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67)
20. 검은 숲을 뚫어라 (4)
가장 먼저 움직인 건 의외로 이곳에 모인 주축들이었다.
사령부를 지키는 데 모든 힘을 다하는 철벽 사단에서 보낸 2개 포병 부대가 첫 공격의 시작이었다.
긁어 올 수 있는 모든 포대를 박박 긁어모아서 검은 숲을 향해 발포를 시작하자 유령들이 일제히 날아올라 포병 부대를 막기 위해 움직였다.
그사이 물리력으로 약해진 결계를 마법 부대가 부수기 시작했고, 포격에 깨져 나가 빈틈이 생긴 결계를 향해 상공을 배회하던 비룡 부대의 호위를 받은 비공선들이 일제히 폭격을 시작했다.
쾅! 쾅! 쾅!
-끼에에엑!
-꺄아아아아악!
유령들과 유령 나무들이 일제히 비명을 지르면서 격렬히 저항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갖고 온 모든 폭탄들을 떨굴 기세로 2시간가량 포격과 폭격을 퍼붓자 검은 숲은 쑥대밭이 되었다.
그다음으로 움직인 건 나이트들이었다.
“돌파!”
수없이 많은 마법진이 그려진 갑주를 걸치고 미스릴 검을 뽑아 든 기사들이 일제히 돌격을 시작했다.
카심 나이츠를 선두로 수많은 기사들이 일제히 치고 나가기 시작하자 안개 군단과 산악 군단 역시 움직였다.
하지만 이들이 하는 일은 검은 숲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었다.
“길을 열어라!”
“기사들이 들어갈 수 있는 길을 확보해!”
고래고래 소리치면서, 돌파하는 기사들을 돕기 위해서 모든 병력이 유령들과 유령 나무들을 공격했다.
그사이 종심 돌파를 통해서 기사들이 검은 숲에 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사들의 뒤를 바짝 쫓던 레인저들이 일제히 흩어지면서 겨울산으로 하나둘 진입했다.
수색에 능한 레인저들이 검은 숲에 진입하자 그것을 지켜보던 칼 구스타프가 입을 열었다.
“모두 준비됐나?”
“예!”
“우리도 진입한다.”
그 말과 동시에 칼 구스타프를 필두로 모든 고스트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진형은 아이언을 중심으로 고스트들이 그를 호위하는 형태였다.
“작전은 겨울산과 크게 다를 건 없다. 우리의 임무는 검은 숲 안에 신수와 연관된 것이 있는지, 그리고 차원 균열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칼 구스타프가 다시 한번 고스트들의 작전을 확인했다.
이번 고스트들의 임무는 차원 균열을 막는 것이 아니었다.
이미 고스트들로는 차원 균열을 막기 힘들다는 것을 겨울산에서 뼈저리게 느꼈다.
그렇기에 이번 작전은 단순히 확인하는 것.
추후 차원 균열 봉인과 신수에 관한 것은 사령관이 다시 명령을 내려 줄 것이다.
“이런……. 레인저들과의 연락이 끊겼다.”
고스트들이 검은 숲에 진입하는 순간 실시간으로 길을 안내하던 레인저들의 연락이 끊겼다.
다행히 레인저들이 연락해 온 것을 바탕으로 지도에 표시한 안전지대로 길을 만들어 두었다.
중심부를 향해 곧장 이어지는 길을 만들고 고스트들이 검은 숲에 진입했다.
“조심!”
서걱!
숲에 진입하자마자 평범하게 보이는 나무의 가지가 갑자기 길어지면서 날아들자 고스트들이 곧바로 발검하면서 잘라 냈다.
“마녀들의 땅이라…….”
수십 배의 전력을 갖고도 마녀의 땅에선 승산을 장담하기 어렵다.
고대로부터 전해지는, 마녀의 땅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는 말이었다.
그리고 지금 검은 숲은 마녀들이 점령한 땅이 되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사방에서 가지들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동시에 유령들이 괴이한 울음소리를 내뱉으면서 고스트들의 정신력을 갉아먹었다.
그것이 끝이 아닌 듯 유령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때마다 중간중간 경직되어 갔다.
“모두 마나로 귀를 보호해!”
칼 구스타프가 그렇게 말하면서 마력을 뿜어냈다.
