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62화 (59/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62)

19. 북동부에 방문한 황태자 (2)

황태자가 눈을 빛내면서 묻자 제든 윅스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 친구를 지금 보시기는 힘들 겁니다.”

“음…… 고스트라고 들었습니다만, 그것 때문입니까?”

북동부의 알려지지 않았던 특수부대.

가장 위험한 임무를 하며 그 부대의 소속원들은 하나같이 5단계 이상의 엘리트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소문.

예전부터 황실을 비롯한 중앙에서는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던 일이기는 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인원인지, 어떤 구성원으로 되어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가 이번 차원 균열을 통해 확실히 파악할 수 있었다.

아이언을 제외한 구성원 전체가 전원 5단계로 고작 십여 명밖에 안 되는 인원이지만 그 파괴력만큼은 일반 사단이나 군단에서는 제어하기 힘들 만큼 강하다는 부대.

“예, 그것도 있지만 그 친구는 지금 위험지역에서 임무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제든 윅스의 말에 황태자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친구, 아직 열다섯 살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황태자의 말에 제든 윅스가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흥미롭다는 표정의 황태자를 보면서 아이언을 중앙으로 빼 가려고 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향후 북부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성장할 인재를 빼 가려고 하다 보니 제든 윅스는 황태자에 대한 감정이 안 좋아졌다.

‘다음은 우리인데 이 양반이 상도덕이 없군.’

그렇게 생각하며 적당히 황태자에게 맞장구쳐 준 제든 윅스는 북동부로 가는 워프 게이트가 연결되기를 기다렸다.

“정말 깔끔하군요.”

황태자가 북부 사령부의 워프 게이트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아무것도 없이 그저 거대한 마나석과 그것을 고정시킨 장치.

그리고 그 아래에 거대한 마법진과 그걸 보호하는 여러 장치들만 존재할 뿐이었다.

수도의 고풍스러운 건물과 대조해 보면 정말 멋대가리 없는 곳이었기에 돌려서 북부 사령부를 깠다.

하지만 제든 윅스는 별 신경 쓰지 않는지 대충 그 말을 받아 줄 뿐이었다.

‘멍청한 새끼.’

황태자는 속으로 제든 윅스의 멍청함을 비웃으면서 워프 게이트에 올라갔다.

“북동부라……. 설레는군요.”

“사실 저도 북동부를 워프 게이트로 방문한 건 몇 번 되지 않습니다.”

“오! 그래요? 하긴…… 그동안 북동부가 폐쇄적이었지요?”

황태자의 말에 제든 윅스가 쓴웃음을 지었다.

본래 북동부는 비상시가 아니면 워프 게이트를 열어 두지 않았다.

북동부 특유의 비밀을 강조하는 분위기와 위험성 그리고 만약을 대비하는 것과 마나 안개 등 복합적인 이유로 워프 게이트를 아주 제한적으로만 운용했다.

그마저도 사령부가 아닌 후방 쪽에 소수 인원만 가능할 정도로 작은 규모로 운용했다.

하지만 최근, 북동부가 변하기 시작했다.

‘북동부가 얼마나 변했는지는 직접 확인해야겠지…….’

황태자가 점차 발광하는 거대한 마나석을 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위이이이잉!

마력의 회전과 함께 빛무리가 일어나기 시작하자 제든 윅스가 황태자와 같이 올랐다.

무려 황태자가 직접 왔는데 혼자 보내는 것은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곧 강렬한 빛무리와 함께 두 사람이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북동부의 작은 워프 게이트에 나타났다.

“황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북동부를 맡고 있는 크림슨 헤일로라 하옵니다.”

“반갑습니다. 부족하지만 황태자 자리에 있는 알렉사르입니다.”

황태자가 정중하게 인사하면서 크림슨에게 악수를 청했고, 둘은 가볍게 악수를 나눴다.

“부족하시겠지만 일단 안으로 드시겠습니까?”

“하하! 최고 위험지역에 있는 곳답게 굉장히 인상적인 건축물을 갖고 있군요.”

건물 하나하나마다 대포가 있었고, 언제라도 몰려들 공중 몬스터를 견제하기 위해서 대구경 총기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마치 모든 건물이 언제든 전투를 치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 같았다.

“사령부는 더 놀라실 겁니다.”

“하하! 이거보다 더요?”

제든 윅스의 말에 황태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사실 황태자에게는 조잡한 건물에 무기만 잔뜩 얹어 놓은 것처럼 보였지만 놀랍다는 연기를 하면서 비룡의 등에 올랐다.

