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66화 (63/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66)

20. 검은 숲을 뚫어라 (3)

대전 회의에서 북동부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 결정이 발표되자 수도는 불판처럼 달궈지기 시작했다.

마녀가 출현했고, 수도의 중앙군 총사령관과 그를 따르는 중앙군 2개 기사단의 파견이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급변하는 북동부를 확실하게 지원하기 위해 신검의 파견도 요청했다.

이 결정에 제국민들과 귀족들은 의견이 분분해졌다.

하지만 잘했다 못했다 이전에 누구나 한 가지 부분에 대한 비판에는 똑같이 공감했다.

“미쳤군.”

“신검과 사자를 한곳에 모아 놓겠다고?”

“이건 누구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야?”

두 귀족이 펍에서 술을 마시며 이번 정부의 결정을 멍청하다고 비난했다.

남부와 북부를 대표하는 두 가문이 북동부에 모인다.

이것은 제국인들 입장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주 가끔 중앙에 모이기만 하면 싸워 대는 두 양반 덕분에 황궁이 매번 터져 나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자가주와 신검가주는 정말 급한 일이 아니면 번갈아 가면서 참석하게끔 하고 있을 정도로 두 가문은 앙숙이었다.

현 가주들 역시 서로를 향한 감정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

어렸을 적부터 비교되어 왔으며 몇 번 전쟁에 같이 설 때마다 싸웠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북동부 군부가 과연 두 사람을 잘 데리고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두 가문 간에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었다.

너무 과민 반응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만큼 두 가문이 앙숙이었다.

“한 가지는 확실하네.”

“그러게. 마녀가 나타나든 다크 엘프가 나타나든 북동부가 안전할 거라는 건 확실해.”

두 귀족이 그렇게 말하면서 빙그레 웃었다.

제국의 두 괴물들을 향한 이런 믿음은 이들 두 귀족만의 것이 아니었다.

이번 정부의 결정에 논란은 많았지만 북동부에 나타난 마녀를 쓸어버린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제국 최강의 전력인 두 괴물이 동시 출전했으니 어떤 변수도 차단할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반면 수도의 분위기와는 반대로 북동부는 난색을 표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사령부가 날아가겠어.”

크림슨이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하자 제든 윅스가 한숨을 쉬었다.

“북부 전체가 개판이 되겠군요.”

“후…… 그래도 두 사람 덕분에 북동부가 멸망은 면하겠어.”

크림슨의 말에 제든 윅스가 쓴웃음을 지었다.

현재 북동부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듣고 있는 제든 윅스 입장에서 북동부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화약고였다.

겨울산의 차원 균열을 봉인했다지만 완전히 닫힌 게 아닌 봉인이다.

소멸이 아닌 봉인이기에 강력한 충격을 준다면 언제든 다시금 열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게다가 검은 숲 역시 차원 균열이 의심되었다.

그리고 여기에 아직 대외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문제가 한 가지 더 있었다.

“서리산맥과 대균열 유적지 쪽은 아직도 그 모양입니까?”

제든 윅스의 말에 크림슨이 한숨을 쉬었다.

“그래, 수색은 불가능해.”

“포격이라도 해 보시죠.”

“안 먹혔네.”

크림슨의 말에 제든 윅스가 고개를 숙였다.

“최악이군요.”

“그나마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지.”

크림슨이 그렇게 말하면서 오래전 아이언이 건의했던 것을 생각했다.

그때 아이언의 말을 선봉 군단장이 귀담아듣지 않았다면?

만약 선봉 군단장의 말을 자신이 반려했다면?

아이언이 고스트로 들어오지 않았다면?

이 수많은 가정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하나라도 어그러졌다면 지금 북동부는 몬스터 웨이브를 앞두고 있었을 것이다.

당장 차원 균열로 의심되는 모든 곳을 다 막는다고 하더라도 북동부는 한동안 여유를 갖기 힘들 정도다.

어느 한 곳이라도 뚫린다면 결국 몬스터 웨이브는 일어날 것이고, 결국 연쇄적으로 봉인된 차원 균열도 자극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즉, 완벽하게 막는다 한들 본전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북동부 병력 전원은 검은 숲에 전념할 생각이네.”

“그럼 북부군은 뭐 합니까?”

“레온하르트 가문과 함께 대균열 유적지를 조사하게. 신검가주와 중앙군을 서리산맥 쪽으로 배치하겠네.”

