내가 진동하는 시궁창보다 더한 냄새가 난다.
이런 이들에게 제국을 맡기는 것이 과연 가당키나 한가?
여러분들에게 묻겠다.
과연 이 제국을 저런 쓰레기들에게 맡기는 것이 맞는가?
수도의 광장 게시판에 붙은 한 게시문.
혁명의 불씨라 불리는 이 글은 누가 썼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제국인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물론이고 제국민 전체에게 불을 지핀 이 한 장의 게시문으로 인해 제국 수도는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북동부가 안정적으로 몬스터를 통제하면서 제국인들은 더 이상 중앙 정치의 오만함을 참지 않았다.
제국이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위험론이 힘을 잃으면서, 그동안 참아 왔던 불만이 일시에 중앙 정치를 향하기 시작한 것이다.
동시에 북동부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전쟁은 영웅을 만드는 법이고, 수많은 전설을 낳는 법이다.
비록 한 청년 장교가 북동부를 지키며 희생되었지만 미래의 영웅 후보까진 막을 수 없었다.
[몬스터 웨이브 속에 탄생한 제국의 어린 신성들!]
-북동부
별빛 기사 : 아리엘 파브리스.
피에 미친 광전사 : 카드로 지오반니.
-북부
북부의 어린 사자 : 에이든 레온하르트.
겨울바람 : 카온 템페트.
이미 영웅의 반열에 오른 아이언을 제외한 네 명의 신성들.
이들이 그동안 보인 활약은 미친 수준이었다.
가장 먼저 아리엘 파브리스는 옛 북동부 아카데미에서 역대 최고를 넘나드는 재능이라는 말을 증명하듯 종횡무진 활약했다.
4단계라는 경지에도 5단계에 근접한 활약을 보이면서 기사단 내에서 최고의 입지를 다졌다.
반면 카드로 지오반니는 달랐다.
아카데미 때부터 아이언 카터와 아리엘 파브리스에게 가려졌던 그였지만 악바리처럼 수련하고 또 수련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몬스터 웨이브라는 재앙을 만나게 되면서 꽃을 피웠다.
아이언의 활약 때문인지, 오만했던 그가 마음을 다잡으면서 부족한 자신의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 미친 듯이 굴렀다.
이를 갈면서 몸을 아끼지 않은 덕분일까?
악착같이 아리엘을 따라잡으면서 4단계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특히 전투 때마다 피를 흠뻑 뒤집어쓴 채 돌아다니면서 북동부 군부 내에서 광전사라 불릴 정도의 활약을 했다.
그럼 북동부만 활약했을까?
아니다.
북부에서는 천재라 불리는 신성이 나타났다.
누구나 예상하듯 사자 가문에서 나왔지만, 어릴 때부터 두각을 드러낸 2공자나 3공자 혹은 쌍둥이들이 아니었다.
조용히 지내면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던 막내가 그 주인공이었다.
대륙 최강을 다투는 라이너 현 가주의 어린 시절을 그대로 빼다 박은 어린 사자.
심성은 착하지만 전투가 시작되면 누구보다 현 가주와 닮은 막내.
게다가 이런 어린 사자를 견제하기 위해 북부의 명가인 두 가문이 힘을 합쳤다.
템페트와 윈스텔의 두 방계가 비밀리에 혼인하여 낳은 한 아이가 두각을 드러낸 것이다.
몬스터 웨이브라는 최악의 재앙 덕분에 네 명의 신성들이 태어났다.
덕분에 제국민들은 썩어 버린 중앙 정치 때문에 지치고 힘들어도 새로이 나타난 신성들에 열광하면서 이겨 낼 수 있었다.
제국민 모두가 그들은 최고의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한마음 한뜻으로 말했다.
하지만 북동부에서는 아직 그 누구도 보상을 받지 않았다.
네 명의 신성들뿐만 아니라 북동부를 지키는 다섯 명의 마스터.
그리고 수많은 활약을 보인 군인들.
진작 훈장과 보상을 받았어도 이상하지 않을 그 모든 이들이 보상을 미루었다.
오직 단 한 명을 기다리기 위해서 그들 모두가 보상을 미룬 것이다.
그 덕에 거한 보상으로 민심을 달래 보려던 황실의 시도는 무위로 돌아갔고, 그것은 몇 개월 동안 계속되었다.
어떤 이는 이미 영웅은 죽었으니 이제 그만 남은 이들이라도 보상을 받으라 했지만 북동부에 모인 모든 병력은 기다렸다.
분명 다시 깨어날 거라는 믿음.
언제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반드시 깨어날 거라는 믿음 덕분일까?
굳어 있던 푸른 돌에 마침내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쩌적!
“헉!”
처음 균열이 갔을 땐 다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 아닌가 걱정했다.
가장 먼저 발견한 이는 항상 옆에 있던 고스트도, 빈틈없이 호위하던 기사도 아니었다.
그저 신수력에 의해 정화되는 이 현상을 연구하기 위해 온 한 마법사에 의해 발견되었다.
아주 미세했지만, 연구를 위해 관찰하던 마법사에 의한 균열 발견.