두 사령관이 직접 황태자를 보좌하면서 비룡을 타고 사령부로 향하자 이번만큼은 진짜 놀랄 수밖에 없었다.

기본적인 것은 워프 게이트가 있는 곳과 같았다.

대량의 포, 대구경 총기가 배치되어 있었지만 거기다 더해 마법을 발현시킬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고, 웬만한 건물만큼 큰 마도포도 배치되어 있었다.

게다가 가장 압도적인 것은 사령부 중앙에 엄청난 크기의 요새포가 설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허…… 듣기는 했는데……. 엄청나긴 하군요.”

황태자가 이번만큼은 진짜 놀랍다는 표정으로 말하자 크림슨과 제든 윅스가 미소를 지었다.

“추우실 텐데 바로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크림슨이 곧바로 사령관실로 안내하자 황태자가 온다는 것을 들은 장교들이 일제히 도열해서 황태자에게 군례를 올렸다.

강병으로 유명한 병사들 역시 곳곳에 서서 황태자를 보면서 무기를 든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황태자가 잠시지만 멈춰 서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천하의 황태자조차 놀랄 정도로 절도 있는 모습과 잘 정련된 분위기에 문득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제법 괜찮은 병력이군. 몇 번 쓰고 버릴 정도는 되겠어.’

북동부에 대한 가치를 상향 조정한 황태자가 북동부 장교들의 환대를 받으면서 사령관실로 들어갔다.

“전하가 오셨는데 이런 대접밖에 못 해 드려 송구합니다. 아직 부족한 것이 많습니다.”

크림슨이 그렇게 말하면서 낡은 집기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황태자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다.

“아닙니다. 고풍스러운 것이 색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황태자가 그렇게 말하면서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이 여우 같은 늙은이가!’

대놓고 지원이 모자라다고 돌려 말하는 크림슨을 보면서 황태자의 표정이 굳어졌다.

사령관실에 오자마자 중앙의 잘못을 돌려 까는 크림슨을 보면서 제든 윅스가 뒤에서 웃었다.

“그나저나 듣던 것과 다르게 사령부에 다양한 상인들이 있군요.”

“최근 학자들이 차원 균열을 연구하기 위해 오기 시작하면서 늘었습니다.”

황태자의 물음에 크림슨이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하지만 황태자 입장에선 직접 다양한 상인들을 눈으로 확인하자 표정이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본래 북동부에는 몬스터의 사체를 싼값에 사려고 몰려드는 군수 상인들만 드나들 뿐, 이토록 다양한 종류의 상인들은 방문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최근 북동부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신문사들이 일제히 북동부의 정보를 물어 와 수도에 알리고 있었다.

[북동부는 지금 어떨까?]

[차원 균열로 북동부에 몰려든 학자들. 색다른 북동부 풍경에 감탄!]

[북동부는 정말 강병일까?]

이런 기사들이 연일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마저도 중앙이 통제해서 이 정도였다.

마치 반란으로 왕좌를 차지한 자가 중앙집권을 위해서 고립정책을 펼치는 것처럼 폐쇄 정책을 펼쳤던 북동부가 최근엔 문을 활짝 열었다.

대륙 각지에서 학자들이 몰려들면서 소수지만 상인들까지 북동부에 하나둘 합류하기 시작했다.

많은 학자들이 모여들면서 연구소가 생기고, 그들이 지내면서 사용할 물자들을 팔기 위해 상인들이 북동부에 방문한 것이다.

본래의 북동부였다면 거절했을 일이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상인들을 살살 꼬여 내면서 일을 벌이고 있었다.

북부와 연계해서 북동부까지 이어지는 상인의 길을 만들고, 거기에 더해서 북동부 후방 지역의 안정을 도모하기 시작했다.

마치 사람들을 그쪽에 받아들이기라도 하려는 것 같은 움직임이었다.

최근 많은 지원 물자들로 인해서 군수품도 많고 무기도 충분했다.

그런 상황에서 강군인 북동부군은 어린 장교가 제안한 근대 무기의 전술까지 적극 도입하면서 북동부 후방 지역의 몬스터를 몰살시키며 안정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걸 민감하게 지켜보던 중앙은 최근 북동부가 후방의 바덴강 유역을 집중적으로 토벌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게다가 북부 역시 콘스강을 개발하고 있었고, 서부와 중앙을 가로지는 린스강까지 확장시키려는 움직임을 벌이고 있었다.