그의 검이 움직이자마자 충격파가 터져 나오면서 사방을 쓸어버렸다.
그러자 다른 고스트들도 자신들의 전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빌리 브란트가 참격을 날려 수십 개의 나무를 한 번에 베어 냈고, 그것을 시작으로 린텔이 순식간에 사라지며 나무 사이사이에 숨어 있는 유령들을 베어 냈다.
퇴니에스와 짐멜은 은신과 환영의 조합으로 사방에서 날아드는 어둠 인형들을 상대했고, 베버와 슈판은 빛과 어둠을 뿜어내면서 숲을 휘감았다.
“고든! 소리아! 밀턴! 길을 뚫어라!”
“예!”
칼 구스타프의 말에 세 명의 고스트들이 일제히 앞으로 몸을 날렸다.
순간적으로 마력검의 크기를 키워 주변을 쓸어버리는 데 능한 강검 유저인 고든과 소리아가 길을 만들고, 한군데에 뭉쳐 있는 경우 밀턴의 폭검이 쓸어버렸다.
그들의 활약에 수많은 나무들이 터져 나가거나 잘려 나갔고, 유령들 역시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한차례 큰 싸움을 벌인 고스트들이 좀 더 안쪽으로 진입하려 하자 상공에서 그런 그들을 돕기 위해 크림슨의 폭풍검이 날아들었다.
이 상태라면 손쉽게 검은 숲 중심부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마녀들이 그리 호락호락할 리가 없었다.
“우워어어~.”
쿵! 쿵! 쿵!
허공에서 나타난 거대한 인형들.
지푸라기와 호박으로 엮인 인형들이 골렘만 한 크기로 나타나서 고스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동시에 뒤에서 나무들이 크기를 키우며 괴이한 울음소리를 내면서 고스트들을 압박했다.
“그래, 명색이 마녀들인데 쉬울 리가 없지.”
칼 구스타프가 그렇게 말하면서 검에 마력을 불어 넣었다.
동시에 유려한 움직임으로 자신들을 밟으려 하는 지푸라기의 발을 베어 냈다.
분명 칼로 긋는 시늉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결과는, 거대한 지푸라기 발이 터져 나갔다.
쾅! 쾅!
“큭!”
마녀의 지푸라기 인형을 베어 내자 지푸라기가 퍼져 나가면서 사방에 폭발음을 만들어 냈다.
“자폭 인형인가?”
일종의 자폭 인형같이 지푸라기들이 터져 나가는 것을 확인한 칼 구스타프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호박 인형 역시 범상치 않았다.
푸른 불을 뿜어내면서 화염 계열의 마법을 사용하며 고스트들의 전진을 막았다.
뒤에선 어두운 마력을 가득 품은 나무들이 강철 같은 나뭇가지들을 휘둘러 왔다.
캉!
“큭!”
뒤에서 몰려드는 나무들을 막기 위해 아이언이 나섰다.
강철 같은 나무들의 공격을 모조리 받아 낸 아이언은 신음을 흘리면서 그것을 흘리거나 쳐 냈다.
한계까지 압축된 마력검이라서 그런지 나뭇가지들을 엮어서 만들어 낸 거대한 주먹 역시 받아 낼 수 있었다.
“아이언, 평소보다 힘 좀 쓴다?”
“저걸 받아 낼 줄은 몰랐는데?”
린텔의 말에 지켜보고 있던 짐멜 역시 놀란 표정으로 아이언을 바라봤다.
그런 그들의 말을 들은 아이언 역시 놀랐다.
이 정도 공격을 받아 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가 있었다.
‘할 만해. 아니…… 좀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야.’
아이언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마력을 끌어 올렸다.
전투를 치를수록 검은 숲에 있는 마나가 아이언의 검에 몰려들었다.
동시에 검은 숲의 어둠에 숨겨져 있던 친숙한 마나가 몸을 휘감았다.
“부엉이의 마나인가?”
아이언은 자신에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마나를 느끼면서 좀 더 힘을 내기 시작했다.
검은 숲의 마나가 아이언이 마력을 소모할 때마다 금방금방 보충해 주어서 그런지, 평소보다 훨씬 많은 마력을 소모하고도 크게 지치지 않았다.