크림슨의 말에 제든 윅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둘을 떨어뜨려 놓는 거군요?”

“그래야지. 안 그럼 북동부가 개판으로 변할 테니.”

제든 윅스가 크림슨의 말에 소리 내어 웃었다.

“괜히 무리하지 말고 적당히 견제만 하십시오.”

“마녀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다르겠지.”

제든 윅스의 조언에 크림슨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북부 사령관이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목표가 정해졌으니 이젠 바쁘게 움직여야 할 타이밍이었다.

레온하르트를 방문해서 일정을 조율하고 병력 운용도 심도 있게 상의해야 했다.

크림슨 역시 바빴다.

레오폴트 사령관에게 신검가주와 서리산맥의 조사를 맡기고 관련 자료들을 넘겨주거나 서리산맥 쪽에 능한 부대도 파견해 주는 등 해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검은 숲 쪽은 아이언과 고스트들을 주도적으로 움직인 덕분에 이 정도 시간을 낼 수 있는 것이었다.

제국의 두 괴물과 중앙군, 북부군까지 북동부에 합류하기 시작할 즈음, 고스트들과 레인저들은 한가했던 나날들이 멀어지며 다시금 바빠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조사는 해야 할 것 같은데……. 저거 좀 불안하지 않습니까?”

“동의합니다.”

린텔의 말에 빌리 브란트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검은 숲의 상태가 요상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둥둥 떠다니는 유령들의 숫자가 많아지고, 나무들이 하나둘 변해 갔던 것이다.

정확히는 고목들 위주로 사람처럼 흉악한 얼굴이 생겨났다.

매일같이 정찰하며 점차 요새화되어 가는 검은 숲을 지켜보는 고스트들과 레인저들은 속이 탔다.

“대장, 어찌 됐습니까?”

“허락받았습니까?”

린텔 베르너와 빌리 브란트의 물음에 칼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북동부 전군이 움직일 거다.”

“전군이라면…… 선봉 군단도 움직입니까?”

최전선을 홀로 책임지고 있는 선봉 군단도 움직인다는 말에 린텔이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선봉 군단은 비룡 부대만 도울 거다. 주축은 안개와 산악이야.”

칼 구스타프가 그렇게 말하면서 나무에 올라가 있는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저러고 있는 건가?”

“예.”

“후…… 부담 가질 필요 없다는데도 저러는군.”

늘 검은 숲을 매의 눈으로 관찰하면서 뭔가를 적고 있는 아이언을 보면서 칼 구스타프가 한숨을 쉬었다.

혼자 5단계가 아니라는 부담감 때문인지 아니면 사령관이 꽂아 줬다는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인지, 아이언은 항상 더 많은 걸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 때문인지 다른 고스트들도 아이언에게 강제로 휴식을 취하게끔 하고는 했다.

일부러 먹을 걸 가져와서 선임이 명령하는 거라며 먹이거나 아직 어리다는 것을 알면서도 술을 먹이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쉬게끔 하려는 것이다.

“역시 직접 들어가 보지 않는 이상 더 파악하는 건 힘들겠네.”

아이언은 한숨을 쉬면서 나무에서 지금까지 조사한 것들을 토대로 정리했다.

1. 유령술사와 주술사가 존재한다.

2. 결계에 능한 마녀.

3. 드루이드형 마녀.

겉으로 보는 것만으로 파악할 수 있는 건 크게 이 세 가지였다.

하지만 아이언은 그것보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갔다.

자신의 신수인 부엉이가 있던 곳이라는 걸 감안하면 마녀 중에서도 신수에 능한 자가 있을 거라는 추측이 바로 그것이었다.

다크 엘프들이 그 강대한 환수종인 피닉스를 이용할 정도라면 신수에 능한 마녀도 하나쯤 있을 거라는 게 아이언의 생각이었다.

실제로 반쪽짜리지만 드래곤들도 부렸으니 충분히 가능한 생각이었다.

그래서 매일같이 검은 숲에 최대한 가까이 달라붙어서 신수력과 다른 것들도 느껴 보려 한 것이다.

그러다 또 한 가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의외로 마녀의 마력은 자연과 가장 가까운 종류의 힘]

그가 사료를 찾다가 발견한 문구였다.

어떤 마법사가 이런 말을 했다가 철회한 논문에서 발췌된 것이었는데, 그 당시 상당히 논란이 되었다고 짤막하게 나왔었다.

