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68화 (65/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68)

20. 검은 숲을 뚫어라 (5)

아이언은 자꾸만 두근거리는 심장 때문에 미칠 것 같은 표정으로 한쪽을 바라보았다.

겨울산에서처럼 피닉스의 환영이 나타나는 것도 아니지만 그때보다 더 선명하게 길이 보였다.

마치 이곳으로 오라는 것처럼 자신에게 손짓하는 것 같은 기분에 아이언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아이언 소령! 소령!”

레인저 하나가 멍한 표정을 짓는 아이언을 불렀다.

그러자 고스트 하나가 급히 다가왔다.

“아이언! 정신 차려!”

짝!

따귀를 날리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아이언이 멍하니 고스트를 바라보았다.

“선배님?”

“왜 그래?”

빌리 브란트가 아이언을 걱정스레 바라보았다.

“큭!”

멍하니 바라보던 아이언이 갑자기 심장을 부여잡자 고스트들이 황급히 다가왔다.

“아이언이 갑자기 왜 이러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심장을 부여잡는 것이…….”

칼 구스타프가 아이언을 걱정스레 바라보았다.

“마……녀…….”

뭔가가 콕콕 찌르는 느낌에 아이언이 신음을 억누르며 말했다.

검은 숲에 들어서고 나서부터 포근한 기운과 다르게 자신을 콕콕 찌르는 묘한 기운도 느껴졌는데, 그 순간 자신에게 동기화된 힘에 마녀의 기운이 섞여 들어왔던 것이다.

“마녀의 힘? 주술인가!”

“5단계가 아니라서 그런 건가?”

“그건 아닐 겁니다. 그럼 레인저들도 똑같은 현상을 느껴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왜……?”

칼 구스타프의 말에 빌리 브란트가 그럴 리 없다는 듯 대답했다.

“신수 때문인가?”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스트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만약 주술 때문이라면 포션은 효과를 보지 못한다.

정신 안정에 도움 되는 마법이나 유물이 필요한데 지금 상황에 그런 게 있을 리 없었다.

마녀가 있을 거라 생각해서 정신 계열 마법을 막아 주는 마도구를 차고 왔지만, 이미 그것이 뚫린 상황이라면 다른 걸 더 차 본들 의미가 없었다.

“후우…… 후우…….”

아이언은 토악질할 것 같은 표정으로 긴 숨을 내뱉으면서 두근거리는 심장을 안정시켰다.

동기회가 더욱 강해지면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지만 의도적으로 신수력으로 동기화를 끊어 내면서 정신의 안정을 찾은 것이다.

“괜찮나?”

“……예.”

아이언은 칼의 물음에 간신히 대답하고는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고스트들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이곳에 신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신수?”

“……예.”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멍하니 한 곳을 바라보았다.

“이곳의 신수라면…… 두 개의 달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칼 구스타프의 물음에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부엉이를 불렀다.

‘부엉아, 맞지, 여기에 그게 있는 거?’

아이언의 물음에 부엉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확신했다.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불완전한 부엉이의 모습.

아직까지도 검은 숲에 퍼져 있는 부엉이의 마력.

급속도로 빨라지는 동기화.

심장이 터져 버릴 것 같은 느낌의 끌어당기는 기운.

이 모든 것을 종합했을 때 아직 이 검은 숲에는 부엉이가 남긴 뭔가가 있을 확률이 높았다.

마녀는 바로 그것을 이용해서 차원 균열을 여는 것이다.

그렇다면 매개체가 되는 부엉이의 뭔가를 자신이 가로챈다면?

겨울산에서처럼 차원 균열을 불완전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설명해 봐.”

린텔의 재촉에 아이언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설명을 이어 나갔다.

“겨울산에서 피닉스의 힘으로 차원 균열을 열려고 했던 것처럼 이곳 역시 비슷하다 판단됩니다.”

“그렇다면 두 개의 달을 매개체로 사용했겠군.”

“그런 것이라 판단됩니다.”

칼 구스타프의 말에 아이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제가 계약한 부엉이가 두 개의 달로 추측되는데, 점차 동기화가 강해지고 끌어당기려는 힘이 강해지는 걸로 보아…….”

“아직 두 개의 달의 뭔가가 검은 숲에 남아 있다는 것이군.”

“예.”