마치 이곳이 자신의 영역인 것처럼 미친 듯이 날뛰는 아이언을 보면서 고스트들도 힘을 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바로 돌파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빌리 브란트가 살짝 지친 표정으로 수없이 베어 낸 나무들과 지푸라기 인형, 호박 인형의 잔해를 바라보았다.
“이제 초입을 벗어난 것뿐인데 이 정도라…….”
칼 구스타프가 중심부는커녕 초입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서 막혀 버린 자신들을 보면서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마녀들의 영역에 침입하는 건 자살행위라는 건 그저 말뿐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정말 말뿐이 아님을 깨달았다.
“여기서 시간을 잡아먹는 건 좋지 않은데…….”
“최대한 빨리 진입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우리만으론 무리가 있습니다.”
소수 정예인 고스트들의 입장에서는 물량 공세를 하는 마녀들의 공격이 쥐약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런 경우는 나이트들이 제격이었다.
어느 정도 숫자가 되고 종심 돌파에 능한 기사들이 일제히 달려들면 제아무리 마녀들이라도 돌파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숲이라는 환경이 기사들에겐 최악의 환경이야.”
“후…… 이런 식의 공격이라면 레인저들도 활약하기 어려울 겁니다.”
유령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때마다 탈진한 것처럼 몸이 무겁고, 지치고, 약간의 두통과 무력감마저 들었다.
고스트들이 이 정도이니 병사들이 이곳에 진입하는 것은 무리였다.
들어오자마자 온갖 저주에 걸려 시름시름 앓다가 나무들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다.
“숲이라 그런지 방향감각도 잃은 것 같군.”
사방이 어둡고 숲으로 둘러싸인 지형이라 그런지 방향을 파악하기 쉽지 않았다.
경험 많은 고스트들조차 이러할진대 일반 병력이 들어오면 헤매다 끝날 것이다.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자네도 느꼈나?”
아이언의 말에 칼 구스타프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분명 고스트들을 좀 더 고립시켜 지치게 만들 수 있음에도 놔두는 느낌이었다.
그것이 여력이 되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무슨 의도를 갖고 그런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일단 여기서 자리를 잡고 밖에 연락을 취해서 다시 방향을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아이언의 말에 구스타프 역시 고개를 끄덕이면서 고스트들에게 자리를 잡게 한 후 불꽃을 쏘아 올렸다.
그리고 자리를 잡으면서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몰려드는 나무들을 자르고 불을 지르면서 시야를 확보하자 검은 숲을 수색하던 레인저들 일부가 나타났다.
“괜찮습니까?”
“포…… 포션…….”
“여기 있습니다!”
여기저기 부상당한 레인저들이 동료들의 부축을 받으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죽은 사람은 없군요.”
“……예, 그나마 다행이지요. 다만…….”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은 레인저들이 많은 탓일까?
곧바로 전력으로 가용될 인원은 적었다.
무슨 환각을 본 것인지 다들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강인한 정신력을 소유한 레인저들이다.
정식 레인저가 되려면 강철 같은 체력과 수많은 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이번 작전에는 그것들이 충분한 베테랑들만 차출해서 투입했다는 걸 고려하면 심각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환각을 본 분들은 4단계 초입입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3단계 후반에 있는 견습들은 숲 초입에서 더는 진입도 못했으니…….”
그렇게 말하는 레인저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고작 하루.
마녀들의 땅에서 호되게 당했다는 것을 증명하듯 레인저들의 몰골은 최악이었다.
“검은 숲이라……. 두 개의 달이 있을 때와는 다른 의미로 무서운 곳이 되어 버렸군요.”
칼 구스타프가 그렇게 말하면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검은 운무 때문에 희미하게 비치는 태양 빛.
마치 마계라도 온 것 같은 숲의 풍경은 고스트들과 레인저들의 사기를 최악으로 끌고 가고 있었다.
모두들 최악의 상황 속에서 불을 피우고 경계를 서면서 검은 숲에 먹히지 않기 위해 발악하고 있을 때 아이언은 혼란에 빠졌다.
두근! 두근!
“대체…….”
어디선가 자신을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곳을 볼 때마다 자신의 심장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려왔다.
처음 느껴 보는 감각.
다크 엘프의 동굴에 들어설 때 피닉스가 자신을 부르던 것보다 몇십 배, 몇백 배는 큰 울림에 아이언은 눈살을 찌푸렸다.
“대체 뭐야?”
아이언이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손을 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