하지만 그건 위험한 것이 아니었다.
오염된 마나가 마법사들에 의해 정화되자, 막대한 정화의 불꽃이 서서히 아이언의 몸으로 흡수되면서 봉인이 풀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쩌저적! 쩌저저적!
마법사들의 대규모 정화 마법진이 설치될수록 아이언을 봉인시킨 푸른 돌은 균열이 많아져 갔다.
검은 숲에 수많은 정화 마법진이 설치되고 건물이 지어져 반영구적인 장치까지 설치될 무렵.
마침내 주변에 떠돌던 불길이 모조리 아이언에게 흡수되면서 굳어 있던 마나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하나둘 부서지던 마나 덩어리들이 불길에 녹아내리고 가루가 되면서 사라진 순간, 아이언의 감겨 있던 눈이 떠졌다.
“으음…….”
아이언은 멍한 머리를 흔들면서 신음을 흘렸다.
너무 오랫동안 봉인되어 있던 탓인지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막 깨어난 아이언을 향해 쏟아지는 수많은 시선.
“어…… 다들 오랜만입니다?”
아이언이 머쓱한 표정으로 인사하는 순간 수백 명의 시선 중 하나가 갑자기 아이언에게 튀어 왔다.
“야, 이 자식아! 왜 이렇게 늦게 깨어났어!”
린텔이 울먹거리면서 달려들자 다른 고스트들 역시 하나둘 아이언에게 다가왔다.
여기저기 아이언의 몸을 만져 보던 그들은 멀쩡하다는 걸 확인하자마자 복귀 환영식에 들어갔다.
“컥! 자…… 잠깐만요.”
헤드록을 걸면서 아이언을 추궁하는 린텔과 그런 린텔을 돕는 고스트들.
그런 고스트들의 성대한(?) 환영식이 끝나자 칼 구스타프가 미소를 지으면서 다가왔다.
“고생했다.”
“……예.”
상관의 고생했다는 말에 울컥했던 아이언이지만 애써 참아 내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런 아이언의 등짝을 후려치면서 린텔이 물었다.
“너무 늦은 거 아냐? 너 때문에 진급도 못 하고, 엉?”
“아…….”
린텔의 말에 다른 고스트들도 동의한다는 듯 말했다.
“그러게. 대장도 대령 진급 너 때문에 계속 미루고 있는 거 알지?”
“얼른 진급하고 싶은데 너 때문에 이게 뭐냐?”
“훈장도 늦어졌지.”
“가장 중요한 건 우리 연봉 인상이 미뤄졌다는 점이지! 아, 빡치네. 다시 조져!”
고스트들이 분노의 응징을 하려 하자 아이언이 다급하게 말했다.
“그건 저 때문이 아닙니다! 아니, 저도 더 일찍 나오고 싶었습니다! 근데 차원 균열의 오염된 마나를 일정 수준 이하까지 정화시켜야 하는데 그게 제가 아니면 안 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마법사들이 미적거려서 늦어졌다?”
린텔의 말에 아이언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그럼요. 정화 마법이 더 빨랐으면 저도 일찍 깼을 겁니다.”
아이언의 말에 고스트들의 시선이 일제히 마법사들에게 돌아갔다.
근처에서 듣고 있던 나이트들과 철벽 사단의 장교들 역시 마법사들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몇몇 마법사들이 움찔거리면서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하…… 하하하…….”
어색하게 웃으면서 뒷걸음질하는 마법사들을 향해 기사들이 먼저 움직였다.
분노의 응징을 하기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이는 그들에게 어느새 소문을 들은 레인저들까지 합류했다.
그렇게 마법사들에게 분노를 돌렸으나, 아이언은 그 이후로도 한참을 고스트들에게 시달렸다.
그래도 오랜만에 만난 동료들과 회포를 푸는 과정은 즐거웠다.
봉인된 기간 동안 엄청나게 변화한 검은 숲의 풍경은 굉장히 낯설었다.
수많은 군사기지들이 들어섰고, 심지어 마법사들이 지은 마탑마저 있었다.
아이언이 며칠 동안 푹 쉬면서 그것들을 하나둘 구경할 때였다.
하늘에서 회오리가 만들어지더니 한 남자가 지상으로 떨어졌다.
“사…… 사령관님을 뵙습니다!”
“정말 깨어났군.”
크림슨이 웃으면서 아이언을 꽉 껴안았다.
아이언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큼지막한 손으로 등을 두드리는 크림슨한테 한참을 안겨 있어야 했다.
“고생했네.”
크림슨이 그렇게 말하면서 아이언을 풀어 주고는 괜찮은지 한참을 살폈다.
그런 사령관의 부담스러운 시선을 식은땀을 흘리면서 받아 낸 아이언에게, 크림슨이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깨어난 지 얼마 안 된 자네에게 이런 말을 하기 미안하네만…….”
“무슨 일이라도…….”
아이언이 침을 꿀꺽 삼키면서 묻자 그가 머쓱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와 같이 사령부로 가야 할 것 같네.”
“……예?”
“자네가 깨어났다는 소식에 황제 폐하께서 여기로 직, 접 오신다고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