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69화 (66/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69)

21. 마녀와의 거래 (1)

위험을 감수하고 간다는 칼 구스타프의 판단에 고스트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차원 균열이 일어났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뜻으로 노란 불빛을 쏘아 올린 고스트들은 상세 전술 설명에 들어갔다.

일점 돌파가 가능했으면 좋겠지만 압도적인 물량의 공허충들을 상대로 그건 불가능했다.

‘헬 카우가 아쉽네.’

겨울산의 ‘영웅’인 헬 카우들이 없다는 것을 아쉬워하던 아이언은 또다시 심장의 고동을 느꼈다.

공허충들만으로도 고스트들의 침입을 막을 수 있다고 본 것인지 마녀들은 유령들을 배치하지 않았다.

그 전까지 줄기차게 막던 유령 나무들 역시 이 부근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길을 잘못 든 건가?”

“하지만 방향은 맞을 겁니다.”

칼 구스타프의 물음에 아이언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기척을 최대한 죽이면서 이동했지만 보이는 건 공허충들뿐이었다.

심지어 오염된 마나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적어도 지금 자신들이 가는 길이 차원 균열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이 두근거림도…….’

아이언은 자신을 자극하는 기운과 심장을 울리는 기운이 점점 강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대로 기척을 죽이면서 움직인다.”

칼이 그렇게 말하면서 나뭇가지를 밟고 움직였다.

그러자 고스트들이 다들 기척을 죽이면서 공허충들을 피해 조용히 움직였다.

마나 사용을 최소한으로 억제하고 대부분 육체 능력에 의존해 움직이자 공허충들도 고스트들을 쉽사리 발견하지 못했다.

아무리 몬스터에 특화된 군이라지만 명색이 특수부대인데 최소한의 잠입, 은신 등을 못할 리가 없었다.

아이언 역시 겨울산에서의 일이 끝나고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훈련받기도 했었다.

하지만 전문적인 암살자가 아닌 이상 한계는 있는 법.

결국 숲이 끝나고 공터가 나타났다.

그곳엔 공허충들이 바글거리고 있었고, 은신에 특화된 존재가 아닌 이상 저곳을 그냥 지나갈 수는 없었다.

“아무래도 꿀 빠는 건 여기까진 거 같은데?”

“쯧! 고생길이 열렸군.”

린텔의 말에 빌리 브란트가 혀를 차면서 검을 뽑아 들었다.

어둠 속에서 소리 하나 내지 않고 검을 뽑아 든 고스트들이 검에 마력을 주입한 순간.

-키에에엑!

“드럽게.”

검에 푸른 빛이 감도는 순간 린텔의 코앞까지 나타난 공허충이 아가리를 열고 린텔을 집어삼키려 했다.

그러자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검속으로 단번에 공허충을 베어 낸 린텔이 끈적거리는 체액을 털어 냈다.

엄청난 검속에 수십의 공허충들이 일제히 잘려 나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고스트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가장 먼저 움직인 건 밀턴이었다.

오러를 한데 뭉쳐서 참격을 날리는 순간 지나가는 곳곳에서 폭발음이 들려오면서 공허충들이 터져 나갔다.

그 뒤를 소리아와 고든이 주변을 휩쓸면서 길을 텄다.

-부!

“부엉아?”

갑자기 들려오는 부엉이의 소리에 아이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부부부부!

“모두 물러나십쇼!”

아이언이 부엉이의 경고를 들으면서 다급하게 소리치자 고스트들은 전진하던 것을 멈추고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상공에서 푸른색의 무형의 기운이 터져 나왔다.

“큭!”

푸른 돌풍이 몰아치자 모두들 땅에 검을 박아 넣고 그 자리에서 버텨 냈다.

“단순한 바람이 아니다!”

“큽!”

“유…… 유령?”

칼 구스타프의 경고와 동시에 고스트들이 귀를 막았다.

푸른 바람의 물결이 고스트들을 휘감는 순간 혼란이 일어났다.

탈진, 유령의 소리, 저주, 일시적 실명 등 온갖 디버프들이 몰아치면서 고스트들의 발을 묶었다.

그때 주변의 마나가 아이언을 중심으로 휘감더니 퍼져 나갔다.

그러자 고스트들을 괴롭히던 디버프가 일시에 사라졌다.

“아이언?”

“예?”

“너, 눈이…….”

아이언이 돌아보는 순간 린텔이 흠칫하면서 살짝 물러났다.

그건 다른 고스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제 눈이 뭐가 이상합니까?”