“그럼 그걸 우리가 빼낸다면?”

“겨울산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판단됩니다.”

아이언의 말에 칼 구스타프를 비롯한 고스트들이 일제히 침묵했다.

근처에서 듣고 있던 레인저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갑자기 자네가 아파했던 이유는 뭔가?”

“마녀의 마력으로 추정되는 힘이 동기화에 간섭했습니다.”

“그게 가능한가?”

신수 계약자의 힘은 특별했다.

그렇기에 일반 마력 사용자들은 간섭할 수 없는 뭔가가 있었다.

정령사들도 간섭할 수 없는, 신수와 계약자 간의 동기화.

그것을 간섭할 정도라면 일반적인 마녀의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는다는 뜻이었다.

“미치겠군.”

“후…… 사령관님이 이 자리에 계신다 하더라도 불안할 정도인데?”

밖에서 그렇게 많은 포격을 하고 수많은 병력이 검은 숲 외곽을 공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으로 진입한 것은 기사와 레인저, 고스트뿐이었다.

그마저도 기사들은 외곽을 뚫고 지나온 후 더 이상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진입한 레인저들 역시 대부분 상태가 안 좋다고 가정하면, 실질적으로 중심부까지 공략 가능한 건 고스트들이 전부라고 봐야 했다.

“신수를 이용할 정도의 마녀라면 마스터급 이상의 마녀가 있다고 가정해야 되나?”

“그렇지 않겠습니까?”

“문제는 지금 이 전력으로 가는 게 가능하냐는 겁니다.”

마녀의 영역이 된 검은 숲을 뚫고 숲 중심부로 돌입하는 게 가능하냐는 질문이었다.

이번엔 단순히 피닉스가 있는 곳으로 가는 게 전부였던 겨울산 때와는 달랐다.

마녀의 전력이 중심부에 온전히 있을 것으로 판단되니 이쪽 역시 전력 손실 없이 중심부까지 도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아무것도 정하지 못한 채로 한동안 거점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들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동시에 휴식을 통해 부족한 마력을 채워 넣고 육체 역시 피로를 풀어냈다.

그리고.

“뚫는다.”

“예? 불가능합니다.”

“말도 안 됩니다.”

생각을 정리한 칼 구스타프가 마침내 결정을 내리자 린텔과 빌리 브란트가 곧바로 반대했다.

“소리를 들어 봐.”

칼 구스타프가 귀를 기울이며 말하자 고스트들이 청각에 마력을 집중시켰다.

“폭격음이 들리지?”

멀리서 작게 들려오는 것이지만 분명히 폭격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폭격음이 들려오는 곳이 중심부일 가능성이 높다. 숲에서 방향을 잡기 어려울 경우 폭격음을 따라가도록 작전이 짜여 있었으니까.”

“아…….”

“작전은 계속되고 있다는 증거다. 게다가 주변을 포위하던 나무들 역시 숫자가 줄었어.”

칼 구스타프의 말에 모두들 주변을 둘러보았다.

감각을 끌어 올리자 확실히 주변을 포위하던 유령 나무들의 숫자가 줄어들어 있었다.

“레인저 혹은 기사가 이곳에서 활약하고 있을 확률이 높아.”

칼 구스타프의 말에 모두들 굳은 표정으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외부에서는 계속 작전대로 행동하고 있었다.

최악의 상황 속에서 모두가 동료들을 믿고 맡은 바 임무를 다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그들만 허송세월을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현재 검은 숲에 들어온 전력 중 가장 강력한 전력이 고스트다.

“움직인다. 아이언, 안내할 수 있겠나?”

“예.”

“좋아. 지금부터 내 직권으로 작전을 변경한다. 작전명은 ‘두 개의 달’.”

칼 구스타프가 작전명을 말하는 순간 모든 고스트들의 눈이 빛났다.

그들의 의지를 확인한 칼이 고개를 돌렸다.

“함께하시겠소?”

칼의 물음에 어느새 모든 레인저들이 자리에 일어나 있었다.

그들 중에서 대표가 나와 말했다.

“함께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레인저가 웃으면서 말하자 칼 역시 웃으면서 악수했다.

“지금부터 검은 숲을 돌파할 거다. 모두들 갖고 있는 불꽃을 통해서 일정 지역을 통과할 때마다 불꽃을 쏘아 올려라.”