마치 북부 전체가 수로를 개발할 것처럼 움직이는 것이었다.

[북부가 수로를 통한 상인의 길을 완성한다면?]

어떤 학자가 쓴, 만약을 가정한 글이 있었다.

북부의 토지는 농사에 적합하지 않고 몬스터들 때문에 상인들이 오가기 쉽지 않다.

하지만 지형적인 요건은 중앙보다 오히려 낫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사람들은 어차피 안 될 허무맹랑한 소리로 치부했지만, 만약 북부가 중앙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상인의 길인 무역로를 완성한다면?

북부는 절대 중앙이 해 온 짓을 잊지 않을 것이다.

중앙도 이걸 알기에 지금의 이슈가 가라앉으면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압박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 사자 가문이 끼어들면서 상황이 곤란하게 변했다.

미개하다고 여겨지는 북부지만 사자 가문만큼은 중앙에서도 섣불리 건들 수 없는 곳이었다.

남부의 신검가와 함께 제국을 대표하는 무가이기도 하지만 또라이 같은 기질 때문에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 몇몇 가문들이 대표로 지목되어 멸문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리적으로 서부 군부와도 친한 사자 가문이 북부와의 끈을 만들어 주는 것도 문제였다.

“서부와 북부가 손잡으면 큰일 납니다. 지금의 중앙 권력이 유지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북동부가 동부 쪽을 개발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전하께서 직접 북동부가 동부와 어떤 커넥션이 있는지 확인해 주십시오.”

많은 대신들이 이런 방식으로 황태자에게 수없이 많은 부탁을 했다.

갈 거면 지들이 갈 것이지 왜 나한테 시키느냐고, 황태자는 속으로 수없이 욕했지만 겉으로는 연기하면서 알았다고 대답했었다.

그때는 마냥 짜증이 났었는데, 직접 북동부 사령부를 확인한 황태자는 심각해질 수밖에 없었다.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중앙에 대한 절대적인 의존도를 보이던 그 북동부가 아니었다.

그렇다는 건 이 막강한 군부 세력이 더 이상 중앙의 손아귀에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했다.

황태자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표정을 굳혔다.

‘아무래도 개인적인 끄나풀 하나 정도는 만들어야겠는데…….’

문득 아까 제든 윅스한테 얘기했던 열다섯 살짜리 장교가 생각났다.

‘아직 어리다면 몇 번 구슬려 주면 될 것도 같은데……. 겸사겸사 황궁으로 데려가서 정신 개조도 좀 시키고 말이야.’

황태자가 이렇게 생각하면서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이놈이다!’라는 느낌으로 아이언을 찍은 황태자는 크림슨에게 부탁했다.

“그보다 한 가지 부탁할 게 있습니다.”

“전하께서 제게 말입니까?”

“예, 차원 균열을 막는 데 지대한 공을 세운 영웅이 있다던데……. 그 친구가 보고 싶습니다.”

“아…… 송구하오나 지금 임무 중에 있습니다.”

크림슨이 안타깝다는 듯이 말하자 황태자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아까 제든 윅스도 그러더니 눈앞에 있는 크림슨 역시 보여 주지 않으려는 것처럼 말하자, 순간 떨떠름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궁금해졌다.

대체 그놈이 어떤 놈이기에 두 사령관이 이렇게까지 싸고도는 것인지를 말이다.

“기다리겠습니다.”

“……예?”

황태자의 말에 순간적으로 이해하지 못한 크림슨이 삐걱거리면서 제든 윅스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역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황태자가 빙그레 웃었다.

“북동부에 오면서 어설프게 사과나 하고 갈 생각은 없었습니다. 이참에 북동부 전역을 돌면서 중앙을 대표해 사과하겠습니다. 또한 사령관과 함께 앞으로 북동부의 발전을 위해 논의도 하고 싶습니다.”

“그렇게까지…….”

“그동안 제가 타국과의 외교에 전념하느라 이런 일이 발생했는데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하나 이제는 제가 알았으니 확실히 도와드려야죠. 제국의 최전선을 막아 주는 북동부가 그동안 부족한 지원으로 얼마나 섭섭했을지 아니, 제대로 도와드리겠습니다.”

황태자가 그렇게까지 하면서 남으려 하자 크림슨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그런데, 얼마나 있으면 그 친구를 볼 수 있을까요?”

황태자의 물음에 두 사령관의 표정이 살짝 구겨졌다.

1