“빛나는데?”

“예? 그게 뭔…….”

아이언이 눈살을 찌푸리면서 말하려는 순간 갑자기 알림음이 들려왔다.

-고대의 마녀가 두 개의 달과 동화된 당신을 노리기 시작합니다. 앞으로 마녀는 당신을 우선적으로 처단하려 할 것입니다.

-마녀에 의해 차원 균열이 확장을 멈추고 게이트화되기 시작합니다. 그동안 진행되었던 영역화에 의해 오염된 마나의 파장이 북동부 전체로 퍼져 나갈 것입니다. 마녀를 막고 차원 균열을 봉인하세요!

-이 퀘스트는 메인 퀘스트급입니다. 다만 ‘정식 오픈’이 아닌 관계로 메인 퀘스트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메인 퀘스트에 포함되지 않는 대신 더 큰 보상이 주어집니다. 이 퀘스트를 클리어 시 당신은 또 다른 환상종에 대한 단서를 ‘직접적으로’ 받게 될 것입니다.

알림음이 끝나는 순간 상공에서 푸른 불덩이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이언을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보고 먼저 없애려는 것이었다.

-부! 부부부엉!

“알았어.”

부엉이의 재촉에 아이언이 칼 구스타프를 바라본 순간 그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짓으로 전진 명령을 내렸다.

그들을 가로막던 디버프도 없어졌기에, 수천의 유령들이 나타났지만 고스트들은 엘리트들답게 순식간에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그런 고스트들을 막기 위해서 푸른 불덩이가 다시금 날아들었지만 이번엔 칼 구스타프가 직접 나섰다.

검을 뽑아 들면서 허공을 베어 내자마자 충격파에 의해 수십 개의 푸른 불덩이가 터져 나갔다.

마력을 이용한 발검술로 일격에 푸른 불덩이를 날려 버린 것이다.

하지만 푸른 불덩이는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쾅! 쾅! 쾅!

끊임없이 날아드는 불덩이를 베고 날려 버리면서 전진하자 유령과 유령 나무, 거대 인형이 차례차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동시에 디버프 역시 강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이곳이 마녀의 영역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려는 것처럼 점점 더 강해지는 저항에 고스트들은 지쳐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고스트들을 도우려는 듯 밖에서는 포격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고, 비룡 부대와 비공선 부대 역시 위험을 감수하고 포격을 가하면서 결계를 부수기 위해 노력했다.

동시에 중간중간 깨진 결계 사이로 기사들이 하강하기 시작했다.

“뚫렸다. 가자!”

상공에서는 비공선과 비룡 부대가 견제하고 또 크림슨이 직접 움직이면서 강력한 마법을 직접 막아 주고 있었다.

뚫린 결계 덕분인지 앞을 가로막는 힘이 느슨해지는 것을 본 고스트들이 그 틈을 노리지 않고 몸을 날렸다.

검은 장막이 앞을 막았지만 칼 구스타프의 온 힘을 다한 찌르기에 수십 번의 충격파가 연이어 터지면서 장막이 깨져 나갔다.

“저건…….”

검은 장막이 깨져 나가자 거대한 차원 균열이 모습을 드러냈다.

장막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균열이 보이기 시작하자 고스트들이 멍하니 상공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이언의 눈에 보인 건 차원 균열이 아니었다.

“부엉이?”

거인보다 커 보이는 부엉이 하나가 눈을 감은 채 바닥에 누워 있는 것이 보였다.

-부! 부부엉!

저곳으로 데려가 달라는 부엉이의 요구에 아이언이 몸을 움직였다.

그러자 멍하니 차원 균열을 바라보던 고스트들도 재빠르게 움직이면서 아이언을 보좌했다.

-끈질기구나.

상공에서 낫과 마녀 모자를 쓴 호박이 모습을 드러내자 고스트들이 반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이전에 보았던 크기만 했던 호박 인형과는 다르게, 마녀의 모자를 쓴 작은 호박 인형은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녀석은 검은 바람을 일으켜서 고스트 중 가장 빠른 검속을 가진 린텔의 검을 막아 냈다.

동시에 엄청난 양의 몬스터들이 소환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고스트들은 하나둘 소환되는 몬스터들을 상대했고, 칼 구스타프는 마녀 모자를 쓴 호박 인형을 상대했다.

그사이 아이언은 재빠르게 잠들어 있는 부엉이를 향해 다가갔다.

“그러고 보니 공허충이……?”