그 당시 마녀에 대한 증오가 극도로 커진 살벌한 시기여서 금방 없어졌지만 사실 마녀의 힘은 어둠의 힘을 기반으로 할 뿐 굉장히 안전한 힘이라는 내용이라, 해당 논문을 찾아보았지만 이미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은 조금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아이언은 직접 검은 숲 근처에 죽치고 앉아 스스로 마녀의 힘을 느껴 보았다.

신수력을 갖고 있는 아이언이니 마녀의 힘을 분석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아이언의 생각은 옳았다.

유령을 부리고 사악한 나무를 만들어 내는 것과 달리 마녀의 마력은 엘프처럼 자연의 힘에 가까웠다.

언뜻 보면.

사악하고.

어둡고.

무섭고.

괴이해도.

본질은 어둠 그 자체의 힘을 부리는 것이다.

순수한 어둠은 자연에 사는 모든 것에 공포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포근함과 휴식을 줄 수도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검은 숲이 어둠에 휩싸여도 크게 반발하지 않는 것이다.

“조금은 성장했나?”

나무에서 생각을 정리한 아이언이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초록빛 치유의 힘이 살짝 감돌고 있었다.

뱁새의 고유 능력인 치유의 힘을 일부나마 자신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동안 여러 경험들을 거치면서 신수와의 감응도가 많이 올라간 덕에 가장 많이 동화된 뱁새의 힘을 조금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중에 나도 눈에서 빛을 뿜을 수 있으려나?”

현대에서 영화에 나오던 영웅의 그것처럼 눈에서 빔을 뿜을 수 있게 될 날을 상상해 보니 웃겼다.

겨울산에서는 크게 못 느꼈는데 최근 들어 신수력이 부쩍 성장하고 있었다.

사자가주에게 매타작을 맞은 후 빠르게 성장했던 검술은 슬슬 벽에 부딪히면서 성장 동력을 잃어 가는 것과 달리 신수력은 계속해서 성장했다.

하루 온종일 검은 숲에 있는 자연의 힘을 느끼려고 한 덕분일까?

아이언의 신수력은 겨울산에 있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성장했다.

이젠 자신의 신수들을 느낄 수도 있게 되었고 부를 수도 있었다.

다만 피닉스를 치료하느라 바쁜지라 굳이 부르지 않았을 뿐이다.

“검은 숲에 들어가면 나와 줘.”

-부!

아이언은 의념으로 자신의 말에 답하는 부엉이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부엉이와 대화를 나누며 마지막 점검을 마친 아이언이 나무 아래로 내려갔다.

허공에 뛰어내려 가볍게 착지한 아이언에게 칼 구스타프가 다가왔다.

“곧 검은 숲으로 진입할 것이다.”

“드디어 명령이 내려온 겁니까?”

“그래, 신검가주와 중앙군까지 오는 모양이니 더 이상 미룰 필요가 없겠지.”

칼 구스타프의 말에 아이언이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중앙이 미친 것 같다.

사자와 신검이 사이가 안 좋다는 걸 뻔히 아는 상황에서 굳이 같이 묶어 둘 생각을 하는 걸 보면 미친놈들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그들 딴에는 둘이 싸우느라 정신없는 와중에 중앙을 완전히 먹어 버릴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중립파의 거두인 레오폴드도 치워 버렸으니 그것이 가능하리라 생각한 것이다.

황제는 4황자를 밀어주는 모양새만 취해서 황권을 공고히 하고, 4황자 파는 자신들이 주축이 될 생각에 신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다른 황자들이 없을 때의 이야기였다.

‘뭐, 지들이 알아서 하겠지.’

아이언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검은 숲을 바라보았다.

자신은 북동부를 살리는 데에만 전념하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크림슨 북동부 사령관이 검은 숲으로 오면서 그날이 다가왔다.

검은 숲 북부를 포위한 산악 군단.

남쪽을 포위한 안개 군단.

상공을 포위한 선봉 군단의 비룡 부대와 사령부의 비공선 부대.

일시에 돌파할 준비를 하는 사령부 직속 기사단.

검은 숲 진입을 위한 레인저 부대.

그리고 가장 핵심이 될 고스트와 그 중심에 있는 아이언.

모든 이들이 준비를 마치고 북동부에 중앙군과 신검가주가 진입했다는 소식과 함께 검은 숲 진입 작전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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