중심부에 도착할 때까지 불꽃으로 자신들의 위치를 알리라고 명령한 칼은 검은 숲의 지도를 펼쳤다.

“사실 이 지도는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이미 마녀의 영역이 되면서 상당 부분 변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칼이 그렇게 말하면서 현재 위치로 추정되는 곳을 톡톡 쳤다.

“하지만 대략적인 위치 파악은 가능하지. 여기서 여기까지가 우리가 가야 할 거리다.”

직선거리상으로는 도보로 이틀 거리도 안 되는 짧은 거리.

평균 4단계 이상의 실력자들이라면 몇 시간이면 가는 거리였다.

하지만 숲이라는 지형의 특성과 마녀의 영역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얼마나 걸릴지 예측조차 할 수 없었다.

“이 녀석을 두 개의 달이 있는 곳까지 데려가자. 알겠나?”

“예!”

칼이 아이언의 머리에 손을 얹으면서 말하자 모든 고스트들이 일제히 우렁차게 대답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레인저들이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도 빼놓지 말아 주십쇼.”

“물론입니다.”

칼이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고는 지도를 품에 집어넣었다.

“포격은 저쪽이다. 우리가 오면서 싸운 흔적과 정반대 방향이니 얼추 중심부 쪽일 가능성이 높지.”

칼이 그렇게 말하면서 검을 뽑아 들었다.

“단숨에 돌파한다.”

“예!”

고스트들의 대답과 동시에 칼이 곧바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 뒤를 고스트들과 아이언, 레인저들이 따랐다.

-꺄아아아!

“린텔.”

고스트들이 움직이자마자 귀신같이 나타난 유령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자 린텔이 가속을 붙여 순식간에 유령을 베어 냈다.

그러자 느슨해져 있던 유령 나무들이 나타나서 앞길을 가로막았다.

“여긴 저희가 맡겠습니다.”

레인저들이 유령과 유령 나무 조합을 상대로 마탄과 속성 마력이 담긴 화살을 쏘아 내면서 길을 뚫어 주자 고스트들이 그 길로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자 앞에서 상대했던 호박 인형과 지푸라기 인형이 거대화하면서 앞을 가로막았다.

이것 역시 레인저들이 견제하면서 시선을 끌며 고스트들이 앞으로 갈 수 있도록 길을 터 주었다.

고스트들보다 배는 많았던 레인저들이 유령들과 인형들을 막는 데 투입되면서 다시금 고스트들만 남았다.

하지만 그간 고전하게 만들었던 적을 레인저들이 상대해 주니, 고스트들은 온전히 전력을 보존한 상태로 전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고스트들은 얼마 못 가 또다시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앞을 가로막는 또 하나의 적.

하지만 익숙한 형태의 적을 보면서 고스트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겨울산에서 지긋지긋하게 상대했던 적.

“공허충…….”

아이언이 이를 갈면서 자신들의 앞에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모여 있는 공허충들을 바라보았다.

“차원 균열은 이미 열린 것이 맞았군.”

“영역화를 진행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칼 구스타프가 심각한 어조로 말하자 아이언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근처에는 차원 균열이 안 보이는데?”

“그럼 이미 이 근방은 차원 균열의 오염된 마나에 장악되었다 보시면 됩니다.”

“그렇다는 건…….”

“차원 게이트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아질 겁니다. 아마 좀 더 상위 몬스터가 튀어나올 가능성이 높다 봐야 합니다.”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공허충 다음에 나올 녀석을 생각해 봤다.

벌레 다음으로 많은 녀석들.

지구에서의 피라냐처럼 개떼같이 몰려들어 물어뜯는 놈들.

“차원 물고기가 넘어왔다면…… 대규모 군대로 쓸어버리는 거 말곤 답이 없습니다.”

“차원 물고기…….”

칼 구스타프 역시 알고 있는 존재였다.

녀석들의 영역에선 마스터라도 살아남기 힘들 정도로 무서운 놈들.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는 놈들.

지옥에 아귀가 있다면 공허에는 차원 물고기가 있었다.

“후퇴하겠습니까?”

아이언의 물음에 칼이 잠시 입을 닫고선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곧 아이언을 보면서 진중한 음성으로 말했다.

“아니, 전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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