아이언이 차원 균열이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공허충이 보이지 않는 것을 의아하게 여긴 순간이었다.

거대한 부엉이에게 손댄 순간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환각?”

속았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챘지만 이미 늦었다.

주변 공간 전체가 일그러지면서 단절된 공간으로 수없이 많은 공허충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아이언은 이를 악물고 뛰었다.

뒤에서는 수많은 공허충들이 몰려들고 상공에서는 푸른 불길이 아이언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부부부부!

어느새 나타난 부엉이가 직접 길을 안내하자 아이언은 부엉이를 따라 빠르게 움직였다.

-귀찮게 하는구나.

공간을 가르고 나타난 낫을 든 호박 인형이 자신의 몸보다 몇 배는 큰 낫을 휘둘렀다.

카앙!

“가!”

자신 때문에 머뭇거리는 부엉이를 보면서 아이언이 다급하게 말하며 호박 인형의 앞을 막아섰다.

-두 개의 달이 인간과 계약이라……. 우습구나.

-부부!

부엉이가 호박 인형을 우습다는 듯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호박 인형 역시 마녀에게 묶인 몸이었기 때문이다.

한때는 고귀했던 존재가 한낱 마녀에게 사역되는 신세가 된 것이다.

한 마리의 신수와 한 사역마가 잠깐 서로를 마주할 때, 어느새 바로 뒤까지 쫓아온 공허충들을 향해 아이언이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호박 인형이 여유를 버리고 더욱 거세게 아이언을 몰아쳤다.

그사이 부엉이는 어느새 자신의 몸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고스트들을 막아섰던 검은 장막이 또다시 나타났지만 부엉이의 몸이 빛으로 변하면서 그것을 통과해 버렸다.

‘저곳인가?’

그러자 인식 저하 마법이라도 걸렸던 것인지 절대 길이 아닐 것 같은 곳에 길이 생겨났다.

환각 마법까지 섞였는지 서서히 검은 장막이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벽이라 생각했던 곳이 툭 트인 것이다.

-이거…… 큰일 났군.

호박 인형이 그렇게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작은 호박 인형이 푸른 불길에 휩싸이면서 거대한 낫에도 푸른 화염이 맺혔다.

동시에 유령들이 호박 인형 주위로 몰려들었다.

-작은 인간아, 나를 상대로 얼마나 버틸지 심히 궁금하구나.

호박 인형이 그렇게 말하면서 허공에 낫을 휘둘렀다.

그러자 푸른 불길을 품은 유령들이 아이언에게 날아들었다.

카가가가각!

“큭!”

-버텨 보거라. 잠시라도 버틴다면 그것이 곧 영광일지니. 잠시나마 사령술사이자 유령왕인 짐을 상대하는 영광을 그대에게 내리노라.

호박 인형의 그 말이 끝나는 순간 또다시 허공에 수많은 유령들이 나타났다.

공허충을 푸른 불길로 태우면서 그것을 재료 삼아 실체화하기 시작하는 수백 수천의 유령 군대.

그것은 점차 수를 불려 나가기 시작했다.

“당신…… 누구지?”

-말했잖느냐. 짐은 유령왕이니라.

“그런데 마녀의 사역마 노릇을 한다고?”

-그럴 가치가 있는 존재이니까. 또한 목적이 같기도 하고.

유령왕의 말에 아이언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궁금한 것이 많은 아해구나. 정 궁금하면 네놈의 신수 녀석이 온전히 깨어날 때까지 버텨 보거라. 나는 제약에 묶여 답할 수 없지만 마녀의 여왕이라면 다를 것이니. 그녀에게 물으면 되겠구나.

“마녀의 여왕…….”

-물론 네놈이 짐에게서 살아남을 수 있을 때에나 가능하겠지만.

그 말과 동시에 유령왕의 군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주변에 가득 찬 유령들의 공격에 아이언은 이를 악물고 검을 들어 올렸다.

“후…… 그래. 반드시 살아남아 답을 들어 주마.”

아이언은 그 말과 동시에 자신의 검에 마력을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길.

버티고 또 버텨서 끝까지 살아남고자 선택한 자신의 길.

두드릴수록 강해지는 강철처럼, 수없이 많은 고난조차 ‘제련’해 살아남고자 했다.

그리고 지금 그런 아이언의 의지가 검에 담겼다.

수없이 많은 유령 군대는 자신을 제련할 도구요, 자신의 의지는 강철이니.

육체와 마력을 재료 삼아 강철검을 세워 답을 찾을 것이다.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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